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돌 미만 어린 아기의 발달 단계에 딱 맞는 그림책은 어떤 책일까요. 앞선 글에서 책 읽기가 언어 발달과 사회성, 수학 실력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렇다면 어떤 책을 골라야 하는지부터 이야기해 볼게요.

책육아는 책, 부모, 아이 세 가지로 이루어져요

책육아라는 말, 육아하는 부모라면 많이 들어 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책육아를 한다는 게 대체 뭘까요. 집 안을 책으로 꽉 채우고 TV를 없애는 게 책육아일까요. 베싸는 리서치를 하면서 책육아를 책, 부모, 아이 세 가지 관점으로 생각해 보게 됐어요. 어떤 책을 골라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읽어 줘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 아이의 발달 단계와 언어 수준, 흥미가 어떤지를 부모가 잘 이해하는 것이 책육아를 잘하기 위한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바탕으로 부모도 아이도 행복하게,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책을 읽는 것이 책육아예요. 책을 많이 사야 한다거나 하루에 몇 시간 이상 읽어야 한다는 게 아니에요. 자신만의 책 고르는 기준과 읽어 주는 방식, 우리 아이의 발달과 흥미를 깊이 고민해 본다면 집에 책이 많지 않거나 바쁜 워킹맘이라도 충분히 훌륭한 책육아를 할 수 있어요.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는 아이의 발달 단계, 즉 연령에 따라 달라져요. 여기서는 대체로 만 1세에서 3세 사이 아이들 이야기를 할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시기 아이를 위한 책을 고를 때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책의 복잡도, 그리고 사실성과 현실성이에요.

그림이 너무 어렵지 않은지 보세요

만 3세 미만 아이들은 아직 인지 능력과 언어 수준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책의 그림이나 내용이 어느 정도 단순해야 하고, 아기가 직관적으로 그림과 텍스트를 연결할 수 있어야 해요. 아동 교육 분야에서 자주 언급되는 비고츠키라는 학자의 핵심 이론 중에 근접 발달 영역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쉽게 말해 아이에게 주어지는 자극이 아이가 혼자 쉽게 해낼 수 있는 수준보다 아주 약간만 더 어려울 때 가장 효과적으로 배운다는 거예요. 그러니 책 읽어 주기의 효과를 키우고 아이의 적극적인 참여와 동기를 끌어내려면, 그림과 텍스트가 아이 수준에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적절한 복잡도를 가져야 하죠.

텍스트는 부모가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게 얼마든지 조절해서 읽어 줄 수 있어요. 특히 3세 미만은 언어가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고 아이마다 편차도 커서, 부모가 읽어 줄 때 자연스럽게 아이의 언어 수준에 맞춰 조절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하지만 그림은 부모가 조절할 수가 없죠. 그래서 그림책을 고를 때는 그림이 만 1~3세 아이 수준에 너무 어렵지 않은지를 봐야 해요.

어려운 그림이란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안 되는 그림이에요. 먼저 그림이 텍스트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다미야, 이제 공 가지고 놀자"라는 페이지에서 왼쪽 그림이 누군가 공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그림이라면, 아기는 이 문장의 의미를 원래 몰랐더라도 그림의 도움을 받아 이해할 수 있어요. 반면 그냥 누군가 서 있는 그림이라면 문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충분한 단서를 얻지 못하겠죠. 들리는 문장이 별 의미가 없고 배움이 일어나지 않을 때 아기는 흥미와 집중을 더 쉽게 잃어요.

한 페이지에 그림이 너무 많은 경우도 아이에게 어려울 수 있어요. 한 연구에서 3~5세 아이들에게 펼쳐진 두 페이지에 그림이 하나 있는 책과 둘 있는 책을 읽어 줬더니, 그림이 하나인 책을 읽었을 때 단어를 더 잘 습득했다고 해요. 그림이 둘일 때 아이는 지금 들리는 문장을 어떤 그림에 연결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하고, 이것이 일종의 인지적 부담이 되어 배움의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거예요. 다만 어른이 읽어 주면서 어떤 그림을 봐야 하는지 손가락으로 가리켜 줬을 때는 두 경우의 습득 효율이 비슷해졌다고 해요. 이 연구는 3세 이상 대상이었으니 만 1~3세 아이들은 그림이 많을 때 더 어려워할 수 있겠죠.

