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2.11 · 8:00
0~18개월 아기에게 '안 돼'가 아무리 말해도 안 먹힌다면
18개월 전 아기는 '안 돼'를 이해하고 따를 능력 자체가 부족할 수 있어요. 기대치를 낮추고, 짧고 단호하게, 대안과 함께 말하세요.
아기가 돌쯤 지나 잘 걸어 다니고 물건을 던지거나 부모를 때리는 행동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자율성 지지 육아가 조금씩 더 어려워진다고 느끼실 수 있어요. 그런데 아직 12~18개월보다 어릴 때는 아이에게 높은 기대치를 갖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왜 그런지, 그리고 이 시기에 "안 돼"를 어떻게 말해야 조금이라도 더 잘 전달되는지 정리해 볼게요.
18개월 전에는 "안 돼"를 이해하는 능력 자체가 부족해요
아동의 자기조절력을 평생 연구한 클레어 콥 교수는, 부모가 나와 다른 것을 원하고 요구할 수 있다는 사회적 요구를 이해하고 거기에 맞게 자기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12~18개월 사이에 나타난다고 했어요. 이와 관련해 아동심리학자 앨리슨 고프닉은 흥미로운 실험을 했죠. 14개월과 18개월 아기들에게 부모가 브로콜리를 먹으면서 웃고 쿠키를 먹으면서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을 보여 줬어요. 14개월 아기들은 여전히 부모에게 쿠키를 건넸어요. 자기가 쿠키를 좋아하니까 부모도 당연히 좋아한다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18개월 아기들은 브로콜리를 건넸어요. 부모의 선호나 욕구가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걸 이해하게 된 거예요.
그러니 18개월 이전 아이는 "부모님은 내가 원하는 걸 원하지 않을 수도 있구나"라는 것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상태일 수 있다는 걸 늘 기억해 주세요. 내가 아무리 많이 말했으니 아이가 말을 잘 들을 거라는 높은 기대치도 조정해 주시고요. 자기조절력이 12~18개월 사이에 나타난다는 건 아이마다 6개월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뜻이잖아요. 기질적으로 개인차가 굉장히 큰 영역이니 비교하지 말고, 그럴 수 있다는 느긋한 마음을 먹으시면 됩니다.
기준을 정하기 전에 두 가지 마음가짐
앞선 글에서 부모와 아이의 욕구가 충돌할 때 아이가 이기는 "그래" 상황과 부모가 이기는 "안 돼" 상황이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각 가정에서 어디까지 "그래"를 하고 어디부터 "안 돼"를 할지는 정답이 없어요. 다만 18개월 미만이라면 두 가지 마음가짐을 장착하고 나름의 기준을 만들어 보시면 좋겠어요.
첫째, 탐색 활동은 발달에 굉장히 중요하니 가급적 너무 제한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세요. 탐색을 자꾸 제한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셨다면, 환경 자체를 덜 제한해도 되는 방향으로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 보는 게 좋은 출발점이에요. 앞서 소개한 예스 스페이스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고요. 미술 활동을 하는데 아이가 탐색이 너무 심해서 자꾸 제한하게 된다면 그 활동은 넣어 뒀다가 두세 달 뒤에 다시 시도하면 돼요. 꼭 그걸 해야 아이에게 좋은 건 아니니까요.
둘째, 기대치를 낮추세요. 18개월 미만 아이는 "안 돼"를 아무리 많이 말해 줘도 이해하고 따를 능력 자체가 부족할 수 있어요. 행동 수정이 바로 안 된다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를 내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짧고 단호하게, 되도록 긍정적으로
그러면 18개월 이전 아이에게 "안 돼"라고 해야 할 때 메시지를 조금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사례로 볼게요. 첫째, 짧고 단호하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말해요. 이 시기 아이는 "부모님이 내가 원하지 않는 걸 원하네"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는 아주 기초적인 인지·사회적 발달 단계에 있기 때문에 장황하게 설명하거나 설득하려는 건 큰 의미가 없어요. "엄마는, 아빠는 네가 그렇게 하지 않길 바라"라는 메시지만 전달할 수 있는 짧고 단호한 말투와 태도면 돼요. 예를 들면 "집에 신발 신고 들어오면 안 돼". 심리적 여유가 있다면 긍정적인 표현으로 바꿔 "신발 벗고 들어오자"라고 하면 금상첨화예요. "안 돼"라는 말은 늘 자율성을 원하는 아이의 반항심을 자극할 여지가 있거든요.
짧고 단호하게 한다고 해서 지나치게 무섭거나 냉정하게, 화를 내면서 할 필요는 없어요. 아이들은 비언어적인 신호에 상당히 민감해서 부모가 일부러 더 무섭게 하지 않아도 금지하는 단호한 톤을 잘 알아들어요. 다만 웃으면서 너무 부드럽게 말하면 헷갈리겠죠.
대안을 제시하면 한계선이 더 분명해져요
둘째, 대안을 제시해요. 이 시기 아이는 뭐는 되고 뭐는 안 되는지, 자기 행동의 경계를 어렴풋이 이해해 가는 과정에 있어요. 그래서 한계선이 정확히 어디인지 계속 테스트해요. 아이가 신발을 신고 집에 들어오는데 엄마가 "안 돼"라고 하면, 아이는 이 상황에서 "집에서는 신발을 벗어야 하는구나"라는 규칙을 바로 유추해 내기 어려울 수 있어요. 아까 카페에서는 신발을 신고 들어갔는데 여기서는 왜 안 되지, 엄마랑 있을 때만 안 되는 건가, 오늘만 안 되는 건가. "집에서는 누구랑 있든 항상 밖에서 신던 신발을 신으면 안 돼"라는 규칙을 이해하려면 많은 상황에서 테스트를 해 봐야 해요. 부모가 다양한 상황에서 일관되게 안 된다고 말해 주면 아이는 그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국 한계선이 어디인지 이해하게 돼요. 여기에 12~18개월 사이에 생기기 시작하는 기본적인 자기조절 능력이 더해지면, 신발을 신고 집에 들어오려다가도 멈칫하게 되는 거죠. "안 돼"라고 말하는 순간들이 한 귀로 들어가 한 귀로 흘러나가는 것처럼 느껴져도, 사실은 아이 주변에 한계선을 차곡차곡 그려 주고 있는 거예요.
대안 제시는 아이가 자기 한계를 더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돕고, 아이의 욕구도 일부 인정해 줄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에요. "신발 벗고 들어오자"라고만 하는 것과 "신발을 신고 싶으면 여기에서는 놀아도 돼. 신발장에 뭐가 있는지 한번 열어볼까?"를 비교해 볼게요. 후자는 집에서도 신발을 신고 싶은 아이의 욕구를 일부 인정해 주면서 한계선을 그려 줘요. 현관까지는 신발을 신어도 되지만 이 선을 넘어가면 안 된다는 거죠. 이때 신발 벗기는 선택의 영역이 돼요. 신발을 신고 현관에서 놀지, 신발을 벗고 집 안에서 놀지 아이가 고르는 거예요.
정리해 보면
- 부모가 나와 다른 걸 원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하고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은 12~18개월 사이에 나타나요. 그전에는 기대치를 낮추세요.
- 아이마다 6개월까지 차이가 나니 비교하지 마세요.
- 탐색을 자꾸 막게 된다면 환경을 바꾸거나 그 활동을 두세 달 미루세요.
- "안 돼"는 짧고 단호하게, 여유가 있다면 "신발 벗고 들어오자"처럼 긍정문으로 말하세요.
- "현관에서는 신어도 돼"처럼 대안을 제시해 욕구를 일부 인정하면서 한계선을 그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