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에게 영상을 보여주는 게 위험하다는 말이 많은데, 과학적으로는 어디까지 밝혀진 걸까요. 식당이나 차에서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에게 유튜브가 나오는 핸드폰을 쥐여 주거나, 집에서 육아하는 동안 TV가 틀어져 있는 일은 상당히 흔하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직 어린 아기라 해도 영상 자체가 뇌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아주 근거 있는 말은 아니에요.

영상이 뇌를 망가뜨린다는 근거는 아직 부족해요

미국소아과학회는 2016년에 영유아 미디어 노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어요. 18개월 미만 아기에게는 영상을 보여주지 말고, 더 큰 아이도 혼자 오랫동안 시청하게 두지 말라는 취지예요. 그러면 이 가이드라인은 어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걸까요.

영유아 미디어 노출의 부작용에 관한 연구는 TV가 가정에 널리 보급된 이래로 꾸준히 이루어져 왔어요. 많은 연구가 TV를 많이 본 아이들에게 집중력 저하, 발달 지연, 특히 언어 발달 지연, 그리고 전두엽이 담당하는 고차원적 인지 능력인 실행기능 저하 같은 문제가 나타난다는 상관관계를 제시해 왔죠. 그런데 이 연구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영상 노출이 뇌에 직접 악영향을 준다는 명확한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는 게 베싸가 이번에 읽은 많은 논문의 공통된 의견이었어요.

영국 왕립소아과학회가 2019년에 펴낸 '스크린 시청의 영향: 의료인과 부모를 위한 가이드'도 같은 입장이에요. 영상 자체가 특정 연령대 아이의 뇌를 직접 망가뜨린다는 제대로 된 근거는 없으니, 그보다는 영상 시청 때문에 어린 아기의 뇌 발달에 필수적인 활동이 줄어들어 발달이 늦어지고 뇌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거예요. 미국소아과학회 가이드라인이 혹시 생길 수 있는 리스크에 집중해 보수적으로 보여주지 말라고 권고한다면, 영국 가이드라인은 명확한 근거가 없는 부작용을 과하게 걱정하거나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이 각 가족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라고 권하고 있어요.

영상이 줄이는 것은 현실 세계의 경험이에요

영상이 뇌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의 근거는 부족하지만, 어린 아기가 영상을 볼 때 줄어드는 활동이 뇌 발달과 학습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관한 연구는 일관된 결론을 내리고 있어요. 바로 현실 세계에서의 상호작용이에요. 어린 아기는 자고 먹고 노는 게 일상이고, 아이에게 논다는 건 세상을 탐색하고 학습하는 과정이죠. 이 학습에서 중요한 요소는 크게 두 가지예요.

첫째, 아기는 현실 세계에서 배워요. 24개월 미만 아이는 스크린이라는 2D 공간에서 배운 지식을 현실 세계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요. 두 세계를 별개의 세계라고 인지하기 때문인데, 이를 전이 결손(transfer deficit)이라고 해요. 한 연구에서는 24개월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는 사람이 방 안에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숨기는 모습을 녹화한 비디오를 보여주고, 다른 그룹에게는 그 방에서 사람이 장난감을 숨기는 모습을 실제로 보여줬어요. 비디오를 본 아이들은 대부분 장난감을 잘못 찾은 반면, 실제로 본 아이들은 대부분 잘 찾았다고 해요. 녹화된 영상이나 소리로는 24개월 미만 아이는 학습을 거의 하지 못하고, 24개월 이후에는 할 수 있지만 현실 세계에서 배우는 것보다 효율이 훨씬 떨어진다는 거죠.

둘째, 대면 상호작용이에요. 어린아이의 정서·지능·언어 발달에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꼽으라면, 유아교육을 조금이라도 접해 본 분이라면 주저 없이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꼽을 거예요.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실행기능을 키워요

실행기능 발달을 다룬 한 논문이 이 점을 잘 설명해요. 실행기능이란 전두엽의 발달로 작동하는 고차원적 인지 능력으로, 정보를 기억하고 유연하게 사고하고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에요. 집중력, 언어 발달, 사회성 발달 등 모든 발달 영역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향후 학업 성적이나 사회적 성공에도 아주 중요하죠. 돌 정도 되면 서서히 생기기 시작해 3~8세 사이에 크게 발달한다고 해요. 특히 24개월 이전에는 부모와 활발하게 상호작용하면서 발달하는데, 상호작용의 두 가지 측면이 실행기능 발달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하나는 반응성, 부모가 아이의 신호에 잘 반응해 주는 거예요. 부모의 반응성이 높을수록 아이의 실행기능이 더 잘 발달한다는 게 입증되었어요. 아기에게 부모는 온 세상이에요. 아기의 행동이나 신호에 부모가 세심하게 반응해 주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아기는 '세상은 예측 가능한 곳이고 내 행동이 일정한 패턴대로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구나'라는 신념을 갖게 되고, 자기 행동을 스스로 조절하려는 동기도 갖게 된다는 게 학자들의 설명이에요. 예를 들어 아기가 뭔가를 만지고 싶어서 자꾸 엄마를 불러요. 반응성이 좋은 엄마는 원하는 걸 건네주거나 아이를 안아서 그 물체를 만질 수 있게 해 주죠. 이런 경험을 주로 하는 아이는 실행기능이 잘 발달해요. 반면 반응성이 나쁜 엄마는 만지는 행동을 제지하거나 아이의 요구를 무시해요. 이런 경험을 주로 한 아이는 실행기능이 잘 발달하지 못해 발달도 더 느리고 인지 능력이나 충동을 잘 조절하지 못하게 되며, ADHD 같은 증상을 보일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고 해요.

