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1.02 · 15:21
책육아의 효과를 높이는 그림책 고르기: 장르, 조작책, 정서, 세이펜
이야기책과 정보책의 균형, 조작 요소는 덜하게, 사랑받는 내용과 감정 이야기, 세이펜은 함께 조금만.
풍부한 상호작용과 언어 발달을 끌어내는 책, 아이 정서에 특히 좋은 책은 따로 있을까요. 앞선 글에서 만 3세 미만 아기는 인지 능력과 상징 이해 능력이 아직 부족해서 단순하고 현실을 잘 반영하는 책이 좋다고 말씀드렸어요. 이어서 책 고르기의 세 번째 기준부터 이야기할게요.
그 전에 하나 말씀드리면, 다미의 책장이 단순하고 현실적인 책으로만 꽉 차 있는 건 아니에요. 새로 살 때는 그런 책 위주로 사려고 노력하지만 시중에 그런 책이 워낙 많지 않고, 잘 보던 책을 다 갈아엎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거든요. 중고로 들인 전집이나 낱권 중에서 최대한 단순하고 현실적인 책 위주로 보여 주고 있는 정도예요.
이야기책과 정보책은 균형 있게
아기들이 읽는 책의 장르는 크게 등장인물과 스토리가 있는 이야기책, 그리고 단어나 숫자, 알파벳, 개념 등을 가르쳐 주는 정보전달 책으로 나눌 수 있어요. 한 연구에서는 18개월 전후 아이들에게 부모가 이야기책과 정보전달 책을 읽어 줄 때 말하는 방식의 차이를 살펴봤어요. 책 읽기의 효과는 텍스트를 그대로 읽어 주는 것뿐 아니라 책 내용과 관련된 여러 문장을 추가로 들려줄 때 커지는데, 이 추가 문장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풍부한지를 비교한 거죠.
결과를 보면 부모들은 어린 아기에게 이야기책을 읽어 줄 때 더 복잡하고 다양한 문장을 많이 썼어요. "이 다음에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결과를 예측해 보게 하는 말, "토끼는 이렇게 했는데 강아지도 이렇게 했네" 하고 패턴을 파악하게 도와주는 말을 더 자주 했고, 아이의 공감 능력에 도움이 되는 마음 상태 문장도 더 많이 썼다고 해요. 어릴 때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과거를 회상하거나 기억하는 능력, 사회성, 인지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고요.
그렇다고 어린 아기에게 정보전달 책이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정보전달 책을 읽어 줄 때는 책에 나오는 단어나 개념을 최대한 다양하게 확장한 문장을 들려주려고 좀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 우리 집 책장에 정보전달 책 말고 이야기책도 균형 있게 갖춰져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는 있다는 거예요.
앞선 글에서 사진이나 세밀화처럼 사실적으로 표현된 책이 어린아이에게 좋다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이야기책 중에는 그렇게 사실적으로 표현된 책이 많지 않고, 단어책 같은 정보전달 책 중에는 사진을 활용한 책이 많아요. 좋은 책의 기준이 다양하고 한 번에 모든 기준을 충족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사진으로 된 이야기책만 찾아서 책장을 채워야겠다' 하고 접근하면 너무 어려워요. 여기에 아이의 흥미까지 고려하면 읽어 줄 만한 책이 별로 없을 수도 있고요. '이 책은 단순하고 사실적이라는 점이 괜찮네', '이 책은 아기의 일상생활을 다룬 이야기책이라 괜찮네' 이런 식으로 나눠서 접근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참고로 만 3세 이상 좀 더 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많은 연구는 이야기책을 읽어 줄 때 오히려 부모가 다양한 문장을 덜 구사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어요. 큰 아이들에게 읽어 주는 이야기책은 글밥이 많아지고, 아이의 언어 수준도 텍스트를 대체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올라오기 때문에 주로 텍스트를 그대로 읽어 주게 되는 것 같아요.
