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2.01 · 10:27
생애 초기 3년, 부모가 아기에게 꼭 해 줘야 할 것은 '반응'이에요
두 돌 이전 아기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신호를 알아채고 반응해 주는 것, 그 관계가 모든 발달의 토대가 돼요.
올해는 육아를 조금 더 잘하기 위한 큰 원칙이나 양육 태도를 하나씩 깊이 있게 살펴보려고 해요. 첫 번째 주제는 저에게는 당연히 반응육아였어요.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이거든요. 왜 모든 부모가 반응육아를 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볼게요.
사랑도 애착도 맞지만, 지침이 되기는 어려워요
어린 아기를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랑? 애착? 둘 다 맞는 말이에요. 그런데 사랑의 형태는 다양하죠. 어떤 부모는 잘 먹이고 보호하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부모는 열심히 벌어서 좋은 사교육을 받게 해 주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부모가 아이를 사랑한다고 할 때 그건 부모 중심의 생각이지, 아이가 그걸 정말 필요로 하고 좋아할지는 알기 어려워요.
애착도 물론 아주 중요해요. 하지만 애착은 부모의 행동이나 태도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라서 육아의 지침으로 삼기는 조금 어려워요. 애착육아를 한다면 애착을 형성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아야 한다는 뜻인데, 그걸 모르면 24시간 모자동실, 캥거루 케어, 아이를 한시도 몸에서 떼어 놓지 않는 것처럼 덜 근본적인 것에만 집중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거든요.
제가 보기에 특히 두 돌 미만 아기를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건 '반응'이에요. 반응적인 부모는 다른 걸 다 잘 못해도 아이에게 모든 발달이 잘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초 토대를 줄 수 있어요. 부모와의 반응적인 관계라는 토대요.
연구가 첫 번째로 꼽는 것도 반응이에요
하버드대 발달하는 아동 센터(Center on the Developing Child)는 수많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부모 교육의 지침이 될 세 가지 원칙을 만들었어요. 그중 첫 번째가 "아이가 부모와 반응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예요. 생애 초기에 부모와 아이가 반응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게 가장 중요한 첫 단추라는 거죠.
미국 국립 과학·공학·의학 아카데미가 펴낸 'Parenting Matters'라는 자료도 있어요. 아동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알려진 부모의 육아 방식에 관한 연구들을 종합해서, 거의 팩트에 가깝다고 할 만한 육아 태도를 정리했는데 여기서도 첫 번째로 반응과 상호작용이 들어가 있어요.
반응육아가 정서 발달, 지능, 사회성, 애착 형성까지 모든 발달에 중요하다는 건 제가 이미 너무 많은 논문에서 본 내용이에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직관적으로 알고 계시죠.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섬세하게 반응하는 건 어찌 보면 타고난 부모의 직관이거든요.
그런데 이게 잘 안 되는 분들도 있어요. 본인이 어렸을 때 그런 육아를 받지 못했거나, 부모님께 "애를 끼고 살면 안 된다", "애한테 지면 안 된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거나, 원래 성격이 그럴 수도 있고, 스트레스나 우울증을 겪고 있을 수도 있어요. 아이에게 TV를 10분, 20분 보여 주기 시작했는데 그게 너무 편해서 필요 이상으로 상호작용을 못 해 주고 있을 수도 있고요. 생애 초반에 상호작용을 많이 못 해 줘서 아이가 나랑 노는 걸 재미없어하고 신호 자체를 잘 안 보내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경우라면 배워서라도 반응과 상호작용이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할 필요가 있어요. 어떤 중요성에 정말 공감하고 반복해서 깨닫게 되면 그게 신념이 되고,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거든요.
반응하는 부모는 어떤 부모일까요
심리사회학자 에릭슨은 18개월 이전 아기의 가장 중요한 발달 과업이 '신뢰'를 획득하는 것이라고 했어요. 여기에 실패하면 불신감을 갖게 되죠. 부모를 믿지 못하고, 세상을 믿지 못하고, 자기 자신도 믿지 못하게 돼요. 이 과업을 도우려면 부모는 반응적인 부모가 되어야 해요. 아이 입장에서 보면 이런 부모예요.
- 내가 울 때 바로 반응해 주는 부모
- 내가 뭔가 요구할 때 들어주는 부모
- 내가 뭔가에 집중할 때 함께 관심을 가져 주는 부모
- 내가 뭔가를 거부할 때 화내기보다 내 마음을 헤아려 주고 억지로 시키지 않는 부모
- 내가 뭔가를 강렬하게 원할 때 100%는 아니어도 대체로는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부모
- 내가 혼자 해 보고 싶어 할 때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부모
-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게 허락해 주는 부모
쉽게 말하면 아이가 보내는 신호, 아이가 원하는 내면의 욕구를 잘 파악하고 그것을 해 주는, 아이 입장에서는 전지전능한 존재 같은 부모가 반응하는 부모예요.
