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안 먹어서 고민인 분이 정말 많죠. 안 그래도 힘든 육아에서 큰 스트레스가 되는 부분이에요. 연구에서는 이런 아이를 피키 이터(picky eater)라고 부르는데, 이런 것도 연구가 되나 싶으시겠지만 전 세계 수많은 부모가 힘들어하는 만큼 상당히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어요. 여기서는 한국식으로 '잘 안 먹는 아이'라고 부를게요.

왜 안 먹는지 알면 덜 힘들어요

연구마다 정의가 달라 비율은 크게 차이 나지만, 만 3세 이전 아이를 키우는 부모 중 적게는 6%에서 많게는 50%까지가 우리 아이는 잘 안 먹는다고 답했다고 해요. 얼마 전 베싸가 설문했을 때도 비슷한 수치가 나왔어요.

아이들은 대체 왜 이렇게 안 먹을까요. 이 답을 알아 갈수록 육아 전반의 스트레스가 놀랍게 줄어들어요. 원인을 이해하지 않고 "너는 왜 이렇게 안 먹어서 엄마를 힘들게 하니" 식으로 접근하면 식사 시간은 계속 힘들 수밖에 없어요.

보통 두 돌쯤 넘어가면 많은 부모님이, 저도 그랬지만, 스트레스에서 자신을 보호하려고 "얘는 원래 안 먹는 애구나, 받아들이자"는 결론을 내려요. '왜 이렇게 안 먹을까' 하는 안경도, '원래 안 먹는 애구나' 하는 안경도 잘 안 먹는 아이라는 현상을 바라보는 부모의 프레임이에요. 그런데 이번에 리서치를 하다가 아이 먹이기라는 사소해 보이는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하고 부모를 돕는 데 평생을 바친 엘린 새터(Ellyn Satter)라는 분을 알게 됐어요. 심리치료사이자 이 분야의 국제적인 권위자인데, 이분의 논문과 책에서 진작 알았더라면 좋았을 안경을 하나 얻었어요.

아이에게 식사는 천천히 배워 가는 기술이에요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이에요. "부모들은 가끔 먹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아이에게 식사는 굉장히 복잡한 행위이고 서서히 배워 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먹는 동작이 익숙해지는 것, 가족 식사라는 사회적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 테이블 매너를 배우고 다양한 맛과 향의 음식에 익숙해지는 것은 모두 아이들이 자라면서 천천히 배워 나가야 할 사회적인 기술이다."

지금 안 먹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걱정하느라, 식사라는 행위가 아이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것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아이가 눈에 띄지 않게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점을 놓치고 계실 수도 있어요.

먹이는 문제의 근본 원인 세 가지

새터 선생님은 아이를 먹이는 문제의 근본 원인은 세 가지 중 하나라고 정리했어요.

  • 의학적인 문제. 특정 미네랄 결핍, 우울, 분리불안 같은 정서 문제가 식욕에 영향을 줘서 의학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예요. 상당히 소수이긴 하지만, 몸무게가 늘지 않거나 계속 줄어들거나, 아이가 자꾸 괴로워하거나, 성장곡선에서 몸무게가 하위 3% 미만이라면 병원에 꼭 가 보셔야 해요.
  • 적절하지 않은 음식 선택. 아직 씹을 준비가 안 된 아이에게 너무 큰 덩어리를 주거나, 그 시기가 지났는데도 액체 식사만 주거나, 싫어하는 음식으로만 혹은 좋아하는 음식으로만 접시를 채우는 경우죠.
  • 식사를 둘러싼 잘못된 관계. 식사 시간에 부모가 하는 행동과 메시지, 무의식중에 비치는 태도, 거기에 아이가 보이는 반응, 그 반응이 다시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 이렇게 주고받는 역학을 말해요.

이 중에서도 세 번째 요인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서 이 글도 주로 여기에 초점을 맞춰요. 우리 아이만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나, 살짝만 마음의 문을 열어 보셨으면 좋겠어요.

먹이려는 압력이 식사 거부를 키워요

이 분야의 연구 논문과 부모 교육 자료에 항상 공통으로 나오는 말이 있어요. 'pressure to eat', 아이에게 먹어야 한다는 압력을 가하는 것. 부모가 먹여야 한다는 압력을 느끼고 그걸 아이에게 행사할수록 즐거운 식사 시간과는 점점 멀어져요. 그리고 긍정적인 식사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잘 안 먹는 문제를 푸는, 쉽지는 않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에요.

