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DIVE에서는 자기 조절에 대한 효능감과 동기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고, 구조 만들기 방법들과 자기 조절력 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들을 소개드릴 거예요. 먼저 효능감과 동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효능감과 동기
아기들은 아직 못하는 게 많죠. 말을 잘 못하지만 연습해서 잘 할 수 있게 해야 하고, 자기 조절도 잘 못하지만 연습해서 잘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부단한 연습과 노력을 통해서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가는데요. 어떤 아이들은 더 기꺼이, 열심히 연습하고 어떤 아이들은 덜 연습해서, 결과는 조금 다르게 나오게 돼요. 기꺼이 더 열심히 연습하는 아이들과 덜 열심히 연습하는 아이들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아이들은 두 가지 마음이 충분히 차오르면 기꺼이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연습이 됩니다. 말하는 것을 예로 들어 볼건데, 아이가 혹시 말이 좀 느려서 고민이신 분들은 이 두 가지 관점에서 잘 생각해 보세요. 첫째, 나는 “할 수 있다.”라는 마음. 둘째, 말을 “하고 싶다”라는 마음입니다. 이걸 각각, 효능감과 동기라고 합니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씹고 빨고 하면서 입의 근육이 충분히 성숙하면, 그리고 부모님의 말을 많이 듣고 관찰하고 옹알이로 연습해서 나도 저 말을 해볼 수 있겠다는 효능감이 들면 말을 기꺼이 할 수 있습니다. 또 ‘엄마를 부르고 싶어’라거나, ‘맘마를 먹고 싶어’, ‘안아달라고 하고 싶어’라는 어떤 소통에 대한 강력한 동기 때문에 기꺼이 엄마나 맘마, 안아와 같은 말을 기꺼이 하게 되죠. 하면서 연습이 되고, 연습은 능력을 키웁니다.
이 원리는 꼭 아이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결정을 다들 어떻게 기꺼이 하게 되셨나요? 나는 아이를 키울 수 있다. 라는 최소한의 효능감이 있었겠죠. 우리 엄마도 아이를 키웠고, 주변 사람들도 아이를 다 키우는데, 나라고 못 키울까. 그리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다. 라는 동기가 있었을 것입니다. 길거리에 예쁜 아기들이 눈에 아른거리고, 둘뿐만이 아닌 셋, 넷이 함께하는 미래를 그려보니 따뜻하고 행복한 마음이 들었을 거예요. 어려운 것에 기꺼이 도전하고 연습을 시작하려면, 효능감과 동기가 필요해요.
아시겠죠? 잘 못해도 기꺼이 조금씩 하면서 능력을 높이려면 효능감과 동기가 필요하다. 자기 조절력을 높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조절을 못 하는 아기들에게 자기 조절은 쉬운 게 아니기에 기꺼이 도전하기 위해서 ‘효능감과 동기’라는 발판이 있어야 합니다. 그 발판을 가지고 자기 조절을 어렵지만 해보면서, 하기 싫은 것도 마음을 내어 하면서, 주의를 스스로의 의지대로 다스리고 자기를 조절하는 능력이 성장해요.
효능감
효능감 먼저 볼게요. 구조 만들기 육아의 세 가지 방법인 한계 설정과 모델링, 그리고 긍정적 강화는 모두 자기 조절에 대한 효능감, 즉 “나는 스스로를 잘 조절할 수 있어”라는 믿음을 높입니다. 자기 조절 효능감이라는 것은 영상에서도 설명드린 반듀라 교수님이 깊이 있게 연구한 개념인데요.(Bandura 외, 2003) 말하자면 ‘나는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어’라고 믿는 마음을 말합니다. 반듀라 교수님은 사실 자기 조절 효능감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스스로의 능력에 대해 믿는 마음인 자기 효능감에 대해 책도 쓰시고 많은 연구를 하셨는데, 제가 지금 공부 중이니 주의력 시리즈가 끝나면 한 번 다뤄볼게요.
반듀라 교수님은 책에서 자기 효능감이 높아지는 원리를 네 가지로 설명하는데(Bandura 외, 1999), 성공 경험, 모델링, 언어적 설득, 그리고 정서적 각성입니다.
