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4.01 · 16:36
한계 설정에 모델링과 긍정적 강화까지 해 보세요, 아이가 달라집니다
안 되는 것만 가르치면 반쪽짜리예요. 모델링과 긍정적 강화로 '하면 좋은 것'을 보여 줘야 주의력과 자기조절력이 자라요.
낯선 행성에 떨어졌다고 상상해 보세요. 규칙은 전혀 다른데, 뭘 할 때마다 누군가 나타나 "그렇게 하면 안 돼"라고만 하고 어떻게 하는 게 맞는지는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아요. 따라 해 볼 사람도 없고, "그래,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라고 말해 주는 사람도 없어요. 잘못했을 때만 호되게 지적받을 뿐이죠. 이 세상에서 올바르게 행동하고 스스로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기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안 되는 것만 가르치는 건 반쪽짜리예요
우리는 평소에 "그건 안 돼", "그건 허용되지 않는 행동이야"라고 아이에게 계속 가르쳐요. 그런데 나쁜 행동만 가르치는 건 반쪽짜리 가르침이에요. 하면 안 되는 것만 알려 주면 아이는 정말로 어떻게 행동하는 게 좋은지 여전히 확신하기 어려워요. '이건 하지 말라는 건 알겠고,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지?' 이걸 알아내려고 아이는 계속 한계선을 넘나들며 실험해야 한다고 느끼기 쉽죠.
그래서 아이의 삶에 구조를 만들어 주는 육아를 할 때는 한계 설정으로 안 되는 것을 알려 주는 데 더해, 무엇이 되는지까지 명확하게 알려 줄 필요가 있어요. 그 방법이 모델링과 긍정적 강화예요.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
심리학에서 유명한 이야기인데,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 지금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은 분이 있나요. 하지 말라는 말은 반대 효과를 낼 때가 많아요. 울지 말라고 하면 더 울고 싶고, 사탕 살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하면 머리가 사탕 생각으로 가득 차는 게 사람이고, 자율권을 얻으려고 늘 애쓰는 유아의 뇌는 특히 그래요. 그런데 "코끼리 생각하지 말고 토끼 생각에 집중해 보세요"라고 하면 훨씬 쉽죠.
아이와 소통할 때도 하면 안 되는 것(노)보다 하면 좋은 것, 해도 되는 것(예스)을 알려 주는 게 더 쉬운 방식이에요. 부모가 "안 돼", "하지 마", "달리지 마", "던지지 마" 하고 한계 설정만 하면 아이의 주의는 자꾸 그 금지된 대상으로 저절로 쏠려요. 반면 모델링과 긍정적 강화로 하면 좋은 행동을 평소에 많이 부각해 주면, 아이는 하지 말라는 행동에 집착하기보다 하면 칭찬받는 행동, 부모가 하는 걸 자주 봐서 '나도 하려면 할 수 있겠다'고 느끼는 행동을 더 기꺼이 하려고 노력하게 돼요. 이렇게 참고 바람직하게 행동해 보는 과정에서 아이의 주의력과 자기조절력이 크게 자라요.
한계 설정만 할 때와 그다음까지 할 때
수학 문제를 풀 때, 한계 설정만 하면 "그렇게 푸는 거 아니야"를 되풀이해요. 그다음까지 하면 "봐, 이렇게 푸는 거야", "어, 맞아. 그 부분은 잘했어"가 이어지죠.
식당에서 돌아다닐 때, 한계 설정만 하면 "식당에서 돌아다니면 안 돼"로 끝나요. 그다음까지 하면 이렇게 돼요. "다른 사람들은 앉아서 뭐 하고 있는지 한 명씩 살펴볼까? 저 친구는 아빠 지갑을 가지고 놀고 있네. 너도 엄마 지갑 구경할래?" "돌아다니고 싶다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말로 해 줘서 고마워. 마음을 행동이 아니라 말로 표현하는 거 정말 잘한 거야." "그래도 5분이나 잘 앉아 있었네. 우리 잠깐 나갔다 올까?"
동생 물건을 뺏을 때, 한계 설정만 하면 "동생 물건 뺏으면 안 돼"예요. 그다음까지 하면 이렇게요. "그럴 땐 봐봐, 이렇게 하는 거야. '나 그거 줄래?' 어, 동생이 싫다고 하네. 그럼 엄마는 이렇게 할 거야. '다 끝나면 말해 줘.' 다미도 한번 연습해 볼까? 자, 내가 동생이야." "다미는 동생이 좋아하는 다른 장난감이랑 바꾸자고 말했구나. 그렇게 얘기하는 거 정말 좋은 생각이다."
모델링은 이렇게 부모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 평소에 모범을 보이는 것일 수도,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도록 돕는 것일 수도, 아이가 잘못했을 때 대신 어떻게 행동할 수 있었는지 재연으로 가르쳐 주는 것일 수도 있어요. 스탠퍼드의 심리학자 앨버트 밴듀라는 이걸 대리 경험, 간접 경험을 통한 가르침이라고 했어요. 공동체 안에서 살도록 진화해 온 인간은 아주 사회적인 존재라서, 같은 사회의 구성원을 관찰하다 보면 '저 사람이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하는 자신감이 조금씩 쌓여요.
