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2.02 · 15:28
영유아 때부터 성공을 경험한 아이, 끈기가 남다른 이유
스스로 해내는 성공 경험과 적절한 스캐폴딩, 과정 중심 칭찬이 아이의 끈기를 길러요.
베싸TV에서는 최신 연구를 근거로 한 육아 정보를 다루는데요, 오늘은 앞서 이야기한 그릿, 열정을 가지고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끈기 있게 도전하는 힘을 계속 살펴볼게요. 앞선 글에서는 부모가 장난감 다루는 법을 보여주는 모델링이 아이 끈기에 미치는 영향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아이가 뭔가를 하는 도중과 완수한 다음 부모의 반응이 끈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게요.
끈기를 예측하는 건 역경이 아니라 성공 경험
그릿의 저자 앤절라 더크워스 교수는 대학생의 그릿을 예측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로 고등학교 때 특별 활동을 얼마나 꾸준히 했는지를 꼽았어요. 방송부나 스포츠 같은 과외 활동은 대부분 아이가 스스로 선택해서 하는 거잖아요. 스스로 열정을 가지고 선택한 일을 꾸준히, 끈기 있게 해내고 그 과정에서 성취를 경험하는 것, 이런 성공 경험이 쌓이면서 그릿이 길러진다는 거예요. 물론 애초에 그릿이 높은 아이가 특별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다는 반대 방향의 관계도 있어서, 양쪽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봐요.
부잣집에서 자란 사람과 가난한 집에서 자란 사람, 어느 쪽이 더 그릿이 있을 것 같으신가요? 왠지 후자일 것 같지만, 더크워스 교수는 역경을 경험한다고 해서 무조건 그릿이 생기는 건 아니라고 말해요. 얼마나 힘든 상황을 겪었는지가 아니라, 크든 작든 힘든 상황을 노력으로 성공적으로 벗어난 경험, 즉 성공 경험이 중요하다는 거죠.
스스로 해낸 성공 경험이 끈기를 만든다
저는 어린 아기들에게도 스스로 노력해서 성공하는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늘 생각해 왔어요. 몬테소리에서도 강조하는 부분이고요. 아이들은 일상 속에서 스스로 완수한 성공 경험을 최대한 많이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러면서 성취감을 맛본 아이들은 뭐든 끈기 있게 끝까지 하려는 내적 동기가 더 강해지고, 그래서 부모가 끼어들어 도와주려 하면 거절하기도 하죠.
반면 부모가 늘 도와주고 답을 제시해 주는 데 익숙해진 아이는 어떨까요? 성공 경험과 성취감을 맛본 적이 별로 없는 아이에게는, 나보다 능력 있고 선뜻 도와주는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어요.
유치원생을 세 그룹으로 나눠 어려운 과제를 준 연구가 있어요. 한 그룹은 어른이 그냥 지켜만 봤고, 한 그룹은 어른이 해결 방법을 말로 설명해 줬어요. 나머지 한 그룹은 아이가 잘 안 되면 어른이 대신 해결해 줬고요. 이후 모든 아이에게 새로운 과제를 줬더니, 어른이 대신 해결해 준 그룹의 아이들이 다른 두 그룹보다 덜 끈기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해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있어요. 문제를 풀다 포기하면 답을 알려주는 조건과 알려주지 않는 조건으로 나눴더니, 답을 알려주는 조건에서 학생들이 훨씬 쉽게 포기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포기하지 않고 답을 찾았다고 추가 보상을 준 것도 아니었어요. 끝까지 노력해야 답을 알 수 있는 환경이냐,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냐, 그 차이만 있었던 거죠.
답안지를 옆에 두지 않는 이유
이 연구를 보면서 예전에 어떤 학부모님이 아이가 수학 공부할 때 옆에 답안지를 두는 게 좋은지 물으셨던 게 생각났어요. 그때는 제대로 답을 못 드렸는데, 지금이라면 답안지를 두지 않는 게 좋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공부에서 성공한다는 건 결국 스스로 노력해서 성공하는 경험을 계속 쌓아 나가는 일이거든요. 특히 수학은 답을 찾기 위해 금방 포기하지 않고 씨름하면서 해결 방법을 찾는 경험이 실력을 키우는 과목이고요. 저도 학창 시절 수학으로 고생했는데, 풀이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는 성취감을 맛보면서 수학이 점점 좋아지고 답안지 없이 끝까지 풀어 보려는 동기도 생기더라고요. 초반에 성공 경험이 적을 때는 이 성취감 자체를 잘 모르고, 아무리 노력해도 답을 구할 수 없다고 무의식적으로 판단해서 금방 포기하고 답안지를 보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부모가 아이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건 답안지를 보여주면서 문제를 풀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대신 해결해 줄수록 아이가 스스로 노력해서 성공하는 경험의 횟수는 줄고, 성취감을 맛볼 기회도 줄어들죠. 장난감이나 퍼즐뿐 아니라 옷 입기 같은 일상생활의 여러 활동에서 아이가 스스로 완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최대한 주는 것, 이게 정말 중요해요. 작고 사소한 성공 경험이 쌓인 아이들이 끈기를 기를 수 있고, 더 큰 목표에도 도전해서 성공을 경험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큰 성공에 이를 수 있어요.
대신 해주지 않고 살짝 돕는 법, 스캐폴딩
다만 아이에게 스스로 해볼 기회를 주고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어요. 과제 난이도가 아이에게 너무 높을 때는 그냥 스스로 해보게만 둬도 당연히 실패하겠죠. 혹은 아이가 부모의 해결에 너무 의존하게 돼서, 분명 노력하면 할 수 있는데도 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럴 때 답은 스캐폴딩이에요.
