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장난감을 사야 아기가 재밌게 놀고 배우기도 잘 배울까 늘 궁금하셨던 분들을 위한 글이에요. 앞선 글에서 아이에게 좋은 장난감과 나쁜 장난감을 설명드렸는데, 전자 장난감은 조금만, 자극이 아닌 배움에 집중할 수 있는 열린 장난감을 가지고 놀라고만 말씀드리면 그래서 뭘 사라는 건지 싶으실 거예요. 저도 처음부터 잘 알고 샀던 게 아니라 추천이 조금 조심스럽지만, 많은 분이 요청하셔서 월령별로 골라 봤어요. 발달 전문가들이 심사하는 장난감 어워드, 몬테소리 철학을 기반으로 한 회사의 제품, 아마존 리뷰를 함께 참고했고요.

장난감은 많을 필요가 없어요

추천에 앞서, 저는 장난감이 많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아이는 장난감이 없는 상황에서 지루한 시간을 스스로 해결하는 법도 배워야 하거든요. 저는 어렸을 때 집에 장난감이 별로 없어서 심심함을 이기려고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상상을 하거나, 지루함이 극에 달하면 책을 꺼내 보기 시작했고 결국 읽기를 좋아하게 됐어요. 제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 이야기일 뿐이지만, 어릴 때부터 너무 많은 장난감에 노출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 다미와는 하루 1~2시간 정도 배터리 없는 장난감으로 열심히 놀아주고, 나머지 시간에는 책을 읽어 주거나 집안을 돌아다니게 두고 있어요.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즐겁고 신나는 놀이로 채워 줘야 한다는 집착을 내려놓고, 스스로 일상에서 재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느낌이에요. 물론 그 와중에도 아이가 하는 활동에 충분히 집중하고 반응해 주고요. 다미가 클 나이가 되어서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하고 나서 예전보다 장난감이나 책에 더 오래 집중하고, 엄마를 부르지 않고 혼자 노는 시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어요.

열린 장난감은 오래 쓸 수 있어서 아래 월령 구분은 대략적인 기준이에요. 4개월부터라고 소개한 장난감이 3개월 아기에게 잘 맞을 수도 있어요.

신생아부터: 악기 세트, 모빌

먼저 악기 세트예요. 간단한 구성으로는 하페 퍼커션 세트, 좀 더 다양한 구성으로는 브랜드 B의 팜팜 세트를 추천해요. 사실 신생아 때는 장난감이 별로 필요 없어요. 세상에 나와 모든 것이 낯선 자극인 신생아에게 뭔가를 더 보여 주고 들려주는 건 오히려 아기를 피곤하게 할 수 있거든요. 깨어 있는 시간에는 엄마 목소리를 들려주는 정도로 충분한 것 같아요.

그래도 하루에 한두 번이라도 뭔가 해 주고 싶다면 악기 소리를 들려주는 걸 추천해요. 청력은 시력에 앞서 뱃속에서부터 발달하는 감각이라 시각 자극보다 청각 자극이 아기에게 덜 낯설거든요. 악기 세트는 대표적인 열린 장난감이에요. 어릴 때는 엄마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5개월쯤 되면 혼자 흔들고 조작해 보고, 더 크면 리듬감 있게 연주하거나 음악에 맞춰 연주하거나 악기 위에 다른 장난감을 떨어뜨려 보는 등 12개월 이후까지 쭉 가지고 놀 수 있어요.

모빌은 따로 추천하는 브랜드는 없지만 자동으로 돌아가는 게 좋아요. 여기서 추천하는 장난감 중 유일하게 배터리가 들어가는 건데, 아기를 잠깐 혼자 둬야 할 때 아주 유용해요. 1개월부터 천천히 시력이 발달하면서 모빌을 집중해서 보는 일이 많아지고, 2개월에는 움직이는 물체를 눈으로 따라가는 트래킹을 연습하고, 3개월에는 움직이는 것에 부쩍 흥미를 보여 돌아가는 모빌을 보며 깔깔 웃기도 해요. 4개월 때는 활용도가 조금 떨어졌다가, 앉기 시작하는 5개월쯤에는 돌아가는 모빌을 붙잡고 탁탁 치면서 다시 잘 놀았어요.