먼저 성공 경험을 볼까요? 사람은 과거에 자신이 이것과 유사한 과제를 잘 해낸 적이 있다면, 즉 성공 경험이 있는 경우에, 이 분야는 내가 그래도 좀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사례로 보면, 말을 더듬더듬 하기 시작한 아이는 ‘내가 말을 할 수 있어! 소통에 성공했어!’ 는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더 적극적으로 발화를 시작하며 말문이 트이면 폭발적으로 말이 성장합니다. 첫째를 키우며 그리 힘들거나 어렵지 않게 잘 해낸 경우라면, 여력이 되면 둘째도 기꺼이 낳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그런데 성공 경험만이 효능감을 향상시킨다면, 이 세상에 그 어떤 사람도 유능해지지 못할 겁니다. 왜냐하면 맨 처음의 성공 경험이 없었을 때, 즉 효능감이 제로일 때, 그 일에 도전할 수 없을 테니까요.
여기서 두 번째 모델링이 등장합니다. 모델링은 간접 경험을 통해 효능감을 높일 수 있게 합니다. 아이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말하는 모습을 주의깊게 보면서, 말을 성공적으로 해본 적이 없더라도 할 수 있겠다는 효능감이 조금씩 자랍니다. 육아를 해본 적 없지만 우리 엄마도 했고, 내 친구도 했고, 주변에서 하는 모습을 보니까 효능감이 조금 생기는 거죠. 그게 일정 지점에 다다르면 한번 해보고, 성공 경험을 통해 효능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할 겁니다.
세 번째는 언어적 설득입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너는 잘 할 수 있는 아이란다’라는 메시지를 말로 지속적으로 설득한다면 효능감이 높아질 수 있고요. 마지막으로 정서적 각성은, 불안이나 좌절, 스트레스 등 부정적 정서가 없을 때 스스로 해당 과제에 대해 더 높은 효능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걸 뜻해요.
자기 조절 효능감이 높아지는 방법도 이 원리와 마찬가지인데, 앞서 다룬 세 가지 구조 만들기 방법이 여기에 다 녹아 있습니다. 성공 경험. 아이는 스스로 자기 조절을 잘 해냈을 때 효능감이 높아지는데, 이 과정에서 부모가 아이가 ‘내가 그걸 잘 해냈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말로 인정해주고 긍정적 강화를 해준다면 효능감이 더 잘 높아질 수 있습니다.
모델링. 이미 자기 조절에 능숙하여 자신의 의지대로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어른인 부모는, 매일 모델링을 통해 아이가 자기 조절에 대한 효능감을 높일 수 있게 도와주죠. 가끔 욱하는 마음을 잘 못 다스린다고 자기 조절이나 감정 조절력이 부족하다고 좌절하시는 부모님들이 있는데, 30대의 뇌를 가진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전전두엽이 매우 성숙하여 자기 조절에 상당히 능숙하고 아이에게 좋은 모델링을 할 수 있을 정도는 되니 너무 걱정 마세요. 감정 조절, 욱하는 것 참기는 자기 조절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육아라는 행위는 이미 아주 많은 자기 조절력을 동반하지요.
언어적 설득. 적극적인 인정과 칭찬을 통해 아이는 ‘나는 자기 조절을 잘 할 수 있어!’라고 믿게 됩니다. ~하고 싶었는데도 ~했네, 와 같이, 충동에 넘어가지 않고 주의를 자발적으로 잘 조절해서 했다, 는 부분에 특히 포커스를 맞춰 준다면 아이는 ‘나는 충동에 빠지지 않아. 나는 조절할 수 있어.’라는 마음가짐을 갖춰 나갈 거예요.
마지막으로, 정서적 각성. 아이는 어떤 행동을 할 때 혼날까 봐, 이게 허용되는 행동이 아닐까 봐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능숙하게 자기 조절을 할 수 있지요. 아이에게 한계 설정, 긍정적 강화, 모델링을 통해 아이가 명확히 뭐는 허용되고 뭐는 아닌지, 각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나는 알아! 이건 하면 안 되는 상황이야! 이렇게 해야 하는 상황이야! 하는 자신감을 갖출 수 있게요. 또한 한계 설정을 할 때 부정적인 톤을 사용하지 않고, 긍정적 강화를 통해 아이와의 긍정적인 소통을 늘린다면, 일상 속에서 아이가 불안하거나 좌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정서적으로 편안한 상태에서, 자기 조절 효능감이 높아질 거예요.
이 세 가지 구조 만들기 방식이 왜 자기 조절 효능감을 높이는지 이해가 되셨나요? 두 번째 축인 동기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한번 짚어보죠. 자기 조절을 하고자 하는 동기의 가장 큰 원천은 부모와의 유대감입니다. 부모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애착 관계가 탄탄한 아이들이 높은 자기조절력이 보고되어 왔어요.(Moilanen & Rambo-Hernandez, 2017, Pallini 외, 2018) (물론 반대의 관계도 성립하지만요. 기질적으로 자기조절력이 좋을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이, 부모를 덜 힘들게 하기 때문에 부모와 관계도 좋고 애착도 잘 형성하게 되죠. 관계는 양방향적이예요.)
