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재우려고 몇 시간씩 백색소음을 틀어 놓으시는 분, 어떤 백색소음을 얼마나 크게 들려줘야 할지 궁금하셨던 분께 도움이 될 이야기예요. 요즘 유튜브나 앱으로 아기 재울 때 백색소음을 활용하시는 분이 많죠. 저도 초기에 백색소음 앱을 받아서 다미 재울 때 틀어 놓곤 했는데, 재우는 와중에 휴대폰 켜고 앱 켜는 게 귀찮아서 그냥 제 입으로 '쉬' 소리를 내는 걸로 대신하게 되더라고요. 반대로 켜져 있으면 왠지 편할 것 같아 밤새 틀어 두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백색소음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정리해 볼게요.

백색소음이 아기를 재우는 데 효과적인 이유

백색소음이 아기를 진정시키고 재우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는 앞선 글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어요. 자궁 속 아기는 조용한 환경이 아니라 약간 시끄러운 환경에서 잠들곤 했기 때문에, 그때 들었던 엄마 몸의 소리와 비슷한 청소기 소리나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를 들려주면 잘 잔다는 거예요. 또 백색소음은 모든 주파수가 골고루 섞여 있어 주의를 끌지 않는 소리라서, 갑자기 나는 소리나 사람 말소리처럼 잠을 깨우기 쉬운 소음을 효과적으로 가려 줘요. 사람의 뇌는 진화를 거치며 사람 말소리에 자연스럽게 주의를 기울이게 되어 있거든요.

참고로 아기를 재우는 데 효과적이라는 백색소음은 청소기 소리처럼 모든 주파수가 섞여 있는 소리라는 걸 기억하세요. 일상생활 소리나 ASMR도 여러 소리가 합쳐져 주파수가 고르게 퍼진 것이라면 괜찮지만, 특정 소리가 튀거나 특정 주파수가 강조되는 소리라면 좋지 않아요.

얼마나 크면 너무 큰 걸까요

그렇지만 백색소음을 너무 크게 들려주거나 너무 오래 틀어 두면, 청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뇌 영역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어요.

우선 어느 정도가 너무 크지 않은 소리일까요. 어른의 경우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하루 8시간 기준으로 85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직업 소음 노출 규제를 두고 있어요. 그 이상의 소음에 노출되면 청력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아기는 청각이 아직 발달하는 중이고 소음에 더 민감할 수 있어서, 신생아실 등의 소음은 50데시벨로 규제되고 있어요. 그 이상의 소음에 계속 노출되면 아기의 청력이 손상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죠.

백색소음을 틀어 주기 전에 데시벨을 한번 재 보시길 권해요. 어른 기준으로 생각해서 너무 크게 틀어 주고 계실 수도 있거든요. 데시벨 측정 앱을 하나 받고, 다른 기기로 백색소음을 켠 상태에서 평소 휴대폰과 아기 사이의 거리만큼 떨어진 곳에서 재 보면 돼요. 저도 50데시벨이 어느 정도인지 재 봤는데, 저희 집 청소기를 틀어 놓고 좀 떨어진 곳에서 재니 50데시벨 정도였어요.

오래 틀어 둬도 괜찮을까요

백색소음에 아기를 장기간 노출시킨 뒤 청력이나 뇌를 살펴본 연구는 물론 없어요. 대신 아기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몇 가지를 찾아볼 수 있었어요.

