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을 둔 부모님들께 아이가 짜증이나 징징대는 게 늘어서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요. 다미도 부모에게 짜증을 낼 때가 있지만 베싸는 정상 범위라고 보고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왜 아이가 두세 살 때보다 오히려 짜증을 더 많이 내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최근에 읽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해 볼게요.

울음과 생떼가 짜증으로 바뀐 거예요

어른도 정신적 여력이 부족할 때는 짜증 내지 않고 좋게 말하기가 어렵잖아요. 아이는 그 정신적인 그릇이 훨씬 작아요. 감정조절 능력 자체가 부족하고, 그 능력을 발휘하는 것도 배고픔이나 피곤함, 스트레스에 더 쉽게 흔들리니 짜증이 불쑥불쑥 나올 수밖에 없죠. 그래도 유치원생은 더 어린 아이보다 여력이 클 텐데 왜 짜증이 늘어난 것처럼 느껴질까요. 두 가지 경우가 있어요. 부정적인 감정을 짜증스럽게 표현하는 경우, 그리고 부모의 관심과 도움을 얻기 위한 도구로 징징거림과 불평을 쓰는 경우예요.

먼저 첫 번째. 두 돌 전후의 어린아이는 미숙한 감정조절력이 울음이나 분노 발작, 뒤집어지는 생떼로 드러나요. 유치원생은 짜증스럽게 말하거나 징징대며 말하는 방식으로 드러날 때가 많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처럼 울거나 생떼를 쓰는 일은 줄었다는 걸 깨닫게 되실지 몰라요. '왜 이렇게 짜증이 늘었지'가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바뀌었네'라고 보면 다른 그림이 보여요.

짜증과 징징거림, 불평은 울음이나 생떼보다 발전된 단계의 감정 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말로 하잖아요. 우리는 아이에게 "말로 해"라고 자주 이야기하는데, 짜증과 징징거림은 어쨌든 말로 감정을 표현해 보려는 나름의 시도예요. 말투까지 예쁘고 공손하지는 않다는 게 거슬리지만, 울음과 생떼 단계에서 갑자기 공손하게 말하는 단계로 건너뛰기를 기대하는 건 비현실적일지 몰라요. 울음과 생떼에서 짜증과 불평으로, 그리고 마침내 공손하게 요청하는 어른스러운 표현으로 진화해 간다고 보시면 좋겠어요.

또 하나, 언어가 풍부해지면서 사고와 감정도 풍부하고 다양해져요. 아주 어릴 때 좌절은 안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몸이 마음대로 안 움직일 때 정도죠. 그런데 더 큰 아이는 엄마가 내 마음을 몰라줘서 서운하고, 내 말에는 건성이면서 전화로는 반가운 목소리로 이야기하니 속상하고 질투가 나고, 더 하고 싶고 더 먹고 싶고 더 놀고 싶은 세분화된 욕구가 계속 좌절돼요. 복잡하게 생각할 수 있는 존재가 된 만큼 감정도 복잡해지고 느낄 순간도 많아지니, 성공적으로 다스릴 때도 있지만 실패할 때도 여전히 많을 거예요.

짜증은 부모를 움직이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예요

두 번째는 짜증과 불평을 부모의 관심이나 도움을 얻어 내는 도구로 쓰는 경우예요. 최근에 뉴욕타임스에서 징징대는 불평 소리, 이른바 '와이닝'을 연구한 심리학자의 인터뷰를 읽었는데 상당히 흥미로웠어요. 미국 클라크 대학의 이 심리학자는 부모들에게 문제를 풀게 하면서 배경으로 울음소리, 일반적인 말소리, 아이에게 말하듯 하는 소리, 징징대는 불평 소리를 들려줬는데, 불평 소리를 들은 부모가 실수를 가장 많이 했고 문제 해결력도 떨어졌다고 해요. 이 소리는 거슬리도록 자연적으로 설계되어 있어서, 무리 생활을 하는 원숭이 부모들조차 즉각 반응할 정도래요.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와 일상을 보내는 경험 속에서 짜증과 징징거림이 부모의 관심을 끄는 데 가장 최적화된 전략이라는 걸 학습하게 돼요.

아이가 유치원생쯤 되면 부모도 예전처럼 만사를 제쳐 두고 아이에게 관심을 쏟지는 않잖아요. 부모는 육아 외의 일이나 자기 돌봄에 더 신경을 쓰고, 아이도 스스로 해결하는 부분이 늘어나는 자연스러운 변화예요. 아이는 이 변화에 적응해 가는 중이고 불만이 없을 수는 없죠. 우리가 급한 순간에 "당장 안 오면 엄마 갈 거야", "하나, 둘, 셋" 하듯이, 아이도 관심을 끌고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짜증과 불평을 쓰게 되는 거예요.

흥미롭게도 사람도 원숭이도 이런 짜증과 불평은 애착이 형성된 가까운 사람에게만 드러낸다고 해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얌전하고 착한 아이가 부모와 있을 때는 짜증쟁이로 변신하는 걸 보며 '내가 만만한가', '너무 받아 줬나' 생각해 본 분들이 계실 거예요. 하지만 그건 당연한 것이고 아이의 사회성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해요. 상황에 맞게 무기를 쓸 줄 알고, 아무에게나 밑바닥을 보여 주지 않는 모습이니까요. 우리도 회사에서는 참지만 배우자에게는 그게 잘 안 되잖아요.

