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4.03 · 22:16
집에서도 언어치료만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6가지 전략
옹알이 따라 하기부터 낱말 조합 선택권까지, 하루 한 번의 일상 속 소통이 충분한 언어 자극이 돼요.
아이가 아직 말문이 트이지 않았거나, 너무 한정된 단어만 말해서 고민이신가요. 미국에서 11년째 언어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영유아 언어 발달 전문가 황진희 선생님이 베싸TV 스튜디오에 오셔서, 부모가 집에서 할 수 있는 실용적인 언어 촉진 전략을 들려주셨어요.
언어치료는 특수한 아이들만 받는 걸까요
한국에서는 언어치료가 일상과 동떨어진 것, 특수한 아이들만 받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죠. 황진희 선생님이 책 『하루 1분 언어 자극의 기적』에서 소개하는 방법들은 연구에 기반을 둔 방법을 정리한 것이고, 치료실에서 아이들과 수시로 써 왔을 뿐 아니라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수시로 썼던 방법이라고 해요.
만 3세 이전의 언어 발달이 이후 학령기의 문해력, 사회성, 학업 성취도와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연구가 많아요. 가장 어린 시기에 좋은 언어 자극을 줄수록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거죠. 아이의 발달이 빠르든 느리든, 가정에서 부모가 풍성한 언어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이가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언어적 양분이 돼요. 베싸 생각에도 언어치료라고 하면 멀게 느껴지지만, 어른이 아이에게 좋은 언어 자극을 준다는 큰 틀 안에 다 포함되는 것 같아요. 전문가는 한정된 시간 안에 밀도 있게 전달하고, 부모는 일상 속에서 해 주는 것뿐 같은 맥락이니까요.
나는 좋은 언어 양분을 주는 부모일까요
간단한 자가 점검을 해 볼게요. 아이의 애착 인형이 눈앞에 보이지 않아서 아이가 인형을 찾고 있어요. 옹알이나 제스처로 표현하는 아이일 수도 있고, "꼬꼬" 하고 부르는 아이일 수도 있죠. 이때 부모인 나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한번 떠올려 보세요. 그냥 인형을 찾아 주고 마는 쪽보다, 인형을 함께 찾으며 말을 이어 가는 쪽이 아이에게 훨씬 풍성한 언어 자극을 주고 있는 거예요.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육아하기도 바쁜데 그럴 시간이 어디 있나 싶을 수 있어요. 그런데 막상 해 보면 단 몇 분 차이밖에 안 나요. 하루 종일 이렇게 하려면 힘들고 버겁지만, 하루 한 번의 기회, 잠깐의 시간이라도 일상 속 우연한 순간을 잘 활용하면 따로 언어 자극 시간을 만들지 않아도 충분해요. 이 상황만 봐도 "인형 어디 있지? 없네. 또 어디 있지?" 하고 같은 표현을 반복하게 되고, "침대 위에 있나, 밑에 있나, 안에 있나" 하며 위치 어휘를, "거실에 있나, 안방에 있나" 하며 장소 어휘를 들려줄 수 있어요. "여기 있나? 아니, 없네" 하면서 있다/없다의 개념과 응/아니로 대답하는 자극까지 줄 수 있고요.
이런 상호작용의 기회가 하루 한 번이라도 있고 매일 꾸준히 이어지면, 뇌는 '이게 필요한 거구나, 나한테 유용한 거구나' 하고 받아들여 계속 가지를 뻗어 나가요. 반대로 꾸준히 경험할 기회가 없으면 뇌는 그걸 필요 없다고 여기고 가지를 쳐 버릴 수 있어요.
말이 많지 않은 부모라도 괜찮아요
사람마다 스타일이 있죠. 굳이 필요 없는 말은 입 밖으로 내지 않는 사람도 있고, 말할 필요가 없어도 상호작용을 많이 하는 부모도 있어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외향성이 높은 아이는 소통 욕구가 높아서 놀다가 뭐만 생각나면 부모에게 뛰어와 말하고, 어떤 아이는 혼자 사부작사부작 놀죠.
황진희 선생님도 외향성이 낮은 편이라 언어 발달을 공부하기 전까지는 굳이 말하지 않는 쪽으로 아이와 하루를 보냈다고 해요. 그래도 부모가 된다는 건 자기 스타일만 고수할 수 없는 일이라, 언어 발달을 알게 된 뒤로는 아이와 소통이 많이 되는 방식으로 조금씩 바꾸면서 바뀐 부모 역할에 적응해 갔대요. 대신 타고난 스타일도 있으니 하루 중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도 되는 혼자만의 시간도 확보하려고 노력하신다고요. 내가 타고나게 내향적인 것 같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부모 역할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시도해 보고, 필요한 만큼 나만의 시간과 휴식도 챙기면 좋겠다는 말씀이었어요.
