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19.10 · 13:08
모유수유 엄마의 식사와 다이어트, 대부분 먹어도 괜찮아요
맵고 기름진 음식은 모유로 전달되지 않고 다이어트도 모유량을 줄이지 않아요. 트랜스지방과 과당만 주의하세요.
조리원에서는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식단에 간식까지 수시로 나오니 별 걱정 없이 드셨을 거예요. 그런데 집에 돌아오면 친정어머니나 다른 분이 챙겨 주시는 경우가 아니라면, 저처럼 예전에 먹던 대로 대충 끼니를 때우게 되죠. 아기를 돌보느라 이것저것 사서 요리해 먹기도 어렵고요. 모유수유 중에는 잘 먹어야 한다는데 이렇게 대충 먹어도 괜찮을까 걱정이 되기도 해요.
그 와중에 먹고 싶은 건 또 얼마나 많은지요. 검색해 보니 맵고 기름지고 짠 걸 못 먹고 절밥처럼 드시다 우울해진 분들도 있고, 먹고 나서 모유를 짜서 버리면 된다는 말까지 있더라고요. 아기에게 좋은 모유를 주고 싶은 예쁜 마음이지만, 그 눈물겨운 노력이 정말 아기에게 의미가 있는 건지는 알아야겠죠.
공부해 본 결론은 이래요. 임신 때와 달리 수유 중에는 대부분의 음식을 먹어도 괜찮고, 원한다면 심하지 않은 수준의 다이어트도 괜찮아요. 연구 결과 엄마가 뭘 먹든 모유의 양과 질에는 대체로 별 영향이 없었거든요. 다만 엄마가 너무 많이 먹으면 아기에게 안 좋을 수 있는 것이 몇 가지 있으니 그것만 신경 쓰시면 돼요. 의학·헬스케어 전문 매체와 논문 다섯 편, 그리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포스팅만 골라 참고한 육아 정보 사이트 켈리맘의 내용을 정리했어요.
완벽한 식사를 할 필요는 없어요
모유수유하는 엄마들의 식단을 비교해서 모유 성분을 분석하거나, 전반적으로 잘 못 먹는 개발도상국 엄마들의 모유와 선진국 엄마들의 모유 성분을 비교한 연구들이 있어요. 결과는 식사의 질과 크게 관계없이 아기 성장에 필요한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비율, 칼슘 같은 주요 미네랄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거였어요. 어느 정도의 품질은 자연스럽게 보장된다는 말이에요.
모유는 유방의 포상 조직에서 만들어지는데, 엄마의 피에서 필요한 성분을 가져다 아기 발달에 최적화된 모유를 만들어요. 엄마가 먹은 음식이 피에 그대로 들어가는 게 아니죠. 음식은 위와 장을 거치면서 영양소가 분해되고 흡수된 뒤에 피와 몸의 여러 부위로 전달되지, 음식이 그대로 모유로 바뀌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맵거나 기름지거나 짠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엄마의 피가 더러워지거나 모유가 매워지거나 기름져지지 않아요. 매운 걸 먹으면 아기 항문이 빨개진다거나 모유가 기름져서 유관이 막힌다는 속설은 전혀 근거가 없어요.
다만 비타민이나 일부 미네랄은 엄마의 섭취량이 부족하면 모유에도 부족해지는 것들이 있어요. 칼슘, 철분, 아연처럼 아기가 태어날 때 엄마 몸에서 충분히 가지고 나오거나 모유를 만들 때 엄마 몸에서 끌어다 쓰는 영양소가 있는가 하면, 비타민 B, 비타민 D, 콜린처럼 엄마의 섭취량에만 의존하는 영양소가 있거든요. 앞의 것을 그룹 2, 뒤의 것을 그룹 1 영양소라고 해요. 에너지원이 되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과 그룹 2 영양소는 품질이 자연스럽게 보장되고, 비타민·미네랄 중 그룹 1 영양소는 엄마의 섭취량에 달려 있다고 보시면 돼요.
다이어트를 해도 모유량은 줄지 않아요
장기적으로 진행된 실험은 없지만, 권장 칼로리에서 30% 정도 줄여 먹었을 때 모유량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고 해요. 모유를 만들려면 기본적으로 하루 500kcal의 에너지가 더 필요한데, 이 중 170kcal 정도는 임신 중에 저장해 둔 지방을 분해해서 충당해요. 다이어트를 굳이 하지 않아도 조금씩 살이 빠지는 구조인 거죠. 나머지 330kcal를 더해 하루 2,100~2,800kcal 정도를 섭취하도록 권장되고 있고, 대체로 여기서 300~500kcal 정도 적게 먹는다고 모유량이 줄지는 않는다고 해요. 물론 극단적으로 적게 먹으면 영향이 있을 수 있겠지만, 모유수유하면서 그렇게까지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분은 없을 것 같아요.
저는 하루에 1,500kcal 정도 먹는 것 같아요. 모유 생산량은 여러 논문에서도 말하듯 아기가 얼마나 빠느냐에 따라 결정되지, 제가 잘 먹는다고 더 나오는 건 아니더라고요. 모유량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다이어트는 절대적인 칼로리보다 탄수화물을 과하게 먹지 않고 단백질과 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 아시죠. 탄수화물을 적당히 줄이는 건 모유량에 아무 영향이 없으니 충분히 다이어트를 하실 수 있어요. 다만 저도 어떤 날은 탄수화물을 너무 안 먹어서 에너지가 안 나기도 하더라고요. 육아할 때는 에너지가 아주 많이 필요하잖아요. 탄수화물은 적당히 드시되 정제 탄수화물과 설탕을 줄이고 통곡물처럼 건강한 쪽으로 조절하시기를 추천해요.
