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3.06 · 19:11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아이들, 외향성 기질 이야기
외향성이 높은 아이는 보상에 민감해서 열정도 크고 좌절도 큽니다. 부모가 알아 두면 좋은 이유예요.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키우기 힘들다는 말,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왜 그런 이야기가 도는 걸까요? 저는 이걸 기질의 관점에서 풀어보려고 해요. 아이의 타고난 기질에는 크게 세 가지 상위 카테고리가 있는데, 오늘은 그중 첫 번째인 외향성을 다뤄볼게요. 외향성에 속한 하위 요인들은 유독 남자아이에게서 더 흔히 나타나면서 부모의 육아를 힘들게 만들기도 하는데, 물론 다미처럼 여자아이인데도 높은 경우가 있습니다.
외향성, 본질은 '접근'입니다
외향성은 정열성이라고도 부릅니다. 사회성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라 오해하기 쉬운데, 이 기질의 본질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접근'이에요. 접근의 반대는 회피고, 회피는 부정적 정서성 중 두려움과 큰 관련이 있습니다. 외향성이 높은 아이는 어떤 대상이나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아이예요. 열정이 넘치고 호기심이 많고 늘 바쁘죠. 한 연구자는 이 기질을 '액셀'이라는 단어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보상에 민감하다는 것
외향성의 핵심 하위 항목 중 하나가 보상 민감도예요. 흔히 말하는 '욕심이 많다', '원하는 게 많다'는 느낌인데, 전통적인 한국 정서에서는 나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보상이란 행동의 결과로 주어지는 좋은 것을 뜻해요. 칭찬이나 미소, 함께하는 시간 같은 사회적 보상, 갖고 싶은 물건 같은 물질적 보상, 재미나 성취감 같은 정신적 보상까지 다양하죠. 보상 민감도가 높은 아이는 이런 보상을 받을 때 도파민이 더 크게 작용해서 더 큰 쾌감을 느끼고, 그래서 그 보상을 좇는 방향으로 더 열심히 행동합니다.
보상 민감도가 높은 아이, 힘든 점과 좋은 점
단점부터 보면, 욕구 수준이 높은 만큼 좌절했을 때 느끼는 좌절감도 커요. 긍정적 기대 수준이 높고 보상을 추구하는 아이는 분노와 좌절을 더 잘 느끼는 경향이 있어서 공격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마트에 갔다 하면 뭔가 사고 싶어 하고, 안 사주면 크게 우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또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끊임없이 요구할 수 있는데, 이건 사회적 보상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서 부모와 노는 데서 더 큰 만족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저희 집도 그런데, 다미가 혼자 노는 것보다 저와 노는 걸 훨씬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 있더라고요. 힘들 때는 단점이지만, 아이들은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가장 잘 발달한다는 걸 생각하면 스스로 발달에 좋은 걸 요구하는 셈이니 장점으로 볼 수도 있어요.
가장 큰 장점은 동기부여가 확실하다는 거예요. 칭찬이나 포옹 같은 보상이 아이에게 큰 의미가 있으니, 좋은 행동을 했을 때 적극적으로 칭찬해 주면 아이는 그 행동을 더 하려고 노력합니다. 별것 없는 환경에서도 재미를 느끼려고 열심히 놀이를 만들어내고, 성취감을 다시 느끼기 위해 꾸준히 몰입하기도 해요. 그래서 이런 아이들은 열정적이고 높은 성취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승부욕도 강한 편인데, 적절히 다뤄지지 않으면 나쁘게 표출될 수도 있지만 더 열심히 노력하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하죠.
