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다미에게 공부를 시키지 않지만, 나중에 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 알아서 잘했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베싸의 마음이에요. 학업성취도가 높은 아이는 충동과 감정을 조절하고 끈기 있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기본 역량을 갖춘 아이일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럼 지금 이 시기에 부모가 할 수 있는 것 중 돈이 들지 않고 가장 강력하게 효과가 검증된 방법은 뭘까요.

다미의 발달검사에서 확인한 것

얼마 전 다미의 발달검사를 KCDI로 해봤어요. 처음엔 결과가 다 너무 높게 나와서 의심스러웠는데, 지침을 다시 꼼꼼히 읽어보고 확실히 할 수 있는 행동에만 "예"라고 표시해서 신중하게 다시 검사했어요. 그렇게 나온 결과를 보고 베싸가 눈여겨본 건 다른 무엇도 아닌 언어 영역이었어요. 어린아이의 향후 학업성취도를 가장 강력하게 예측하는 요소가 바로 언어 발달 수준이거든요.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면서 동시에 사고와 문제 해결의 도구이기 때문에, 언어 능력이 좋은 아이는 국어뿐 아니라 수학과 과학을 포함한 모든 학업 영역에서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아요.

부모가 건네는 말의 양이 격차를 만든다

이 주제와 관련해 베싸가 추천하고 싶은 책이 데이나 서스킨드 교수의 "부모의 말, 아이의 뇌"예요. 이 책에서 상당 부분을 할애해 소개하는 연구가 있는데, 캔자스대의 베티 하트 박사와 토드 리즐리 교수가 함께 진행한 연구예요. 이 연구는 학업성취도 격차의 근본 원인이 생애 초기 언어 노출의 차이에 있다는 걸 밝힌 기념비적인 연구로 꼽혀요. 연구진이 여러 가정을 방문해 부모와 아이 사이에 오가는 말의 양과 상호작용 수준을 관찰했더니, 가정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었고 이 차이가 아이의 향후 학업성취도를 강력하게 예측했다고 해요.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가정의 아이는 1시간 동안 평균 2000단어를 들었지만,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아이는 600단어를 들었어요. 부모의 반응 횟수도 최상위 가정은 시간당 250번, 최하위 가정은 50번 이하로 차이가 컸고요. 흥미로운 건 소득이나 학력이 같은 가정 안에서도 언어 환경에 따라 아이의 학업성취도가 크게 갈렸다는 점이에요. 이후 하버드대와 MIT가 함께 진행한 연구에서는 부모와 자주 대화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이야기를 들을 때 뇌의 언어 영역이 반응하는 패턴 자체가 다르다는 것도 확인됐다고 해요.

언어 영양이 아이의 처리 속도를 키운다

책에서는 이렇게 풍부한 언어 환경을 "언어 영양"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영양을 잘 공급받지 못한 아이가 소화 기능이 떨어지듯, 언어 영양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면 언어 처리 속도가 느려져요. 처리 속도가 느린 아이는 문장 앞부분을 처리하느라 뒤에 오는 내용에 주의를 기울이기 어렵고, 이런 아이는 나이가 들수록 또래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게 돼요. 반대로 어릴 때부터 언어 영양을 잘 공급받은 아이는 이후에 접하는 모든 언어 입력을 더 적극적으로 흡수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요. 문해력, 수학, 공간지각, 논리력 같은 학업 능력뿐 아니라 자기조절력과 사회성까지 언어 능력과 관련이 있다고 하니, 신생아 때부터 매일 건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쌓이고 있는 셈이에요.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책에서 소개하는 원칙은 특별한 대화법이 아니라 3T, 즉 아이에게 주파수를 맞추고(Tune in), 많이 말하고(Talk more), 주고받기를 하는(Take turns) 원론적인 원칙이에요. 핵심은 말소리를 그냥 들려주는 게 아니라 상호작용이 오가는 대화를 하는 거고요. 아직 말을 잘 못 하는 신생아와도 충분히 상호작용하며 말을 들려줄 수 있어요. 그리고 이건 부모교육이나 개입이 없는 상태를 관찰했을 때 격차가 벌어진다는 이야기이지, 지금부터 신경 쓰면 늦었다는 뜻이 아니에요. 아이가 몇 살이든, 지금 언어가 조금 늦더라도 나중에 사교육비를 쓰는 것보다 지금 부모가 노력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해요.

정리해 보면

  • 아이의 향후 학업성취도를 가장 강력하게 예측하는 건 생애 초기 언어 발달 수준이에요.
  • 부모가 건네는 말의 양과 질 모두 아이의 언어 환경, 즉 언어 영양을 만듭니다.
  • 언어 영양이 충분한 아이는 언어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학업 전반에서 유리해져요.
  • 특별한 대화법보다 주파수 맞추기·많이 말하기·주고받기라는 3T 원칙을 지켜보세요.
  • 아이가 몇 살이든 지금부터 대화를 늘리는 게 나중의 사교육보다 효과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