첫 번째 실험에서는 아기 쥐에게 2주간 하루 8시간씩 80데시벨의 백색소음을 들려줬어요. 그 뒤 미로 안에서 소리를 듣고 목적지를 찾아가게 했는데, 백색소음에 노출되지 않은 쥐는 목적지를 잘 찾아갔지만 노출된 쥐는 잘 찾아가지 못했어요. 소리 정보를 바탕으로 탐색하는 능력이 백색소음에 노출되면서 손상됐다는 거죠. 두 번째 실험에서는 마찬가지로 백색소음을 들려준 아기 쥐의 뇌를 살펴봤더니, 소리를 느끼는 역치가 높아지고, 자극이 전기 신호로 바뀌는 시간이 길어지고, 특정 자극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의 범위가 좁아지는 등 뉴런 단위의 변화가 있었어요. 어른 쥐에게 같은 실험을 했을 때는 이런 변화가 없었고요. 또 다른 연구에서는 60~70데시벨 정도의 더 가벼운 백색소음에 쥐를 오랫동안 노출시켰을 때, 외부의 소리를 조합하는 능력이나 쓸모없는 소리 정보를 걸러 내는 능력, 사람 말소리 같은 특정 소리를 배경에서 구분해 내는 능력이 뉴런 단위에서 떨어졌다는 걸 밝혀냈어요.

왜 그럴까요. 이 세상의 소리는 다양한 주파수와 높낮이로 이루어져 있어요. 엄마 뱃속에서 백색소음과 비슷한 소리만 듣던 아기는 세상에 나와 다양한 소리를 들으면서, 이 소리 정보를 바탕으로 뉴런이 연결되고 뇌가 발달해 가요. 그런데 뇌가 완성되는 동안 자연스러운 소리가 아니라 모든 주파수가 뭉쳐진 백색소음을 너무 많이 듣게 되면, 주파수와 높낮이를 구분하는 능력의 발달이 저해된다는 거예요. 다른 소리를 가리는 백색소음에 노출되는 만큼 사람 말소리를 덜 듣게 되니 언어 발달에도 방해가 되고요. 이 논문의 저자는 "백색소음 같은 무작위한 정보를 받아들일 때 뇌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프로그래밍된다는 증거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해요.

밤새 틀어 두는 건 왜 좋지 않을까요

아기를 재울 때부터 틀기 시작해서 밤새 백색소음을 켜 두는 것도 좋지 않아요. 자는 도중에도 뇌는 계속 소리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기 때문이에요. 이 논문에서는 자는 아기들에게 백색소음을 들려줬을 때 렘수면에서는 심장 박동이 빨라졌고, 깊은 잠에서도 렘수면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어느 정도 빨라졌다는 연구를 소개하고 있어요. 아기들이 잘 때도, 특히 렘수면 동안에는 백색소음의 영향에 노출된다는 거죠.

물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없어서 근거에 한계가 있긴 해요. 이 부분은 연구자들도 인정하고 있고요. 그렇지만 청각 정보를 받아들여 뇌를 발달시키는 과정에서 쥐와 사람이 유의미하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청력과 관련된 뇌 발달이 아직 완전하지 않은 어린 아기에게 지나치게 백색소음을 들려주는 것의 잠재적인 위험을 경고하고 있어요.

정리하면, 백색소음을 틀 때는 50데시벨을 넘지 않게 하세요. 그리고 아기를 달래거나 재울 때 백색소음 대신 '쉬' 소리나 자장가를 쓰는 것도 생각보다 효과가 있어요. 베싸는 주로 자장가를 불러 주는데, 네 곡을 돌려 가며 부르고 있어요. 살면서 한 가지 노래를 이렇게까지 많이 불러 본 적은 처음이에요. 녹음된 소리 대신 아기가 제일 좋아하는 엄마 목소리로 재워 주시는 건 어떨까요.

정리해 보면

  • 백색소음은 자궁 속 소리와 비슷하고 다른 소음을 가려 줘서 아기를 재우는 데 효과가 있어요.
  • 너무 크거나 오래 들려주면 소리를 구분하는 뇌 발달과 언어 발달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동물 연구가 있어요.
  • 데시벨 측정 앱으로 재 보고 50데시벨을 넘지 않게 트세요.
  • 밤새 틀어 두지 마세요. 자는 동안에도 뇌는 소리를 처리해요.
  • 백색소음 대신 '쉬' 소리나 자장가로 재워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