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놀아 줘도 별로 재미있어하지 않는 것 같은 우리 아기, 그래서 장난감만 계속 사 모으고 있나요? 앞선 글에서 아이에게 좋은 장난감과 나쁜 장난감을 이야기했는데, 이번에는 장난감이 아니라 놀아 주는 사람 쪽을 볼게요. 6개월과 12개월 때 집에서의 놀이 환경이 36개월 때 아이의 IQ를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고 했죠. 그러면 엄마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놀이에 참여해야 할까요.

시선으로 함께 집중하기

사람은 굉장히 사회적인 동물이에요. 아기도 아주 어릴 때부터 어른과 주고받는 상호작용을 시작하고, 좀 빠른 아기들은 소리를 내서 응답하기도 하죠. 그런데 말보다 더 빨리 생기는 능력이 있는데, 바로 시선 따라가기예요. 연구에 따르면 다른 사람이 집중해서 쳐다보는 방향을 따라 쳐다보는 경향은 빠르면 생후 6개월부터 나타나고, 12개월 정도면 기본적인 시선 따라가기를 잘하게 돼요. 12~18개월 사이에는 시야 밖의 공간으로도 시선을 따라가요. 엄마가 아기의 뒤쪽을 보고 있으면 아기도 따라서 뒤를 돌아보는, 고급화된 시선 따라가기죠.

이 시선 따라가기 덕분에 엄마와 아기는 '함께 집중하기'를 할 수 있게 돼요. 이 연구에서는 엄마가 다른 곳이 아니라 아기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과 아기를 번갈아 가며 열심히 쳐다볼 때, 아기가 그 장난감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더 집중해서 길게 놀았다고 해요. 물론 그 놀이에서 더 많이 배우고, 무언가에 집중하는 능력도 길러졌겠죠. 그러니 아기와 놀아 줄 때는 아기가 엄마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자세로, 아기가 엄마를 볼 수 있게 앉아 주세요.

같은 연구에서는 엄마와 아기가 함께 집중하기를 많이 할수록 아기가 말을 더 빨리 한다는 사실도 밝혔어요. 아기의 언어 발달 연구들을 보면, 아기는 현실의 물체나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두고 어른이 하는 말소리를 들으면서 대상과 말소리의 관계를 조금씩 이해해 가요. 놀이하면서 함께 집중해야 지금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나 행동, 그 결과를 설명하는 말이 계속 들어가고, 그게 더 빠른 언어 습득으로 이어지는 거예요.

그러니 아기와 놀아 줄 때는 핸드폰이나 TV는 잠시 멈추고 최대한 놀이에 집중해 주세요. 특히 TV를 켜 놓으면 엄마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한 번씩 TV로 가게 되거든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엄마의 시선이나 기분을 아주 민감하게 알아챈다는 연구 결과가 많아요.

과장된 말과 몸짓, 모셔니즈

모셔니즈(motionese)는 아이와 놀아 줄 때 하는 일종의 아기 지향적인 행동을 말해요. 엄마가 장난감 가지고 노는 법을 아기에게 시범으로 보여 줄 때 과장되게 움직이고, 반복해서 행동하고, 쉽게 설명하고, 장난감을 톡톡 두드리거나 가리키고, 아기의 눈과 장난감을 번갈아 쳐다보고, 아기의 행동에 눈을 맞추며 피드백을 주는 것들이죠. 타고나기를 이런 걸 잘하시는 분도 있고 잘 안 되는 분도 있겠지만, 잘 안 되더라도 열심히 연습하면 늘어요. 연구에 따르면 엄마가 모셔니즈를 잘할수록 아기가 놀이와 장난감에 훨씬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러니 아기에게 장난감을 보여 주실 때는 '내가 이렇게 호들갑스러운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해 주세요.