한계 설정은 필요하지만 목표는 아니에요
물론 아이가 커 가면서 부모가 아이의 욕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어요. 아이가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의 한계를 정해 주는 것도 부모의 아주 중요한 역할이죠. 훈육을 하지 말라거나 해 달라는 걸 다 들어주라는 말이 아니에요. 큰 그림 이야기예요.
해외에서 오랫동안 인기를 끌고 있는 두 가지 육아 방식이 반응육아와 긍정육아인데, 둘은 거의 비슷한 맥락이에요. 아이의 신호와 요구를 빠르게 파악해서 적절하게 대응하는 반응육아는 아이를 무시하거나 거부하지 않는 것이니, 결국 부모가 긍정적인 방식으로 행동하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한계 설정 육아'라는 건 없어요. 한계 설정은 중요하지만 그 자체가 목표나 큰 방향이 되지는 않아요.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 기본 목표가 되면 부정적인 육아가 되기 쉽고, 아이의 욕구를 무시할 일이 많아지고, 관계가 나빠지고, 훈육은 더 안 통하고, 결국 아이를 더 통제해야 하는 상황이 잦아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돼요.
균형은 맞춰야겠지만, 특히 만 3세 이전, 만 2세 이전에는 부모가 아이에게 잘 반응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반응적인 양육 태도를 보이는 부모의 아이들은 지능도, 자존감도 더 높고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형성할 가능성이 더 커요. 어린 아기는 주 양육자가 빠르고 적절하게 반응하고 상호작용해 줄 때 뇌 속 회로인 시냅스를 계속 연결해 나갈 수 있고요. 부모가 자기 행동에 섬세하게 반응하고 관심을 기울여 줄 때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긍정적인 자아를 만들어 가고, 내가 뭔가 했을 때 부모가 따라 하거나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를 움직일 수 있다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느껴요.
생애 초기 육아는 아이 중심일 수밖에 없어요
반응과 상호작용이 이렇게 중요하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신가요? 대다수는 이미 어느 정도 잘하고 계실 거예요. 그래도 더 잘할 수 있는 여지는 분명 있죠.
조금 옛날 문화, 가족 중심의 문화로 육아에 접근하다 보면 반응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쉬워요. 아이에게 섬세하게 반응하려면 부모가 자기 삶을 살기가 어렵거든요. 옛날에는 여러 명이 아이를 볼 수 있어서 누군가는 항상 아이에게 반응해 주고 있었을 테고, 부모는 자기 삶을 어느 정도 살면서도 육아를 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1:1 육아가 기본인 요즘은 부모의 삶을 살면서 섬세하게 반응해 주기가 거의 불가능해요. 아이가 설거지에 관심이 없으면 부모는 설거지를 못 하고 아이가 관심 있는 데 집중해 줘야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잖아요.
부모는 부모 삶을 살고 아이는 아이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아이 눈높이에 맞추고 아이의 세계로 적극적으로 들어가서 반응해 주는 게 결국 아기 발달에 좋다는 건데, 이건 적어도 생애 초기에는 육아가 아이 중심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겠죠. 그래서 제가 보기에, 오늘날 뇌과학과 발달심리학과 아동학이 말하는 아기 발달에 좋은 육아란 아이 중심 육아예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서 부모와 관계를 만들어 가는 거잖아요. 모르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려면 어떻게 하나요?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연락도 하고, SNS에 좋아요도 누르고 댓글도 남기면서, 계속 반응하고 상호작용하며 관계가 만들어지죠. 관계 맺기 자체가 아직 서툰 아기와 관계를 맺으려면 이 과정이 2년, 3년 걸릴 수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부모가 아이의 세계로 들어가서 만든 관계는 평생 가요.
그래서 저는 다미가 적어도 만 3세가 될 때까지는, 100% 제 삶을 살지는 못하더라도 반응육아를 할 거예요. 관계 속에서 더 잘 키워지는 아이의 여러 능력을 토대로, 아이가 나중에 더 독립적이고 유능하게, 제 과한 개입이나 걱정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장기적으로는 그게 가족 모두에게 좋을 거고요. 반응육아에 관심을 가지신다면 아이에게 특별한 것 하나 못 해 주더라도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 튼튼한 뇌 발달의 토대를 줄 수 있어요.
정리해 보면
- 두 돌 미만 아기에게 가장 중요한 건 부모와의 반응적인 관계예요.
- 하버드대 발달하는 아동 센터와 'Parenting Matters' 모두 반응과 상호작용을 첫 번째로 꼽아요.
- 아이의 신호와 욕구를 알아채고 대체로 들어주는 부모가 반응하는 부모예요.
- 한계 설정은 필요하지만 그 자체가 육아의 목표가 되면 악순환에 빠져요.
- 적어도 만 3세까지는 아이의 세계로 들어가서 반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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