베싸도 기질적으로 내향형 부모에 가까워서 평소 말이 많은 편이 아니에요. 그런데 언어 발달의 원리를 조금 알고 필요한 순간에만 잠깐씩 언어 자극을 주는 것만으로도, 그 외의 시간에는 좀 더 편안하게 육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책 제목이 '하루 1분'인 이유이기도 하겠죠.
개월 수 대신 단계로 보세요
이 책은 다른 책처럼 12개월, 24개월 식의 개월 수가 아니라 1, 2, 3단계로 나뉘어 있어요. 개월 수로 나뉜 발달 체크리스트를 보면 부모 마음이 같이 요동치잖아요. 기준보다 높으면 마치 부모의 실력인 것처럼 뿌듯하고, 낮으면 조급해져서 빨리 기준에 맞게 끌어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아이마다 역량과 능력치가 다를 수밖에 없으니, '이 개월 수에는 이런 걸 할 수 있어야 한다'가 아니라 '우리 아이는 이런 걸 할 수 있는 이 단계에 있으니, 가장 맞는 도움을 주려면 이런 걸 해 볼 수 있겠다'로 볼 수 있게 단계별로 나눴다고 해요. 실제 언어치료에서도 아이의 개월 수는 그렇게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고요.
맘카페에서 "24개월인데 단어 몇 개밖에 못 하는데 괜찮을까요" 하고 불안해하기보다, '우리 아이는 지금 2단계구나, 3단계로 같이 가 보자'는 관점이 훨씬 좋은 것 같아요. 높은 단계로 갈수록 아이와 말이 오가니까 말을 걸기도 쉬운데, 처음 단계는 부모에게 어렵죠. 그래서 아직 한 단어를 말하기 전인 1단계와, 한 단어를 말할 수 있게 된 2단계를 위주로 집에서 쓸 수 있는 전략을 소개할게요.
말문이 트이기 전: 옹알이에 반응하는 네 가지 방법
베싸는 다미가 돌이 되기 전에 리액션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옹알이를 하면 "어, 그랬어?" 정도로 반응했던 것 같아요. 황진희 선생님은 그 정도만 해도 굉장히 좋은 자극이라고 하셨어요. 아이가 옹알이 소리를 냈을 때 즉각 반응을 얻으면 '내가 소리를 내면 반응을 얻을 수 있구나' 하는 소통의 인과관계를 이해하게 되고, 이게 나중에 주고받는 상호작용의 기반이 되거든요. 여기서 더 나아가 옹알이 자극을 풍성하게 하는 방법이 있어요.
첫째, 아이의 옹알이 소리를 그대로 똑같이 따라 해 주세요. 아이가 "바바바" 하면 똑같이 "바바바" 하는 거예요. 아이들은 아직 표현은 다 못 해도 어떤 소리가 비슷하고 어떤 소리가 다른지 분별하는 능력은 뛰어나요. 부모가 똑같은 소리를 내면 '엄마가 나랑 똑같은 소리를 내네' 하고 더 주의를 기울여 듣게 되고, 그러다 보면 주고받는 상호작용의 기회가 더 생겨요.
둘째,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소리로 반응해 주세요. 아이가 "바바바"를 몇 번 했다면 그다음에는 "맘맘마" 하고 조금 다른 소리를 내 주는 거예요. 아이는 '이 소리는 조금 다르네' 하고 깨닫고 주의 깊게 듣기도 하고, 따라 해 보려고 노력하기도 해요.
셋째, 맥락과 상황에 맞는 말을 건네되 짧고 간결하게, 생동감 있게 하세요. 기저귀를 갈 때 아이가 기분 좋게 있다면 "기분 좋아? 응가했어요" 하는 식으로 짧고 리듬감 있게요. 여기서 중요한 건 쉬지 않고 말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반응할 기회를 충분히 주는 거예요. 말을 건넨 뒤 3~5초 정도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밝은 표정으로 기다려 주면, 아이는 '내가 말할 차례인가' 하고 인지하고 옹알이로 반응할 기회를 얻어요.
넷째, 선택권을 주세요. 그냥 "귤 먹자, 귤 먹을래?" 하고 마는 게 아니라 "뭐 줄까? 딸기? 아니면 귤?" 하고, 아이가 따라 해 볼 만한 짧은 단어로 선택권을 주는 거예요. 아이는 눈앞에 보이는 사물과 들리는 단어를 정확하게 매칭할 수 있고, 자율적으로 소통을 시작하는 좋은 기회가 돼요. 아이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선택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 어릴 때는 두 개를 내밀면 고르고 싶어서라도 소통하게 되거든요. 타고난 자율성 욕구를 활용해 소통 동기를 주는 현명하고 발달 친화적인 방법이에요.