조작하는 요소는 배움을 방해할 수 있어요
펼쳐 보는 플랩북이나 팝업북, 당기면 그림이 바뀌는 책처럼 조작하는 요소가 많은 책은 아이의 흥미를 끈다는 점에서 인기가 많죠. 하지만 이런 책은 대체로 아이의 언어 습득을 방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한 연구에서는 18개월 전후 아이들에게 열어 보거나 잡아당기는 조작이 있는 책과 조작이 없는 책을 보여 주면서 새로운 동물의 이름을 가르쳐 줬어요. 그 결과 조작이 없는 책으로 배운 아이들은 그 동물을 사진에서 골라낼 수 있었지만, 조작이 있는 책으로 배운 아이들은 이 과제를 잘 해내지 못했어요. 다른 연구에서는 30~36개월 아이들에게 알파벳 책을 보여 줬는데, 역시 조작이 없는 책으로 배운 아이들이 더 잘 배웠고요.
조작하는 기능이 있으면 아이는 책을 어떤 대상을 상징하는 매체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대상, 장난감처럼 인식하게 될 수 있어요. 일반 책에 나오는 오리를 보면 이 그림이 상징하는 진짜 오리를 떠올리기 쉽지만, 조작하는 책에 나오는 오리는 진짜 오리로 연결 짓기가 더 어렵다는 거예요. 더 이상 무언가를 상징하는 게 아니라 조작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기 때문이죠. 또 아직 어린 아기는 조작하는 데에도 상당한 정신적 노력을 기울여야 해요. 그 노력을 조작과 언어 습득에 나눠 써야 하니 습득 효율이 떨어질 수 있어요.
다만 한 논문에서는 조작하는 특징이 전달하려는 개념과 명확히 관계가 있을 때는 배움을 방해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어요. '길다'라는 개념을 배울 때 실제로 그림이 길게 늘어나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이해에 더 도움이 될 수 있겠죠. 알파벳을 배우는 책에서 글자 모양을 손으로 따라 그리게 유도하는 것도요. 그러니 조작 요소가 있는 책을 살 때는 그 요소가 핵심 개념을 잘 전달하는 방식으로 디자인되어 있는지 살펴보세요. 개인적으로는 아이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라면 조작 요소보다 책의 메인 콘텐츠인 그림이 아이의 흥미와 발달 단계를 잘 반영하는지를 먼저 체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되는 책
책 읽기는 공감 능력이나 정서 이해 같은 사회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물론 그런 내용의 책을 잘 골라야겠죠. 어린 아기는 굉장히 자기중심적이라 자신과 타인을 구분해서 보지 못해요. 그러다 이르면 돌 이후부터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구분하는 능력이 서서히 생기고, 타인의 불행에 공감하거나 연민을 표시하는 모습도 조금씩 나타나요. 공감 능력이 발달하는 돌 이후에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공감 능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해요.
공감을 잘하는 아이들은 따뜻하고 반응적인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안정 애착을 형성한 아이들이에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요구에 민감하고 섬세하게 반응해 주는 양육자를 경험한 아이는 이 세상이 어느 정도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라고 인식하게 되고, 이런 아이들은 일종의 여유가 생겨서 불안해하지 않고 타인의 감정도 돌아볼 수 있는 아이로 자라요. 그래서 아기가 어른에게 사랑받고 보살핌받는 내용의 그림책이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베싸네 집에 있는 한 책은 아이가 배고프면 부모가 밥을 주고, 졸리면 재워 주고, 무서우면 안아 준다는 내용이고, 부모가 아이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 말로 끝나요. 이런 책을 읽으며 아기는 '부모님은 내가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믿을 수 있는 존재구나' 하는 인식을 강화할 수 있겠죠. 물론 부모가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첫 번째겠지만요.
