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 베싸네 집을 마저 보여드릴게요. 놀이 공간과 자는 방, 다미 책장과 책 읽는 코너, 그리고 최근에 만든 감정조절 코너까지,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 집을 어떻게 꾸미고 있는지 이야기해 볼게요.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 손 닿는 곳에

거실 한쪽에는 요새 유용하게 쓰는 플레이 테이블이 있어요. 촉감놀이나 스몰 월드 테마 놀이를 하기 좋은데, 지금은 콩을 넣어 뒀어요. 모래를 넣어도 되고 물놀이를 하기에도 좋아요.

아래 칸에는 다미가 먹는 유산균과 함께 가위를 넣어 뒀어요. 다미가 직접 잘라 먹는 걸 좋아하거든요. 몬테소리 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이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아이가 접근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주고, 매번 엄마를 부르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을 어떻게 갖출까를 늘 고민하시면 좋아요. 베싸네 고양이 밥그릇도 맨 아래쪽에 두었더니 다미가 자주 밥을 줘요. 이런 것들을 아이 손이 닿는 곳에 두면 좋겠죠.

다미가 상상놀이를 할 때 입는 옷이나 망토, 머리띠 같은 것들을 모아 둔 박스도 있어요. 최근에 다미가 드디어 겨울왕국을 봤는데, 엘사 옷을 사 달라고 해서 스팽글 천을 하나에 4천 원 주고 샀어요. 만족스러운 구매였어요. 실크 천이나 요술봉처럼 쓸 수 있는 것들도 들어 있고요.

옷장과 침대 옆 책장

자는 방에는 거실에 나란히 두지 못한 2단 선반 하나와 다미 옷장이 있어요. 옷장은 한 칸을 비워서 다미가 스스로 장신구를 가져다 차고 정리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고, 나머지 칸의 옷은 종류에 맞게 스스로 정리하게 돼 있어요. 인형도 다미가 스스로 꺼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은데, 바닥에 자리가 없어서 일단 위에 올려 뒀어요. 그래서 지금은 다미가 달라고 하면 제가 꺼내 주고 있어요.

침대는 저희가 위에서 자고 다미가 아래에서 자는 구조예요. 침대 옆 책장은 원래 텅 비어 있었고, 제가 한 번씩 싹 비워요. 다이닝룸에 있는 다미 책장에서 하루에 다섯 권씩 꺼내 와서 여기서 읽고 이 책장에 넣어 두는데, 꽉 차면 다시 가져다 놓는 식이에요.

만 3세가 지나면 책 고르는 기준도 달라져요

다미 책장이 궁금하다는 분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교육적인 책보다 다미가 좋아하는 것, 흥미 있어 하는 것, 글밥이 충분한 것 정도를 기준으로 고르고 있어요. 만 1세에서 3세 아이에게는 언어발달에 의미 있는 단순함이나 현실성 같은 요소를 강조해서 말씀드렸는데, 만 3세 이후에는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따져서 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아이가 좋아하고, 책 읽기에 흥미를 유지할 수 있는 시리즈물을 잘 고르면 도움이 돼요. 요즘은 집에 있는 책도 책이지만 도서관에서 많이 빌려 와요. 내용을 보고 고를 수 있으니 감정을 잘 다루는 책, 인간관계를 잘 다루는 책처럼 좋은 것들을 골라 오는 편이에요.

집에 있는 책은 엄격한 기준으로 고른 건 아니지만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면, EQ의 천재들 시리즈는 다미가 굉장히 좋아하고 잘 보고 있어요. 캐릭터마다 성품이나 성격이 잘 드러나서 그 성품을 두고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다미가 그런 성품을 발휘했을 때도 이야기할 수 있고, 감정 이야기도 할 수 있어서 좋은 책 같아요. 신기한 스쿨버스 퀴즈는 당근으로 샀는데 제 기대만큼 좋아하지는 않았고, 바바파파는 2년 전부터 계속 좋아하는데 요새는 아주 가끔만 꺼내 봐요. 디즈니 책은 제 사심으로 산 책이에요.

영어책을 싫어하는 아이와 타협하는 법

베싸는 평소에 다미와 영어로 대화하면서 영어책도 읽는데, 비중은 한국어책 80에 영어책 20 정도예요. 자기 전에 책을 다섯 권 읽는데, 그중 한 권은 제가 영어책을 골라서 들어가요. 처음에는 다미가 별로 안 좋아했어요. 마지막 책도 한국어책으로 읽고 싶다고 해서, "한국어책 읽고 지금 자거나, 더 읽고 싶으면 영어책을 한 권 더 읽고 자자" 하는 식으로 딜을 했어요. 아무래도 한국어책이 다미 수준에 더 맞으니까, 영어책은 조금 쉽고 다미가 굉장히 좋아하는 시리즈를 찾기 전까지는 그렇게 동기를 만들어 줘서 읽었어요. 요즘은 자연스럽게 네 권에 영어책 한 권을 포함해서 읽고 있어요.

