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린 아기를 키우는 부모님도 성조숙증을 미리 알아 둘 필요가 있을까요? 답은 "네"입니다. 오히려 사춘기가 빨리 온 아이들이 학업성취도가 더 좋았다는 연구도 있는 등, 성조숙증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복잡하거든요. 오늘은 성조숙증이 정확히 무엇이고, 정신 건강과 학습 능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볼게요.

성조숙증이란 무엇일까요

성조숙증은 영어로 얼리 퍼버티(early puberty), 즉 이른 사춘기라는 뜻이에요. 중2병 같은 심리적 사춘기가 아니라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신체적 사춘기를 가리킵니다. 여자아이는 만 8세에서 13세, 남자아이는 만 9세에서 14세 사이에 사춘기가 오면 정상으로 보는데, 의학적으로는 이보다 이르게, 즉 여자아이 만 8세 이전, 남자아이 만 9세 이전에 사춘기가 오면 성조숙증이라고 해요. 다만 그 나이를 딱 잘라 이후는 괜찮고 이전은 안 된다는 뜻은 아니고, 사춘기 시기가 전반적으로 앞당겨지는 현상 자체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어요. 참고로 이 기준에 맞는 진짜 성조숙증의 발병률은 5천 명에서 만 명당 1명 정도이고, 여자아이에게 남자아이보다 10배 정도 흔합니다.

어릴 때부터 신경 써야 하는 이유

전 세계적으로 아이들이 사춘기를 겪는 시기는 점점 앞당겨지고 있고, 한국도 마찬가지예요.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아직 어린 아기를 키우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초등학생은 되어야 오는 사춘기를 벌써부터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요? 답은 "네"입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예요. 첫째, 성조숙증은 아이의 정신 건강, 학습 능력, 교우 관계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둘째, 태아기와 영유아기의 경험이 향후 사춘기가 언제 오는지를 결정할 수 있어요. 셋째, 사실과 먼 괴담이 많아서 부모님들께 뭘 먹여도 되는지 혼란을 주기 때문이에요. 건강에 좋은 음식인데도 성조숙증이 온다는 말 때문에 식단에서 아예 빼 버리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

사람의 일생은 아이와 어른으로 나눌 수 있고, 그 사이 과도기가 사춘기예요. 이 시기에는 성호르몬을 비롯한 여러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정신 건강과 인지 발달에 영향을 줍니다. 사춘기 때는 원래 반항적이 되고, 친구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민감해지고, 불안하거나 우울해지고, 감정이 오락가락하고, 참을성이 없어지곤 하잖아요. 사춘기를 일찍 겪은 아이들은 이런 증상이 또래보다 더 빨리,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특히 여자아이는 우울증이, 남자아이는 공격적인 행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친구들과 비슷한 시기에 겪으면 서로 이해하고 동질감을 느끼면서 해소가 되는데, 혼자서만 겪으면 소속감을 느끼지 못해 스트레스가 훨씬 커질 수 있어요. 실제로 성조숙증이 온 아이들이 비행 청소년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여럿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성조숙증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요. 성조숙증 자체가 나쁜 영향을 끼친다기보다, 주변 환경으로부터 좋은 영향이든 나쁜 영향이든 더 잘 받아들이는 민감성을 높인다는 거예요. 한 연구에서는 부모가 너무 엄하거나 방치하는 부정적인 양육 태도를 보이면 아이가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 효과가 사춘기가 일찍 온 아이들에게서 훨씬 두드러졌다고 합니다. 반대로 잘 들어주고 반응해 주고 칭찬을 많이 해 주는 긍정적인 양육 태도에서는 공격성을 덜 보이는데, 이 효과 역시 사춘기가 빠른 아이들에게서 더 두드러졌어요. 뇌는 태아기·영유아기와 사춘기, 두 번의 큰 변화를 거치는데 이 시기에 부모의 양육 태도가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진다고 볼 수 있어요. 즉 성조숙증은 아이가 예민하게 주변 영향을 받는 시기를 앞당기는 것에 가깝고, 전반적으로는 리스크가 더 큰 편이에요. 부모가 아무리 잘해 주려 해도 집 밖 환경이나 교우 관계까지 통제할 수는 없으니까요. 사춘기가 일찍 온 아이라면 조금 더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긍정적인 영향에도 더 열려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학습 능력에 미치는 영향

성조숙증이 인지 발달에 좋은지 나쁜지는 일반화하기 어렵고, 맥락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어요. 아이가 배워야 하는 것과 어른이 배워야 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어릴 때는 감각을 활용해 정보를 흡수하고 뉴런을 연결해 세상에 대한 틀을 만들고, 크면서는 불필요한 연결을 가지치기하며 응용법과 고차원적 문제 해결 능력을 배웁니다. 이렇게 특정 학습이 더 잘 되는 시기를 민감기라고 하는데, 사춘기가 일찍 오면 아이들이 더 잘하는 흡수·탐색의 민감기가 그만큼 빨리 끝날 수 있어요. 실제로 호르몬을 주입해 빨리 성체가 된 동물은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뭔가를 배우려면 더 여러 번 반복해야 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반면 사춘기가 일찍 온 아이들이 수학이나 읽기처럼 고차원적인 인지 능력에서 오히려 유리했다는 연구도 있는데, 이 경우엔 어른용 민감기가 일찍 열렸다고 볼 수 있어요. 영국의 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사춘기가 빠른 아이들의 학업성취도가 더 좋았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이 아이들은 대체로 어릴 때부터 교육을 잘 받은 경우일 수 있습니다. 인지 발달이 빠른 아이는 아이용 학습 모드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빨리 고차원적인 학습으로 넘어가는 게 유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가 충분히 배우기 전에 민감기가 닫혀 버리면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성조숙증이 더 낮은 학업성취도로 이어진다는 연구가 더 많은 편이에요. 이건 학습 능력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간접적인 영향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사춘기가 온 아이들은 호르몬 때문에 주변 평가에 민감해지고 충동적인 성향도 강해지는데, 이런 특성이 학습에 최적의 환경은 아니거든요. 멋있게 보이고 싶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거나 흡연·음주를 하게 되기도 하고, 충동을 참지 못해 게임 같은 것에 더 빠지기 쉬울 수도 있고요. 이런 간접적인 부분이 실제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여요.

신체 건강에도 영향을 줍니다

성조숙증이 오거나 사춘기가 빨리 온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을 때 유전적으로 타고난 잠재 키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또 성인이 되었을 때 유방암, 난소암, 자궁내막암,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가능성도 더 높다고 합니다.

정리해 보면

  • 성조숙증은 여자아이 만 8세, 남자아이 만 9세 이전에 신체적 사춘기가 오는 것을 말합니다.
  • 아직 어린 아기를 키우더라도 성조숙증을 미리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정신 건강과 학습 능력에 폭넓게 영향을 주고, 그 시기는 태아기·영유아기 경험으로 결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사춘기가 빠른 아이는 반항, 불안, 감정 기복 같은 증상을 더 빨리 더 심하게 겪을 수 있지만, 부모의 긍정적인 양육 태도에도 더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 학습 능력에는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이 모두 보고되지만, 전체적으로는 낮은 학업성취도로 이어진다는 연구가 더 많습니다.
  • 최종 키나 각종 성인 질환 위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사춘기가 일찍 온 아이라면 부모가 조금 더 신경 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