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2.11 · 20:16
둘째, 낳을까 말까 고민될 때 생각해 볼 것들
바꿀 수 없는 조건보다 목표를 조정하는 것, 그리고 관계·몰입·의미에서 오는 행복이 둘째 고민의 답을 좌우해요.
요즘 저처럼 아이를 한 명 키우는 분들 중에 둘째를 낳을지 말지 고민하는 분들이 꽤 많은 것 같아요. 예전에는 둘째는 당연히 낳는 거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문화가 빠르게 바뀌면서 이제는 그렇지 않죠. 저도 둘째를 고민하면서 나름대로 정리해 본 생각들을 오늘 나눠보려고 해요.
옛날 육아와 지금 육아는 다르다
18세기 이전 영국에서는 평균 출산율이 열 명 정도였는데, 그중 죽지 않고 성인까지 자라는 아이는 단 두 명이었다고 해요. 그런 시절에는 아이 한 명 한 명을 최대한 잘 키우는 데 집중할 이유가 크지 않았죠. 아이 대부분이 그렇게 자라지 못했으니까요. 가정의 노동력을 늘리는 개념으로 아이를 낳던 시절도 있었고요. 요즘은 다릅니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그 자체로 소중하고,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이 있죠. 원래 육아는 공동체 안에서 함께 하던 일인데, 지금은 1대1 육아가 너무 당연한 게 되어버렸으니 힘든 게 당연해요. 그럼에도 누군가는 둘째, 셋째를 낳고 누군가는 포기하는데, 저는 그 차이가 결국 육아가 행복한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
육아의 행복도를 결정하는 요소는 크게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으로 나눌 수 있어요. 바꿀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아이의 성별이에요. 첫째가 아들인 경우 둘째를 포기하는 비율이 통계적으로 더 높다고 하는데, 아들 육아 난이도가 더 높다는 인식과 무관하지 않겠죠. 부모의 기질도 있어요. 민감한 기질의 부모는 저처럼 둔감한 기질의 부모보다 아이와의 밀도 높은 상호작용에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요. 사회적 지지도 큰 변수예요. 남편의 육아·가사 참여도,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육아가 고립되고 힘든 일이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저는 딸을 키우고 있고 둔감한 편이고 남편도 육아에 많이 참여하니, 이 부분에서는 크게 불리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목표를 다시 세우면 둘째도 다르게 보인다
그런데 저는 이 바꿀 수 없는 조건들보다, 바꿀 수 있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첫째를 키울 때와 둘째를 키울 때는 목표 자체가 달라질 수 있거든요. 아이가 한 명일 때는 부모의 리소스를 집중해서 최대한 좋은 육아를 하는 전략이 가능해요. 저도 그런 식으로 육아를 하고 있고요.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한 개 맡을 때와 두 개 맡을 때 목표치가 달라지는 것처럼, 아이도 한 명 키울 때 90퍼센트를 목표로 했다면 둘째부터는 70퍼센트 정도로 목표를 조정하고 시작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첫째 때는 미디어 노출을 아예 안 하고 가정 보육을 오래 했다면, 둘째부터는 조금 느슨하게 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식이죠. 이건 나쁜 게 아니라 상황에 맞는 최적의 전략이에요. 실제로 외동이거나 외동 기간이 길었던 아이가 지능이나 발달 면에서 유리하다는 연구들이 있는데, 이건 부모의 리소스를 더 집중적으로 받았기 때문이지 특권 같은 거예요. 반대로 둘째는 첫째가 누리지 못한 다른 이점들을 누리게 되고요. 목표가 낮아지는 만큼 둘째를 키울 때는 첫째만큼 부담과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어요.
관계에서 오는 행복
행복도가 높은 사람들의 특징을 관계, 몰입, 삶의 의미 세 가지로 정리하는 이론이 있는데, 육아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먼저 관계예요. 육아는 본질적으로 세상에 새로 태어난 아이와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이잖아요. 저는 애착 검사를 하면 불안정 애착 회피 유형이 나올 만큼 밀도 있는 관계를 맺는 게 원래 편하지 않은 사람인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그런 관계를 처음 경험했어요. 10년, 20년 뒤를 생각하면 아이를 더 낳지 않았을 때 후회할 것 같은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에요. 이만큼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은 다시 없을 테니까요. 당장은 수면 부족이나 휴식 없는 하루가 두렵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 관계 자체가 제 삶의 소중한 자산이 될 거라고 믿어요.
몰입에서 오는 행복
두 번째는 몰입이에요. 저는 육아를 전업으로 하는 만큼,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일의 관점으로 접근하려고 해요. 책임감을 갖고 오늘 뭘 잘했는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은 뭔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몰입이 되거든요. 몰입해서 하는 하루는 정신을 차려보면 훌쩍 지나가 있는데, 시간을 때운다는 마음으로 하면 굉장히 지루하게 흘러가더라고요. 육아는 워낙 다양한 요소가 섞인 종합예술 같은 일이라, 모든 영역에 다 몰입할 필요는 없어요. 이유식이든 놀이든 몬테소리든 엄마표 영어든, 내가 몰입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찾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삶의 의미에서 오는 행복
마지막은 삶의 의미예요. 육아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스스로 명확히 인식하고 자주 느끼는 게 중요해요. 저는 아이를 행복하게 하거나 성장시키는 것보다, 부모로서의 제 성장에 조금 더 방점을 두는 편이에요. 남을 위한 의미는 희생과 헌신이 반복되다 언젠가 지치기 쉽다고 생각하거든요. 반면 누군가를 이끌어가는 리더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는 유능감, 그리고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은 저한테 굉장히 큰 의미가 돼요. 육아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있는 만큼, 그 안에서 분명 내가 성장할 여지가 있다는 걸 의식적으로 확인해 보면 삶의 의미를 찾기 쉬워져요.
정리해 보면
- 아이의 성별, 부모의 기질, 사회적 지지처럼 바꿀 수 없는 조건보다 목표를 조정하는 것 같은 바꿀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 보세요.
- 첫째 때 세운 목표를 둘째 때 그대로 지키려 하지 말고, 상황에 맞게 낮춰 잡으세요.
- 아이와의 관계, 육아에 대한 몰입, 부모로서의 성장이라는 세 갈래에서 행복을 찾아보세요.
- 첫째 육아가 힘들었다고 둘째도 똑같이 힘들 거라 미리 겁먹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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