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4.04 · 13:57
만 3~6세, 매일 할 수 있는 주의력 향상 놀이 10가지
유치원생 시기에는 속성을 바꿔 가며 찾는 보드게임, 무궁화 꽃, 가라사대, 소품 만드는 역할놀이가 실행기능을 키워요.
앞선 글에서 6개월부터 36개월까지 실행기능과 주의력 발달에 좋은 놀이를 살펴봤어요. 이번에는 만 3세에서 5세, 유치원생 시기예요. 이 나이부터는 규칙이 있는 놀이를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보드게임 추천이 많이 들어갑니다.
율동 놀이는 계속, 대신 더 어렵게
노래를 틀어 놓거나 부르면서 율동을 기억해 리듬에 맞게 하는 활동은 여전히 충동 억제와 작업기억력에 도움이 돼요. 나이에 맞게 점점 어려운 동작이 들어간 노래로 계속 바꿔 주시면 좋고요. 음악을 틀어 놓고 일부러 아주 빠르게 췄다가 아주 느리게 췄다가 하는 것도 좋다고 해요.
음악이 멈추면 춤도 멈추는 '그대로 멈춰라' 놀이는 이 나이에는 한 단계 올릴 수 있어요. 집에서는 노래가 멈출 때 부모가 특정 포즈를 취하고 아이가 그걸 보고 따라 하게 하면 돼요. 아이는 계속 춤추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면서 주의를 부모의 포즈로 유연하게 옮겨야 하거든요.
보드게임이 실행기능에 좋은 이유
규칙이 있는 구조화된 놀이는 실행기능 연구가 가장 많이 이루어진 영역이에요. 아이들의 실행기능을 측정할 때 오랫동안 써 온 과제들이 사실 보드게임과 비슷하게 생겼거든요. 예를 들면 바뀌는 규칙에 맞춰 카드를 여기저기로 분류하는 식이죠. 실행기능이 좋으면 이런 게임을 잘하니, 거꾸로 게임을 하다 보면 실행기능이 훈련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연구가 꽤 됐고, 시중 보드게임은 그런 과제를 더 재미있게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보드게임이 특히 유치원생 시기에 교육적으로 훌륭한 도구라고 생각해요. 만약 사교육을 시키게 된다면 1순위는 체육이지만, 그 외에는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하는 학원 같은 곳이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집에서도 할 수 있지만, 수준이 비슷한 아이들과 여럿이 한다는 점이 장점이거든요.
추천 보드게임 여섯 가지
- 쿼클: 하버드대에서 추천하는 게임이에요. 모양과 색이 다른 타일들을 모양이 같거나 색이 같도록 가로나 세로로 이어 붙여요. 6세 이상이라고 되어 있지만 점수 계산을 빼고 쉽게 하면 만 4세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 세트 주니어: 만 3세 이상. 멘사가 선정한 '세트'의 쉬운 버전이에요. 카드마다 숫자·모양·색깔 세 가지 속성이 있고, 세 속성이 모두 다르거나 모두 같은 카드 세 장이 한 세트예요. 바닥에 깔린 카드를 보고 먼저 "세트"를 외쳐 가져가면 점수를 얻어요. "빨간색은 고정하고 그 안에서 모양이 다 다른 걸 찾아야지" 하는 식으로 어떤 속성에 초점을 맞출지 계속 바꿔 가며 생각해야 해서 두뇌 훈련이 상당히 돼요. 한 논문에서 실제로 유치원생의 실행기능 훈련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어요. 어른이 함께할 때는 져 주면서 난이도를 조절해 주세요.
