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2.07 · 12:24
플레이 테이블 하나 있으면 놀이의 범위가 달라져요
김치통으로도 되지만, 늘 세팅된 테이블이 있어야 아이가 먼저 다가가 놀이를 주도해요. 스몰 월드 플레이에도 좋아요.
플레이 테이블은 제가 해외 몬테소리 계정들을 팔로우하면서 관심을 갖게 된 아이템이에요. 몬테소리 육아를 하시는 분 중에 쓰는 분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꼭 필요할까 싶은 물건이기도 한데, 써 보니 차이가 있었어요. 플레이 테이블이 왜 좋은지, 그리고 테이블이 있으면 하기 좋은 놀이인 스몰 월드 플레이 이야기를 해 볼게요.
몬테소리 교실의 손 씻는 가구에서 시작됐어요
플레이 테이블은 원래 몬테소리 교실의 놀이 활동에 쓰이는 물건은 아니에요. 제 생각에는 교실에서 아이들이 손을 씻거나 설거지할 때 쓰는 가구에서 시작되지 않았나 싶어요. 몬테소리 교실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일상생활 활동을 아이들이 스스로 하면서 독립성과 소근육 발달을 자연스럽게 이루도록 환경을 잘 만들어 놓았다는 거거든요. 이 가구 밑에 양동이와 행주를 두고, 아이들이 물을 떠 와서 손을 씻거나 식사 후 그릇을 씻어요. 몬테소리 육아를 하는 집에서 이런 용도로 쓰기 시작했고, 다양한 놀이 모습과 함께 온라인에서 유행하게 된 것 같아요.
김치통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해외에서 많이 쓰는 이케아 플리사트 테이블을 보면, 큰 김치통 두세 개만 갖다 놓고 놀아도 충분히 대체될 것 같잖아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고, 실제로 아주 꼭 필요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차이는 있더라고요.
김치통을 꺼내야 놀이가 시작된다는 건 엄마가 놀이를 주도해서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통을 늘 같은 자리에 두고 아이가 다른 용도로 쓰거나 옮기지 않게 제한하지 않는 이상, 아이들은 통을 이리저리 옮길 테고 부모는 결국 통을 어딘가에 넣어 두겠죠. 그럼 그걸 쓰려면 '아이랑 이 놀이를 해야겠다' 하고 통을 꺼내 세팅해야 해요. 저도 김치통 두 개로 피규어 씻기 활동을 해 봤는데, 제가 다 준비해서 시작해야 하다 보니 일회성으로 끝나더라고요.
반면 플레이 테이블이 있으면 어떤 놀이가 항상 미리 세팅돼 있을 수 있고, 아이가 먼저 다가가서 하고 싶다는 표현을 할 수 있어요. 몬테소리에서는 아이의 흥미를 끌고 아이가 주도적으로 선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걸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핀터레스트나 인스타그램에서 '플레이 테이블 아이디어', '플레이 테이블 액티비티'로 검색해 보면 감이 오실 거예요. 감을 익힌 뒤 집에 뭐가 있는지 둘러보고 적당히 구성하시면 돼요. 파스타 면, 쌀, 물에 얼음이나 나뭇잎 몇 장 띄워 놓기만 해도 생각보다 잘 노는 아이를 보고 놀라실 거예요.
스몰 월드 플레이: 장면을 미니어처로 만드는 놀이
플레이 테이블이 있으면 하기 좋은 놀이 중 하나가 스몰 월드 플레이예요. 어떤 장면을 미니어처로 재현하며 노는 건데, 작은 조각을 쓸 일이 많아서 삼킴 사고를 막으려면 본격적으로는 세 돌부터가 좋고, 그 전에는 블록처럼 큰 피스만 가지고 간단한 형태로 하시길 권해요.
기본적으로는 상상놀이의 한 형태예요. 상상놀이는 발달에, 특히 정서 발달에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 있어요. 스몰 월드 플레이 자체는 최근 유행이라 아직 따로 연구된 건 아니지만, 제 생각엔 대체로 발달에 좋은 놀이예요. 상상과 확산적 사고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몬테소리보다는 발도르프식 놀이에 가깝고요.
이 놀이에서는 상상놀이의 배경이나 스토리에 필요한 소품을 아이가 장난감이든 집에 있는 무엇이든 활용해서 연출해야 해요. 연출하는 과정 자체가 놀이의 일부이고, 다 만든 뒤 인형이나 피규어에 역할을 주며 노는 것도 놀이의 일부죠. 처음엔 아이가 어떻게 노는 건지 모르니 부모가 정해 주면 돼요. "오늘은 이 책의 장면을 한번 만들어 보자" 하고 제안하는 거예요. 바닥은 뭘로 할지, 어떤 동물 피규어가 필요한지, 나무는 이걸로 만들고 이건 물이고. 이때 정답이 있으면 안 돼요. 아이가 주도적으로 고민하고 선택해서 만드는 거예요. 처음엔 모델링이 필요하니 부모가 좀 주도하게 되겠지만요.
그 과정에서 아이는 머릿속에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려면 뭘 가져다 어떻게 쓸지 생각하게 돼요. 마치 일을 하듯이요. 이런 고차원적인 능력이 필요해서 너무 어릴 땐 어렵고 적어도 30개월은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부모도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를 많이 참고하시면 좋아요.