1~3개월: 놀이매트, 아기 체육관, 감각 장난감

터미타임용 놀이매트는 맨하탄 토이 제품을 추천해요. 저는 다미가 어릴 때 잘 몰라서 터미타임을 별로 안 시켰는데, 어릴 때부터 해 줘야 목 힘도 좋아지고 두상이 납작해지는 것도 막고 뒤집고 기는 시기도 빨라져요. 대부분의 아기는 아직 상체 힘이 없어서 터미타임을 힘들어하는데, 집중할 만한 요소를 갖춘 놀이매트 위에서 시키면 곧잘 한다고 해요.

아기 체육관은 이케아 레카 베이비 짐을 추천해요. 저는 물려받은 체육관을 썼는데, 매다는 장난감을 바꿔 낄 수 있는 제품이 활용도 면에서 좋고 디자인도 예뻐요. 아기 체육관은 상당히 오래, 다양한 스킬로 쓸 수 있는 장난감이에요. 2개월에는 매달린 물체를 보고 엄마가 살짝살짝 움직여 주고, 4개월에는 손을 뻗어 잡는 연습을 해요. 앉기 시작하는 5개월쯤에는 더 가까이서 보고 잡고 흔드는 연습을 하고, 7개월쯤에는 두 개를 잡아 부딪혀 보기 시작하고, 8~9개월에는 붙잡고 일어설 수도 있어요.

라마즈 노랑나비는 아마존에서 많은 엄마의 호평을 받은 장난감으로, 다양한 텍스처와 색상으로 아기의 주의를 끄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해요. 처음에는 주로 바라보고 엄마가 눈앞에 놔 주면 손을 대 보는 정도지만, 4개월쯤 되면 이리저리 만지며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다양한 촉감을 즐길 수 있어요. 제가 아기의 주의를 끄는 데 유용하게 썼던 아기코끼리 코야와 비슷한 종류인데 텍스처와 색상이 더 다양한 게 장점이에요. 3개월 때는 이 밖에도 손에 잡기 좋은 딸랑이나 치발기가 유용해요.

4개월부터: 공, 스퀴시, 패브릭 블록, 택 장난감

말랑말랑한 공은 브랜드 B의 공을 추천하는데, 빅볼은 사이즈가 좀 크고 센서리 롤러는 좀 무거워서 던지기보다 잡고 놀거나 굴리기에 적합해요. 공은 대표적인 열린 장난감이에요. 어릴 때는 손에 잡고 촉감을 느끼고 입에 넣어 보고, 굴러가거나 튀거나 떨어지는 걸 주의 깊게 관찰해요. 8개월쯤에는 엄마가 걸음마 연습을 시키며 공을 차도록 유도해 줄 수 있고, 9개월쯤에는 던지기를 연습하고, 12개월이 지나면 엄마와 던지고 받기 놀이를 하거나 벽에 던져 튀길 수 있어요. 아이들이 생각보다 공놀이를 정말 좋아한다고 해서, 저도 다미가 던지기를 배울 때가 되어 브랜드 B 공을 사 보려고 해요.

맨하탄 토이 스퀴시는 미국에서 유명한 장난감이고, 우리나라에서 많이 파는 윙클과 같은 회사 제품이에요. 두 손으로 잡고 입에 넣기 쉽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이 장난감은 자유자재로 움직여서 더 좋아요. 아기들은 자기 행동에 피드백이 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누르면 찌그러졌다가 손을 놓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걸 보면서 행동의 원인과 결과를 익힐 수 있어요. 4개월부터 두 손으로 잡고 조작하기 시작하니 스퀴시를 잘 가지고 놀고, 5~6개월이 되면 찌그러뜨리고 모양을 변형하고 구슬과 막대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를 즐길 수 있어요.