- 버그 언더 러그: 주사위를 굴려 어떤 속성으로 찾을지 규칙을 정하고, 스피너를 돌려 나온 속성에 맞는 벌레를 찾아 러그 아래로 넣어요. 더 찾을 수 없게 되면 냄새 벌레가 러그 위로 올라오고, 냄새 벌레 세 마리가 다 올라오면 모두 한 팀으로 져요. 주사위를 던질 때마다 속성이 바뀌어서 규칙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바뀐 속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 유령 대소동: 한 논문에서 '여우와 탐정', '잠자는 여왕'과 함께 실행기능 훈련에 실제로 사용해 효과를 보고했어요. 다른 두 게임은 호흡이 길고 규칙이 복잡해 초등학생 이후에 맞고, 유령 대소동은 만 4~5세도 괜찮아요. 카드를 보고 모양과 색이 모두 일치하는 물건이 있으면 그 물건을, 없으면 모든 속성이 다른 물건 하나를 먼저 집는 사람이 이겨요.
- 스매치: 기본은 메모리 게임인데, 룰렛을 돌려 모양·색·수 중 무엇을 기준으로 찾을지 정한 뒤 같은 쌍을 뒤집으면 가져가요. 똑같은 그림을 찾는 보통 메모리 게임에서 한 발 더 나간 거죠.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절판이라, 쿼클 타일에 버그 언더 러그의 주사위를 더해 색이나 모양 중 하나를 골라 같은 쌍을 찾는 식으로 해 볼 수 있어요. 세트 주니어 카드로도 되는데 27장뿐이라 좀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 반대말 빙고: 빙고판에 그림을 붙여 놓고, 부모가 "밝다" 하면 아이는 반대말인 '어둡다' 그림을 찾아 동그라미를 쳐요. 판에 '밝다'와 '어둡다'가 둘 다 있으니 무의식적으로 '밝다'를 찾으려는 충동을 억제해야 하죠. 반대말 개념도 익힐 수 있어 언어치료에서도 쓰는 놀이예요. 어린 아이들은 그림 도안이 필요해요.
어떤 보드게임이 실행기능에 좋은지 감이 오시죠. 같은 이미지를 두고 색만 봤다가 모양만 봤다가 하는 식으로, 초점을 맞추는 속성을 유연하게 바꿔야 하는 게임들이에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가라사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해외에서 '레드 라이트, 그린 라이트'라고 불리고, 아이들의 실행기능을 키우려고 만든 유아교육 프로그램에도 들어가 있어요.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참고, 술래에게 다가갈수록 커지는 긴장을 다스려야 해서 자기조절력이 길러져요. 밖에서 하기 좋은 놀이지만, 자기조절이 어느 정도 되는 아이라면 집에서 '절대 발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규칙을 더해 난이도를 한 단계 높일 수 있어요.
가라사대 놀이는 영어로 '사이먼 세즈'예요. "엄마 가라사대"를 붙이지 않은 지시를 따라 하면 벌칙이 있죠. 미네소타대에서 실행기능을 연구한 연구진은 이 놀이를 조금 바꿔서, 곰 인형이 말하는 것처럼 하면 지시대로 하고 용 인형이 말하는 것처럼 하면 하지 않는 규칙을 적용했어요. 아이가 적응했다 싶으면 규칙을 반대로 바꾸면 또 어려워지고요. 충동 억제와 인지적 유연성이 좋아지는 놀이예요.
역할놀이와 열린 놀이를 한 단계 올리는 법
앞선 글에서 역할놀이는 충동 억제와 실행기능에, 블록놀이나 스몰월드 플레이 같은 열린 놀이는 자기주도형 실행기능에 도움이 되니 둘 다 시간을 확보하면 좋다고 했어요. 유치원생 시기에 이 놀이들을 더 즐겁게 하는 팁 두 가지를 드릴게요.