감정 이해를 도와주는 책도 좋아요. 한 연구에서는 부모들이 18~30개월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면서 등장인물이 겪는 두려움 같은 감정에 적절하게 이름을 붙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그 결과 이런 경험을 자주 한 아이들이 타인에게 공감하고, 남을 돕거나 나누는 사회적 행동을 더 보였다고 해요. 특히 "다미가 뿌듯해하네" 하고 설명하는 것보다 "아빠가 다미에게 잘했어요 해 줬을 때 다미 기분이 어땠을까?" 하고 아이가 스스로 등장인물의 감정을 이해하고, 가능하면 말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가 컸다고 해요. 등장인물의 감정을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와 사실적인 표정, 몸짓으로 잘 표현된 책을 함께 읽으면서 아이에게 감정을 묻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면 감정 이해와 공감 능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책으로 사회성을 키우는 것은 정서가 복잡해지기 시작하고 대인관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만 3세 이후에 더욱 중요해진다고 해요. 만 3세 이후에는 부모가 아이를 사랑해 주는 내용과 기본적인 감정 이해를 돕는 책 외에도 다양한 내용의 책이 정서와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돼요.
사운드북과 세이펜은 어떨까요
사운드북은 앞에서 말한 조작하는 책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어요. 아이가 조작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배움의 효과는 조금 떨어질 수 있고, 책보다는 장난감으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지만 베싸는 사운드북이든 전자 장난감이든 다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아이의 발달에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준다는 근거가 있는 건 아니라서, 가끔 한 번씩 가지고 노는 건 괜찮다고 생각해요. 다만 전반적으로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니 가지고 노는 시간이 너무 과하지 않게 해 주시면 좋겠어요. 사운드북이나 세이펜처럼 뭔가를 눌렀을 때 즉각 피드백이 나오는 장난감을 과도하게 접하면, 그런 즉각적인 피드백이 없는 일반 장난감에는 흥미를 덜 느낄 수 있거든요. 또 영상 시청과 마찬가지로 부모와의 상호작용 수준을 떨어뜨려서 발달에 도움이 되는 시간을 빼앗기도 하고요.
세이펜은 나이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어요. 여러 글에서 말씀드렸지만 만 3세 미만 아이들은 영상이나 녹음된 소리로 접한 내용을 현실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요. 그러니 세이펜으로 음성을 듣는 것 역시 어린 아이에게는 언어 발달 효과가 미미하다고 할 수 있죠. 어른이 직접 읽어 줄 때 가장 도움이 돼요. 그래도 영상 시청과 비교하면 조금 나은 것 같아요. 세이펜은 아이가 그림을 누르면 거기에 반응해서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 수동적으로 영상을 보거나 녹음을 듣기만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거든요. 영상으로 배울 때와 이것저것 누를 수 있는 태블릿으로 배울 때를 비교했더니 태블릿으로 배운 내용을 현실에 조금 더 잘 적용했다는 연구가 있어요. 사람이 읽어 주는 것이 가장 좋지만, 아이가 클수록 녹음이나 영상으로도 어느 정도는 배울 수 있어요.
정리하면 세이펜이라는 도구는 특히 어린 아이에게 아주 교육적인 것은 아니고, 책을 읽을 때는 부모가 풍부하게 상호작용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읽어 주는 것이 가장 좋아요. 다만 과하지 않다는 전제하에, 부모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해 주기 어려운 시간에 조금씩 쓰거나, 아이를 세이펜에 맡기지 않고 부모가 함께 상호작용하면서 활용하는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요. 베싸는 세이펜이 없는데, 만약 갖게 된다면 다미가 항상 가지고 놀 수 있게 열어 두기보다 넣어 뒀다가 가끔 함께 음원을 듣는 용도로만 쓸 것 같아요. 아이와 함께 음악을 들으며 노래도 부르고 몸도 움직이는 건 좋은 놀이인데, 세이펜이 음악을 듣기에는 꽤 편한 도구거든요.
정리해 보면
- 이야기책을 읽을 때 부모의 문장이 더 다양해지니, 정보전달 책만 있지 않은지 책장을 점검하세요.
- 좋은 책의 기준을 한 권에 다 요구하지 말고 '이 책은 이 점이 괜찮네' 식으로 나눠 보세요.
- 플랩북이나 팝업북처럼 조작하는 요소는 조작이 핵심 개념을 전달할 때만 고르세요.
- 아이가 사랑받고 보살핌받는 내용의 책, 등장인물의 감정을 묻고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이 정서 발달에 좋아요.
- 사운드북과 세이펜은 없앨 필요는 없지만, 과하지 않게 부모와 함께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