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 유아의 협조를 부드럽게 이끌어내는 것이 왜 중요한지 말씀드렸어요. 이번에는 구체적인 전략이에요. 다만 전략에 들어가기 전에, 뭘 배우든 그걸 내가 잘 실천할 수 있는 환경부터 알아 두시면 좋아요. 그래야 적용이 잘 안 돼도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갈 힘이 생기거든요.

전략보다 먼저, 부모의 여유와 아이의 상태

자율성 지지 육아나 제가 평소 강조하는 반응육아 같은 긍정적인 육아 방식은 부모의 정신적, 체력적 에너지가 뒷받침되어야 해요. 평소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부모는 인내심을 발휘하며 아이를 차분하고 여유 있게 존중해 주기가 쉽지 않아요. 특히 통제적인 육아를 받고 자랐다면, 아마 한국의 많은 부모님이 그러실 텐데, 아이의 자율성을 지지한다는 건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일이에요. 내 안에서 아이를 통제하라고 외치는 목소리와 싸우며 나아가야 하니 힘든 여정일 수밖에 없죠. 그래서 여유가 부족하고 정신적으로 힘들 때는 익숙한 통제가 먼저 나오기 쉬워요.

좋은 육아 방식을 배웠는데 실천이 잘 안 된다면, 지금 내 육아 환경이 열악하지 않은지 먼저 생각해 보세요. 자책하기보다 더 좋은 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쓰면서, 오늘 한 번이라도 통제 대신 자율성 지지를 한 것에 집중하는 거예요. 한 걸음씩 성공 경험을 쌓는 게 변화의 시작이에요.

아이의 발달 수준과 개인차도 생각해야 해요. 옆집 아이에게 통한다고 같은 나이인 우리 아이에게도 통할 거라고 기대하지 마세요.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듯 협조는 자기조절력과 뗄 수 없는 관계라서, 자기조절력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아이에게는 아무리 창의적인 전략을 써도 잘 먹히지 않을 수 있어요. 게다가 자기조절력은 우리 아이 80점, 옆집 아이 100점처럼 고정된 수치가 아니라 매일 변동해요. 그날 자제력을 쓸 일이 많아 고갈됐다거나, 어린이집 적응기라거나, 부부싸움이 잦아 스트레스 수준이 높다거나 하면 낮게 느껴질 수 있죠. 그러니 유난히 협조가 어려운 날 '내가 문제인가, 아이가 문제인가' 하고 성급하게 결론 내리지 말고, 오늘 안 먹히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으니 내일 다시 해 보자고 편하게 생각해 주세요.

자율성을 지지하는 육아는 아이가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어서도 이어지는 길고 긴 여정이에요. 마라톤 초반 몇 분 차이에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잖아요. 한 번에 마법같이 통하는 전략은 없어요. 그래도 실패했든 성공했든, "나는 너의 협조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할 용의가 있어"라는 메시지를 아이에게 전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어요. 이 메시지가 쌓일수록 관계가 좋아지고 아이의 협조성도 올라오거든요.

쉬운 것부터, 한 걸음씩

수면 거부가 극심한 아이를 침대로 데려가기, 양치 거부가 심한 아이에게 양치시키기 같은 난이도 높은 과제는 시도는 해 보시되, 잘 안 되면 성공에 대한 기대치를 조금 나중으로 미뤄 두셔도 괜찮아요. 아이든 부모든 너무 어려운 과제부터 도전하면 좌절감이 쌓여서 시도조차 하기 싫어지거든요.

신발 혼자 신기가 안 되면 엄마가 신겨 주고 지퍼만 올리게 하기, 그릇을 싱크대에 가져다 놓기가 안 되면 젓가락 하나만 가져다 놓게 하기, 걷기 싫어해도 열 걸음만 더 걷게 하기, 그것도 싫다면 다섯 걸음. 이렇게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쉬운 것부터 협조를 이끌어내세요. 성공하면 하기 싫었는데도 따라와 준 아이를 폭풍 칭찬해 주고, 쉽게 통제할 수 있었는데 어렵게 협조를 이끌어낸 나 자신도 칭찬해 주세요. 그렇게 가다 보면 어느 날 뒤를 돌아봤을 때 아이도 부모도 훌쩍 성장해 있는 걸 보고 놀라는 날이 와요.

아이 마음속 두 가지 힘

육아서를 쓰기 시작하면서 한동안 도서관에 다니며 육아서를 엄청나게 읽었는데, 상당수가 이 협조의 기술을 가르치는 내용이었어요. 유아의 협조를 부드럽게 이끌어내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겠죠. 그 책들을 읽으며 제 나름의 이론이 정립됐어요. 아이 마음속에는 크게 두 가지 마음이 있어요. 부모의 말을 기꺼이 들어주고 싶은 협조하려는 마음, 그리고 그렇게 하기 싫은 거부하려는 마음.

