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지원 시즌이죠. 신생아인 둘째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제가 운영하는 커뮤니티에 유치원을 어떻게 골라야 하느냐는 질문이 올라왔더라고요. 유아교육학 관점에서 좋은 유치원이 무엇인지, 제가 다미 유치원을 고를 때 본 두 가지를 중심으로 정리해 볼게요.

자유놀이가 자기조절을 키워요

앞선 글에서 자유놀이 시간이 충분한 게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죠. 유아교육학에서 free play 혹은 unstructured play라고 부르는 자유놀이, 그리고 자유놀이의 하나이면서 신체 활동까지 더해진 바깥놀이가 왜 중요한지 살펴볼게요. 자유놀이의 여러 장점이 밝혀져 왔지만 가장 주목할 만한 건 자기조절력을 키우는 데 좋다는 거예요. 자기조절을 잘하는 아이들이 사회성도 좋고 학업에도 유리하죠. 유치원 시기에 키워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이 아닌가 싶어요.

호주의 한 연구팀은 2,213명이라는 상당한 수의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루에 확보되는 자유놀이 시간을 측정했어요. 여기서 자유놀이는 어른의 지시나 안내 없이 아이가 하고 싶은 놀이를 자유롭게 골라 주도적으로 하는 놀이를 뜻해요. 만 2~5세 아이들은 하루 중 실내 자유놀이 시간이 많을수록 2년 뒤 측정한 자기조절 능력이 높았어요. 만 4~5세 아이들은 실외 자유놀이 시간이 많을수록 2년 뒤 자기조절 능력이 높았고요. 다만 하루 다섯 시간을 넘어가면 실외 자유놀이가 더 늘어도 자기조절에 기여하지 않았어요.

토론토대 연구진은 유치원 일과 중 아이들이 언제 자기조절을 가장 많이 발휘하는지 관찰했는데, 일과를 대집단 활동, 소집단 활동, 정리나 손 씻기 같은 활동 전환, 놀이 이렇게 넷으로 나눴어요. 이 중 소집단 활동과 놀이 시간에 가장 높은 수준의 자기조절이 관찰됐죠. 미국 유치원생 14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골라서 하는 활동 시간과 선생님이 주도하는 시간 모두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자유 활동 시간의 비중이 높을수록 충동 억제 수준이 높아졌고, 선생님이 주도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언어 발달과 문해력에 조금 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어요.

놀이 속에서 작은 좌절을 미리 겪어요

독일의 한 연구에서는 어릴 때 자유놀이를 권장받고 많이 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 사회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는 상관관계를 발견했는데, 둘 사이를 잇는 매개 변인으로 적응력을 꼽았어요. 여기서 적응력이란 아무리 노력해도 이루기 어려운 목표를 만났을 때 좌절하거나 무의미하게 매달리기보다 목표 자체를 유연하게 조절하는 능력이에요. 이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조절이죠. 원래 하고 싶었던 것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어떤 순간에는 고집을 조금 내려놓고 상황을 다시 살펴보도록 자기 욕구를 조절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자유놀이는 사회에 나가기 전에 작은 좌절을 미리 겪으면서 대처 방법을 준비하는 과정일 수 있어요. 놀이 속에서 아이들은 뭔가 마음대로 안 되거나 친구가 내 마음처럼 따라 주지 않는 등 다양한 좌절을 겪지만, 놀이는 재미있으니까 그만두기보다 원래 하려던 놀이의 방향이나 고집을 수정하는 식으로 타협을 경험해요. 그러다 보면 오히려 놀이가 더 재밌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걸 경험하기도 하고요. 이런 과정을 많이 겪은 아이는 사회에 나가서도 마음대로 안 될 때 무너지지 않고 유연하게 목표를 다시 세우며 자기만의 성공을 찾아갈 수 있을 거예요.

자기조절은 사회성에도 직접 도움이 돼요. 자기조절을 못 하면 상대를 배려하는 행동을 하기 어렵죠. 그리고 사회성은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면서 그 안에서 조절할 때 가장 잘 꽃필 수 있어요. 교육심리학자 앤서니 펠레그리니 교수에 따르면 아이들은 다른 어떤 활동보다 놀이를 할 때 더 높은 수준의 사회성을 기꺼이 발휘하려고 해요. 놀이는 재밌고, 마음대로 행동하면 친구들이 놀이에 끼워 주지 않기 때문이에요. 유치원 시기에 자기조절을 잘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성을 꽃피우려면 자유놀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중요하고, 기관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겠죠.