아이들은 부모를 기본적으로 좋아하고 부모를 기쁘게 하고 싶은 마음이 늘 있기 때문에, 부모에게 인정의 말이나 칭찬 등 긍정적 강화를 들었던 상황을 기억하고, 힘들어도 가급적 그렇게 행동해 보려는 동기가 있습니다. 특히나 평소에 아이와 부정적 소통을 많이 해서 아이의 문제 행동이 두드러지는 경우에, 이 긍정적 강화를 적극적으로 연습하면서 아이의 부정적 행동을 지적하지 않고 무시하는 전략은 문제 행동 감소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하는 연구들이 많이 있어요. 그래서, 긍정적 강화는 자기 조절의 동기를 높인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말씀드린 이론적인 내용들을 데이터로 입증한 연구들을 소개드리고 마칠게요. 부모가 따뜻하고 반응적이면서 아이의 삶에 한계 설정 등으로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는, 균형적이고 권위적인 육아 태도는 높은 자기조절력으로 이어졌다고 하는 연구들이 있습니다.(Piotrowski 외, 2013, Karreman 외, 2006) 캠브리지 대학의 심리학자인 클레어 휴즈 교수는 한 연구에서, 아이의 행동에 칭찬과 인정을 해 주는 것이 언어적인 스캐폴딩으로 작용하여 아이의 높은 실행 기능, 즉 주의력과 자기조절력으로 이어졌다고 하였고요.(Hughes & Ensor, 2009) 뉴욕시립대의 심리학자 배리 짐머만 교수는 자기조절력 연구의 권위자인데, 이 책에서 자기조절력 성장의 중요한 원리 중 하나로 부모의 모델링을 짚고 있었어요.(Zimmerman, 2000) 자기조절력이 문제가 되어 발생하는 문제 행동을 교정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이 메타 분석 연구에서는, 특별히 문제 행동 교정에 효과가 있었던 두 가지 전략으로,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 특히 칭찬으로 긍정적인 강화를 하는 전략, 그리고 부정적 감정을 동반하지 않고, ‘네가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될 거야.’라고 하는 식의, 자연스럽고 타당하게 발생하는 결과에 대해 알려주는 한계 설정 방법을 꼽았습니다(Barker & Hawes, 2023).
오늘은 진짜 여기까지. 공부하는 엄마의 근거있는 육아정보, 베싸였습니다.
참고문헌(인용 순서대로)
- Bandura, A., Caprara, G. V., Barbaranelli, C., Gerbino, M., & Pastorelli, C. (2003). Role of affective self-regulatory efficacy in diverse spheres of psychosocial functioning. Child development, 74(3)
- Bandura, A. (1997). Self-efficacy: The exercise of control. W H Freeman/Times Books/ Henry Holt & Co.
- Moilanen, K. L., & Rambo-Hernandez, K. E. (2017). Effects of maternal parenting and mother-child relationship quality on short-term longitudinal change in self-regulation in early adolescence. The Journal of Early Adolescence, 37(5), 618-641.
- Pallini, S., Chirumbolo, A., Morelli, M., Baiocco, R., Laghi, F., & Eisenberg, N. (2018). The relation of attachment security status to effortful self-regulation: A meta-analysis. Psychological Bulletin, 144(5), 501–531.
- Piotrowski, J. T., Lapierre, M. A., & Linebarger, D. L. (2013). Investigating correlates of self-regulation in early childhood with a representative sample of English-speaking American families. Journal of child and family studies, 22, 423-436.
- Karreman, A., Van Tuijl, C., van Aken, M. A., & Deković, M. (2006). Parenting and self-regulation in preschoolers: A meta-analysis. Infant and Child Development: An International Journal of Research and Practice, 15(6), 561- 579.
- Hughes, C. H., & Ensor, R. A. (2009). How do families help or hinder the emergence of early executive function?. New directions for child and adolescent development, 2009(123), 35-50.
- Zimmerman, B. J. (2000). Chapter 2 - Attaining Self-Regulation: A Social Cognitive Perspective. In M. Boekaerts, P. R. Pintrich, & M. Zeidner (Eds.), Handbook of Self-Regulation (pp. 13–39). Academic Press.
- Barker, J. M., & Hawes, D. J. (2023). Practitioner Review: A core competencies perspective on the evidence‐based treatment of child conduct problems. Journal of Child Psychology and Psychia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