하바 매지카는 좀 비싸지만 퀄리티가 좋은 독일 하바 사 제품이에요. 두 손으로 잡기 시작할 때부터 놀기 좋고, 색감도 예쁘고, 만지면 나무 구슬이 여러 방향으로 돌아가며 소리를 내요. 다미가 더 어릴 때 이 제품을 알았더라면 꼭 사 줬을 것 같아요.

패브릭 블록은 케이스키즈 제품을 추천해요. 열린 장난감의 대표주자인 블록 중에 아직 어린 아기도 쉽게 들 수 있는 블록이에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고 다양한 텍스처를 느낄 수 있어서 4개월부터 만지며 놀 수 있고, 좀 더 크면 엄마가 쌓아 주는 걸 넘어뜨리거나 나중에는 스스로 쌓으면서 놀 수 있어요. 좀 더 크길 기다렸다가 원목 블록을 사 주셔도 되고요.

택 장난감은 인형이나 옷에 붙은 택을 만지고 잡아당기기 좋아하는 아기를 위한 추천이에요. 외국에서는 '태기'라고 해서 많이 사는 종류인데 한국에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더라고요. 4개월 때 아기들은 손가락 조작을 시작하는데, 이때 택을 만지며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가 많아요. 또 이 무렵 사회성이 발달하기 시작해 슬슬 얼굴이 있는 장난감에 더 흥미를 보이고 애착을 가지기 시작해요. 통계적으로 사회성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더 빨리 발달하는 여아들이 특히 얼굴 있는 인형에 흥미를 보인다고 해요.

5개월부터: 도형 맞추기, 까꿍 놀이 책

통을 굴리는 도형 맞추기는 생각보다 여러 가지로 놀기 좋은 장난감이에요. 5개월 때는 장난감을 잡고 흔들어 소리 내는 것을 연습하기 시작하는데, 가볍고 잡기 좋고 소리도 잘 나는 게 좋아요. 도형 맞추기에 들어 있는 도형들이 흔들며 놀기에 딱 좋더라고요. 8개월이 되면 잡고 있는 것을 떨어뜨리는 연습을 하는데, 이때 도형이 떨어지며 어떤 소리를 내는지 보며 놀고, 통 안에 도형을 넣고 굴리는 걸 엄마가 보여 주거나 아기가 발로 차게 도와주며 놀 수 있어요. 9개월에는 도형을 다른 그릇에 담고 빼는 연습을 하고, 12개월이 넘어가면 스스로 도형을 맞추며 놀게 돼요.

까꿍 놀이 책도 좋아요. 5개월 때는 책을 보여 줘도 아직 내용이나 그림에 집중하는 시기가 아니라 대부분 입으로 가져가거나 엄마가 펴면 덮어 버리는 식으로 놀 텐데요. 슬슬 까꿍 놀이를 할 수 있는 책 정도는 소개해 줄 수 있어요. 아기들은 대상 영속성 개념이 아직 없어서 까꿍 놀이를 즐거워하거든요. 다미는 6개월이 좀 지나서야 까꿍 놀이를 즐기긴 했지만요. 아직 까꿍에 관심이 없어도 책 자체가 부스럭거리고 색감이 쨍해서 잘 놀 거예요.

정리해 보면

  • 장난감은 많을 필요 없어요. 하루 1~2시간 열심히 놀아주고, 나머지는 일상에서 재미를 찾게 두세요.
  • 신생아에게는 엄마 목소리면 충분하고, 뭔가 해 주고 싶다면 악기 소리를 들려주세요.
  • 악기, 모빌, 아기 체육관, 공처럼 월령이 바뀌어도 새로운 방식으로 놀 수 있는 장난감을 고르세요.
  • 4개월부터는 두 손으로 잡고 누르고 만지며 자기 행동의 결과를 볼 수 있는 장난감이 좋아요.
  • 월령 구분은 대략적인 기준이니 아기가 지금 연습하는 스킬에 맞춰 골라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