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2.01 · 14:53
젖병 거부를 부르는 부모의 무의식적인 수유 습관
분유 거부는 젖병이나 분유 탓이 아니라, 먹이려는 압력이 쌓여 먹는 것 자체가 두려워진 결과예요.
배고픈데도 젖병을 물리면 조금 먹다 울고, 조금 먹다 또 울고. 얼마 전 댓글에서 분유 거부로 힘들어하시는 분을 보고 해결해 드리고 싶어 조사하다가, 젖병 거부 문제에 좋은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세계적으로 알려진 책을 만났어요. 다양한 의료·수유 관련 자격을 갖추고 1,000명이 넘는 아기의 젖병 거부를 해결해 온 호주 간호사 로웨나 베넷이 쓴 책이에요. 베싸는 보통 논문으로 지식을 구하지만, 젖병 거부는 구체적인 해결책이 필요하고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라 지식과 경험이 모두 풍부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어요. 한국어로 검색했을 때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짚어 주는 콘텐츠를 찾기 어려웠거든요.
분유, 젖병, 젖꼭지가 문제인 경우는 거의 없어요
분유 거부를 맞닥뜨리면 부모는 당황해서 원인을 찾으려고 주변에 묻고 인터넷을 뒤져요. 분유를 바꾸고, 젖병과 젖꼭지를 바꾸고, 역류를 막아 준다는 이런저런 아이템을 전전하는 유목민이 되기도 하죠. 온도가 문제인지 자세가 문제인지 이렇게 저렇게 해 보다가 결국 소아과 상담까지 받게 돼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분유 거부에서 아이템이 문제인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요. 잘 먹다가 갑자기 안 먹게 된 경우, 잠결에는 아무 문제 없이 잘 먹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대요. 더 나은 젖꼭지, 더 나은 분유, 더 나은 젖병을 찾아 헤매는 일은 이제 그만하셔도 돼요.
소아과에서도 좋은 답을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해요. 분유 거부는 부모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나타나는 행동 문제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소아과는 그런 방향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에요. 근본 원인을 모른 채 역류나 유제품 알레르기로 진단받고 가수분해 분유로 바꾸기도 하지만 효과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대요. 물론 정말 역류나 알레르기가 원인인 경우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드물고, 앞서 말한 경우라면 의학적 문제일 가능성은 더 낮아요.
아기는 배고프면 먹고 배부르면 그만 먹어요
책은 아기가 분유 수유를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가 행동적인 것, 구체적으로는 부모가 먹이려는 압력이라고 말해요. 그런데 육아 문제는 인터넷에서 찾은 해결법만으로는 풀리지 않을 때가 많아요. 원리를 이해해서 생기는 확신이 없으면 따라 하는 내내 불안해지고 금방 포기하게 되거든요. 수면교육도 조언이나 경험담은 쉬워 보이지만 하루 이틀 해 보고 포기하는 분이 많죠. 원리가 뭔지, 우리 아기가 지금 왜 울고 있는지, 나는 왜 우는 아이를 안아 주면 안 되는지 마음 깊이 공감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아이들이 뭔가를 거부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결국 하나로 모일 때가 많더라고요. 앞선 글에서 아이가 식사나 수면을 거부하는 이유는 먹이려는 압력, 재우려는 압력 때문이라고 말씀드렸는데, 분유 거부도 마찬가지였어요. 아이들은 괜히 부모를 힘들게 하려고 거부하는 게 아니에요. 대부분 먹고 싶지 않은데도 먹이려고 애쓴,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나빴던 압력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부모가 제대로 이해하고 확신을 가져야 할 원리는 하나예요. 아기는 배고프면 먹고, 배부르면 그만 먹는다. 아주 어린 아기라도 건강하다면 생존에 필요한 만큼 스스로 영양을 섭취할 수 있어요. 아이들의 이 훌륭한 섭취 조절 능력은 베싸가 수많은 논문과 전문가 의견에서 반복해서 배운 것이에요. 초보 부모에게 쉽지 않겠지만 우리 아이도 필요한 만큼 딱 조절해서 먹을 수 있다는 걸 믿으셔야 해요. 그래야 앞으로 먹는 문제에서 압박과 거부라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아요.
그럼 배고픈데 왜 분유를 안 먹고 울까요? 분유 먹는 게 두렵기 때문이에요. 지금까지 분유를 먹을 때 부정적인 경험을 반복했거든요. 먹기 싫은데 부모가 억지로 먹이려던 경험이요.
얼마나 먹는지 보인다는 것의 함정
책에서는 분유 수유가 모유 수유에 비해 갖는 단점으로, 아이가 얼마나 먹는지 부모가 명확히 알 수 있다는 점을 꼽아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본 월령별 수유량을 맹신하기 쉬워요. 우리 아이는 하루에 몇 ml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어떤 이유로든 그보다 적게 먹으면 채우려고 압력을 가하게 되죠. 부모는 부드럽게 유도한다고 생각하는 동작도 어린 아기에게 반복되면 강압으로 느껴지고, 분유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대요. 부모가 기대치를 가지고 압박하고 아이는 부담스러워 도망치려 하는 패턴이 이렇게 어릴 때부터 시작된다니 놀랍죠.