모델링, 잘하는 방법 네 가지
첫째, 드러나게 하세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모범을 보이거나 "봐봐, 저 언니 잘하네" 하고 가리키는 것만으로 모델링이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어린아이에게는 그것만으로 확실하게 도달하지 않을 수 있어요. 바람직한 행동의 그 측면에 아이의 주의를 충분히 모아 줘야 해요. 원하는 걸 낚아채는 대신 "주세요"라고 말하는 습관을 가르치고 싶다면, 엄마가 아빠에게 "주세요" 하는 장면을 아이가 보고 있겠지 하고 넘기기보다 아이의 주의를 적극적으로 끌면서 약간 과장되게 해 주세요. "어, 나 저 과자 먹고 싶다. 다미야 봐봐, 엄마 봐. 아빠, 저 이거 주세요. 어, 그렇게 얘기했더니 아빠가 줬네." 아이가 어릴수록 주의를 미리 모아 주는 과정이 더 중요해요.
둘째, 명확하게 하세요. 이 모델링으로 내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의식하면서 하면 더 좋아요. 아이가 물을 흘렸을 때 부모가 닦아 주면서 물 닦는 행동을 모델링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데, 아이 입장에서는 '물은 엄마가 닦는 거구나'라는 잘못된 메시지가 전달될 수도 있거든요. 자기가 흘린 건 자기가 닦는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면 부모가 물을 흘리고 나서 "어, 내가 물을 흘렸어. 내가 흘렸으니 내가 닦아야지" 하고 기대되는 규칙을 말로 짚어 주세요. 아이가 흘렸을 때는 "다미가 흘렸으니까 다미가 닦아야겠네" 하고 기대치를 전하고 닦을 수 있게 돕되, 하지 않으려 하면 강요하지 말고 아이가 안 볼 때 쓱 닦으면 돼요. 그러다 본인이 닦는 날이 오면 많이 칭찬해 주시고요.
셋째, 상황을 만드세요. 모델링의 기회가 자연스럽게 올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일부러 상황을 만드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어요. 감정 조절이 미숙한 아이에게 감정 조절 도구를 가르치고 싶다고 해 볼게요. 부모가 머리끝까지 화가 나는 상황은 자주 오지 않고, 막상 그때는 도구를 떠올리기도 어렵죠. 그럴 때 기분이 크게 언짢지 않더라도 약간 언짢은 것처럼 그 도구를 써 보는 거예요. 심호흡을 유도하려고 바람개비를 준비했다면, 아이가 부모를 조금 속상하게 했을 때 말없이 가서 바람개비를 부는 거죠. "이렇게 하면 마음이 편해져" 같은 말 한마디를 덧붙이면 더 좋고요. 매번은 아니더라도 아이는 어떤 상황에서 '내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그런 게 있었지' 하고 떠올려 실천해 보기도 할 거예요. 그때 또 칭찬해 주시면 되고요.
넷째, 현실적으로 하세요. 부모의 모델링이 터무니없이 완벽하거나 아이의 지금 능력 밖이라면 '나도 해 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오히려 꺾일 수 있어요. 아무리 화가 나도 "나 정말 지금 화가 나"라고 차분하게 말하는 건 두 돌 아이에게는 너무 높은 수준의 자기조절이에요. 아이가 던지고 때리는 수준이라면 "으악, 짜증나!"부터, 이불을 팡팡 털면서 기분을 달래는 모습이나 "나 이 탱탱볼을 던질 거야" 같은 것부터 모델링해 줄 수 있어요. 아이가 자라면서 조금씩 더 성숙한 수준으로 올려 가면 돼요. 이 시기 아이의 뇌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그 수준에 고착되지 않으니 걱정 마세요. 블록 정리는 하나하나 제자리에 놓기보다 박스 하나에 다 담는 것부터, 그림은 아이가 그릴 만한 수준으로, 부끄러움이 많아 말이 잘 안 나오는 아이라면 당분간 말 대신 고개 숙여 인사하는 것을 모델링해 줄 수 있어요. 모델링이 아이를 기죽이지 않고 실질적인 가르침이 되도록 눈높이를 맞춰 주세요.
긍정적 강화, 잘하는 방법 네 가지
긍정적 강화는 아이가 잘한 행동에 좋은 피드백을 주면서 다음에 또 그렇게 하고 싶은 동기를 높이는 거예요. 구체적인 칭찬의 말을 자주 쓰고, 스킨십이나 미소, 엄지척, 스티커 같은 보상을 활용할 수 있어요.