스캐폴딩은 원래 공사 현장에서 쓰는 철골 구조물을 뜻해요. 한국어로는 비계라고 하죠. 건물을 지을 때 높은 곳의 외벽을 그냥 작업할 수 없으니 임시로 세워 두는 구조물인데, 작업이 다 끝나면 치워요. 아이가 아직 혼자 힘으로 뭔가 할 수 없을 때 부모님이 약간의 도움으로 과제를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아이가 더 발달해서 혼자 할 수 있게 되면 더 이상 도와주지 않는 거예요. 걸음마를 배울 때 손을 잡아 준다거나, 장난감을 조작할 때 시범을 보여준다거나, 말로 가이드를 준다거나, 잘 해냈을 때 칭찬과 격려를 해 주는 게 다 스캐폴딩이에요. 이렇게 적절히 지원해 주면 아이는 문제 해결 과정에서 자신감과 동기를 갖게 되고, 이는 실행 기능 발달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어요. 요지는 부모가 살짝 도와줘서 과제 난이도를 아이에게 맞게 낮춰 주는 거예요. 대신 해결해 주는 게 아니라, 아이가 주도성을 잃지 않고 끝까지 완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거죠.
저희 집에서는 100%는 아니지만 대체로 이렇게 하려고 노력해요. 새 퍼즐을 하나 꺼내 놨다고 하면, 저는 먼저 이거 해보자 하고 제안하는 일은 별로 없어요. 보통 선반에 새 퍼즐을 꺼내 두고 다미가 관심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놔두죠. 퍼즐이 다미에게 조금 어려워 보이면 옆에서 살펴보고, 조금만 도와주면 되겠다 싶으면 "이건 여기다 놓으면 될까? 한번 뒤집어 볼까?" 하는 식으로 질문을 던지면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도와줘요. 너무 어려워서 못 하겠다고 하면 제가 바로 이어받아 대신 해 주지 않고, "그럼 엄마가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하는지 보여줄게" 하고 다시 시작해요. 시범을 보여줄 때도 너무 쉽게 뚝딱 해내지 않고 "이건 뭘까, 이렇게 돌려 볼까" 하며 질문을 던지고, 저도 끈기 있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요. 그러다 다미가 자기가 할 수 있겠다 싶으면 해보겠다고 나서기도 하고, 다 보여준 다음 다미도 한번 해볼래 하고 물어보기도 해요. 너무 어려워 보여서 안 한다고 하면 강요하지 않고 그냥 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관심을 보이는지 지켜봐요.
결과가 아니라 노력을 칭찬하기
마지막으로 칭찬 이야기를 해볼게요. 칭찬은 개념을 만들어가는 어린 아기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예요. 칭찬과 동기를 깊이 연구한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캐롤 드웩 교수는 칭찬으로 부모가 아이에게 성장 마인드셋을 길러줄 수 있다고 했어요. 성장 마인드셋이란 재능이나 능력이 태어날 때부터 고정된 게 아니라 노력해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에요.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에게 특권을 주고 다른 학생과의 차이를 자꾸 드러내는 교사는 무의식중에 아이들에게 고정 마인드셋을 심어줄 수 있대요. 이런 교사에게 배운 학생들은 어려운 문제보다 쉽게 끝낼 문제를 고르는 경향이 있었고, 한 해가 지나면 "재능은 정해져 있다"는 말에 동의할 확률도 더 높았대요. 노력이 아니라 결과를 칭찬하는 부모의 아이도 고정 마인드셋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하고요. 똑똑함이나 결과물이 아니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해내려는 마음가짐과 스스로 해내려는 태도를 칭찬하는 게 좋아요. 이런 칭찬이 성장 마인드셋으로 이어지고, 성장 마인드셋은 그릿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해요.
저도 이 칭찬법을 다룬 논문에 감명받아 여러 번 읽었지만 바로 바뀌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의식적으로 노력하니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 같아요. "이거 어려운 건데 끝까지 했네", "어제는 못했는데 오늘은 되네", "엄마한테 도와달라고 안 하고 혼자 해봤네" 같은 말이 처음엔 어색했는데 이제는 좀 더 자연스럽게 나와요. 잘 안되시면 집 안 곳곳에 문구를 써서 붙여 두고 의식적으로 연습해 보시는 것도 괜찮아요.
부모의 마인드셋도 자란다
부모님 자신이 고정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다면, 칭찬 외에도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무의식중에 아이에게 고정 마인드셋을 물려줄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니 본인의 사고방식을 바꿔 보려는 노력도 함께 해보면 좋겠어요. 캐롤 드웩 교수는 14세에서 18세 청소년의 뇌 발달을 추적한 연구에서 IQ가 증가한 경우가 상당히 많았고, 뇌 구조도 조금씩 변한다는 결과를 자주 언급한대요. 뇌와 지능이 노력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이런 과학적 사실을 아이와 자주 이야기 나누는 것도 아이의 성장 마인드셋을 길러주는 데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정리해 보면
- 그릿은 역경 자체가 아니라, 힘든 상황을 노력으로 극복한 성공 경험에서 자란다.
- 부모가 대신 해결해 줄수록 아이가 스스로 성취감을 맛볼 기회는 줄어든다.
- 아이가 스스로 해내기 어려운 과제는 스캐폴딩으로 살짝 도와주되 대신 해주지 않는다.
- 결과보다 노력과 과정을 칭찬해야 아이에게 성장 마인드셋이 자란다.
- 부모도 아이 못지않게 도전과 노력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