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3.08 · 20:35
불안 많은 아이, \"무섭구나\" 공감한 다음엔 무엇을 해줘야 할까
불안이 많은 아이에게는 공감을 넘어, 구체적인 대화와 성장을 짚어주는 말이 필요합니다.
여름휴가를 벼르고 별러 신나는 걸 잔뜩 준비했는데, 정작 수영장 앞에서 아이가 질색을 하고 발도 담그지 못합니다. 동물 체험에서도 엄마 뒤에 딱 붙어 떨어질 줄을 모르고요. 신나게 노는 다른 아이들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이 차오르고, 혹시 내가 육아를 잘못하고 있나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불안과 두려움이 많은 아이를 키우신다면 이런 순간, 한 번쯤 겪어보셨을 거예요. 오늘은 아동심리를 공부하고 부모교육 전문가로 활동하는 이다랑 작가님의 책 "불안이 많은 아이"를 소개하면서, 이런 아이를 어떻게 키우면 좋을지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불안과 두려움도 기질입니다
애착에 대한 이야기가 워낙 널리 퍼져 있다 보니, 아이가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면 부모는 자동으로 "불안정 애착인가?" 하고 걱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성향은 사실 기질적인 요인이 큽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유난히 분노를 느끼는 아이, 두려움을 느끼는 아이, 불편함을 느끼는 아이가 각각 다르거든요. 저도 사실 불안과 두려움이 좀 많은 기질이라, 직장생활 초반까지도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목소리가 떨렸어요. 기질은 켜고 끌 수 있는 스위치가 아니라 유전자가 시키는 자동 반응이어서 뿌리 뽑을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부모는 그 반응의 볼륨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요.
목표는 '지금 당장'이 아니라 '스무 살'
저자는 불안과 두려움이 많은 아이를 10년 동안 키운 경험을 바탕으로, 당장 아이를 바꾸겠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인내심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아이의 불안함은 단시간에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확히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부모에게 여유를 줘요. 넉넉하게 10년은 쌓아올려야 눈에 보이는 변화가 생긴다고, 목표를 "아이가 스무 살에 용감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으로 멀리 두라고 조언합니다. 아이를 기르는 궁극적인 목표는 건강한 성인으로 살아가게 하는 데 있으니, 스무 살 전까지 결판을 내면 되는 거죠.
두려움을 극복한 경험이 자존감이 됩니다
마음속에 불안과 두려움이 아예 없는 아이가 좋겠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런 마음을 스스로 극복해 내고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깨달았을 때 그게 오히려 자존감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저도 손끝이 후들거려서 두 손을 꼭 맞잡고 말해야 했던 제가, 지금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떨지 않고 강의할 수 있게 된 걸 되돌아보면 사람은 정말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느껴요. 이런 태도를 성장 마인드셋이라고 합니다. 실패를 자기 능력의 증거로 받아들이는 고정 마인드셋과 달리,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실패해도 괜찮아, 나는 성장하는 존재니까"라고 생각하며 도전합니다. 책에서는 불안 수준이 높은 것으로 스스로를 평가하지만 삶에서 멋진 성취를 이룬 사람들을 예로 들며 이 태도를 설명하고 있어요.
아이에게 성장을 말로 짚어주세요
성장 마인드셋은 자신이 직접 성장하는 걸 경험할 기회가 많을 때 가장 잘 길러집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과거·현재·미래를 오가며 자신을 비교해 보는 능력, 이른바 정신적 시간여행 능력이 아직 부족해요. 이 능력은 서서히 발달해서 만 4세 즈음 완전히 성숙합니다. 그전까지 아이의 기억은 순서 없이 뒤죽박죽 떠다닐 뿐이어서, 부모가 선후관계와 인과관계를 말로 명확히 표현해 주면서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해요. 저는 다미가 예전에 네모를 잘 못 그려서 속상해하던 흔적이 담긴 스케치북을 발견했을 때, "다미야, 예전엔 네모가 잘 안 그려진다고 속상해했잖아. 이렇게 많이 연습했더니 이제 반듯하고 예쁘게 그릴 수 있게 됐네" 하고 짚어줬어요. 다미가 그 말에 얼마나 신났던지 그날 네모를 수도 없이 그리더라고요. 부모가 자주 들려준 말은 아이 마음속에 내면화되어서, 나중엔 말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연습하면 더 잘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불안과 두려움이 높은 아이일수록 몇 달 전, 몇 년 전의 모습과 비교해서 지금 얼마나 성장하고 용감해졌는지를 자꾸 알려주시면 좋아요.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게 해주세요
책에는 구체적인 전략도 많은데, 그중 두 가지가 특히 와닿았어요. 첫 번째는 불안과 두려움 같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감정은 구체적인 형태로 이해될 때 비로소 통제할 수 있는 것이 됩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키르칸스키는 두려움을 조절하는 방법에 대한 실험을 했는데요.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게 한 그룹, "위험하지 않다"고 되뇌게 한 그룹, 자극에 과다 노출시킨 그룹, 그리고 느끼는 감정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표현하게 한 그룹 중 마지막 그룹에서 두려움이 가장 빠르게 조절되었고, 나중에 같은 자극에 노출됐을 때도 가장 빨리 진정되었습니다. 아이가 불안을 느낄 때 그 감정을 얼른 없애주려고만 하기보다, "무서웠구나" 하는 단순한 공감을 넘어 어떤 생각 때문에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물어보거나, 아직 말이 서툰 아이라면 "이래서 이랬던 거니?" 하고 추측해 가며 대화를 나눠보세요. 예를 들어 욕조는 괜찮은데 수영장을 무서워하는 아이라면 "욕조보다 넓어서 빠질까 봐 걱정되니?", "처음 와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낯설고 무서운 거야?" 하고 물어보는 식으로요.
극복한 순간을 놓치지 마세요
두 번째는 아이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뭔가 해낸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불안이 높은 아이는 "무서운 일이 생길 거야"라는 쪽으로 자동으로 생각이 흘러갑니다. 아이는 정신적 시간여행 능력이 부족해서, 방금 전의 걱정과 지금의 성공을 잘 연결하지 못하고 그냥 신나서 넘어가 버려요. 정작 중요한 교훈의 순간을 놓치는 거죠. 이때 부모가 "아까 들어가기 전에는 무서운 일이 생길 것 같다고 했잖아. 그런데 정말 무서운 일이 생겼니? 그건 진짜가 아니었네" 하고 짚어주는 게 필요합니다. 무언가를 하기 전이 아니라 걱정하던 일을 해내고 난 직후가, 아이의 생각을 리모델링할 수 있는 최고의 타이밍입니다. 이런 말을 자주 들으며 자란 아이는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타고난 성향을 약점이 아니라 강점으로 활용하면서, 자존감 높고 당당하게 도전하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어요.
정리해 보면
- 불안과 두려움은 기질이며, 부모는 이 반응의 볼륨을 조절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 목표를 '지금'이 아니라 '스무 살'로 멀리 두면 조급함 대신 여유가 생깁니다.
- 몇 달 전, 몇 년 전과 비교해 아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말로 짚어주세요.
- "무섭구나" 공감에 그치지 말고 어떤 생각 때문에 무서운지 구체적으로 물어보세요.
- 두려움을 극복해 낸 직후, "걱정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걸 아이에게 짚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