이야기책은 한 페이지에 그림이 하나씩 있는 경우도 꽤 있지만, 하나의 그림 안에 여러 물체나 등장인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아이가 문장을 들으며 각 단어가 어디에 연결되는지 헷갈릴 수 있어요. 더군다나 정보 그림책은 대부분 한 번에 많은 그림이 동시에 노출되죠. 부모가 단어 하나하나를 말할 때마다 포인팅을 해 주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어렵고요. 페이지를 넘겼을 때 물체나 캐릭터가 너무 많으면 아이가 집중해야 할 대상이 분명하지 않아 집중력이 떨어지는 순간이 더 자주 생길 수 있어요. 그러니 아기가 아직 어리다면 단순하고, 한 페이지 안에 물체나 캐릭터가 너무 많지 않은 책을 고르는 것이 전반적으로 집중과 배움에 좋아요. 장난감이나 책을 한 번에 너무 많이 주면 집중을 방해할 수 있다고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하시면 돼요.

사진에 가까울수록 현실에 적용해요

두 번째는 사실성과 현실성이에요. 아직 어린 아이에게는 표현 방식이나 소재가 현실적인 책이 배움과 흥미를 가장 효과적으로 끌어낼 수 있어요. 먼저 표현 방식이 얼마나 현실과 닮았는지를 뜻하는 사실성부터 볼게요.

영상도 마찬가지인데, 어린 아기는 영상이나 그림으로 배운 것을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래서 그림이 현실에 가까울수록, 궁극적으로는 사진일 때 새로운 단어나 행동 패턴을 가장 잘 습득한다고 해요. 아주 어린 아기는 사진을 주면 그것이 현실의 무언가를 상징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하나의 물건으로 대해요. 사진을 구기거나 먹거나 사진 속 물체를 만지려고 하죠. 18개월 정도 되면 부모의 도움 없이도 사진이나 그림을 상징으로 대하기 시작해요. 그림 속 물체를 만지려는 행동은 줄고, 이미지가 어떤 물체를 상징할 뿐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이해하며 스스로 포인팅과 라벨링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이 능력은 아이의 연령에 따라, 그리고 그림이 얼마나 현실과 닮았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한 연구에서는 15개월과 18개월 아기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그림책으로 단어를 가르쳤어요. 내용은 같은데 첫 번째 그룹은 사진으로 된 책, 두 번째 그룹은 사실감이 풍부한 세밀화 책, 세 번째 그룹은 만화 같은 그림의 책을 봤어요. 예를 들어 '망고'라는 단어를 배웠다고 하면, 15개월과 18개월 모두 세 그룹 다 책을 다시 보여 주며 "망고 어디 있지?" 하고 물으면 정확히 짚었어요. 그런데 망고의 색깔을 바꾸자 사진과 세밀화 그룹은 여전히 망고라고 알아봤지만, 만화 그림 그룹은 알아보지 못했어요. 그림이 조금 달라지면 알아보지 못한다는 건 그 단어의 개념을 일반화하지 못했다는 뜻이죠. 또 18개월 아기는 세 그룹 모두 책에서 배운 망고를 현실의 망고에 적용할 수 있었지만, 15개월 아기는 사진이나 세밀화로 배운 아이들만 현실의 망고를 알아봤고 만화 그림으로 배운 아이들은 알아보지 못했어요.

다른 연구들에 따르면 30개월 아기들도 만화처럼 그려진 그림으로 배운 단어를 현실에 적용하거나 그림에서 본 행동을 따라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요. 아직 그림과 현실을 능숙하게 연결 짓지 못하는 어린 아기는 사실성이 떨어지는 그림책을 읽으면 배움의 효율이 떨어질 수 있으니, 아이가 어릴수록 그림의 사실성을 고려해 책을 고르는 게 좋아요.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베싸 생각에는 아직 어린 아기라면 사진이 들어 있거나 최대한 사실적인 그림이 나오는 책 위주로 골라 주시면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아이의 일상과 닮은 내용이 좋아요

다음은 내용의 현실성이에요. 한 논문에서는 이렇게 말해요. 책 내용이 현실 세계와 닮아 있을수록 아이가 그림책을 세상의 정보를 얻는 좋은 수단으로 여기기 쉽다. 어떤 정보가 실제인지 만들어 낸 환상인지 불확실하다고 느낄 때 아이들은 의심하는 태도를 보인다. 책 속의 환상적인 요소는 아이에게 '이 책에 나오는 정보는 네가 처한 현실과 달라'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그 결과 아이들은 책에서 배운 정보를 현실에 덜 적용하게 된다. 즉 책 내용이 아기가 매일 겪는 경험과 크게 다를 때 아이는 배운 내용을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거예요. 아직 어려서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구분하기 어려우니, 다 가짜라고 판단해 버리는 경향이 있는 거죠.