이런 아이를 키울 때는 사회적 보상이나 정신적 보상처럼 내재적 동기로 이어지는 보상을 주로 활용하는 게 좋아요. "이거 하면 뭐 줄게" 같은 물질적 보상으로 아이를 이끌면 내재적 동기가 약해지고, 나중엔 보상의 강도를 계속 높여야 협조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또 보상 민감도가 높은 아이는 누가 시켜서 할 때보다 스스로 선택했을 때 주의를 더 잘 조절한다고 해요. 그러니 과제를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자주 주시고, 일상 속에서 부모가 자기 욕구와 타인의 욕구를 타협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시면 좋습니다. 재미없는 활동에서도 성취감이나 뿌듯함을 느낄 기회를 만들어 주되, 재미있는 활동에만 빠지지 않도록 환경과 규칙을 적절히 잡아 주는 것도 필요해요.
충동성과 활동성, 브레이크는 천천히 자랍니다
접근 성향이 강하고 양성이 높은 아이는 신중하기보다 일단 행동하고 보는 편이라 충동성과 활동성도 함께 높습니다. 이 특성은 남자아이에게서 더 자주 나타나요. 충동을 조절하고 가만히 앉아 있는 능력은 실행주의 네트워크가 담당하는데, 이 네트워크는 발달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아이가 충동적이고 활동적이라면 브레이크가 천천히 생기는 아이라는 걸 이해하고 조금 더 기다려 주는 자세가 필요해요. 물론 행동에 대한 한계 설정은 그 와중에도 해줘야 하고요. 만 3~4세 즈음이면 확실히 달라지는 모습을 보게 되실 거예요.
낯가림도 다 같은 낯가림이 아닙니다
외향성이 높은 아이는 타인에 대한 기대가 긍정적이고 사회적 보상에 민감해서 낯가림이 적고 사교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낯가림을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워요. 낯가림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상호작용은 하고 싶지만 상대가 안전한 사람인지 아직 판단이 안 서서 머뭇거리는 '긍정적 낯가림'과, 그냥 무섭고 도망가고 싶은 '부정적 낯가림'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사교성은 외향성뿐 아니라 두려움 기질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낯을 가린다고 바로 외향성이 낮다고 판단하기보다 상대를 알고 두려움이 어느 정도 극복된 뒤에도 그 사람과 교류하고 싶어 하는지를 보고 판단하시는 게 좋습니다. 다미도 두려움이 있는 편이지만 사교 의지가 강해서, 세상 어른이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는 걸 확신하고 나면 낯선 사람에게도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요.
자극을 좇는 아이, 자극이 필요 없는 아이
아이마다 어느 정도의 자극을 즐거워하는지도 다릅니다. 고강도 즐거움과 자극 추구 수준이 높은 아이는 더 강한 자극에서 즐거움을 느껴서, 심심한 활동은 잘 못 즐기고 더 새롭고 자극적인 대상으로 자꾸 주의를 옮깁니다. 그래서 어릴 때는 이 기질이 낮은 주의 유지력으로 나타나기도 해요. 반대로 저강도 즐거움을 추구하는 성향도 있는데, 이건 의도적 통제라는 나중에 천천히 발달하는 기질에 속합니다. 두 성향은 하나가 높으면 하나가 낮은 식이 아니라 서로 독립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자극적인 활동을 즐기던 아이도 크면서 조용한 활동에 흥미를 붙이는 모습을 보이곤 해요. 이 성향 역시 남자아이에게서 더 흔합니다. 자극 추구 성향이 충동성과 함께 높은 아이는 또래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춘기 이후 온라인 게임이나 SNS 같은 것에 더 쉽게 빠질 수 있다고 하니, 어릴 때부터 협력적이고 긍정적인 관계를 쌓아가면서 이 부분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해 보면
- 외향성 기질의 본질은 '접근'이며, 두려움에 따른 '회피'와 대비됩니다.
- 보상 민감도가 높은 아이는 욕구와 좌절감이 모두 크지만, 동기부여가 확실하고 열정적입니다.
- 물질적 보상보다 사회적·정신적 보상을 활용하고, 아이가 과제를 스스로 선택하게 해주세요.
- 충동성과 활동성이 높은 아이는 브레이크가 천천히 자란다는 걸 이해하고 기다려 주세요.
- 낯가림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두려움을 극복한 뒤의 교류 욕구까지 살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