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는 자율성을 지지하는 육아가 왜 중요한지 말씀드렸어요. 이번에는 18개월 미만 아이를 키울 때 자율성 지지 육아를 어떻게 하는지 이야기할게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 시기 아이들의 자율성 지지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탐색이에요.

아기는 손과 입으로 세상의 데이터를 모아요

어린 아기는 손과 입으로 이 세상을 탐색해요. 아직 배울 것이 너무 많은 아기는 세상의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예요. 그래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세상을 조금씩 이해해 나가면서 인지 발달이 시작되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집 방법은 눈이나 손 같은 신체로 물체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거예요.

부모가 많이 하는 말 중에 "만지는 거 아니야, 보기만 하는 거야"가 있죠. 물론 때때로 해야 하는 말이지만, 아이의 본능에는 굉장히 어긋나는 말이기도 해요. 세상을 배우려는 지적 욕구로 가득한 아이의 뇌는 아이에게 '저걸 손으로 만지고 입에 넣어서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얻어'라고 명령하거든요.

미국 밴더빌트 대학의 인지심리학자 에이미 니덤 교수는 3~4개월 아기들이 장난감을 얼마나 자주 입에 넣는지 녹화해서 통계를 냈어요. 그리고 접착제로 붙인 두 물체를 한쪽에서 잡아당겨, 한 물체를 당겼을 때 두 물체가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 줬죠. 분석해 보니 평균적으로 장난감을 입에 더 자주 넣는 아기들이 두 물체가 함께 움직였을 때 더 놀란 반응을 보였어요.

무슨 뜻일까요. 아이가 물건을 입에 넣는다는 건 그 물체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려는 욕구를 반영해요. 눈으로 보기보다 손으로 만지고 입에 넣어 탐색하려는 경향이 있는 아이는 평소에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있고, 그 결과 물체의 경계를 더 빠른 시점에 이해하게 돼요.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굉장히 큰 인지적 도약이에요. 물체의 경계를 잘 이해했기 때문에 하나를 당기면 그것만 움직일 거라고 기대했고, 그 기대가 어긋나니까 놀란 거죠.

버지니아 대학의 발달심리학자 안젤린 릴라드 교수에 따르면 사람에게는 손이 닿는 위치에 있는 물체를 볼 때만 활성화하는 특정 뉴런이 있다고 해요. 손이 닿지 않는 위치의 물체를 보면 이 뉴런은 반응하지 않아요. 사람은 그저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만지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물체에 더 관심을 갖게 되어 있다는 거죠. 그러니 어린 아기가 뭐든지 만지면서 탐색하려고 할 때는 '아이가 배우려는 강력한 욕구를 가진 상태구나' 하고 이해해 주시면 돼요.

내 힘으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는 통제감

아이가 스스로 기거나 걸어서 이동하기 어려운 나이일 때 부모가 조금 더 신경 써 주면 좋은 포인트가 있어요. 아이가 통제감, 그러니까 '내가 내 힘으로 뭔가를 움직이거나 거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느낌을 느끼도록 돕는 거예요. 더 커서 혼자 잘 걸어 다니게 되면 알아서 그런 상황을 잘 만들지만, 더 어릴 때는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영역이죠.

연구를 살펴보면, 모빌을 발로 차서 움직일 수 있게 세팅해 준 아기들은 그렇지 않은 아기들보다 발로 차는 동작을 더 많이 했어요. 내 힘으로 모빌을 움직일 수 있다는 통제감이 더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물체와 상호작용하려는 동기를 높인 거예요. 또 다른 실험에서는 아기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모빌을 머리에 묶어 머리를 이쪽저쪽 움직이면 모빌이 따라 움직이게 했고, 다른 그룹은 움직임과 상관없이 모빌이 3초 정도마다 자동으로 움직이게 했어요. 2주 동안 하루 10분씩 보게 한 뒤 분석해 보니, 머리 움직임으로 모빌을 통제할 수 있었던 아기들이 다른 그룹보다 머리를 두 배나 더 많이 돌렸다고 해요.

즉 아주 어린 아기도 자기 힘으로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더 큰 흥미를 가지고 몰입해요. '어, 내가 이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네' 하는 깨달음은 모든 아이에게 언젠가는 와요. 하지만 더 빨리 올 수 있는 환경도 있다는 거죠. 이 깨달음을 얻은 아기는 인지 발달의 아주 기본적인 첫 발걸음을 뗀 셈이에요. 이제 더 적극적으로 세상과 상호작용하려는 동기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모으며 뇌를 발달시켜 나가기 시작할 거예요.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이렇게 말했어요. 말을 배우기 훨씬 전부터 아기는 유관성과 비유관성에 매우 민감하다. 자신의 행동과 결과 사이에 유관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두 가지 결과가 생긴다. 상황을 통제하게 되면 아기는 더욱 많이 움직이며 즐거워하는 반면, 무기력감은 부정적인 감정과 수동적인 태도를 유발한다. 아기가 웃는 것은 장난감에서 나는 소리 때문이 아니라 자기가 그 소리를 내게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환경을 만들어 줘도 좋고, 막지만 않아도 괜찮아요

아직 많이 어린 아기의 인지 발달을 어떻게 도울지 감이 안 오신다면, 아이가 의도적으로 몸을 움직여서 어떤 인과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시면 돼요. 예를 들어 터미타임을 하며 바닥에 엎드린 아이의 손이 닿는 곳에 나무 공을 하나 놓아 주면, 어쩌다 그걸 치면 데구루루 굴러가겠죠. 그 후에는 일부러 공을 쳐서 그 인과관계를 다시 만들어 내려고 애쓸 거예요.

이렇게 의식적으로 환경을 만들어 주셔도 좋지만, 어렵다면 꼭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더 중요한 건 아이가 자유롭게 탐색하려고 할 때 그걸 막지 않고 허용해 주는 거거든요. 탐색을 허용한다는 건 아이의 지적 호기심을 장려하는 거예요. 탐색은 어린 아기가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뇌와 몸을 발달시키는 아주 중요한 학습 방식이에요.

소아 정신분석학자 셀마 프레이버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아동발달 이론을 잘 살펴보면 아기가 물건을 다루는 것이 주변 세상을 배우고 깨닫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안 돼, 안 돼"는 꼭 필요한 때를 위해 아껴 두자. 만지고 보고 사용해 보고 싶은 욕심은 아이 입장에서 배고픔처럼 긴박한 것이며, 나중에 더 크면 읽을 책처럼 지적 성장에 꼭 필요한 것이다.

몬트리올 대학의 발달심리학자 애니 베르니에 교수는 영아가 탐색할 때 부모가 자율성을 지지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연구한 학자예요. 베르니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영아가 탐색할 때 자율성을 지지하는 부모의 아이들은 탐색에 더 적극적이고 끈기 있게 참여하는 경향이 있었고, 나중에 스스로를 조절하고 타인의 말에 협조하려는 경향도 더 강했다고 해요.

정리해 보면

  • 어린 아기는 손과 입으로 물체와 상호작용하면서 세상의 데이터를 모으고 인지 발달을 시작해요.
  • 입에 넣고 만지려는 행동은 배우려는 강력한 욕구의 표현이에요.
  • 내 힘으로 뭔가를 움직일 수 있다는 통제감을 느낀 아기는 더 적극적으로 세상과 상호작용해요.
  • 아이가 몸을 움직여 인과관계를 만들어 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세요.
  • 무엇보다 아이의 탐색을 막지 말고, "안 돼"는 꼭 필요한 때를 위해 아껴 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