술과 커피, 밀가루는 어떨까요
술은 절대 마시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는 않아요. 마신 알코올의 최대 5% 정도가 피를 거쳐 모유로 아기에게 전달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 혈중 알코올이 다 분해된 상태라면 수유를 해도 알코올이 전달되지 않아요. 기준을 잡기 위해 '1술'이라는 단위를 정해 볼게요. 맥주 350mL 작은 캔 하나, 와인은 잔의 3분의 1 정도 채운 140mL 한 잔, 위스키 같은 증류주는 소주잔에 80% 정도 채운 한 잔이 1술이에요. 도수에 따라 계산하시면 되는데, 5%가 아니라 8%짜리 좀 센 맥주 한 캔이라면 1.5술 정도가 되겠죠. 증류주 기준은 도수가 높게 잡혀 있어서 20% 정도 되는 소주라면 두 잔이 1술이고요. 1술을 마셨다면 2~3시간, 2술이면 4~5시간, 3술이면 6~8시간 정도 기다리면 알코올이 완전히 분해된다고 보시면 돼요. 의료진이 검수한 메디컬뉴스투데이의 글을 참고했어요. 어차피 술은 주로 저녁에 마시니 아기가 잠들고 나서 드시면 안전할 것 같아요. 아주 자주 깨는 신생아가 아니라면 두세 시간 이상은 자연스럽게 확보되니까요. 저도 아기가 잠들면 맥주 한 캔 정도 마시고 있어요.
커피는 카페인의 최대 1% 정도가 피를 거쳐 아기에게 전달될 수 있어요. 미국 소아과학회가 권장하는 하루 기준치는 300mg 정도인데 상당히 보수적인 수치라 조금 넘어도 상관없다고 해요. 아메리카노 한 잔에 150mg 정도 들어 있고요. 카페인은 마신 뒤 1~2시간 사이에 농도가 가장 높았다가 서서히 분해돼요. 민감한 아기는 잠을 잘 못 잘 수 있다는 것 말고는, 엄마가 하루에 열 잔씩 마시는 게 아니라면 아기에게 해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에요. 그러니 알코올보다는 크게 걱정하실 필요가 없고, 커피를 마신 뒤로 아기가 유난히 못 자고 보채는 것 같다면 수유를 끝내자마자 마시거나 반 컵으로 줄여 보는 등 여러 방법을 시도해 보세요.
밀가루가 아토피를 유발한다는 속설도 있죠. 이 부분은 근거를 전혀 찾을 수 없었어요. 밀가루는 정제 탄수화물이고 혈당지수가 높아서 살이 찌고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기는 해요. 그러나 밀가루의 특정 성분이나 글루텐이 모유로 전달되거나 아기에게 해롭다는 연구는 찾아볼 수 없었어요.
정말 주의해야 할 두 가지, 트랜스지방과 과당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주의해야 할 것이 두 가지 있어요. 나쁜 지방의 대표 격인 트랜스지방과, 프럭토스라고 하는 과당이에요. 연구 결과 트랜스지방을 많이 먹은 엄마의 모유를 먹은 아기는 체지방 비율이 더 높았어요.
과당은 과일에 들어 있는 당인데, 과일로는 과다 섭취되지 않고 음료수, 사탕 등에 들어가는 액상과당으로 과다 섭취하게 돼요. 자연스러운 식사를 했을 때는 모유로 거의 전달되지 않는 수준이지만, 음료수 같은 공업 제품을 많이 먹어 과다 섭취하면 모유로 전달된다는 거예요. 모유의 과당 수치가 높을수록 아기의 체지방 비율이 더 높았다고 해요. 아기의 체지방 비율이 높으면 어릴 때 비만이 되고, 자라서도 쉽게 비만이 될 확률이 높아질 수 있어요. 이 두 가지는 엄마 자신의 건강이나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어차피 중요한 포인트죠.
앞으로 카페에 가시면 카페인 안 먹는다고 시럽 들어간 과일 주스를 드시지 말고 아메리카노를 드세요. 아기가 잠들면 남편과 함께 즐기는 맥주 한잔, 제일 좋아하는 떡볶이집에서 포장해 온 떡볶이, 이런 소소한 행복이라도 없으면 어떻게 몇 년이나 육아를 할 수 있을까 싶어요. 아기는 놀랍게도 양육자의 스트레스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엄마의 스트레스 관리가 정말 중요하거든요. 먹고 싶은 건 너무 참지 마세요.
정리해 보면
- 맵거나 기름지거나 짠 음식은 모유로 전달되지 않으니 아기에게 해가 되지 않아요.
- 모유수유 때문에 아주 많이 먹을 필요는 없어요. 권장량이나 조금 적게 먹어도 모유량은 줄지 않아요.
- 모유량은 다른 어떤 요소보다 아기가 얼마나 자주 빠느냐에 따라 결정돼요.
- 커피와 술도 타이밍을 맞춰 적당히 즐기면 괜찮아요.
- 트랜스지방과 액상과당의 과다 섭취만 주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