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창의성이 무엇인지, 자존감과 확산적 사고가 왜 중요한지 살펴봤죠. 오늘은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부모의 태도를 마저 정리해 보겠습니다. 자유롭게 놀 시간, 두려움을 다루는 법, 자기주장을 대하는 태도까지 다뤄볼게요.

자유롭게 놀 시간부터 확보해 주세요

창의성을 연구하는 김경희 교수님은 2011년 '창의성의 위기'라는 논문으로 미국 학계와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국 학생들의 창의성이 수십 년째 하락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원인으로 시험 위주 평가 제도, 미디어 노출 증가, 자유놀이 시간 감소를 꼽았어요.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이 중 자유놀이 시간에 가장 주목할 만합니다. 요즘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자유놀이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지만, 영어유치원이나 놀이학교처럼 자유놀이 비중이 적은 기관도 있고, 집에서도 한글 교육이나 학습지, 영상 시청으로 자유놀이 시간이 줄어들 수 있어요.

한글을 언제 가르치는 게 좋은지 질문을 많이 받는데, 조기 한글 교육이 창의력을 해치거나 난독증을 일으킨다는 근거는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일찍 배우는 게 좋다는 근거도 없는데, 마음껏 놀 수 있는 시기에 노는 시간을 굳이 희생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실제로 한글을 4~5세에 떼든 학교에 간 뒤에 떼든 이후 학업성취도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가 대부분입니다. 아이는 자유롭게 놀면서 사회성이나 창의성처럼 앞으로의 시대에 필요한 능력을 가장 잘 배울 수 있어요.

우리 세대는 '놀면 안 되고 공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들으며 자라서인지, 아이가 노는 모습을 보면 불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죠. 하지만 우리가 자랐던 시대와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은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위험한 물건이 아니라면 자유롭게 가지고 놀게 해 주시는 것도 좋아요. 테이프를 팔찌처럼 감아 보거나 줄처럼 꼬아 보는 식으로 하나의 물건을 다양하게 써 보는 경험이 확산적 사고를 연습하는 기회가 되거든요.

낯선 경험을 두려워하는 아이, 어떻게 도와줄까요

다양한 경험은 창의성의 중요한 요소로 꼽힙니다. 한 인지심리학자는 성격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큰 요소(빅파이브) 중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선뜻 해보려는 성향, 즉 개방성이 창의성과 가장 일관되게 관련 있다고 밝혔어요. 그런데 이 개방성은 기질적으로 상당 부분 정해지는 영역이에요. 낯선 것에 호기심을 보이며 손을 뻗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신중하게 접근하는 아이도 있고, 낯선 환경에서도 개의치 않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겁에 질려 우는 아이도 있죠. 안정 애착 여부와도 관련 있지만, 기질적으로 위험 회피 성향이 높고 두려움 수준이 높은 아이일수록 부모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부모가 곁에서 꾸준히 도와주지 않으면, 아이는 하던 것만 하고 먹던 것만 먹는 식으로 다양한 경험 자체에 폐쇄적인 성격으로 자랄 수 있거든요.

뇌과학이 말하는 두려움 다루는 법

지난 글에서도 소개했던 뇌과학책 <첫 6년의 뇌>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사람의 뇌에는 위험을 감지하면 경고를 보내는 편도체와, 두려움 같은 부정적 감정을 억제하고 상황을 이성적으로 파악하게 하는 전두엽이 있습니다. 위험한 상황을 만나면 이 둘이 경쟁하는데, 편도체가 이기면 아이는 공포에 떨고 전두엽이 이기면 두려움을 억누를 수 있어요. 어느 쪽이 이기는지는 기질뿐 아니라 경험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가 공원 벤치에 오르려고 애쓰는 상황을 예로 들어볼게요. 개입하지 않고 지켜보는 부모, 차분하게 아이를 들어 올려주는 부모, 아이가 떨어질까 봐 불안해하며 서둘러 도와주는 부모가 있다고 합시다. 첫 번째 경우 아이는 두려웠지만 스스로 이겨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두려움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두 번째 경우는 부모가 자신의 두려움을 통제해 준다고 인식하고요. 세 번째 경우는 부모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은 위험하고 두려운 곳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됩니다. 부모가 아이를 안전하게 지키는 데만 집중하면, 아이의 뇌는 세상은 위험하고 자신은 맞설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게 된다고 책은 말합니다.