장난감은 조금만 꺼내 놓기

18~30개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있어요. 아이들을 두 종류의 놀이 공간에 데려다 놓았는데, 한쪽에는 장난감이 4개, 다른 쪽에는 16개가 있었어요. 두 공간에서 노는 모습을 관찰했더니, 장난감이 4개 있는 공간의 아이들이 한 장난감에 2배 이상 더 오래 집중했고, 하나의 장난감을 더 다양한 방법으로 가지고 노는 경향이 있었어요. 장난감이 너무 많으면 그 자체로 분위기가 산만해지고, 금방 눈에 보이는 다른 장난감으로 관심이 옮겨 가서 한 장난감에 집중해서 놀지 않게 되는 거죠. 18개월 이상 아이들 대상 연구지만 더 어린 아기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베싸는 생각해요.

그러니 장난감을 잔뜩 늘어놓거나 가지고 있는 장난감을 모두 진열해 두고 놀지 마시고, 장난감은 하나의 상자에 넣어 두고 한 번에 3~5개 정도만 꺼내서 노는 것을 권해요. 논문에서는 18개월 이상 아기 장난감을 카테고리로 나누고 있으니, 종류별로 하나씩 꺼내 놓고 노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 아기 놀이 공간을 미니멀하게 꾸미고 싶어요. 아이가 놀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단출한 놀이 공간, 어떠세요?

열심히 탐구하지 않는 아기라면

앞선 글에서도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엄마가 아기의 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줄수록 물체와 장난감을 더 적극적으로 탐구하는 아이로 크는 경향이 있었어요. 보통 아기들은 6개월 정도가 되면 세상에 왕성한 호기심을 보여요. 우리 아기가 그럴 나이가 되었는데도 별로 탐구하려는 호기심이 없고, 뭔가를 향해 열심히 손을 뻗지도 않고, 주변 세상을 알아보는 데 별 관심이 없다면, 엄마가 아기의 신호에 바로바로 반응해 주고 아기를 늘 세심하게 살피면서 열심히 상호작용해 왔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이런 양육 방식을 반응육아라고 해요. 적극적으로 세상을 탐구하는 아기는 엄마와 함께할 때뿐 아니라 혼자서도 잘 놀고 잘 배우고, 결과적으로 학교에서도 세상에서도 성공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요.

어린 아기라면 장난감에 너무 기대하지 않기

이건 논문이 아니라 베싸의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돌 이전의 아기들은 놀이보다 탐구의 비중이 더 크다고 앞서 말씀드렸죠. 이게 어떻게 작동하는지, 내 탐구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지 시도해 볼 만한 탐구 가치가 적은 장난감이라면 아기가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어요. 또 이렇게 어린 아기들은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기도 하고요.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금방 싫증을 내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어제는 싫증을 냈다가 오늘은 또 열심히 들여다보기도 하고요.

그러니 아기가 장난감을 가지고 잘 놀지 않는다고 너무 실망하거나 자꾸 새 장난감을 사 주려고 하지 마세요. 엄마가 놀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집중해서 함께 놀아 줘 보고, 별 반응이 없다면 장난감 놀이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어요. 아기는 집 안의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고 싶을 수도 있고, 창밖을 한번 내다보고 싶을 수도 있고, 바깥으로 나가고 싶을 수도 있고, 힘들지만 엄마가 몸으로 좀 놀아 줘야 하는 시기일 수도 있거든요. 베싸의 경험으로는 돌 전 아기들은 장난감이 없어도 열심히 탐구 활동을 하고 충분히 발달하고, 그 과정에서 재미도 느끼는 것 같아요.

정리해 보면

  • 아기가 엄마의 시선을 볼 수 있는 자세로 앉아, 아기와 장난감을 번갈아 보며 함께 집중하세요. 핸드폰과 TV는 잠시 끄고요.
  • 과장된 말과 몸짓으로 장난감을 보여 주세요.
  • 장난감은 상자에 넣어 두고 한 번에 3~5개만 꺼내 놓으세요.
  • 아기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해 주는 반응육아를 하세요.
  • 어린 아기는 장난감에 금방 싫증을 내니 장난감 놀이에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