한 연구에서는 안에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는 무겁고 불투명한 젖병을 쓰면, 부모가 분유 양 대신 아이의 배부른 신호를 보고 수유를 멈추기 때문에 과식 방지에 더 좋다는 결론을 냈어요. 젖병을 끝까지 다 먹이는 습관이 있는 부모의 아이는 6세 때 배부르면 그만 먹는 절제력이 더 낮았다고 해요.
빨기 반사가 사라지면 거부가 시작돼요
억지로 먹이는 습관은 신생아 때부터 시작되기도 하고, 키우는 도중에 생기기도 해요. 생후 6주 정도까지는 아기에게 빨기 반사가 있어서, 배부르거나 그만 먹고 싶어도 입 주변에 자극을 주면 자동으로 빨아요. 거부하고 싶어도 거부하기 어려운 시기라 이때 아기들은 원하는 양보다 과식하는 일이 상당히 많대요.
그런데 2개월쯤 지나 빨기 반사가 완전히 사라지면 아기는 그만 먹고 싶을 때 그만 먹을 수 있고, 좀 더 적극적으로 거부할 수 있게 돼요. 먹기 싫은데 억지로 먹었던 경험이 쌓인 아이는 배고픈 상태를 간신히 벗어날 정도로만 아주 조금 먹고 말거나, 조금 먹다 울고 조금 먹다 우는 행동을 보여요. 잘 먹던 아이가 갑자기 거부하니 부모는 당황해서 더 열심히 먹이려 하고, 아기는 수유에 더 큰 거부감을 느끼죠. 분유와 젖병, 젖꼭지를 바꿔 봐도 소용이 없어요.
수유하는 공간이나 자세를 바꾸면 기존의 부정적인 경험과 조금 달라서 일시적으로 거부가 덜해질 수는 있어요. 하지만 부모의 태도는 그대로죠. 아이의 배부른 신호를 살피기보다 정해진 양을 채우려 하니 압력은 계속되고 거부도 계속돼요. 결국 졸리거나 자고 있을 때가 아니면 먹이기 어려워져서 잠자는 시간 위주로 간신히 수유하다가 이유식으로 서둘러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7~8개월처럼 나중에 분유 거부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요. 이때도 주요 원인은 억지로 먹이려는 태도예요. 그전까지는 압력을 많이 주지 않다가, 거부가 나타나기 몇 주 전부터 억지로 먹이기 시작했을 수 있어요. 이유식을 잘 먹기 시작하면서 분유량이 갑자기 줄어 걱정이 됐을 수도 있고, 쓴 약을 분유에 탔거나, 감기에 걸려 아파서 일시적으로 덜 먹었을 수도 있죠. 최초의 거부 요인이 무엇이었든, 부모의 과도한 걱정과 먹이려는 압력이 분유 거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예요.
하루 몇 ml는 부모가 정할 수 없어요
분유 수유량과 몸무게 증가 패턴은 아이마다 크게 달라요. 몇 개월에 몇 kg인 아이는 몇 ml를 먹어야 정상이라고 숫자 하나로 정하기는 어려워요. 크게 태어났거나 생애 초기에 몸무게가 급격히 늘어난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천천히 늘어나는 시기를 겪을 수 있고, 정상 범위 안에서 급증과 정체가 반복되면서 수유량도 변해요. 사춘기까지 천천히 자라다가 나중에 쑥 크는 체질성 성장 지연 같은 패턴도 있고요.
월령별 분유 권장량은 나라마다도 상당히 달라요. 엄격하게 따라야 하는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 나이와 몸무게만 가지고 산출한 값이에요. 이런 외부 지표를 가지고 우리 아이는 왜 다른 아이보다 안 먹지, 왜 작지 하고 전전긍긍하기 시작하면 결국 부모도 아이도 힘든 길을 걷게 돼요. 압력, 거부하는 아이, 걱정이 돼서 더 먹이려는 부모. 이 악순환이 반복되면 하루가 스트레스로 가득 차고, 영양 공급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아기가 주식인 분유에서 충분한 영양을 얻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
분유 거부를 겪고 계시다면 아이가 왜 분유를 거부할까 진심으로 고민해 보셨으면 해요. 자기 양만큼 먹을 수 있는 아이를 내 욕심으로 무리하게 먹이려다 너무 힘들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울면서 거부하는 건 그만 좀 하라고, 너무 힘들다고 외치는 말 못 하는 아기의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나는 아기를 한 명의 인격체로 대하면서 수유하고 있었을까. 바로 따라 할 수 있는 단계별 해결책을 기대하셨을 텐데, 이유를 명확히 이해하지 않고 무작정 따라 하기만 하면 마음고생만 하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요. 해결책은 그다음이에요.
정리해 보면
- 분유 거부에서 분유, 젖병, 젖꼭지가 문제인 경우는 거의 없어요.
- 가장 큰 원인은 부모가 먹이려는 압력이 쌓여 아기가 먹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된 거예요.
- 아기는 배고프면 먹고 배부르면 그만 먹는다는 원리를 믿으세요.
- 월령별 권장량에 맞추려 하지 말고 아이의 배부른 신호를 살피세요.
- 해결책을 시도하기 전에 우리 아이가 왜 거부하는지부터 이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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