부모가 "양치하자"고 했을 때 아이 마음속에서는 이 두 마음이 싸워요. 협조하려는 마음이 기본으로 있는 이유는 대다수 아이가 부모를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좋아하는 사람이 하자는 대로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죠. 그래서 부모와 관계가 좋을수록 협조하려는 마음의 기본값이 높아 협조를 이끌어내기 쉬워요. 반면 거부감을 만드는 요소도 다양해요. 나는 부모와 독립된 인격이라는 자율성을 내세우고 싶어서 무조건 "아니야" 하고 싶어지는 시기도 있고요. 이 시기에는 청개구리처럼 반대로 시키면 더 말을 잘 듣기도 하잖아요. 지난번 양치 때의 부정적인 기억, 낯선 자극에 대한 막연한 불안, 지금 하는 놀이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도 거부감이 돼요.

아이가 순순히 양치를 받아들이려면 거부감보다 협조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커야 해요. 자기조절력이 충분하면 아이가 스스로 거부감을 낮출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부모가 이런저런 전략으로 협조하고 싶은 마음이 거부감보다 커지도록 상황을 만들어 가야 해요. 이게 협조 이끌어내기의 핵심이에요. 전략은 크게 세 방향인데, 여기서는 거부감을 낮추는 전략을 다룰게요.

공감하기, 이것만 배워 가셔도 돼요

앞으로 나올 전략을 다 배워서 써먹기가 너무 어렵다면 공감하기만 배워 가셔도 돼요. 가장 중요하거든요. 많은 분이 이 첫 단계에서 이미 실패해요. 부모가 요청했을 때 아이가 거부한다면 마음이 굉장히 닫혀 있는 경우가 많아요. 여기서 몰아붙이거나 억지로 하거나 이성으로 설득하려 들면 마음은 더 꽁꽁 닫혀요. 방어 태세에 들어가서 아무것도 안 들리죠. 해와 바람이 나그네 옷 벗기기 시합을 하는 우화 아시죠. 바람이 아무리 매섭게 몰아쳐도 나그네는 옷을 싸매기만 하다가, 해가 따뜻하게 비추자 옷을 벗잖아요.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해처럼 다가가야 해요.

그저께 다미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주고 "엄마 한 입 줄래?" 했더니 싫은 얼굴을 하더라고요. 맛있게 먹고 있는데 달라고 하니 거부감이 딱 든 거죠. 여기서 "엄마 안 줄 거야?"라거나 "엄마가 사 준 거잖아, 양보도 해야지" 하면 마음이 더 닫힐 걸 알았어요. 억지로 받아낼 수도 있었겠지만 아이는 굉장히 억울하고 부당하다고 느꼈겠죠. 그래서 "너무너무 맛있어서 조금밖에 못 먹게 될까 봐 걱정했구나. 주기 싫으면 안 줘도 돼"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다미가 조금 생각하다가 약간 주저하면서도 아이스크림을 내밀더라고요. 한 입 먹고 "너무 맛있다, 고마워" 했고요.

거부감을 낮추려면 일단 아이의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해요. 부부싸움도 마음이 조금이라도 먼저 열린 사람이 다가가서 "속상했지" 한마디만 해 줘도 꽁꽁 닫혔던 마음이 놀랍게 열리잖아요. 상대의 마음을 여는 가장 기본적이고 쉬운 방법이 공감이에요. 양치하기 싫은 마음, 자러 가기 싫은 마음, 아이스크림 한 입 주기 싫은 마음을 꾸짖지 않고 인정해 주는 거죠. 사람은 누구나 자기 마음을 알아주길 원하고, 어린아이도 마찬가지예요. 훈육하기 전에 공감부터 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에요. 마음이 열려야 부모의 말이 들리거든요.

공감에도 단계가 있어요. "양치하기 싫었구나"는 아주 기초적인 1단계예요. 내 아이를 더 잘 파악하고 있다면 더 세심하게 공감할 수 있어요. 지난번에 좀 억지로 시켜서 거부감이 생긴 것 같다면 "그때처럼 엄마가 얼굴 꽉 잡고 억지로 할까 봐 걱정됐구나", 촉감이 예민한 아이라면 "칫솔이 뾰족뾰족하게 입안에 닿는 느낌이 불편했구나"라고요. 마음을 세세하게 알아줄수록 잘 통해요. 영혼 없이 "그랬구나"만 하기보다 정말 공감한다는 표정과 말투, 이런 비언어적 소통도 중요하고요. 물론 영혼 없는 공감이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아요.

살짝 사족인데, MBTI에서 T인 분들은 공감하기가 좀 어려울 수 있어요. 제가 진짜 T거든요. 고민 상담할 때 공감보다 실질적인 해결책부터 주려는 타입이요. 이런 분들은 공감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으면 자꾸 아이에게 이성적으로 접근하게 돼요. "아이스크림 나눠 먹기 싫었구나, 그럴 수도 있지"가 아니라 "너 아이스크림 많잖아, 한 입 줘도 이렇게 많은데 혼자 다 먹겠다고?" 하며 논리와 사실로 설득하려는 거죠. 이런 설득은 어른에게도 잘 안 통하고, 전두엽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에게는 더 안 통해요. 감정을 무시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시기만 하면 돼요.