첫째, 소품을 직접 만드는 거예요. 매번 같은 장난감을 꺼내기보다 소품을 만들면서 놀면 놀이가 확장되고, 만드는 과정 자체가 놀이가 돼요. 다미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해 본 적이 없고 집에서 잘라 줬는데, 어쩌다 아빠 머리 자를 때 미용실에 따라간 뒤로 미용실 놀이를 계속 했거든요. 미용실 장난감으로 그냥 할 수도 있었지만 소품을 만들면서 하니 놀이가 더 즐겁고 길어졌고, 그 과정에서 계획도 세우고 의견도 조율해 볼 수 있었어요. 자석 타일이나 블록처럼 크게 만들 수 있는 열린 놀잇감으로 미용실이라는 배경을 만들 수 있어요.
그리기와 쓰기도 적극적으로 넣어 보세요. 아직 글씨를 못 써도 쓰는 척하고, 부모가 써 주는 글씨를 주의 깊게 보고, 쉬운 건 따라 써 보면서 자연스럽게 한글을 배우거든요. "메뉴판을 만들어 보자" 하면 아이는 어떤 머리를 해 주면 좋을지 떠올리고 부모와 대화하며 계획을 세워야 해요. 즉흥적으로 "무슨 머리 해 줄게요" 하며 노는 것과는 경험이 달라요.
머리를 실제로 자르는 경험을 넣으려고 다미에게 "어떻게 하면 머리 자르는 놀이를 할 수 있을까?" 물어봤더니 인형 털을 자르자, 털실을 붙여서 자르자 하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저는 "인형 털을 자르면 인형이 미워질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 "털실은 엄마가 잘라 봤는데 두꺼워서 자르기 어렵더라, 다른 방법 없을까?" 하고 피드백을 줬고요. 다미가 "그럼 색종이를 자를까? 그건 잘 잘리잖아" 해서 함께 검색해 보니 휴지심에 색종이를 붙여 자르는 놀이가 있더라고요. 그걸 응용해 집에 있던 재활용품으로 머리를 만들어 자르며 놀았어요. 하나의 프로젝트를 아이와 진행하는 셈이라 아주 유익했어요.
둘째, 외부 소스를 쓰는 거예요. 대표적인 게 책이죠. 역할놀이는 아이가 아는 세계 안에서만 이루어지니 제한된 주제를 반복하게 되고 부모도 지겨워지는데,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듯 어른이 어느 정도 개입해 시나리오나 주제를 정해 주는 놀이도 유익해요. 아이가 잘 읽는 책을 하나 골라 "우리 이 책으로 놀아 보자" 하고, 스토리나 등장인물을 바탕으로 노는 거예요. 역할놀이나 스몰월드 플레이가 가장 쉽지만 미술이나 만들기로 이어 갈 수도 있어요. 이런 책 놀이를 반복하면 아이가 책 내용으로 놀면 재밌다는 걸 깨닫고, 나중에는 부모가 제안하지 않아도 스스로 책을 들고 와서 놀이에 활용하기도 해요.
어떻게 학습을 시작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놀이를 더 잘할까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 주변에서 영어도 하고 수학도 하는 것 같아 학습적으로 뭔가 해 줘야 하나 고민이 시작되죠. 우리는 학습이라고 하면 교과목 위주로 접근해 왔기 때문에 고민의 끝이 수학, 영어, 그러면 사교육으로 흐르기 쉬워요. 하지만 미취학 시기에는 여전히 놀이로 모든 교과목의 뿌리인 실행기능을 포함한 핵심 기술을 기를 수 있어요. 어떻게 학습을 시작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놀이를 더 잘할까를 고민해 보시면 좋겠어요.
정리해 보면
- 유치원생 시기에는 규칙이 있는 구조화된 놀이가 실행기능 훈련에 가장 잘 뒷받침돼요.
- 색만 봤다가 모양만 봤다가, 초점 속성을 바꿔 가며 찾는 보드게임을 고르세요.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가라사대 놀이는 규칙을 더하거나 뒤집어 난이도를 올리세요.
- 역할놀이는 소품을 직접 만들고, 책을 소재로 삼아 확장하세요.
- 학습을 어떻게 시작할지보다 놀이를 어떻게 더 잘할지 고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