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19.08 · 7:22
수유텀 없는 아기가 행복한 이유
아기는 필요한 만큼 스스로 조절해 먹어요. 시계 대신 아기의 배고픈 신호에 맞춰 수유하세요.
조리원을 퇴원하고 모유 수유를 하던 때, 어느 블로그에서 수유텀에 관한 글을 읽고 2시간 수유텀을 지키려고 애쓴 적이 있어요. 조금씩 자주 먹는 아기의 욕구대로 수유하면 약간만 배고플 때 먹게 되어 배불리 먹지 못하고, 모유의 앞부분인 전유만 계속 먹어 배에 가스가 차서 힘들어진다는 글이었죠. 조금 먹다 금방 잠드는 신생아 다미를 보니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 뒤로 수유를 기록하는 앱을 깔고, 다미가 배고프다고 울어도 2시간이 안 됐으면 힘들게 달래며 시간을 채워서 먹이곤 했어요.
많은 엄마들이 우리 아기 수유텀이 다른 아기와 비교해 정상인지 걱정하고, 저처럼 2시간, 3시간 딱 정해 놓고 수유하려 하고, 그 간격을 늘리려고 애써요. 그런데 수유텀을 지키는 게 정말 아기에게 좋을까요? 공부해 본 결론은, 수유텀 준수는 아기에게 그렇게 좋은 것 같지 않다는 거였어요. 진화인류학 박사가 운영하는 육아 사이트 Parenting Science와 공중보건 저널에 실린 논문을 바탕으로 정리했어요.
먹고 싶을 때 먹는 아기가 가장 적당히 먹어요
아기들은 배고픔과 포만감이라는 내부 감각을 잘 활용해서, 자기에게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칼로리만큼 딱 먹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연구로 밝혀졌어요. 모유든 분유든 상관없이요. 배불러도 계속 먹기도 하는 어른보다 자제력이 나은 거죠.
그런데 엄마가 아기의 신호대로 먹이지 않고 수유텀을 지켰을 때, 아이가 커서 비만이 될 확률이 더 높았어요. 엄마가 아기의 신호를 자꾸 무시하면 아기는 배고플 때 먹고 배부를 때 그만 먹는 섭취량 조절 능력을 서서히 잃게 되기 때문이에요. 배고프니까 먹는 게 아니라 먹을 시간이 됐으니 먹는다는 사회적 기준에 따라, 혹은 언제 거부당할지 모르니 가능할 때 많이 먹어 두자는 보상심리에 따라 먹게 되고, 이게 과식으로 이어진다는 거예요.
모유도 아기도 그때그때 달라요
아기의 필요는 계속 변해요. 활동을 많이 한 날도 있고, 열이 나서 수분이 더 필요할 때도 있고, 급성장기라 더 자주 먹어야 할 때도 있죠. 많은 아기에게 나타나는, 주로 저녁에 더 자주 먹는 클러스터 피딩이 생길 때도 있고요.
모유도 마찬가지예요. 엄마마다 모유에 든 지방 양, 즉 칼로리가 달라요. 식사량, 체질량, 나이, 사회경제적 지위, 흡연 여부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연구 결과 100ml의 모유에 든 지방은 2g에서 5g까지 다양했어요. 어떤 엄마의 모유는 다른 엄마의 모유보다 지방이 두 배 이상일 수 있다는 말이에요. 지방 함량이 낮은 모유를 먹는 아기는 위 용량이 한정되어 있으니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1시간 만에 또 먹어야 할 수 있어요. 일괄적으로 2시간에 한 번이라고 정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죠.
모유 지방은 하루 중에도 크게 변해요. 가슴에 모유가 많이 차 있는 아침에는 낮고, 가슴이 말랑해지는 저녁에는 높아요. 또 출산 후 몇 개월에 걸쳐 아기의 칼로리 필요에 맞게 전반적인 지방 함량이 서서히 높아지고요. 엄마가 이런 변화까지 고려해서 수유텀을 정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실제 모유를 먹고 있는 아기가 가장 잘 알 수밖에 없죠.
먹고 싶을 때 먹은 아기가 더 똑똑했다는 연구
수유텀을 지켜 먹은 아기와 먹고 싶을 때 먹은 아기의 IQ를 몇 년 뒤에 측정한 연구가 있어요. 먹고 싶을 때 먹은 아기의 IQ가 5살, 7살, 11살, 그리고 십 대에 이르기까지 네 번 모두 더 높았다고 해요. 연구 저자는 그 이유를 세 가지로 꼽았어요. 먹고 싶은 대로 먹은 아기는 완모 성공 비율이 더 높았을 수 있다는 것, 더 자주 수유하게 됐는데 이것이 어떤 방식으로든 지능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기의 삶에서 가장 큰 활동인 먹는 일을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느냐 아기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주도적인 성격이 형성되고 이것이 나중에 학습 적극성과 IQ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거예요.
Parenting Science의 저자는 아기의 밥 달라는 요청이 계속 거부당하는 것은 반응적인 육아, 즉 아기의 요구에 바로바로 대응해 주는 육아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해요. 반응적인 육아를 했을 때 아기의 뇌 발달이 더 촉진된다는 연구 결과는 많거든요. 다만 이 IQ 연구는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예요.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는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이죠.
베싸는 이제 수유텀을 기록하지 않아요
공부하고 나서 수유텀을 더 이상 기록하지 않게 된 건 당연한 일이겠죠. 배고파하는 기미가 보이면 바로 주고 있어요. 눈을 두리번거리고, 입을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귀엽게 벌리거나, 주먹을 쭉쭉 빠는 여러 단서가 있어요. 때로는 먹은 지 정말 얼마 안 돼서 또 그러기도 하지만, 아기의 신호가 가장 정확하다고 믿고 배고파할 때마다 주고 있어요.
수유텀이라는 건 사실 아기를 위해서라기보다 엄마를 위해 만들어 놓고, 아기에게 좋을 거라는 이유를 붙인 게 아닐까 싶어요. 행복한 아기를 위해 수유텀을 과감히 없애 보시는 건 어떨까요.
정리해 보면
- 아기는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만큼 스스로 조절해서 먹는 능력이 있어요.
- 신호를 무시하고 수유텀을 지키면 아기가 조절 능력을 잃어 나중에 비만이 될 확률이 높아져요.
- 모유의 칼로리와 아기의 필요는 그때그때 달라서 정해진 수유텀이 맞을 수가 없어요.
- 먹고 싶을 때 먹은 아기가 나중에 IQ가 더 높았다는 연구가 있어요. 다만 상관관계예요.
- 시계 대신 아기의 배고픈 신호를 보고 수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