두 번째는 충분한 바깥놀이 시간이에요

앞서 실외 자유놀이도 자기조절력 발달에 영향이 있었다는 연구를 소개했죠. 연구에 따르면 서구권 기준으로 절반 이상의 아이들이 충분한 신체 활동을 못 하고 있다고 해요. 한국도 아마 그렇겠죠. 미국 체육교육협회 가이드라인은 유치원생이 하루 두 시간 신체 활동을 해야 하고 그중 한 시간은 자유놀이 기반이어야 한다고 해요. 잘 때를 빼고는 한 번에 한 시간 이상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안 된다는 내용도 있고요. 엉덩이가 너무 무거운 아이를 둔 부모라면 기뻐할 게 아니라 오히려 움직이도록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는 말이죠. 영국이나 캐나다의 더 최근 가이드라인은 유치원생에게 필요한 신체 활동 시간을 하루 세 시간으로 잡고 있어요.

유치원 시기에 기관에서 충분한 신체 활동이 이루어지면 대근육 스킬이 좋아지고, 이게 이후 체육이나 스포츠 활동에 흥미를 갖고 더 건강하고 활동적인 생활 방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꼭 바깥에서 신체 놀이를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유치원에는 넓은 강당처럼 신체 활동을 충분히 할 만한 공간이 없죠. 좁은 실내보다 바깥에서 놀 때 자연스럽게 몸을 많이 움직이는 놀이가 촉진되니까, 매일 바깥놀이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는 곳으로 고르시면 좋겠어요.

얼마나 있어야 충분할까요

기관에서 자유놀이나 바깥놀이 시간을 몇 시간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은 아직 없어요. 참고할 만한 전문가 의견은 있는데요. 애리조나 주립대 제임스 크리스티 교수는 자유놀이 시간이 30분 미만일 때 놀이가 단순한 수준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여러 유아교육 학자가 함께 쓴 책에서는 유치원생의 놀이를 관찰해 보면 수준 높고 세련된 놀이로 들어가는 데 적어도 45분이 필요하다고 했고요. 그런 점에서 도중에 흐름이 끊기지 않는 자유놀이 시간이 적어도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은 확보돼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방과 후를 하지 않으면 1~1.5시간, 방과 후까지 한다면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두세 시간 정도의 자유놀이 시간이 확보된다면 저는 만족하고 보낼 것 같아요. 바깥놀이는 실내 강당에서 하는 체육 시간이 따로 없다면 가이드라인대로 하루 두 시간에서 세 시간에 가깝게 마련해 줄 수 있으면 가장 좋겠죠.

다미가 다니는 유치원은 자유놀이 시간과 별개로 하루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바깥놀이 시간이 있어요. 조금 부족한 신체 활동 시간은 하원 후에 학원에 가는 대신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한 시간 정도 노는 시간을 만들어 채워 주고 있어요.

유치원 선택은 참 고민되는 부분이 많으실 거예요. 저는 맘카페나 지인들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더 헷갈리고 어렵더라고요. 유치원 선택은 옷을 사거나 음식을 고르는 것과 달라서, 학부모가 만족한다고 꼭 아이에게 좋다고 할 수는 없거든요. 그만큼 아이의 하루가 어떤 시간으로 채워지는 게 정말 아이에게 좋은지, 근거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현명하게 고르셔야 해요.

정리해 보면

  • 자유놀이는 자기조절력을 키우고, 자기조절은 사회성과 학업의 바탕이 돼요.
  • 놀이 속 작은 좌절과 타협이 목표를 유연하게 조절하는 적응력을 길러요.
  • 유치원생은 하루 두세 시간 신체 활동이 필요해요. 매일 바깥놀이가 있는 곳을 고르세요.
  • 흐름이 끊기지 않는 자유놀이가 한 번에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은 되는지 확인하세요.
  • 기관에서 부족한 신체 활동은 하원 후 놀이터 시간으로 채워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