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부터 모든 나이대의 아이를 둔 부모가 일상에서 매일 하고 있지만 누구나 더 잘할 여지가 있는 것, 아이의 모든 영역의 학습과 밀접한 것. 이걸 부모가 잘하면 아이큐보다 아이의 성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진 실행기능이 더 잘 발달한다는 게 수많은 연구로 입증됐어요. 실행기능은 충동을 억제하고 과제에 꾸준히 집중하는 능력을 포함하는데, 초등학생만 돼도 개인차가 아주 크게 나타나는 영역이죠. 이게 뭘까요. 그 전에 육아에 관한 생각 하나부터 짚어 볼게요.

육아의 목표가 달라졌어요

육아는 뭘까요. 우리는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옛날과 현대의 육아 목표는 달라졌어요. 1900년대 이전 영국 기준으로 평균 출산율은 10명 정도였고, 성인이 되어 결혼까지 하는 자녀는 두 명에 불과했다고 해요. 가정에 노동력을 보태려고 아이를 낳았고, 아이는 어릴 때부터 농사든 장사든 집안일을 도우며 살다가 20%의 경쟁률을 뚫고 무사히 성인이 되면 자기 가정을 꾸렸죠. 그러니 왕가나 귀족 자제가 아닌 이상 옛날 육아의 목표는 아이를 사지 멀쩡한, 노동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었을 거예요. 부모가 자기 노동력을 써 가며 아이의 능력치를 극대화하는 게 의미가 있었을까요. 그럴 여유도 없었겠지만, 80%는 성인이 되기 전에 사망할 텐데요. 옛날 육아는 아주 최소한의 기준에서 아이를 정상적인 노동자, 사회 구성원으로 키우는 게 목표였어요.

우리는 출산율 0.8의 시대를 살고 있어요. 아이는 웬만하면 살아남아 성인이 될 거고, 능력이 충분히 좋으면 옛날보다 훨씬 쉽게 계층 이동을 할 수 있죠. 그래서 우리 육아는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아이가 자신의 능력치를 최대한 키워서 더 빨리, 더 잘 독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게 오늘날 육아의 목표가 아닐까요. 옛날로 치면 왕가나 귀족 가문의 목표였던 것이 대중화된 셈이니, 옛날 사람 눈에는 우리 모두 귀족 육아를 하고 있는 거겠죠.

능력을 키워 주기 전에 알아 둘 세 가지

그래서 많은 부모가 아이의 능력치를 극대화해 주고 싶어 해요. 집중력, 감정 조절, 사고력, 언어, 수학, 사회성, 문제 해결력, 창의력까지 능력은 아주 다양하죠. 이 능력들을 부모가 어떻게 하면 더 잘 길러 줄 수 있을까요. 먼저 세 가지를 알아 두셔야 해요.

첫째, 이 모든 능력의 씨앗은 생애 초기에 있어요. 둘째, 모든 부모는 이미 알게 모르게 아이의 능력을 길러 주고 있어요. 아이가 뭔가에 집중할 때 부모가 자연스럽게 같이 관심을 가져 주잖아요. 학술적으로 공동주의라고 하는데, 아이의 집중을 돕고 집중력이 길러지는 토대가 돼요. 또 언어 발달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아이에게 말을 걸어 주죠. 부모가 방법을 일일이 지식으로 알지 않아도 아이의 기본 능력치는 자연스럽게 발달하게 되어 있어요.

셋째, 그럼에도 더 잘할 여지가 있어요. 수많은 연구자가 육아에서 핵심 변수를 뽑아 이후 아이의 결과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밝히는 일을 해요. 예를 들어 부모가 아이에게 반응을 잘하면 아이가 나중에 사회성이 좋더라, 하는 식이죠. 데이터를 보면 실제로 부모마다 반응성에 차이가 있고, 그에 따라 아이의 행동으로 드러나는 사회성도 차이가 나요. 더 잘하는 부모가 있고, 그 결과 더 잘하게 되는 아이가 있다는 뜻이에요.

