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 반응육아 이야기를 하고 나서 반응들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가 뭔가를 요구했을 때 무조건 들어주는 것이 반응육아라고 잘못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반응적인 육아는 허용적인 육아와 달라요. 반응육아는 아이의 행동에 적절하게 반응하라는 거예요.

서브를 받아서 되돌려 주는 것이 반응이에요

여기서 아이의 행동에는 놀이 중에 아이가 한 말이나 행동에 같이 집중하고 대답해 주는 반응도 있지만, 아이의 욕구나 요구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도 반응육아의 범주에 들어가요. 그런데 아이의 요구에 적절하게 반응한다는 건 무조건 들어줘야 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반응한다는 건 서브에 리턴을 적절히 한다는 거예요. "나는 이걸 원해"라는 아이의 신호가 서브죠. 이 서브를 일단 받아서 인정하고, '아, 이런 거구나' 하고 파악한 다음, 적절한 방식으로,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되돌려 주는 게 리턴이에요. 리턴의 형태는 허용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상황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요.

물컵에 손을 담그고 싶어 하는 아이라면

예를 들어 아이가 물컵에 손을 담그고 싶어 한다고 해 볼게요. '나는 반응육아를 하니까 무조건 담그게 해 줘야지'라고 생각하신다면 틀렸어요. 일단 아이의 욕구를 파악하는 거예요. 물컵에 손을 담그고 싶은 건 세상을 탐색하고 오감으로 배우고 싶은 욕구겠죠. 그다음은 가정마다 달라요. 이걸 허용하는 집도 있고 아닌 집도 있을 테니까요.

우리 집에서는 물컵에 손을 넣는 건 안 된다고 해 볼게요. 그럼 적절한 반응은 뭘까요? 아이한테 무조건 "안 돼"라고 하는 건 서브를 받아서 되돌려 주는 게 아니에요. 뭐가 뭔지 이해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냥 쳐내 버리는 거죠. 이건 강압이에요. 허용하지는 않더라도 적절히 반응하고 싶다면, 일단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를 바라봐 줘야 해요. 아이의 욕구를 인정하는 거예요. "물에 손을 담그고 놀고 싶구나." 말로 하든 안 하든, 네 욕구를 인정한다는 걸 아이에게 알려 줘야겠죠.

그러려면 그 욕구를 해소해 줄 다른 대안을 내놓거나, 내가 조금 타협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면 좋아요. "그러면 화장실에 가서 대야에 물 받아 놓고 놀까?", "목욕할까?", "싱크대에 가서 물 틀어 놓고 놀까?" 이런 식으로, 물에 손을 담그고 싶다는 욕구를 받아서 어떤 식으로든 풀어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거예요. 대신 "이 컵에 담긴 물에는 손을 넣을 수 없어"가 우리 집 규칙이라면 그 규칙은 지키는 게 맞아요. 반대로 저희 집처럼 물컵에 손 넣는 걸 그냥 허용하는 집이라면, 적어도 집에서는 그렇게 하게 두는 것이 적절한 반응일 수 있죠.

반응육아는 각 상황에서 어떻게 하라는 정답을 내려 주지 않아요.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귀 기울여 듣고, 적절하게 되돌려 주라고 말할 뿐이에요.

규칙 없이 다 허용하면 아이는 오히려 불안해요

최근에 읽은 책에 인용된 이야기인데, 심리학자 스타인버그는 2001년 청소년연구학회 회장 연설에서 "양육 방식에 관한 연구는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선언했다고 해요. 권위적인 양육 방식의 이점을 입증하는 증거가 이미 너무 많으니 이제 다른 데 자원을 쓰자는 거였죠. 권위적인 양육 방식은 따뜻하고 아이의 욕구를 존중하지만, 규칙을 따르도록 요구도 명확하게 하는 스타일이에요.

반면 에누리 없이 다 허용해 주는 허용적인 스타일은 좋지 않아요. 아이의 사회성이나 자기조절력 등에 나쁘다는 연구 결과가 많아요. 아무 규칙도 없이 "네가 알아서 자유롭게 해"라고 하면 아이는 오히려 더 불안을 느끼고 적응을 잘 못하게 될 수 있거든요. 어른도 세상에 나왔는데 아무 가이드 없이 알아서 살아가라고 하면 힘들잖아요. 취업을 할 수도 있고 대학원에 갈 수도 있고 공무원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건 되고 이건 안 된다는 걸 누군가 명확하게 정해 줘야 이 세상에 수월하게 적응해 나갈 수 있죠.

아이들은 아직 세상의 규칙을 아무것도 몰라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니까, 할 수 있는 행동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하고 일관되게 가르쳐 주는 것도 아주 중요해요. 반응육아는 허용하는 육아가 아니라는 걸 꼭 기억해 주세요.

정리해 보면

  • 반응육아는 아이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는 허용적인 육아가 아니에요.
  • 아이의 신호(서브)를 받아서 욕구를 인정하고,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되돌려(리턴) 주세요.
  • 우리 집 규칙에 어긋난다면 욕구는 인정하되 대안을 제시하고 규칙은 지키세요.
  • 규칙 없이 다 허용하면 아이는 오히려 불안해하니 행동의 한계를 명확하고 일관되게 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