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는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아이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그 참여도가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관련 있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렇다면 테스토스테론을 낮출 수 있다면 아빠가 육아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요? 실제로 그런 가정 아래 진행된 연구들이 있는데, 이번에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에 주목해 볼게요.

아빠를 육아에 더 적극적으로 만드는 호르몬, 옥시토신

옥시토신은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불립니다. 수치가 낮으면 짜증이 나거나 갈등이 생기기 쉽고, 수치가 높으면 편안하고 행복해지죠. 사람이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상태에 있으면 굳이 밖에 나가 공격성을 발휘해 뭔가를 쟁취할 필요가 없어지는데, 그래서 옥시토신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해요. 한 연구에서는 아빠들을 실험실에 두 번 초대해서 한 번은 코에 옥시토신을 뿌리고 다른 한 번은 아무 효과가 없는 스프레이를 뿌린 뒤,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아이와 노는 모습을 관찰했어요. 그 결과 옥시토신을 뿌렸을 때 아빠들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졌고, 아이와 더 열심히 놀아주고 교감하는 행동도 더 많이 보였다고 합니다. 뇌를 살펴보니 보상이나 공감과 관련된 영역이 더 활성화된 상태였는데, 옥시토신 덕분에 아빠가 아이와 놀아줄 때 심리적으로 더 만족스럽고 아이에게 더 공감하고 싶은 동기가 생긴다는 뜻이겠죠. 게다가 아빠의 옥시토신이 늘고 교감 행동이 늘어나자 아기의 옥시토신 수치도 함께 늘고, 아빠를 쳐다보는 횟수나 놀잇감에 대한 집중도도 높아졌다고 해요.

옥시토신 스프레이보다 더 나은 방법

그럼 옥시토신 스프레이를 사서 아빠에게 매일 뿌려주면 될까요?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옥시토신은 국내에서 판매 승인이 나지 않은 약품이고, 약물로 아빠의 행동을 바꾼다는 것도 부자연스럽고 부작용도 걱정되니 저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대신 아빠의 옥시토신 수치를 자연스럽게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아빠와 '연애'하고, 스킨십을 늘리세요

옥시토신은 사회적 관계 안에서 만족감을 느낄 때 생성되는 호르몬이라, 연애할 때 수치가 최고조에 달한다고 해요. 그런데 출산과 육아를 거치면서 부부 관계는 연애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칭찬과 사랑의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데이트할 기회도 줄어들면서 옥시토신 분비도 전반적으로 줄어듭니다. 특히 아빠가 육아를 잘 도와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엄마는 늘 서운한 마음일 테고, 그러다 보면 의도치 않게 아빠에게 날카롭게 대하기도 하죠. 그러면 아빠에게 집이 편안한 공간이 아니라 긴장되는 공간이 되어버리고, 옥시토신 분비는 더 줄고 테스토스테론은 오히려 올라가는, 육아에 덜 적극적인 아빠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요. 그러니 육아에 더 적극적인 아빠를 원하신다면 엄마와 아빠가 행복하게 지내는 게 먼저예요. 거창하게 연애하듯 시간을 낼 수 없다면, 집에 돌아온 아빠를 매일 따뜻하게 안아주는 습관부터 만들어보세요. 안아주는 것 같은 따뜻한 피부 접촉은 옥시토신 생성을 촉진한다고 해요. 아이에게도 아빠를 안아주라고 말해주시고요. 동물실험에서도 어릴 때 부모와 스킨십을 많이 한 새끼일수록 옥시토신을 받아들이는 기능이 강화되고, 전반적인 옥시토신 수준도 높고, 사회적 행동도 더 많이 보였다고 해요. 하루 한 번 안아주기, 꼭 해보세요.

아빠 스타일 놀이와 목욕·마사지는 아빠에게 맡기세요

한 연구에서 엄마와 아빠가 아이와 놀아준 뒤 옥시토신 수치를 재봤더니, 엄마는 애정 어린 스킨십을 한 뒤 옥시토신이 크게 올라간 반면 아빠는 몸으로 부딪히고 탐색을 돕는 '아빠 스타일' 놀이를 한 뒤 옥시토신이 더 크게 올라갔다고 해요. 아빠가 이런 놀이로 옥시토신이 오르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뇌에서 아이와 노는 행위와 옥시토신 분비를 연결하는 보상 경로가 강해지고, 그러면서 아이와 더 놀아주고 싶은 욕구가 자연히 커진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빠가 아이를 붙잡고 씨름하듯 놀아주거나 여기저기 만져보게 할 때 놀라서 말리기보다는, 그 방식을 그대로 존중해 주세요. 같은 연구에서는 아빠가 아이와 놀 때 엄마가 같은 공간에 없을수록 더 집중해서 활발하게 상호작용한다고도 했으니, 아빠가 놀아주는 동안에는 엄마는 다른 방에서 좀 쉬시는 것도 방법이에요. 또 다른 연구에서는 아기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아빠가 자기 전 15분씩 마사지를 하게 하고 다른 쪽은 아무것도 하지 않게 했는데, 한 달 뒤 마사지를 해준 아빠들이 아이와 놀 때 훨씬 더 즐겁고 따뜻했다고 해요. 목욕과 마사지 시간은 아빠에게 맡겨서, 아빠와 아기가 둘만의 옥시토신 넘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세요.

영양소도 챙기고, 조급해하지 마세요

마그네슘이나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옥시토신도 부족해질 수 있다고 하니 평소 식단에 신경 써 주시고요. 그리고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를 너무 조급하게 기대하지는 마세요. 엄마는 출산하고 모유수유하고 하루 종일 아이를 안고 있으면서 이미 많은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강한 애착을 갖게 되지만, 아빠가 그만큼 강한 애착을 느끼는 데는 1~2년 정도가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진화론적으로 보면 영아 사망률이 높았던 시절에는 부모 둘 다 아기에게 너무 이른 시기부터 강하게 몰입하는 게 오히려 최적의 전략이 아니었을 수도 있고요. 그러니 아직 어린 아이를 둔 아빠가 엄마만큼 애착이 깊지 않다고 너무 절망할 필요는 없어요. 다만 그 사이에 건강한 애착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시간의 질에는 계속 신경 써 주시면 좋겠습니다.

정리해 보면

  • 아빠와 아이의 교감을 늘리는 열쇠는 옥시토신이며, 약물보다는 생활 속 습관으로 자연스럽게 늘리는 편이 좋습니다.
  • 아빠가 집에 돌아오면 매일 따뜻하게 안아주는 습관을 만들어 스킨십을 늘리세요.
  • 아빠의 놀이 방식을 존중하고, 아빠가 놀아줄 때는 엄마가 자리를 비켜주세요.
  • 목욕과 마사지 시간은 아빠에게 맡겨 아이와 둘만의 시간을 갖게 해주세요.
  • 마그네슘과 비타민 D 같은 영양소를 챙기고, 아빠의 애착 형성에는 1~2년이 걸릴 수 있으니 조급해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