어떤 때는 실제보다 오버해서 공감하는 게 통하기도 해요. 책에서 배운 '과장해서 상상하기'인데, 아이의 하기 싫은 마음이나 하고 싶은 욕구를 인정하면서 상상 속에서 그 욕구를 극단까지 함께 밀고 가는 상상놀이 같은 거예요. 아이가 초코 과자를 먹고 싶어 한다면 "초코 너무 맛있지. 초코로 밥도 먹고 아침도 점심도 초코 먹고, 물도 초코로 마시고 초코 치약으로 이도 닦으면 진짜 좋겠다, 그치?" 하며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거죠. 그러면 초코에 집착하던 마음이 조금 풀어져요. 욕구를 차단하지 않고 공감을 바탕으로 마음을 열어 주면서 상상하다 보면 대리만족도 되고, 주의가 자연스럽게 다른 데로 넘어가요. 모든 상황에 쓸 수 있는 건 아니지만요.

가장 중요한 건 거부하는 아이의 마음에 최대한 진심으로 공감하며 마음의 문을 열고, 유대의 끈을 놓지 않고 "우리는 같은 편이야"라는 분위기로 같이 가는 거예요. 세상 모든 갈등을 푸는 데 기본이면서도 쉽지 않은 미션이죠. 그래도 연습하면 조금씩 좋아져요. 저도 그랬어요.

놀이로 바꾸기

놀이는 육아에 적절히 활용하면 육아가 참 쉬워지는 매력적인 도구예요. 각 잡고 하는 놀이가 아니어도 아이와의 일상을 매끄럽게 풀어 가는 데 놀이를 많이 써 보세요. 놀이 속에서 아이는 불편하고 불안하고 부담스러운 일상 과제를 더 편안하고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경험할 수 있고, 그래서 거부감이 줄어요. 아이가 변기나 욕조, 카시트를 거부한다면 인형을 변기에 앉히기, 인형을 욕조에서 목욕시키기, 인형을 카시트에 태우기 같은 놀이로 대리 경험을 하게 해 줄 수 있어요.

"지금 목욕할 시간이야, 더러우니까 목욕해야 돼"와 "우리 인형 목욕시켜 주자, 목욕놀이 하자"는 본질적으로 같은 활동이지만, 부모가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아이가 느끼는 거부감 수준 자체가 크게 달라요. 협조를 이끌어낼 때는 늘 놀이를 곁들여 장난스럽게 요청해 보세요. "이걸 어떻게 놀이로 바꿔 볼까" 하는 고민도 조금씩 해 보시고요. 아이를 먹일 때 비행기 놀이를 하는 게 안 좋다는 분도 있지만, 저는 싫은 것을 긍정적인 경험으로 바꿔 준다는 면에서 괜찮은 전략이라고 생각해요. 베싸네 집에서도 종종 썼어요.

단계를 쪼개서 제안하기

거부감을 낮추는 또 다른 좋은 방법은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단계를 나눠 제안하는 거예요. 특히 수면 거부에 굉장히 유용해요.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잠에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경우가 많아서 "자러 가자" 하면 거부감이 먼저 올라오죠.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이 들어간 수면 의식이 참 유용해요. 베싸네 집에서는 잘 시간이 되면 불을 조금 어둡게 해서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고 "책 읽으러 가자"고 해요. 다미가 노느라 오지 않으면 제가 먼저 들어가서 큰 소리로 책을 읽고 있기도 하고요. 다미도 그게 잘 시간이라는 뜻인 걸 알지만, 좋아하는 활동을 권한 거라 거부감 없이 순순히 따라와요. 책을 읽고, 불을 끄고, 이야기나 노래를 듣고, 이렇게 조금씩 졸린 분위기로 이끌어서 거부감보다 졸림이 커져 결국 잠들게 하는 거죠.

다른 영역에서도 아이가 거부하면 단계를 한번 쪼개 보세요. 장난감 정리는 아이에게 너무 크고 어렵게 느껴지는 데다 재미도 없는 과제라 거부할 수 있어요. "이쪽에 있는 인형들을 저 선반에 예쁘게 줄 세워 줄래?" 하고 해 볼 만한 수준으로 낮춰 제안하면 거부감이 줄어요. 양치를 거부하는 아이에게는 "양치하자" 대신 "우리 뽀로로 칫솔에 치약 묻히러 가자"고 해 볼 수 있고요. 이렇게 아이가 그렇게 싫어하지 않는 부분을 먼저 제안해 거부감을 낮춘 뒤에 다음 단계로 조금씩 안내해 주시면 돼요.

정리해 보면

  • 긍정적인 육아는 부모의 여유가 있어야 가능해요. 실천이 안 되면 자책보다 환경부터 점검하세요.
  • 아이의 자기조절력은 매일 달라져요. 오늘 안 먹히면 내일 다시 해 보세요.
  • 어려운 과제보다 쉬운 것부터 협조를 이끌어내고, 성공하면 아이와 나를 칭찬하세요.
  • 거부하는 아이의 마음은 꾸짖지 말고 공감으로 먼저 여세요.
  • 싫어하는 일은 놀이로 바꾸고, 받아들일 수 있는 크기로 단계를 쪼개 제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