감정은 받아 주고, 도구적인 짜증은 무시하세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아이의 감정조절 능력이 올라와야죠. 평소에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어떤 이유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말로 짚어 주고, 감정 자체는 항상 수용하는 태도로 대해 주세요. "그렇게 느낄 수 있지. 감정은 틀린 게 없어, 표현 방식이 틀렸을 뿐이야." 옆에 함께 있으면서 감정적으로 지지해 주되 스스로 느끼고 흘려보낼 시간을 주셔도 좋고요. 감정조절 도구를 쓰는 법과 감정조절 공간으로 가는 법도 꾸준히 알려 주세요. 아이가 말로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했을 때는 "말로 표현한 건 잘한 거야. 조금 더 공손하게 말하면 더 좋겠는데, 우리 한번 연습해 볼까?" 하고 잘한 부분은 칭찬하되 더 성숙한 방법을 연습하게 도와주세요.

도구적으로 짜증과 징징거림을 쓰는 게 습관이 됐다고 느끼신다면, 와이닝 전문가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가 추천하는 방법은 그 짜증을 무시하는 거예요. 부모를 움직이는 효과적인 도구가 아니게 되면 결국 그만두거든요. 짜증스러운 어조나 불평 자체에는 반응하지 않고 "좋게 다시 부탁할 준비가 되면 말해" 하고 이야기해 주세요. 짜증 없이 요청을 전달하면 그때 대화를 시작하시면 돼요.

다만 아이가 너무 흥분했거나 좌절해서 명백히 자기 조절이 안 되는 상황에서 무시하는 건 효과적이지 않아요. 차갑고 냉정할 필요도 없고, 태도는 따뜻하지만 명확하게, 'warm and firm'이면 돼요. 감정조절에 도움이 필요하면 안아 주거나 함께 앉아 진정할 시간을 보내고, 그다음에 이성적인 대화를 이어 가세요. 감정이 너무 격해서 좋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실랑이할 필요 없이 그냥 넘어가세요. 명백히 도움이 필요한데 "알아서 해결하고 좋게 말해"라고 하는 건 거부적인 태도에 가깝고, 그건 관계에도 양육에도 좋지 않거든요.

또 하나, 평소에는 관심이 없다가 아이가 짜증 내거나 징징댈 때만 관심을 주지는 않는지 점검해 보세요. 긍정적인 관심이 부족하면 부정적인 관심이라도 얻으려고 이런 행동을 보일 수 있어요. 아이의 문제 행동을 다루는 많은 심리 상담가가 원인이 단절일 때가 많다고 이야기해요. 가장 중요한 사람과 의미 있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아이는 그 외로움을 짜증과 공격성, 문제 행동으로 표출한다는 거죠. 해결책은 당연히 연결이에요. 긍정적인 관심과 시간을 많이 주면 아이는 부정적인 방식으로 관심을 끌 필요가 줄어들고, 더 성숙하게 자기를 표현할 동기가 높아져요.

베싸네 집에서는 이렇게 해요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지 못해서 짜증을 부리는 상황이라면 이런 장면이겠죠. "내 그림 왜 이렇게 만들었어! 이렇게 하는 거 아니야!" 일단 마음을 읽어 줘요. "엄마가 네 그림 위에 그림을 그려서 화가 났어?" 그리고 다미가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게 잠시 기다려요. 그 뒤에도 이어지는 짜증은 무시하고, 앉아서 다미의 눈을 보며 중립적으로 있어요. 안기고 싶어 하면 그럴 수 있게 열린 태도로 있되 제가 먼저 가서 안아 주고 토닥이지는 않아요. 좀 가라앉았다 싶으면 이렇게 말해요. "엄마가 네 그림 위에 그림을 그려서 화가 난 건 알겠어. 그런데 엄마는 더 재밌게 놀고 싶어서 그런 건데, 다미가 짜증을 내니까 당황스러웠어.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더 좋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다시 한번 연습해 보자." 연습해 보고 잘한 것은 칭찬해 줘요.

습관적인 징징거림이거나 뭔가를 요구하는 짜증이라면 무시해요. "간식 왜 못 먹어! 나 배고프단 말이야!" 하면 차분하게 한 번은 이야기해요. "점심을 더 잘 먹지 그랬어. 간식 시간까지 시간이 남았으니까 좀 참아 보자." 그런데도 "간식, 간식" 하면서 엄마 마음을 돌려 보려고 징징댈 때는 이미 규칙을 전달했으니 계속 무시하면 돼요.

지금 아이가 그렇게 행동한다고 해서 부모를 물로 본다거나 매사 짜증스러운 아이로 자란다는 뜻은 아니에요.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이 시기를 부모도 아이도 한층 성숙해지는 동반 성장의 기회로 삼아 보시면 어떨까요.

정리해 보면

  • 유치원생의 짜증과 징징거림은 울음과 생떼에서 한 단계 발전한, 말로 감정을 표현하려는 시도예요.
  • 짜증 소리는 부모를 가장 잘 움직이는 도구라서 아이가 관심과 도움을 얻으려고 쓰기도 해요.
  • 애착이 형성된 가까운 사람에게만 짜증을 내는 건 당연하고, 아이의 사회성을 보여 주는 모습이에요.
  • 감정은 항상 받아 주되, 더 공손하게 말하는 방법을 함께 연습하세요.
  • 습관적이고 도구적인 짜증은 따뜻하지만 단호하게 무시하고, 평소에 긍정적인 관심을 충분히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