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2개월이 됐어요. 둘째를 키우면서는 다미 때보다 더 본격적으로 발달 시기별로 가장 중요한 경험이 뭔지 리서치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 2개월에서 4개월 사이 아기가 깨어 있는 시간에 가장 많이 해야 하는 경험이 뭔지 제대로 알게 됐어요. 다미가 어렸을 때도 이걸 알았나 싶어 베싸TV 초반 영상들로 돌아가 봤는데, 그때는 뭐가 중요한지 잘 몰랐더라고요. 아이와 할 만한 놀이를 영상으로 올렸는데, 잘 몰라서 다미와 많이 하지 않았고 그래서 영상에도 없는 아주 중요한 놀이가 하나 있었어요. 바로 다른 도구 없이 엄마와 아이가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대면 상호작용 놀이예요.

2개월, 아기가 사람 얼굴에 반응하기 시작해요

발달학자들은 2개월을 '2개월 전환', '2개월 혁명'이라고 불러요. 이때 아기가 명백히 달라지거든요. 사람 얼굴에 반응하고, 부모를 쳐다보고, 의미 있는 미소를 짓기 시작해요. 그리고 4개월이 될 때까지 아기는 장난감에 그렇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요. 뭘 보여 줘도 손을 뻗어 잡으려 하지 않죠. 2~4개월 아기가 좋아하는 건 엄마 아빠 얼굴이에요. 사실 장난감이 별로 필요 없는 시기예요.

실험을 해 보면 아기들은 자기와 상호작용할 준비가 된 것처럼 보이는 얼굴에 더 주의를 집중한다고 해요. 눈을 감은 얼굴보다 뜬 얼굴을, 다른 곳을 보는 얼굴보다 자기를 바라보는 얼굴을 선호하는 거죠. 그러니까 2~4개월은 엄마 아빠 얼굴을 보면 상호작용할 만반의 준비가 된 시기이고, 이 상호작용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어요.

대면 상호작용이 아이에게 남기는 것

한 논문은 아이의 관심이 장난감이나 주변 환경으로 분산되지 않고 오로지 부모 얼굴에 가 있는 이 시기에 대면 상호작용을 충분히 해 주면 이런 효과가 있다고 정리했어요. 안정 애착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사회성 발달이 더 잘 되고, 아이 표정을 부모가 따라 해 줄 때 정서를 이해하는 기초적인 인지 능력이 생기고, 제가 관심이 많은 주제인 주의력 발달도 더 잘 됐다고 해요.

이렇게 어린 나이에 주의력이 어떻게 발달하는지 궁금하실 것 같아요. 연구에 따르면 아기는 부모와 얼굴을 마주 보고 상호작용할 때 들리는 말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부모 얼굴에 더 오래 주의를 둘 수 있게 돼요. 3개월 아기가 부모와 상호작용하며 말소리를 들을 때 심장 박동이 느려지는 현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뭔가에 집중할 때 심장 박동이 느려지거든요. 그리고 3개월 때 이렇게 말소리에 집중했던 아기들은 30개월에 더 우수한 언어 발달 점수를 보였다고 해요.

물론 타고난 주의력이 강한 아기라서 나중에 언어 발달에도 유리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설명만이 정답은 아니에요. 주의력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경험으로 뇌의 주의 네트워크가 연결되면서 발달하기도 하거든요. 주의를 오래 지속한 경험이 주의력을 키우고, 주의력이 좋아지면 결국 언어 발달에도 유리해져요.

자세부터, 그리고 충분히 기다리기

한 연구가 아이의 자세에 관한 힌트를 줘요. 아기를 세워 안으면 주변의 다른 시각 자극에 주의가 분산돼서, 누워 있는 아기를 부모가 위에서 들여다볼 때보다 대면 상호작용에 집중하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해요. 그러니 가급적 아기를 바닥이나 허벅지 위에 눕혀 놓고 상호작용해 주세요. 침대 위도 괜찮아요. 아기를 침대나 이불을 깔아 놓은 테이블에 엎어 놓으면 터미타임을 하면서 대면 상호작용을 하기도 좋아요.

이제 막 2개월이 된 아기의 반응은 아주 명백하지 않아서 잘 관찰하고 충분히 기다려야 해요. 그냥 가만히 바라보기만 할 때도 있는데, 주의를 집중하는 것도 반응의 한 형태예요.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면 계속 상호작용해도 좋아요. 하루 중 아이 컨디션이 가장 좋아서 대면 상호작용이 오래 원활하게 이어지는 시간이 있어요. 그 시간을 잘 파악해서 밀도 높게 놀아 주세요. 둘째는 11주쯤 되니 갈수록 엄마와의 상호작용 놀이에 익숙해지는 게 느껴지고 발성도 많아졌어요. 아이 소리를 따라 해 주면서 적절히 말로도 반응해 주세요.

사운드북과 뭐가 다를까요

부모가 입으로 내는 소리와 놀잇감에서 나오는 소리가 뭐가 다른지 궁금하실 수 있어요. 가장 큰 차이는 얼굴을 맞대고 들려줄 때 부모는 아이 반응에 맞춰 소리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사운드북에서 나오는 소리는 항상 똑같잖아요. 반면 부모는 아기가 소리를 내면 멈추고, 아이 반응을 기다리려고 잠깐 쉬었다가 다시 들려주고, 계속 바꿔 가죠. 이렇게 반응적으로 교류해 줄 때 아이는 자기 발성이나 행동이 부모를 포함한 이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에 즐거움을 느끼고, 더 주도적으로 소통을 시도하게 돼요. 기계가 아직은 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또 다른 차이는 부모가 소리를 낼 때 얼굴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이가 관찰할 수 있다는 거예요. 시선 추적 연구를 보면 아이들은 첫 발화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부모 입 부근에 시선이 오래 머문다고 해요. 입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게 언어 발달의 기초가 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러니 국민템 사운드북은 잠시 넣어 두고 얼굴로 많이 놀아 주세요.

아기마다 선호하는 자극이나 형태가 달라서 제 레퍼토리가 모든 아기에게 통하지는 않을 수 있어요. 모든 아기에게 공통으로 통하는 건 모방이에요. 아기의 행동이나 소리를 따라 해 주면 소통에 도움이 돼요. 그 외에는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해 보세요. 그리고 아기가 자극이 과해서 피곤해할 때는 지나치게 들이대지 않고 상호작용을 멈추는 것도 중요해요.

정리해 보면

  • 2~4개월 아기는 장난감보다 엄마 아빠 얼굴을 좋아하고, 자기를 바라보는 얼굴에 가장 집중해요.
  • 이 시기의 대면 상호작용은 애착, 사회성, 정서 인지, 주의력 발달을 도와요.
  • 아기를 바닥이나 허벅지에 눕혀 놓고 위에서 들여다보며 놀아 주세요.
  • 아기 반응에 맞춰 멈추고 기다리고, 아기 소리와 행동을 따라 해 주세요.
  • 아기가 피곤해하면 들이대지 말고 멈추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