예전에 해외 블로그에서 읽고 다미를 먹이는 제 태도가 상당히 바뀐 이야기가 있어요.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가 여름방학에 친구 딸을 한동안 맡았는데, 친구는 "정말 안 먹는 아이니 이런 수단을 써서 먹여라"는 빽빽한 가이드를 보냈대요. 이 엄마는 가이드를 무시하고 평소처럼 건강한 식단을 차렸고, 아이가 안 먹겠다고 하자 "이게 우리 아침 식사야. 먹을 수 있는 게 없다면 어쩔 수 없지"라고만 했어요. 아이는 사흘 동안 한 입도 안 먹다가 나흘째 아침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더 달라고 했고, 그 뒤로는 가리지 않고 잘 먹어서 더 통통해졌대요. 그러다 "내일 너희 엄마가 데리러 온대"라는 말을 들은 순간, 첫날로 돌아가 입을 싹 닫았다는 이야기예요. 부모의 태도와 심리적인 역학이 식사 거부에 크게 작용한다는 게 느껴지시나요.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근거 없는 이야기도 아니에요. 15개월 아이의 부모를 조사했더니 56%가 편식을 한다고 답했는데, 그중 걱정 수준이 높았던 부모 그룹에서는 만 3세에 절반 정도가 아주 안 먹는 아이가 되어 있었고, 똑같이 편식을 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그룹에서는 약 17%만 그랬다고 해요. 5천 쌍 넘는 대규모 표본을 쓴 다른 연구에서는 만 3세에 잘 안 먹는 아이일수록 부모가 더 먹이려는 압력을 가했고, 2년 뒤 비교하니 그렇게 애쓴 경우에 아이가 더 안 먹는 아이로 자랐을 가능성이 높았어요. 이런 결과는 다른 연구에서도 반복돼요. 부모가 너무 걱정해서 먹이는 데 집착하면 식사 거부는 오히려 심해질 수 있다는 거죠.

앞선 글에서 말씀드린 수면 거부가 생기는 과정과 비슷하죠. 돌 이후 유아기는 뭐든 자기가 통제권을 가지려 하고 자율성을 얻으려고 엄청나게 투쟁하는 시기라, 억지로 재우거나 먹이려는 태도가 거부감이나 투쟁으로 이어지기 쉬워요.

걱정이 실제 문제보다 커지고 있지는 않나요

오해하지 마셨으면 하는 건, 한 입이라도 더 먹이려는 마음은 부모로서 당연하고 자연스럽다는 거예요. 저도 그랬고요. 한 쌍둥이 연구에서는 둘 중 잘 안 먹는 아이에게 부모가 더 먹이려는 압력을 가하는 경향이 발견됐어요. 부모 성격이 원래 그래서가 아니라 아이의 안 먹는 행동이 부모의 태도를 끌어낸다는 거죠. 부모가 압박해서 아이가 안 먹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양방향 관계예요.

그래도 이 걱정이 실제 문제보다 커져서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생각해 보셔야 해요. 한 연구에 따르면 첫째 아이의 부모는 둘째나 셋째의 부모보다 아이가 안 먹어서 크게 걱정하게 될 가능성이 두 배나 된다고 해요. 초보 부모의 과도한 불안이 개입된다는 뜻이겠죠. 첫째이고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다미를 키우는 베싸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런데 18개월 영유아 검진에서 보니 키는 딱 중간, 몸무게는 하위 25~30%로 적게 나가는 편이긴 해도 지극히 정상이더라고요. 그 결과지를 보면서 '자기 양만큼 먹으면서 잘 자라고 있는 애를 두고 내가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았지' 싶었어요. 정말 의학적인 도움이 필요할 만큼 영양이 부족하거나 빼빼 마른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돌이 지나면 원래 덜 먹는 것처럼 보여요

돌 무렵부터는 발달적으로 아이가 안 먹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들이 있어요. 돌 전처럼 잘 먹고 몸무게도 쑥쑥 늘기를 바라실 수 있는데, 기대치를 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거죠. 한 논문은 유아를 둔 부모의 25~30%가 아이가 안 먹어서 걱정이라고 답하지만 대부분은 정상적인 식욕과 성장 속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해요. 그리고 잘 안 먹는 아이 중 상당수는 그렇게 태어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적게 먹게 된 아이를 더 먹게 만들려는 부모의 노력이 낳은 부작용이라고요. 유아기 아이가 안 먹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세 가지예요.

첫째, 돌이 지나 유아기에 접어들면 식욕이 자연스럽게 줄고 몸무게 느는 속도도 눈에 띄게 느려져요. 돌 전에는 잘 먹던 아이가 분유나 모유도 끊었는데 식사를 잘 안 하면 부모는 걱정하게 되죠.

둘째, 유아는 끼니마다 먹는 양이 들쭉날쭉할 수 있어요. 그래도 하루 단위로 보면 거의 매일 일정한 에너지를 유지한다고 해요. 스스로 필요한 만큼 먹는 능력이 있다는 거죠. 논문 표현을 빌리면, 영양이 부족할까 걱정하는 부모는 많은 경우 끼니 간 식욕 변동에 과민 반응하고 있는 것일 수 있어요. 점심에 두 숟갈 먹고 말았다고 벌써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셋째, 유아는 영아 때보다 새로운 음식에 더 신중해요. 진화적인 생존 본능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 있어요. 영아기에는 부모가 준비해 준 음식만 먹으니 입에 들어온 음식이 대체로 안전하지만, 유아기에는 걸어 다니며 뭐든 집어 입에 넣을 수 있으니 아무거나 덥석 삼켰다가는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죠.