주의할 점이 있어요. "귤 아니면 딸기?" 했을 때 아이가 "귤" 하고 따라 하지 않고 손을 뻗는 제스처로만 표현하면 "귤 해야지, 귤 해 봐, 귤" 하는 부모님을 종종 보는데, 그러면 더 이상 아이가 자발적으로 표현하는 기회가 아니라 부담을 느끼는 경험으로 남아요. 다음번에 아이가 자신 있게 표현할 기회도 줄어들고요. 제스처, 가리키기, 옹알이 같은 비언어적 의사소통도 모두 아이가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걸 기억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반응해 주세요. 아직 '귤'이라는 단어를 따라 하지 못한다면 그 단어를 더 들어 볼 기회가 필요한 것뿐이니, 그냥 "귤" 하고 한 번 더 들려주면서 귤을 주시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자극이 돼요.
한 단어를 말하기 시작하면: 기다리기와 낱말 조합
다섯째, 해 주려다 마는 방법이에요. 치료실에서 상당히 많이 쓰고 황진희 선생님이 두 아이 엄마로서도 수시로 썼던 방법인데, "이거 보이지? 말하면 줄 거야, 따라 해 봐" 하며 말할 때까지 안 주고 버티라는 뜻이 아니에요. 아이가 좋아하고 관심 갖고 필요로 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상황을 만들어서 아이가 자발적으로 표현하도록 유도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식사 시간에 밥은 차려 주고 포크를 주지 않는 거죠. 그러면 아이가 "포크, 포크 어디 있지?" 하고 표현할 기회가 생기고, 아이는 더 주체적으로 소통을 시작하게 돼요.
베싸가 돌 전에 언어 발달과 관련해서 가장 부족했다고 느끼는 부분이 바로 이 기다려 주기예요. 아이의 요구에 바로바로 반응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아이가 말로 요청할 기회를 충분히 주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아이가 손가락질을 하면 바로 안아서 그 앞에 데려다 주는 편이었거든요. '왜 바로 안 해 주지' 하는 약간의 답답함을 아이가 느끼더라도 저한테 요청하도록 잠시 기다리고, 요청하면 바로 들어주는 전략의 장점을 알았더라면 참고 기다리는 기회를 더 많이 가졌을 것 같아요.
여섯째, 낱말 조합으로 선택권을 주세요. "딸기 아니면 바나나?"처럼 한 낱말로 고르게 하는 게 아니라 "딸기 먹을래, 아니면 바나나 먹을래?" 하고 낱말 조합으로 선택권을 주는 거예요. 그러면 아이가 "바나나" 하고 단답으로 대답하기보다 "바나나 먹을래"처럼 낱말을 조합해 대답할 가능성이 커져요. 식사나 간식 시간에 특히 유용한데,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여러 동사와 조합해 표현해 줄 수 있어서예요. "물 마실래, 우유 마실래?", "잘라서 먹을래, 그냥 먹을래?", "바나나 까 줘? 까 주지 마?" 같은 식이죠. 옷을 고를 때도 "빨간 바지 입을래, 파란 바지 입을래?", "긴팔 입을까, 반팔 입을까?" 하고 색깔이나 종류를 낱말 조합으로 제시할 수 있어요. 아이가 낱말 조합 선택권에도 "딸기" 하고 한 낱말로만 답한다면, "딸기 먹을래" 하고 확장된 표현으로 다시 들려주는 모델링만 해 주시면 돼요.
황진희 선생님은 언어치료사로서 아이들에게 언어 자극을 줬을 때보다, 부모로서 가장 잘 알고 깊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자기 아이에게 언어 자극을 줬을 때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느꼈다고 해요. 우리 아이를 이해하는 최고의 전문가는 부모라는 말씀이었어요.
정리해 보면
- 하루 한 번, 일상의 우연한 순간을 말로 풀어 주는 것만으로 충분한 언어 자극이 돼요.
- 개월 수 기준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다음 단계를 도와주세요.
- 말문이 트이기 전에는 옹알이를 그대로 따라 하고, 조금 다른 소리로 답하고, 짧게 말 건넨 뒤 3~5초 기다리고, 짧은 단어로 선택권을 주세요.
- 제스처나 옹알이도 아이의 표현이니 "해 봐" 하고 강요하지 말고 단어를 한 번 더 들려주세요.
- 한 단어를 말하기 시작하면 해 주려다 말고 기다려 주고, 낱말 조합으로 선택권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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