스캐폴딩, 과제의 난이도를 낮춰 주는 도움

그럼 아이의 모든 능력을 더 잘 길러 주는 부모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답이 스캐폴딩이에요. 스캐폴딩은 아이가 이 세상에서 만나는 과제의 난이도를 조금 낮춰 줘서 아이가 그 과제를 완수할 수 있도록 하는 부모의 도움이에요. 가장 쉬운 예가 걸음마예요. 걸음마는 아이에게 아직 어려운 과제죠. 그렇다고 "혼자 해 봐" 하고 놔두지 않고, 부모가 아이 발을 잡고 대신 걸어 주지도 않아요. 부모 손을 잡거나 도구에 의지해서 걸어 보게 난이도를 낮춰 주고, 아이가 걷는 데 자신감이 생겨 더 잘 걷게 되면 그 도움을 거두죠.

부모는 아이가 이 세상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줘야 해요. 세상 모든 것이 아이에게 낯설고 어려울 수 있다는 걸 기억하면서, '어, 이거 내가 해 볼 만한데, 할 수 있겠는데'라는 느낌이 들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생각해 보는 거예요.

"스스로 해야지"는 독립을 강요하는 말일 수 있어요

종종 우리는 아이가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왜 스스로 못 하지? 너 이거 한번 해 봐" 하면서 스스로 하기를 강요해요. 울음을 스스로 그칠 줄 알아야지, 스스로 잠들 줄 알아야지, 앉아서 끝까지 집중해서 먹을 줄 알아야지, 5분 10분 집중해서 퍼즐을 끝까지 맞출 줄 알아야지, 소리 지르고 때리고 싶어도 참고 성숙하게 말로 표현할 줄 알아야지. 이 과제들이 아이에게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하는 거죠. 몇 개월이 되면 이런 걸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도 있는데, 그런 건 없어요. 누가 정하겠어요. 기껏해야 평균이 어느 정도라는 통계가 있을 뿐이고, 평균을 벗어나는 아이는 당연히 있어요.

아이가 뭔가를 못한다는 건 단순히 우리 아이에게 그게 어렵다는 뜻이에요. 이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모는 무력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기 쉬워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안 되고, 문제가 뭔지 모르니 해결책도 알 수 없거든요. 그런데 문제를 새로 정의하면 달라져요. 이 과제가 아이에게 너무 어렵다, 난이도가 높다. 문제를 알았으니 이제 해결할 수 있죠. 난이도를 낮춰 줘서 도울 수 있어요. 구체적인 방법이 간단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적어도 뭘 해야 할지는 명백하잖아요. 어떻게 난이도를 낮출까 고민하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부모도 실력이 자라고, 아이도 스캐폴딩을 받아 과제를 완수해 나가면서 다양한 능력이 길러져요.

브로콜리와 퍼즐로 보는 스캐폴딩

사례 두 가지만 들어 볼게요. 첫째, 브로콜리 먹기가 어려운 과제인 아이가 있어요. 이건 아이의 과제예요. 부모의 과제는 브로콜리를 먹이는 게 아니고, 아이가 안 먹는다고 부모가 실패한 것도 아니에요. 채소의 쓴맛에 자연스러운 거부감을 가진 아이에게 채소 먹기는 어려운 과제일 수 있어요. 아이에게 어려운 과제라고 인정하는 게 1번이에요. 그다음 부모는 여러 방식으로 난이도를 낮춰 줄 수 있어요. 브로콜리를 새끼손톱만큼 아주 작게 잘라 "이만큼만 먹어 볼래?" 하고 건넬 수도 있고, 먹었으면 칭찬해 줄 수도 있고, 마음 편히 도전해 보도록 "입에 한번 넣어 보고 영 아니면 뱉어도 괜찮아"라고 말해 줄 수도 있죠. 이런 경험을 거치며 아이는 브로콜리를 먹어 보려고 시도하고 '어, 내가 브로콜리를 먹을 수 있네' 하고 자신감이 생겨요. 억지로 먹이거나 안 먹는다고 화를 내고 한숨을 쉬는 건 난이도를 낮추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브로콜리에 대한 거부감을 키워 난이도를 높이는, 잘못된 방향의 도움이죠.

