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2.08 · 15:24
모바일 앱은 아이 발달에 어떤 영향을 줄까
앱은 영상보다 낫지만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대신하지는 못해요. 잘 골라서 하루 30분에서 1시간 안쪽으로.
어린아이가 디지털 기기를 만지는 것 자체가 어쩐지 꺼림칙하지 않으세요. '교육용 앱'이라는데 정말 교육적인지, 상술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던 적도 있으실 거예요. 영상 시청처럼 수동적인 미디어와 달리 아이가 화면을 터치하며 주고받는 미디어를 인터랙티브 미디어라고 하는데요. 최근 연구가 꽤 쌓이고 있어요. 아직 좋다 나쁘다 단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부모가 판단할 수 있도록 베싸가 조사한 내용을 정리해 볼게요.
영상과 앱, 어느 쪽이 나을까
앞선 글에서 아이들은 어릴수록 뇌의 처리 능력이 제한되어 있어서 영상으로 뭔가를 배우기 어렵다고 말씀드렸어요. 휴대폰이나 태블릿으로 영유아가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아마 영상 시청일 텐데, 요즘은 영유아를 겨냥한 게임이나 전자책처럼 조작 요소가 들어간 앱도 많이 보급되고 있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조사해 보니 큰 그림으로는 영상보다 앱이 조금 나아 보여요. 같은 미디어라도 앱은 인터랙티브하기 때문이에요. 아이가 화면을 터치하거나 드래그하면 기기가 거기에 맞게 반응하죠.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든 이런 반응성의 도움을 받아요. 사람이 상호작용해 주는 게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기계가 제공하는 상호작용도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고 해요.
시애틀 아동병원의 드미트리 크리스타키스 교수는 소아과 학술지 JAMA Pediatrics에 이런 의견을 냈어요. 만 2세 이하에게는 영상을 제한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인터랙티브 미디어라면 만 2세 이전에도 어느 정도 허용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는 전통적인 장난감, 인터랙티브 미디어, TV 시청을 비교하면서 인터랙티브 미디어에는 TV에 없는 특징이 있으니 똑같이 취급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 그 가이드라인 자체에도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따로 언급한 부분이 있고요.
앱이 배움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
아동발달 학술지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24~36개월 아이들이 같은 내용이라도 수동적으로 영상을 볼 때보다 상호작용 요소가 있을 때 어휘를 더 잘 배웠어요. 만 3~5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태블릿으로 주로 영상을 보는 아이와 앱을 주로 쓰는 아이를 비교한 연구들도 있는데, 영상 시청은 실행기능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반면 인터랙티브 미디어는 부정적이지 않거나 오히려 약간 높은 실행기능으로 이어졌어요.
전자책과 종이책을 비교한 연구들을 종합한 리뷰도 있어요. 주로 유치원생 대상인데, 그림을 누르면 소리가 나거나 그림이 움직이는 전자책이 학습 면에서 종이책에 뒤지지 않거나 조금 나았다고 해요. 다만 그보다 어린 아이들, 특히 화면을 마구 누르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조작 요소가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었고요.
모바일 미디어와 영유아 인지 능력의 관계를 종합한 다른 리뷰에서도 인터랙티브 미디어가 수동적인 영상보다 어린아이들이 뭔가를 배우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들이 소개됐어요. 유치원생에게는 읽기나 수 개념을 익히는 데 전반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최근 종합 결과도 있고, 만 2세 무렵 아이들도 퀄리티 있는 앱만 잘 고르면 언어·인지·소근육 발달에 유익할 수 있다고 밝힌 연구도 있어요.
여기까지만 보면 앱이 아이에게 유익하기만 한 것 같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경계해야 할 부분이 네 가지 있어요.
첫째, 더 유익한 시간을 빼앗아요
영상 시청이 발달에 나쁠 수 있는 이유와 같아요. 앱으로 어느 정도 배울 수 있다 해도 미디어가 아닌 현실 활동에 비하면 열등하거든요. 아이들은 어릴수록 직접 몸과 손을 움직여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시간, 그리고 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일대일로 상호작용하는 시간이 중요해요. 손으로 직접 조작한다는 점에서 앱은 첫 번째 문제에서는 영상보다 조금 낫지만, 두 번째 문제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해요.
