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엄마 욕심'인 것 같다.
육아를 하면서 아이 발달이 어떻고, 집중력이 어떻고, 남들은 책육아를 이렇게 하고 있고...
이런 말들을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우리 아이에 대한 '엄마 욕심'이
마음 한편에 자라나게 된다.
'우리 아이 발달이 느린가?'
'왜 이렇게 집중력이 짧지?'
'책에 관심이 없는데 괜찮나?'
몬테소리도 마찬가지.
몬테소리를 공부하면서,
어, 이거 너무 좋은데? 하는 순간들이
워낙 많았다 보니,
다미가 몬테소리 차일드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엄마 욕심'이 생기게 되는 것,
그리고 그 욕심에 반하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마 집에서 몬테소리를 하는
많은 부모님들이 거쳐간 과정이 아닐까 싶다.
댓글 문의가 많이 오는 부분이기도 한데,
다미도 사실 선반 활동에 아직까지 큰 관심을 보이진 않는다.(반전😝)
소근육과 눈-손 협응에 도움이 되는 활동들은
내가 하자고 유도하면 곧잘 하긴 하는데,
몬테소리 활동의 핵심인,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몰입해서 하는 모습은
하루에 2~3회 정도로 사실 드물게 보인다.
가장 관심 가지고 하는 선반 활동은
동물 피규어-카드 세트와,
미니카 모형이 담긴 바구니 탐색.
언어영역의 활동이다.
몬테소리 환경 구성 이전에도, 일과 중에
장난감/교구를 조작하는 시간보다는,
집안을 탐색하거나, 미술활동을 하거나,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환경을 바꿔준다고 해서 아주 드라마틱하게
갑자기 소근육을 마구 사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긴 했었지만.
생각되는 원인은 세 가지.
(아마 이 세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첫째, 우리 집에 다미의 발달 단계상 흥미를 가질 만한 활동 재료가 별로 없을 수도 있다.
몇일 놔둬보고 내가 모범도 보여주면서 지켜보고, 그래도 다미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것들은 로테이션을 해주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내가 가지고 있는 활동 재료가 아주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원채 집에 장난감이나 교구가 많지 않기도 했고.
(사실 나도 장난감 좀 사려고 돌 이후 추천 장난감 리서치 시작한건데... 갑자기 몬테소리의 늪으로..)
이게 이유라면, 몬테소리 환경을 점점 완성해 나가면서, 점진적으로 풀어가야 할 것이다.
둘째, 아직 몬테소리에 적응 중이다.
몬테소리 클래스에 처음 들어간 아이들은,
몇 달 동안 거의 일상생활 활동 위주로 하면서
집중력과 끈기, 뭔가 스스로 해내려는 내적 동기를 키운다고 한다.
일상생활 활동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흥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렇게 몇 달을 보낸 아이들은, 교구 등을 가지고 하는 다른 영역의 활동들에도 적극적으로 잘 참여하게 된다고.
다미 역시, 몬테소리 새내기이다.
내가 몬테소리 공부를 시작한 게 두세 달 전이고,
집안 환경을 바꾼 게 한 달이 안 되었으니,
당분간 몇 달 정도는 나에게도, 다미에게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일상생활 영역의 활동은 못해서 안달이므로,
최대한 일상생활 속에서 다미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발견해서 활동으로 떼어주는 노력만 해준다면,
꼭 선반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몬테소리 활동을 하면서 보낼 수 있다.
일상생활 활동을 꾸준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선반 활동에도 더 흥미와 끈기,
집중력을 가지고 하게 될 거라고 믿는다.
셋째, 특정 활동에 관심을 가질 시기이다.
다미는 요새, 언어 폭발기인 것 같다.
하루종일 입으로 뭐라뭐라,
여러 발음들을 만들어보고 조합해보고 있고,
선반에 배치해 놓은 활동 중에서도
언어영역 활동(피규어, 카드 등)에 관심이 많으며
책읽기에 푹 빠져있다.
이해할 수 있는 말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
본인도 신기하고 만족스러운 것 같다.
돌 이후에는 한창 대근육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뭘 밀거나 끌고 다니거나, 무거운 것, 큰 것을 들고 이리저리 다니는 등.
몬테소리에서 "Maximum effort"라고 하는 개념이 있는데, 아이가 어떤 스킬을 마스터하기 위해 아주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걸을 수 있게 된 아이들은, 안겨있기보다 많이 걸으려고 하고, 무겁거나 큰 것을 들거나, 밀거나 끌면서 걸으려고 하는 등, '걷기'의 레벨을 계속해서 높여 나가는 데 열중한다는 것.
다미도 13~15개월 때 특히 이 경향이 강했다.
이렇게 특정 영역에 푹 빠져 있는 시기라면,
주로 눈-손 협응 활동으로 구성되게 되는
선반 활동에 관심이 덜할 수 있다.
이 때는, 이런 활동이 필요한 시기이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왜 이렇게 돌아다니기만 하지?
왜 책만 읽으려고 하지?
집착하거나, 걱정하지 않도록
부모님이 스스로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몬테소리를 공부하다 보면
아이가 소근육 발달에 집중하는 장면을 많이 접하게 되고, 그것이 또 중요하다고 하기 때문에
이런 모습에 욕심을 가지게 되기 쉽다.
그러나 몬테소리는 소근육이 아니다.
일상 생활이고, 대근육이고, 미술이고, 음악이고, 언어활동, 책읽기이기도 하다.
각 발달 단계에 아이가 자연스럽게 흥미를 가지는 많은 활동들이, 비록 부모님들에게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지라도, 실제로는 아이가 '배우는' 여러 방법들 중 하나이며 몬테소리의 일부이다.
'엄마 욕심'에 섣부르게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이를 믿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아이는 배움에 있어 나보다 잘 안다는 믿음.
하루하루 성장하면서 적응해 갈 거라는 믿음.
많은 학자들은,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어른을 살아가는 방식과 많이 다르다는
인사이트를 제시하고 있다.
어른과 달리, 아이의 하루하루의 목적은
Learning, 배움이라는 것.
어린 아기들에게서 게으르게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들은 항상 바쁘다.
만지고, 탐색하고, 뛰고, 돌아다니고, 움직이고, 조작하고, 따라해보고, 쏟아보고, 어질러보고, 정리도 해보고, 분류해보고, 늘어뜨려보고, 나열해보고, 던져보고, 살펴보고.
하루에 책을 수십 권씩이나, 그것도 한 권을 열 번 넘게 반복해서 읽는다. 어른이라면 왠만큼 높은 동기 수준을 갖지 않는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이게 다, 이 세상을 배워나가기 위함이다.
아이들은 배우느라 바쁘다.
그게 물놀이가 되었던,
시리얼을 흩뿌리고 밟는 게 되었던 간에,
아이들이 어떤 활동에 몰두해 있다면
그를 통해 뭔가 배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가 이런저런 재료들을 자발적으로, 집중해서 조작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도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고.
그러나,
어른은 지금 우리 아이가 발달과 배움을 위해 어떤 활동이 가장 필요한지 잘 모를지도 모른다.
아이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
그러므로, 아이를 따라라.
Follow the Child.
이 짧은 문장이, 몬테소리의 핵심 중 핵심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