아이와 있을 때 나도 모르게 욱해서 화를 내고, 나중에 후회하고 반성한 적 있으신가요. 베프님들께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데요, 사실 화를 참는 법 같은 테크닉보다 먼저 짚어야 할 게 있어요. 오늘은 화라는 감정 자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면 좋을지 이야기해볼게요.

화는 원래 자연스러운 감정이에요

부모가 감정을 성숙하게 다루면 아이의 정서 역량과 사회성도 잘 자란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어요. 그래서 화를 내면 안 된다, 화는 나쁜 거다 이렇게 생각하기 쉬운데요, 사실 화라는 감정은 외부의 위협에 대한 반응이에요. 나의 생존과 안녕을 위협하는 대상에게 화를 내서 위험을 없애려는, 인간으로서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거죠. 현대에는 화를 낸다고 위험이 사라지기보다 오히려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화가 난다는 감정 자체는 잘못이 아니에요.

감정을 억누르면 오히려 나쁘게 터져 나와요

내가 느끼는 감정에 '나쁘다'는 꼬리표를 붙이고 거부할수록, 억눌린 감정은 나중에 더 안 좋은 방식으로 터져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고 해요. 내 감정도 떼어낼 수 없는 나의 일부인데, 이걸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마음속에 계속 괴물을 하나 데리고 사는 셈이에요. '아이에게 화를 내면 안 돼, 나쁜 거야' 하고 판단부터 하기보다, '나도 사람인데 화가 날 수 있지, 그런데 왜 화가 날까' 하고 먼저 감정을 들여다보는 접근이 장기적으로 훨씬 도움이 돼요.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야 2차 감정으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걸 막을 수 있고, 화가 나더라도 아이에게 해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거든요. 그 정도 범위 안에만 있다면, 화내는 순간도 아이에게 감정 표현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기회가 될 수 있어요.

감정 조절이 서툴러도 괜찮아요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마음대로 안 되면 금방 좌절해서 소리를 지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대수롭지 않게 다른 장난감으로 관심을 돌리는 아이도 있어요. 이렇게 감정 조절 능력은 타고나는 기질의 영향도 받고, 어릴 때 부모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지는 부분도 있어요. 선천적이든 자라온 환경 때문이든, 누구나 감정 조절이 조금 미숙할 수 있어요. 육아를 전업으로 해본 사람은 다 알 거예요, 아이와 하루 종일 있는 게 얼마나 힘들고 화날 일이 많은지요. 그런데 육아는 승진도 없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일이라, 스스로를 다독이고 인정해주는 게 정말 중요한 스킬이에요.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는 것, 나도 사람으로서 미숙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연습이 저에게도 필요했어요.

화가 나는 진짜 이유를 들여다보세요

화를 다스리는 데 흔히 쓰이는 인지행동치료(CBT)에서는, 화가 나는 상황에서 그 화를 만들어내는 머릿속 믿음을 하나씩 찾아 교정해요. 임상심리학자 로라 마크햄에 따르면, 아이의 행동 자체가 아니라 그 행동에 대해 내가 머릿속에서 내리는 해석이 부정적 감정을 만들고, 그게 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예를 들어 아이가 계속 칭얼거리는데 해결해줄 수 없을 때, '나는 부모로서 부족해서 아이를 망칠 것이다', '나는 아이를 컨트롤하는 능력이 없다', '아이가 일부러 나를 힘들게 하려고 이런다' 같은 믿음이 화를 키울 수 있어요. 이런 믿음이 내 안에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꼭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스스로 설득해보면 그 믿음이 바뀌고 화의 크기도 줄어들 수 있어요.

'메타 감정'이 화의 뿌리일 수 있어요

감정코칭 개념을 제시한 존 가트맨 박사는 부모가 느끼는 '메타 감정', 즉 감정에 대한 감정에 주목했어요. 메타 감정은 어릴 때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어릴 때 수용받지 못했던 감정이 대물림되어 지금의 육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요.

예를 들어 아이가 위험하게 행동할 때 걱정보다 화부터 나는 경우가 있어요. 어릴 때 넘어졌을 때 부모님이 아픔에 공감해주기보다 부주의함을 꾸짖었다면, 그 경험이 '불안함'이라는 감정에 대한 '분노'라는 메타 감정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거예요.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존 가트맨 박사의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화는 억누르는 게 아니라 공부하는 거예요

한국은 아직 힘들다고 맘껏 표현하거나 전문가 도움을 선뜻 받기 어려운 분위기예요. 저희 세대는 '언니니까 참아', '뭘 그런 걸로 화를 내' 같은 말을 들으며 자랐죠. 이렇게 감정을 억누르는 분위기 속에서 분노 같은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하는 법을 익히지 못했고, 이게 여러 사회 문제로 잘못 분출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어요. 2015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발표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가량이 평소 상당한 분노를 경험하고, 11%는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해요.

그러니 감정 공부는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특히 다양한 감정의 홍수 속에서 당황하기 쉬운 초보 부모에게는 더 필요한 일이에요. 화가 났던 순간을 자책하기보다, 내 안에 다스리지 못한 감정이 무엇인지 한번 들여다보는 기회로 삼아보세요.

정리해 보면

  • 화는 위협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지 그 자체로 나쁜 감정이 아니에요.
  • 감정을 억누르고 판단부터 하면 오히려 더 안 좋은 방식으로 터져 나와요.
  • 감정 조절이 서툴러도 괜찮다는 걸 인정하고 스스로를 다독여주세요.
  • 화가 나는 상황에서 그 화를 만드는 내 머릿속 믿음이 무엇인지 찾아보세요.
  • 어릴 때 형성된 메타 감정이 지금의 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