만 4~8세 아이들이 혼자 태블릿으로 놀 때와 인형놀이 같은 상상놀이를 할 때의 뇌를 비교한 연구가 있어요. 상상놀이를 할 때는 함께 놀 때는 물론이고 혼자 놀 때도 사회성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됐지만, 혼자 태블릿으로 놀 때는 이 영역이 활성화되지 않았어요. 앱에는 사람과의 상호작용, 혹은 상호작용을 연습한다는 측면이 기본적으로 빠져 있는 거예요.
템플대학교의 발달심리학자 캐시 허시-파섹 교수는 논문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아이들은 미디어로 배울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운다고요. 감정 조절, 문제 해결력, 표현 언어 같은 것들이죠. 부모와 함께 책을 읽는 한 시간과 특정 개념을 배울 수 있는 앱을 가지고 노는 한 시간을 비교하면 전자가 더 유익해요.
그래서 크리스타키스 교수도 2세 미만에게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허용하더라도 하루 30분에서 1시간 미만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했어요. 앱이 현실의 다른 활동을 너무 많이 대체하면 안 좋으니까요. 그럼에도 앱을 활용해도 좋다고 한 이유는, 통계적으로 2세 미만 아이 상당수가 이미 영상을 보는 게 현실인데 적당히 쓰기만 한다면 영상보다는 차라리 앱이 낫기 때문이에요. 물론 모든 발달 영역이 골고루 중요하지만, 저는 만 3세 이전에는 정서와 사회성 발달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육아하면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이 빠진 미디어 사용은 어릴 때일수록 제한하는 게 좋겠죠.
둘째, 좋은 앱을 고르기 어려워요
영상도 그렇지만 앱도 잘 골라야 해요. 실험실에서 아동발달 전문가들이 만든 앱으로 실험하면 어린아이들에게도 학습 효과가 있지만, 현실에서 아이들이 접하는 상업적인 앱들이 그만큼 효과가 있는지는 별개의 이야기거든요. 한 논문은 유치원생에게는 앱이 수나 읽기 학습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었지만, 더 어린 아이들에게서 배움이 일어나려면 앱의 퀄리티가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했어요.
잘 설계되지 않은 앱은 안 그래도 부족한 아이의 주의력을 쓸데없는 데 쓰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어린아이들은 인지 능력과 주의력이 아주 제한적이죠. 앱에 배워야 할 내용과 관계없는 조작 요소가 들어 있다고 해 볼게요. 만 3세 아이는 거기에 주의력을 조금 쓰고도 배울 내용에 쓸 주의력이 남아요. 하지만 만 2세 아이는 앱을 조작하거나 아무 데나 누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는 데 주의력을 다 써 버려서, 정작 배워야 할 내용에 쓸 주의력이 남지 않아요.
반대로 잘 설계된 앱은 배워야 할 내용과 직접 관계된 부분에 반응 요소를 넣어 학습을 도울 수 있어요. 화면의 토끼를 누르면 "토끼"라는 말소리가 나오는 앱이라면 이런 조작 요소는 어휘 습득에 도움이 될 수 있죠. 사람이 옆에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토끼"라고 말해 주는 것보다는 부족하겠지만, 토끼가 나오는 영상에서 말소리가 들리기만 하는 것보다는 나아요. 화면의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기기가 직접 힌트를 주기 때문이에요. 어떤 학자들은 이를 디지털 스캐폴딩이라고 불러요.
허시-파섹 교수가 든 다른 예도 있어요. 세모를 보여 주며 "세모"라고 알려 주거나 아무 데나 터치하면 "세모" 소리가 나는 앱은 교육 효과가 별로 없을 수 있어요. 대신 아이가 세모의 각 변을 터치하게 하고, 터치할 때마다 그 변이 색으로 강조되거나 숫자가 올라가게 설계하면 세모가 세 변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집중을 유도할 수 있죠. 실생활에서 볼 법한 사진을 보여 주며 세모 모양 물건을 찾아 터치하게 할 수도 있고요. 인터랙티브 미디어라고 무조건 좋다 나쁘다 할 수 없고, 어떤 미디어냐가 중요한 이유예요.