테이블이 꼭 필요하진 않지만, 정해진 공간은 있는 게 좋아요
스몰 월드 플레이에 테이블이 꼭 필요하진 않아요. 다만 공간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게 좋아요. 일종의 놀이 루틴이죠. 책은 어디서 읽고 이 놀이는 여기서 하고. 아이들의 삶에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성과 반복성, 질서가 있는 게 좋거든요. 매트를 늘 특정한 곳에 깔아 두고 그 위에서 해도 되고, 트레이를 쓰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도 저는 테이블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김치통 이야기와 비슷해요. 좀 더 고정된 장소가 있었으면 했고, 다미가 주도하기에도 낫고, 눈높이가 높아져 놀 때 더 집중하기 좋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테이블을 하나 사서 나름 만족하며 쓰고 있어요. 지금은 한쪽을 스토리 공간, 한쪽을 메인 놀이 공간으로 쓰는데, 딱 맞는 플라스틱 통을 찾으면 두 개 넣어서 물놀이도 해 볼 생각이에요. 재료는 '나무공예'로 검색하면 나오는 제품, 자연에서 주운 돌이나 나무, 인조잔디, 조경용 유리조약돌, 이런저런 블록, 모래로 시도해 보고 있어요. 나무공예 제품의 아주 작은 조각들은 정리가 힘들어서 치울 생각이에요.
혹시 몬테소리 육아는 이제 안 하시냐고 궁금해하실 분이 있을 것 같은데, 몬테소리는 여전히 제 육아의 기본 철학이에요. 아이와 놀 때는 몬테소리 스타일의 닫힌 활동과, 다미가 크면서 더 잘하게 된 스몰 월드 플레이 같은 열린 활동을 함께 하고 있어요. 앞선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둘 다 발달에 유익한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느낀 건, 스몰 월드 플레이 형태로 놀면 블록 놀이를 더 재미있게 하더라고요. 맨바닥보다 풀밭이나 모래 위에 만들면 현실에 가까운 배경이 있어서 뭔가 짓는 게 더 맥락 있는 상상놀이처럼 되거든요. 다미는 블록 놀이보다 상상놀이를 훨씬 좋아하는데, 둘을 결합하면서 블록 놀이도 많이 하게 됐어요.
시중의 플레이 테이블 옵션
플레이 테이블은 보통 두 구짜리와 한 구짜리로 나뉘어요. 물놀이, 모래놀이, 촉감놀이, 몬테소리 활동에 주로 쓰는 어린아이라면 두 구가 좋아요. 세 돌 이상이고 저처럼 주로 스몰 월드 플레이에 쓴다면 두 구짜리는 장면을 만들 공간이 작다고 느껴질 수 있어요. 너무 좁으면 표현에 제약이 되니까요.
- 이케아 플리사트 테이블. 해외에서도 많이 쓰는 가성비템이고, 가성비로는 이게 최고인 것 같아요. 다미가 더 어렸다면 이걸 샀을 거예요. 수납 박스는 따로 사야 하고, 한쪽에 두 개를 넣을 수도 있어요. 더 저렴하게 시작하고 싶다면 '모래놀이 테이블'로 검색하면 대체품이 나와요.
- 한 구짜리 테이블. 스몰 월드 플레이에는 넓은 바닥면이 유리해요. 저는 여러 장면을 동시에 연출하고 싶어 나뉜 걸 샀는데, 큰 공간이 필요할 땐 상판을 덮어서 쓰려고 해요.
- 터프 트레이. 영국과 유럽에서 많이 쓰는데, 널찍하고 물을 담거나 물감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소재 면의 장점이 있어요. 다리 길이 조절도 되고요. 스탠드까지 하면 가격은 좀 있어요.
- 2단으로 구성된 낮은 테이블. 한쪽에는 모래나 물을 담고 다른 쪽에서 스몰 월드 플레이를 하기 좋아요. 모래놀이나 물놀이를 잘 안 한다면 깊은 쪽에 소품을 넣어 두는 용도로 써도 괜찮아요.
- 트레이. 아직 이런 놀이가 긴가민가하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다면 트레이로 시작해도 돼요. '놀이 트레이'로 검색해서 가급적 큰 걸로 고르세요. 식당에서 쓰는 대형 트레이도 무방하고, 다이소의 수납 제품도 너무 깊지만 않으면 돼요.
- 워터 테이블. 물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여름에 괜찮아요. 스몰 월드 플레이까진 어렵지만 물 위에 띄우고 붓고 낚시 놀이를 하고, 물고기 피규어가 있으면 상상놀이도 할 수 있어요.
모래놀이나 물놀이를 실내에서 하는 데 거부감이 있는 부모님도 계실 거예요. 치우는 게 너무 스트레스라면 집에서 꼭 안 하셔도 돼요. 하지만 제 경험으로는, 모래나 물을 테이블 밖으로 흐트러뜨리며 놀지 않게 지도해 줄 수 있고, 아이도 그런 충동을 참는 연습을 할 수 있어요.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들면 몇 번 이야기해 주다가 정말 안 되겠다 싶으면 놀이를 중지하고 테이블을 치우는 식으로, 책임감 없이 행동하면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아이가 이해하도록 도와주세요. 너무 겁내지 말고 한번 시도해 보세요. 몇 번만 책임을 져 보고 나면 굉장히 협조적으로 나오는 아이를 보고 놀라실지도 몰라요.
정리해 보면
- 김치통으로도 되지만, 늘 세팅된 테이블이 있어야 아이가 먼저 다가가 놀이를 주도해요.
- 스몰 월드 플레이는 장면을 연출하는 과정 자체가 놀이예요. 정답 없이 아이가 선택하게 하세요.
- 작은 조각을 쓰니 본격적으로는 세 돌, 적어도 30개월부터 시작하세요.
- 테이블이 없어도 놀이가 이루어지는 정해진 공간은 두세요.
- 모래와 물이 걱정되면 규칙을 정하고 아이가 책임을 경험하게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