다미는 엘리펀트 앤 피기 책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유머러스한 책이라 다미도 좋아하고 재미있게 읽어 주기에도 좋아서, 지금도 자주 읽어 달라고 해요. 마녀 위니 책은 한국어 버전도 있어서 처음에는 도서관에서 한국어책으로 많이 읽었고, 그다음에 영어책을 샀는데 좋아했어요. 다미가 마녀 책을 좋아해서 다른 마녀 책도 한번 사 봤는데 그건 별로 흥미를 끌지 못했고요. 요정을 좋아해서 산 책도 있는데, 주제 자체는 다미 흥미에 맞았지만 스토리가 그렇게 흥미롭지는 않았어요. 좀 교육용 책 같아요. 자연관찰 책은 잘 읽었고요.

침대 옆에 칫솔과 치약이 있는 이유는, 베싸네는 자기 전에 책을 읽으면서 우유를 먹기 때문이에요. 책을 읽으면서 졸려진 상태에서 다시 화장실까지 가서 양치하기가 좀 그래서, 여기서 양치하고 가글하고 자일리톨 사탕 하나 먹고 불 끄고 자요.

책 읽는 코너와 감정조절 코너

다이닝룸에는 일을 하거나 밥을 먹는 테이블, 예전 집에서부터 쓰던 슬라이딩 책장이 있어요. 오른쪽에는 직구로 산 플레이 카우치가 있는데 여러 용도로 변형해서 쓸 수 있고, 지금은 임시로 책 읽기 코너로 쓰고 있어요.

이 공간은 다미가 아직 혼자 책을 읽지는 못하지만 일과 중에 책을 보고 싶을 때,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을 때 올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어요. 특히 화가 났거나 속상하거나 엄마랑 뭐 하다가 삐졌거나 해서 감정 조절이 필요할 때, 여기 와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여러 도구를 활용하면 좋다고 이야기해 주고 있어요. 회복탄력성을 다룬 강의를 듣고 만들면 좋겠다 싶어서 감정 조절에 도움이 되는 도구들을 모으고 있어요.

아이가 이미 감정적으로 올라와 있을 때 "감정 조절은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알려 주는 건 사실 소용이 없어요. 듣지를 않으니까요. 그래서 평소에 "화가 났을 때는 여기서 이걸 만지거나, 이게 떨어지는 걸 들여다보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고 이야기해 두고, 부모도 감정 조절이 필요한 순간에 이 공간에 와서 이런 도구를 쓰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예요. 실제로 감정 조절에 도움이 되는 도구들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감정에 압도되어 힘들 때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이 있다, 내 삶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해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는 그 자체로 큰 스트레스거든요.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 감정 조절의 실마리가 돼요. 최근에 다미가 감정적으로 힘든 일이 별로 없어서 아직 효과를 볼 일은 없었지만, 앞으로 혼자 있고 싶거나 감정을 다스려야 할 때 조용히 있을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이쪽 책장은 앞서 소개한 책들의 풀 버전이 있는 곳이라고 보시면 돼요. 옛날에 보던 영어 DVD 몇 개, 큐리어스 조지 원서(다미는 그렇게 흥미를 갖지 않았어요), 세이펜을 선물 받으면서 함께 받은 자연 책, 신기한 스쿨버스, 바바파파, 디즈니 영어 원서 몇 권, 그리고 예전 책장 공개 때 소개한 괜찮은 단행본들이에요. 전면 책장에 꺼내 놓으면 관심 있는 책을 더 주도적으로 가져올 수 있긴 한데, 다미 정도 나이가 되면 사실 전면 책장이 없어도 수많은 책 중에서 책등을 보고 원하는 걸 뽑을 수 있어요. 지금 나이에도 괜찮지만 전면 책장은 만 3세 이전에 더 좋은 것 같아요.

신발장 약속과 놀 수 있는 쓰레기

다미가 신발을 너무 좋아해서, 열여섯 켤레가 들어가는 신발장을 사고 여기 들어가는 만큼만 신발을 갖기로 약속했어요. 신발을 하나 사면 이 중 하나를 버려야 해요. 좋아하는데 작아져서 버려야 하는 신발을 지금 못 버리고 있긴 하지만요. 재활용품 중에 다미가 미술놀이나 다른 놀이에 쓸 만한 것을 모아 두는 곳도 있어요. 갖고 놀 수 있는 쓰레기인 셈이죠. 갖고 놀 수 없는 쓰레기는 따로 있고요.

정리해 보면

  • 아이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손 닿는 곳에 두어 스스로 하게 하세요.
  • 만 3세 이후에는 엄격한 기준보다 아이가 좋아하고 흥미를 이어갈 시리즈가 도움이 돼요.
  • 영어책을 거부하면 "더 읽고 싶으면 영어책 한 권 더"처럼 아이가 받아들일 만한 타협안을 찾아보세요.
  • 감정조절 코너는 평소에 쓰임새를 알려 주고 부모가 먼저 쓰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 힘들 때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것 자체가 감정 조절의 실마리가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