첫째, 훈육의 마무리를 칭찬으로 끝내세요. 뭔가 잘못하고 있는 아이에게서 칭찬할 기회를 찾기는 생각보다 어려워요. 잘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잘못했을 때를 칭찬할 기회로 바꿔 보세요. 앞의 사례에서 동생을 때린 아이와 말로 하는 걸 연습해 보기로 했죠. 일종의 놀이인데, 그 놀이 안에서 아이가 바람직한 행동을 하면 칭찬해 주는 거예요. 실제 행동이 아니라 놀이 속 가상의 행동을 칭찬하는 것이지만 효과는 똑같이 좋아요. 이렇게 행동하면 칭찬받는구나, 하는 걸 놀이로 배우니까요. 베싸네 집에서도 훈육의 마무리는 늘 "연습해 볼까?" 하고, 다미가 연습에서 잘한 행동을 칭찬하면서 긍정적으로 끝낼 때가 많았어요.
둘째, 가족 구성원을 칭찬하세요. 남이 칭찬받는 걸 보는 것도 '저건 칭찬받을 만한 좋은 행동이구나' 하고 깨닫는 좋은 기회예요. 엄마는 아빠를, 아빠는 엄마를, 칭찬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면 꼭 짚어서 칭찬해 주세요. 요즘 아이에게 뭘 가르치면 좋을지 부부가 자주 이야기하고, 예를 들어 고맙다고 말하는 법을 가르치자고 정해 뒀다면 엄마는 아빠가 해 준 작은 일에도 일부러 고맙다고 말하고, 아빠는 "네가 고맙다고 말해 주니까 내가 기분이 좋네" 하고 엄마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거예요. 집안 분위기도 훈훈해지고 아이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 동기가 쑥쑥 자라겠죠. 다만 형제자매에게 질투가 많고 예민한 시기라면 아이 앞에서 형제자매를 대놓고 칭찬하는 건 조금 자제하는 게 좋아요.
셋째, 칭찬받을 만한 일을 아이가 스스로 보고하게 하세요. 바쁘게 살다 보면 아이가 잘했는데도 놓치고 넘어갈 때가 있죠. "네가 잘한 행동이 있는 것 같으면 엄마한테 꼭 알려 줘. 엄마는 그런 게 정말 알고 싶거든" 하고 말해 주세요. 아이가 직접 붙일 수 있는 스티커판을 만들어 줘도 좋고요. 이렇게 하면 긍정적으로 강화할 기회 자체가 많아지고, 아이가 셀프 모니터링을 할 기회도 생겨요. 내가 지금 이 행동을 잘했나 못했나 평가해 보는 건 자기조절에서 아주 중요한 과정이에요. 스스로의 행동을 자각하고 평가하지 못하면 자기조절이 어렵거든요. 어린 아기는 아직 이 기준이 없어서 자기 행동이 좋은지 나쁜지, 심지어 그 행동을 했는지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행동할 때가 있는데, 전두엽이 자라면서 조금씩 셀프 모니터링이 가능해지고 이게 자기조절 역량의 발달로 이어져요. 아이가 말했을 때는 추가로 긍정적인 강화를 주시면 되겠죠.
넷째, 구체적으로 하세요. 이미 잘 아실 것 같아 마지막에 넣었는데, 내가 지금 뭘 칭찬하고 있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말해 주는 거예요. "잘했어"가 아니라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었는데 한번 멈추고 말로 했구나, 잘했어", "너 방금 이거 굉장히 집중해서 해냈구나" 하고요. 작고 별것 아닌 것 같은 상황에서라도 아이의 바람직한 행동을 꼭 짚어서 칭찬하거나, "잘했어"라는 말 없이 "너 그렇게 했구나" 하고 알아주기만 해도 긍정적인 강화가 돼요.
구조를 만드는 육아 세 가지
긍정적 강화는 제가 육아하면서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는 일종의 슈퍼 도구예요. 당장 육아가 훨씬 쉬워질 수 있으니 조금씩만 더 신경 써서 해 보세요. 모델링과 긍정적 강화, 앞선 글에서 다룬 한계 설정, 이렇게 구조를 만드는 세 가지 육아 행동은 모두 자기조절력을 높인다고 연구로 밝혀진 것들이에요. 잘하시면 당장 육아가 쉬워지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는 장기적으로 자기조절력이 뛰어나게 되어 생활 습관이나 규칙 준수뿐 아니라 공부도 더 잘하고, 자기 삶을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 가는 주도적인 사람으로 자라게 돼요.
정리해 보면
- 안 되는 것만 가르치면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한계선을 계속 시험해요.
- 노보다 예스가 쉬워요. 모델링과 긍정적 강화로 하면 좋은 행동을 부각해 주세요.
- 모델링은 드러나게, 명확하게, 필요하면 상황을 만들어서, 아이 수준에 맞게 하세요.
- 훈육은 연습과 칭찬으로 마무리하고, 가족끼리 서로 칭찬하고, 아이가 잘한 일을 스스로 보고하게 하세요.
- 칭찬은 구체적으로. "너 그렇게 했구나" 하고 알아주기만 해도 강화가 돼요.
- 한계 설정·모델링·긍정적 강화는 자기조절력을 높이는 육아 행동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