둘째, 장난감 조작을 끝까지 해내는 게 어려운 과제인 아이가 있어요. 끝까지 집중해서 끝낼 수 있게 어떻게 도울까요. 과제가 너무 어려워 좌절감이 올라오면 집중이 흐트러지죠. 그렇다고 부모가 끼어들어 퍼즐을 대신 맞춰 주면 몰입이 깨져서 역시 집중이 흐트러져요. 옆에서 말로 살짝 힌트를 주거나, "이거 아니야?" 하고 퍼즐 조각을 내밀어 보는 식으로 살짝 도우면서 난이도를 낮추면 아이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까지 해 나갈 수 있어요. 이런 도움을 받아 일정 시간 집중하는 경험을 쌓으며 주의집중력이 길러지죠.

이 세상이 너무 압도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마주하는 과제가 너무 어려워서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과제를 아이가 소화할 수 있는 한입 크기로 줄여 주는 것. 그래서 과제에 성공하면서 자기 확신이 쌓이도록 돕는 것. 이게 스캐폴딩이에요.

실행기능을 키우는 첫 번째 육아 변수

실행기능은 집중력이나 주의를 조절하는 능력을 포함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고등 인지 능력을 뜻해요. 여러 선행 연구를 분석해 이 능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육아 변수를 뽑았더니 1번이 스캐폴딩이었어요. 그냥 지시하거나, 그냥 뛰어들어 도와주거나, 방치하는 부모보다 과제의 난이도를 낮춰 주고 아이가 성공할 수 있도록 옆에서 적절히 돕는 부모의 아이가 이후 실행기능이 더 뛰어났다는 연구가 많이 쌓이고 있어요. 모든 부모는 매일 자연스럽게 아이의 배움을 스캐폴딩해요. 하지만 연구자들이 실제 부모 행동을 살펴보니 더 잘하는 부모가 있었고, 그에 따라 더 잘하게 되는 아이가 있었죠. 우리 모두 더 나은 스캐폴더가 될 수 있어요.

저는 육아 초기에 교육학을 공부하다가 스캐폴딩 개념을 알고 나서 부모로서 제 역할을 많이 생각해 봤고, 제 육아에도 적용해 보려고 노력했어요. 어떤 과제가 아이에게 어려워 보일 때 어떻게 난이도를 조금 낮춰 줄 수 있을까, 아이가 더 잘하게 되면 어떻게 내 도움을 뺄 수 있을까. 앞서 말한 브로콜리 먹이기와 퍼즐 완수하기도 다 베싸가 했던 것들이에요. 『베싸육아』 원고를 정리하면서 문득 이게 다 스캐폴딩이구나 싶더라고요. 반응 수유는 뱃속에서 상시로 영양을 공급받던 아이가 배고플 때 먹고 배부르면 그만 먹는 원리를 배우도록 돕는 것이고, 식사를 거부할 때 강요하지 말자는 것도 배고플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식사에 대한 동기를 높여 식사 예절을 천천히 배워 가게 돕자는 거였죠. 수면도 울리거나 강요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너무 불안하거나 어렵지 않게 잠들 수 있도록 난이도를 낮춰 주고, 도움을 서서히 빼 나가자는 이야기였고요. 때리거나 꼬집는 아이, 요청을 거부하는 아이, 생떼 부리는 아이도 마찬가지로 부모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난이도를 낮춰 감정 조절 능력을 길러 줄지의 문제예요.

스캐폴딩을 잘하는 부모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아이와의 일상을 스캐폴딩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야만 장착해도 많은 것이 달라져요. 아이가 내 마음대로 따라 주지 않을 때 화가 나거나 좌절하기보다 '어, 이게 아이에게 어렵네. 난이도를 어떻게 낮춰 주지?' 하고 생각하게 될 거예요. 그 고민을 하고 나름의 방법을 찾다 보면, 근육을 쓰면 근육이 생기듯 부모의 스캐폴딩 능력도 점점 올라와요.

정리해 보면

  • 오늘날 육아의 목표는 아이가 능력치를 최대한 키워 더 잘 독립하도록 돕는 거예요.
  • 아이가 뭔가를 못한다는 건 그 과제가 우리 아이에게 아직 어렵다는 뜻이에요.
  • 강요하거나 대신 해 주지 말고, 과제를 아이가 소화할 수 있는 한입 크기로 줄여 주세요.
  • 아이가 잘하게 되면 도움을 서서히 빼세요.
  • 스캐폴딩을 잘하는 부모의 아이가 이후 실행기능이 더 뛰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