베싸가 육아 지침으로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 몬테소리 철학에서도 소재나 등장인물이 최대한 아이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책이 좋은 그림책이라고 강조해요. 만 3세 이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유아 그림책 베스트셀러를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아이의 일상생활을 현실적으로 표현한 사실주의 책과 여기에 환상적인 요소가 약간만 더해진 책이 베스트셀러 중에 가장 많았고, 주제로 따지면 가족과 친구, 놀이처럼 아이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주제가 가장 많았다고 해요. 물론 베스트셀러가 곧 좋은 책이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어린아이들이 이런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리뷰도 좋고 잘 팔렸을 거라는 추측 정도는 해 볼 수 있겠죠.

베싸의 경험으로도 일상생활에 관련된 책을 읽어 줄 때는 책 내용과 관련해 아기가 겪었던 경험을 이야기해 본다거나, 그림에 나오는 실제 물건을 집에서 찾아본다거나 하는 확장 활동이 더 쉬워요. 다미가 11개월쯤이었을 때 청소기가 나오는 책이 있었는데, 옆에 있던 청소기와 책 속 청소기를 번갈아 가리키며 "이게 청소기야, 봐, 이렇게 바닥을 윙 하고 청소하는 거야" 하고 말해 준 적이 있어요. 다미가 굉장히 흥분하면서 그림과 실물을 번갈아 보더니, 다음 날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책을 가져와 읽어 달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의인화된 동물보다 사람이 나오는 책도 챙기세요

비슷한 맥락에서, 옷을 입고 사람처럼 행동하는 동물이 나오는 그림책은 아주 흔하죠. 만 3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없지만, 한 논문에 따르면 유치원 나이 아이들은 의인화된 동물이 나오는 책을 읽었을 때 사람이 나오는 책에 비해 스토리의 주제를 파악하기 더 어려워했다고 해요. 다른 연구에서는 3~6세 아이들에게 나눔이라는 교훈을 주는 책을 의인화된 동물 버전과 사람 버전으로 읽어 줬는데, 사람이 나오는 책을 읽은 아이들이 나눔을 더 잘 실천했어요. 아이들은 동물이 사람처럼 말하고 옷을 입고 걸어 다니는 게 현실과 다르다는 걸 알기 때문에, 책에서 배운 내용을 현실에 충분히 적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어요. 이 연구들이 유치원생 대상이었으니, 현실과 환상을 구분해 받아들이기 더 어려운 어린 아기에게는 이런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뿐 아니라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책도 적극적으로 책장에 넣어 주세요. 참고로 아이들은 어른보다 어린이가 나오는 책, 그리고 자신과 같은 성별의 아이가 나오는 책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좀 더 큰 아이에게는 원래 동물은 옷을 입거나 말을 하지 않는데 사람과 비슷하게 표현한 것뿐이라고 이야기해 주면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비현실적인 책은 몇 살부터 괜찮을까요

동물이 나오거나 환상적인 요소가 들어간 책이 워낙 많으니 몇 살부터 보여 줘도 되는지 궁금하실 거예요. 딱 잘라 몇 살부터 괜찮다는 가이드라인은 없어요. 베싸 생각에는 대체로 만 3세 정도를 기준점으로 보면 될 것 같은데, 연구 결과를 보면 만 3세 이상에서도 정도는 덜하지만 비현실적인 요소가 여전히 배움을 방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책을 고를 때 오로지 배움의 효과라는 기준만으로 고르기는 어렵죠. 아기가 책에 흥미를 갖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어린 아기는 대체로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그림책을 선호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만 3~5세 아이들이 선호하는 그림책을 살펴본 논문에서는 대체로 환상적인 그림책을 더 선호하고, 환상적인 그림책을 읽을 때 말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해요. 그런 점에서 세 돌 이상 아이에게 읽어 줄 때는 아이가 현실적인 책도 좋아하고 열심히 참여한다면 별문제 없겠지만, 비현실적인 책만 좋아한다고 너무 걱정하거나 현실적인 책을 읽으라고 강요할 필요는 없어요. 아이를 위한 어떤 활동이든 아이가 즐겁게, 자발적으로 몰입해서 참여하는 게 우선이니까요. 참고로 베싸는 어른의 상상력으로 쓰이고 그려진, 환상적인 요소가 많은 책을 읽는다고 해서 아이의 창의력이 늘어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리해 보면

  • 만 1~3세 아이의 책은 그림이 텍스트를 잘 표현하고, 한 페이지에 물체나 캐릭터가 너무 많지 않은 단순한 책을 고르세요.
  • 사진이나 사실적인 그림일수록 배운 단어를 현실에 적용하기 쉬워요.
  • 가족, 친구, 놀이처럼 아이의 일상과 닮은 내용이 배움과 확장 활동에 좋아요.
  • 의인화된 동물 책만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공인 책도 책장에 넣어 주세요.
  • 세 돌이 지나면 환상적인 책을 좋아하는 게 자연스러우니 억지로 현실적인 책을 강요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