다른 하나는 스캐폴딩, 부모가 아이의 도전을 도와주는 거예요. 스캐폴딩은 원래 공사 현장에서 높은 곳을 작업하려고 세웠다가 작업이 끝나면 걷어 내는 비계를 뜻해요. 아이가 아직 혼자 힘으로 뭔가를 할 수 없을 때 부모가 약간의 도움으로 그 과제를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게 지원해 주고, 아이가 더 발달해서 혼자 할 수 있게 되면 더 이상 도와주지 않는 거예요. 걸음마를 배울 때 손을 잡아 준다거나, 장난감을 조작할 때 시범을 보여 주거나 말로 가이드를 준다거나, 잘 해냈을 때 칭찬과 격려를 해 주는 것들이죠. 부모의 적절한 지원 덕분에 아이는 문제 해결 과정에서 자신감과 동기를 갖게 되고, 이것이 실행기능 발달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어요.

하루는 누구에게나 24시간이에요

원래 하던 이야기로 돌아오면, 현실 세계에서의 대면 상호작용이 특히 24개월 이전 영유아의 발달에 가장 중요해요. 그런데 영상 시청은 현실 세계의 경험도 아니고 상호작용을 수반하는 경험도 아니기 때문에, 영상 시청 시간이 길어질수록 발달의 기회는 줄어들어요. 하루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24시간이니까요.

12개월인 다미의 일과로 예를 들어 볼게요. 다미가 하루에 엄마와 제대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시간은 6시간 정도예요. 생각보다 많지 않죠. 이 가운데 1시간만 영상 시청에 써도 상호작용 시간은 영상을 보지 않는 아이보다 그만큼 줄어들고, 단순하게 계산해도 이 차이가 쌓이면 몇 달 치 상호작용 시간을 잃는 셈이에요. 물론 실제로 이렇게 단순하게 돌아가지는 않지만요.

영상은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쌀밥 같은 거예요

사실 베싸는 리서치를 시작하기 전, 그리고 리서치 초반까지도 영상이 아이의 뇌에 나쁜 영향을 미치니 어릴 때는 무조건 보여주지 않는 게 좋다는 결과를 기대했어요. 다미에게도 영상을 최대한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고 있고요. 그런데 좀 더 꼼꼼하게 리서치를 하고 나니,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영상이 패스트푸드 같은 건 아니구나, 쌀밥 같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패스트푸드는 경계해야 하지만, 쌀밥은 몸에 나쁘지 않잖아요. 다만 영양소는 별로 없이 칼로리를 채워 주기 때문에, 너무 많이 먹으면 배가 불러서 영양소가 풍부한 다른 반찬을 못 먹게 되죠. 영상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물론 영상 노출이 나쁘다는 확실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지 나쁘지 않다는 건 아니라서, 영상이 패스트푸드일 가능성을 아직 배제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TV 등장 이후 수십 년간 연구가 진행됐는데도 영유아 영상 노출과 뇌 발달의 인과관계가 제대로 입증되지 못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중매체에서 묘사되는 것만큼 영상이 정말 해로울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육아를 하다 보면 영상이 좋은 도구로 쓰일 때가 있죠. 엄마나 아빠 혼자 아이를 볼 때 아이와 단둘이 차를 탄다거나, 잠깐 다른 일에 집중해야 한다거나, 잠깐의 휴식이 필요할 때요. 이럴 때 어떻게든 영상에 의지하지 않는 분도 있고, 영상이 나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보여주며 죄책감을 느끼는 분도 있을 거예요. 영상 없이 24시간 아이와 행복하게 상호작용해 줄 수 있다면 그게 베스트겠죠. 하지만 그게 힘든 잠깐의 현실적인 순간에, 예를 들어 운전 중에 아이가 울도록 놔두는 것이 영상을 보여주는 것보다 나을까요? 베싸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영상이라는 도구는 지나치게 사용하면 물론 좋지 않지만, 부모가 평소에 아이와 충분히 상호작용해 주면서 현명하게 활용한다면 부작용 없이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같은 맥락에서 최근 몇 년 사이 학계에서는 영유아 영상 시청의 부정적인 결과를 두고 여러 방향의 연구 결과가 혼재하는 현상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요. 영상 시청 자체를 무조건 나쁘게 볼 게 아니라, 영상을 시청하는 맥락과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죠.

정리해 보면

  • 영상 자체가 어린아이의 뇌에 직접 악영향을 준다는 명확한 근거는 아직 부족해요.
  • 문제는 영상이 뇌 발달에 필수적인 현실 세계의 경험과 대면 상호작용 시간을 줄인다는 거예요.
  • 24개월 미만 아기는 영상으로는 거의 배우지 못하고, 부모의 반응성과 스캐폴딩으로 실행기능을 키워요.
  • 영상은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쌀밥처럼, 너무 많으면 더 중요한 것을 밀어내는 도구예요.
  • 평소에 충분히 상호작용해 주고 있다면, 꼭 필요한 순간에 영상을 쓰는 것에 죄책감을 갖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