그렇다고 두려워하는 아이를 무작정 위험 앞에 던져놓아서도 안 됩니다. 부모의 도움으로 두려움을 통제 가능한 수준까지 낮춰준 다음, 스스로 해내게 하는 방법(스캐폴딩)이 좋아요. 이렇게 하면 아이는 두려움을 극복해봤다는 자기 믿음과 세상을 어느 정도는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을 갖게 되고, 다양한 경험에 더 개방적인 태도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 자신이 다양한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해요. 아이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결국 부모의 행동이니까요.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도 긍정적으로 봐주세요

두 돌 무렵부터 자기주장이 강해지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육아가 버겁게 느껴질 수 있어요. 특히 부모 자신이 어릴 때 권위적인 부모 밑에서 자랐다면, 그게 싫었던 나머지 권위를 전혀 행사하지 않고 방임하거나, 반대로 자기 부모처럼 아이를 순종시키려는 권위주의적인 육아로 흐르기 쉽습니다. 둘 다 좋지 않은데, 그중에서도 권위주의적이고 통제적인 육아는 여러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나쁜 결과와 연관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요.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존감이 창의성과 깊이 연관되는데, 통제적인 육아는 아이 자존감에 좋지 않거든요. 부모의 권위에 순종하기보다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표현할 줄 아는 아이가 창의성을 더 잘 유지합니다.

중국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38개월 때 자기주장 수준이 높은 아이일수록 60개월 때 창의성 수준이 높았고, 부모가 평소 자율성을 지지하는 태도를 보일수록 이 상관관계는 더 뚜렷했습니다. 여기서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건, 하기 싫은 일을 시켰을 때 고분고분 따르기보다 일단 거부하고 부모와 협상하려는 태도를 뜻해요. 김경희 교수님의 책에도 자기주장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이 사회성의 토대가 된다는 내용이 있어요. 한국에서는 틀릴까 봐, 혼날까 봐 자기주장을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정중하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은 꼭 갖춰야 할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에게 '말 안 듣는 아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기보다, '자기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아이'로 긍정적으로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부모도 자기주장을 보여주세요

자기주장을 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려면 부모부터 자기주장을 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아이에게 뭔가를 못 하게 할 때도 핑계나 거짓말로 둘러대기보다 부모의 생각을 직접 전달하는 게 중요해요. 키즈카페에서 집에 안 가려는 아이에게 "이모가 문 닫는대"라고 둘러대는 대신 "이제 집에 갈 시간이야"라고 말하는 식이죠. 아이가 피곤한 부모에게 뭔가를 해달라고 조를 때도 "그게 하고 싶구나. 그런데 엄마가 지금 너무 힘들어서 못 해줄 것 같아. 대신 이걸 하면 어때?"처럼 말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아이의 합리적인 자기주장은 수용해 주고, 들어줄 수 없을 때는 부모도 자기주장을 하면서 협상하는 연습을 함께 해나가면 좋겠어요.

정리해 보면

  • 자유놀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한글 교육 등으로 그 시간을 서둘러 줄이지 않습니다.
  • 아이가 두려워하는 상황에서 대신 해결해 주기보다, 두려움을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낮춰 스스로 극복하게 도와줍니다.
  • 부모 자신도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를 부정적으로 낙인찍지 않고, 자기 생각을 표현할 줄 아는 아이로 바라봐 줍니다.
  • 부모도 핑계 대신 자기 생각을 직접, 정중하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