새로운 음식은 열 번 넘게 걸릴 수 있어요

신중하다는 것이지 절대 안 먹게 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강요받지 않고 중립적으로 그 음식을 반복해서 경험하면, 그냥 보는 것이든 가지고 노는 것이든 입에 넣었다 뱉는 것이든, 열 번까지 걸릴 수 있지만 결국은 대체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해요. 다만 강요하거나 뇌물을 쓰거나 속여서 먹이는 식으로 강함이 들어가면 20번, 30번이 되어도 계속 겁나는 대상으로 남을 수 있어요.

아이가 음식을 뱉는 것도 많이 걱정하시죠. 뱉으면 크게 혼내신 경험도 있으실 거예요. 하지만 식사 시간은 최대한 즐거워야 하고, 테이블 매너 교육도 아이의 발달 단계와 니즈를 고려해서 이루어져야 해요. 유아의 건강한 식습관 가이드라인을 다룬 한 논문은 이렇게 말해요. "어떤 음식을 먹게 하려면 유아는 어른이 그걸 먹는 걸 봐야 한다. 그리고 유아는 그 음식을 입에 넣어 봤다가 다시 뱉는다. 부모는 이걸 거부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아이가 음식을 경험하는 방식이다. 결국 여러 번의 노출 끝에 아이는 그 음식을 마스터하게 된다. 이 과정을 단축하려는 인위적인 노력은 역효과가 날 뿐이다."

특정 음식만 안 먹어서 고민이라는 댓글도 많이 봤어요. 거기에는 부모가 잘 모르는 아이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 있어요. 처음 접했을 때 뱉었다가 크게 혼났거나, 부모의 표정이 굳어 있었거나, 먹기 싫고 피곤한 순간에 경험했거나. 이럴 때 '아직 이 음식을 마스터하지 못했구나'라고 생각하는 것과 '이걸 안 먹어서 정말 큰일이야'라고 생각하는 건 상당히 다른 대처로 이어져요.

전자라면 하루 이틀 뒤에 다시 줘 보면 돼요. 안 먹는다고 하면 "안 먹을 거야? 맛있는데" 하면서 쿨하게 엄마가 먹는 모습을 보여 주고, 또 하루 이틀 뒤에 "혀만 한번 대 볼래? 잡아 볼래?" 하는 식으로 차근차근 도와줄 수 있어요. 후자라면 볶음밥에 섞어 몰래몰래 주거나, 걱정하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거나, "왜 이렇게 안 먹니" 하고 은연중에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지죠. 어린아이는 부모의 미세한 표정과 말투에 드러나는 부정적인 감정에 아주 민감하고 부모의 스트레스도 쉽게 전염된다는 연구가 많아요. 평소에는 웃으며 사랑스럽게 대해 주는 부모가 식사 시간만 되면 표정이 굳고 한숨을 쉰다면, 아이에게 식사 시간이 긍정적인 개념으로 자리 잡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그러니 특정 음식을 안 먹는다고 걱정할수록 오히려 결과가 나쁠 수 있다는 것, 열 번 혹은 그 이상 걸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먹든지 말든지, 맛있는데" 하는 쿨한 태도로 최대한 중립적으로 반복해서 노출해 주세요. 그리고 뱉어도 괜찮아요.

여기까지 읽고 "그럼 안 먹는 애를 어떻게 해요?" 하는 반발심이 드실 수 있어요. 더 구체적인 원칙들은 따로 있지만, 먼저 안 먹으려는 아이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고 너그러워지는 연습을 해 보시면 좋겠어요. 한 끼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 음식을 아이 몸에 넣는다고 생각하기보다 긍정적인 식사 경험에 초점을 두는 것. 이런 건 부모가 의식적으로 노력하면서 바뀌어 가거든요. 저도 그랬고요.

정리해 보면

  • 아이에게 식사는 천천히 배워 가는 어려운 기술이에요.
  • 먹이려는 압력이 커질수록 식사 거부는 심해져요.
  • 검진 결과가 정상이라면 아이는 자기 양만큼 먹고 있는 거예요. 몸무게가 줄거나 성장곡선 하위 3% 미만이면 병원에 가 보세요.
  • 돌이 지나면 식욕이 줄고 끼니마다 들쭉날쭉해지는 게 자연스러워요.
  • 새 음식은 열 번 넘게 중립적으로 노출하고, 뱉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세요.

진단이나 치료가 필요해 보이면 소아청소년과 등 전문가와 상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