현실에는 이런 고품질 앱이 얼마나 있을까요. 국내 앱이나 서비스를 아동발달 전문가가 분석해 놓은 자료는 아쉽게도 없어요. 그러니 부모가 좀 더 깐깐하게 볼 필요가 있어요. 아동발달 전문가가 참여해 만든 경우라면 조금 나을 수 있고, 부모가 직접 비판적인 시선으로 플레이해 보고 판단해 보세요. 참고로 해외 앱스토어에서 영유아 교육용으로 홍보되는 앱들을 분석했더니, 교육적이라는 마케팅 문구와 달리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앱이 많았다고 해요. 개발자가 대충 만든 경우도 많았고, 해외에도 팔아야 돈이 되니 언어 자극이 아예 없는 형식으로 만든 경우가 많았어요. 이런 앱은 언어 자극이 풍부한 영상보다 언어 발달 면에서 오히려 부족할 수 있겠죠. 앞서 말한 리뷰의 저자도 실험실에서는 앱이 학습에 긍정적이라는 결과가 많았지만, 현실에서는 앱을 많이 쓴 아이들이 인지적으로 더 뛰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어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이들이 실제로 쓴 앱이 고퀄리티가 아니었던 탓이 클 거예요.
간단히 설문해 보니 한국에서는 앱스토어에서 앱을 받기보다 에듀테크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런 서비스가 교육적인지 아닌지도 나름대로 판단해 보셔야 해요.
셋째, 중독될 수도 있어요
영유아의 휴대폰 중독은 많은 부모가 걱정하는 부분이지만, 임상적으로나 통계적으로 근거를 갖춰 보고된 적은 없어요. 밖에 나가면 온 세상 사람들이 들여다보고 있고 부모도 자주 쓰고, 손을 대면 휙휙 넘어가는 휴대폰의 인터페이스 자체가 아이에게 굉장히 흥미로울 수 있어요. 그러니 아이가 휴대폰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너무 성급하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휴대폰 사용은 그 특성상 누구에게나 중독적일 수 있고, 이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있어요. 크리스타키스 교수는 이렇게 표현했어요. 화면을 터치해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날 때 즐거움을 느끼는데, 이 순간 다른 모든 즐거운 행위가 그렇듯 도파민이 분비되고, 그래서 잠재적으로 중독될 수 있다고요. 모바일 기기에서 즐거움을 너무 자주 느끼면 반응이 그만큼 즉각적이지 않은 현실 자극이 재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이런 부분을 잘 살피면서 조절하셔야 해요.
넷째,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위험이 있을 수 있어요
허시-파섹 교수는 아이들이 거대하고 계획되지 않은 실험 한가운데 있다고 표현했어요. 인터랙티브 미디어가 어린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TV가 가정에 보급된 지는 수십 년이 지났지만, 모바일 기기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아이들이 생긴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최근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위험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조금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도 있어요.
각자의 상황에 맞게 판단하세요
인터랙티브 미디어에는 장단점이 있고, 부모마다 이 장단점을 조금씩 다르게 해석하실 거예요. 저는 그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앱은 좋다, 나쁘다 하고 조언하는 건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으니까요. 어떤 분은 영상 대신 쓸 만한 앱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실 거고, 어떤 분은 상호작용을 더 많이 해 주고 미디어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베싸는 만 3세가 된 다미에게 하루 평균 30분 정도 영어 영상을 보여 주고 있는데요. 이번에 조사하고 나서, 적당한 난이도와 레벨업에 따른 성취감이 있고 교육 효과도 있는 괜찮은 해외 앱을 찾아서 가끔 영상 대신, 혹은 꼭 필요한 순간에 활용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테크놀로지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교육부 방침도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게 됐고요. 저와 다른 결론을 내리시더라도, 이런 지식을 바탕으로 더 주체적이고 자신 있게 아이의 미디어 노출 전략을 세우실 수 있기를 바라요.
정리해 보면
- 같은 시간이라면 수동적인 영상 시청보다 아이가 조작하고 반응을 받는 앱이 배움에 조금 더 나아요.
- 앱도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대신하지 못하니, 어릴수록 하루 30분에서 1시간 미만으로 제한하세요.
- 배울 내용과 직접 연결된 조작 요소가 있는지, 언어 자극이 있는지 부모가 직접 플레이해 보고 고르세요.
- 즉각적인 반응에서 오는 즐거움이 중독으로 이어지지 않는지 살피세요.
- 아직 검증되지 않은 미디어인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