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0.09 · 16:36
연구로 밝혀진, 어린 아기 칭찬하는 방법
칭찬이 좋다 나쁘다 엇갈리는 이유는 나이 때문. 개월수별로 다르게 칭찬하는 법을 정리했어요.
제가 몬테소리 교육을 공부하다가, 아이가 뭔가에 집중해서 몰입하고 있을 때는 칭찬을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봤어요. 아이가 순수하게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행동인데 옆에서 칭찬을 하면, 아이는 내적 동기가 아니라 칭찬이라는 외적 보상을 얻기 위해 그 행동을 하게 되고 그래서 오히려 내적 동기가 약해질 수 있다는 거예요. 저는 다미에게 "잘했다", "혼자 했네" 같은 칭찬을 자주 해 주는 편이라 이 대목을 읽고 뜨끔했습니다. 그래서 어린 아기에게 하는 칭찬에 대해 좀 더 찾아봤어요.
아기에게 칭찬, 해도 될까 걱정됐던 이유
칭찬의 효과에 대해서는 서로 엇갈리는 연구들이 있어요. 어떤 연구들은 칭찬을 많이 받은 아이일수록 스스로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자신감 있게 행동하며, 칭찬받은 행동을 계속하려는 동기가 강화된다고 봅니다. 반면 다른 연구들은 칭찬을 많이 받은 아이일수록 실수 없이 잘해서 어른에게 인정받으려는 부담감이 커지고, 그래서 오히려 자유롭게 시도하지 못하는 아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해요. 앞서 말씀드린 몬테소리 쪽 의견과 비슷한 맥락이죠.
칭찬의 효과는 아이의 자기평가 능력에 달려 있어요
이렇게 결론이 엇갈리는 이유 중 하나는, 연구마다 대상으로 삼은 아이들의 나이가 제각각이기 때문이에요. 같은 칭찬이라도 아이의 인지 발달 수준에 따라 좋은 효과를 낼 수도, 나쁜 효과를 낼 수도 있거든요. 칭찬은 기본적으로 평가예요. 그런데 칭찬을 듣는 아이가 '잘했다'는 개념 자체를 아직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아기들이 처음부터 자기 자신을 평가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거울에 비친 모습이 자기라는 걸 인식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자기평가 능력도 서서히 발달하는 거죠. 한 연구에서는 이 발달 과정을 크게 세 단계로 나눠서 살펴봤어요. 20개월 이전에는 뭔가를 성공적으로 해내도 어른의 반응을 딱히 확인하지 않고, 20개월에서 30개월 사이에는 어른의 반응을 살피면서 자기평가의 기준을 만들어 가며, 30개월 이후에는 어른의 반응 없이도 스스로 성공과 실패를 판단할 수 있는 내면의 기준을 갖추게 된다고 해요. 물론 정해진 시기라기보다 평균적인 흐름이니, 우리 아이는 언제쯤 그런 모습을 보이는지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20개월 이전에는 말보다 표정과 말투가 중요해요
20개월 이전 아기들에 대한 칭찬 연구는 많지 않지만, 이 시기에는 칭찬으로 동기가 강화되거나 약화되지도 않을 것 같아요. 잘했다, 못했다 같은 평가적인 개념을 이해할 인지 능력도 아직 부족하고, 어른의 평가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뚜껑을 닫는 데 성공한 아기는 자기가 의도한 대로 뚜껑이 쏙 들어갔다는 그 자체의 즐거움을 느낄 뿐, 잘했다는 평가를 기대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이 시기에는 칭찬의 말 내용보다 부모의 표정과 말투가 더 중요해요.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그 자체로 아이에게 전달되는 신호거든요. 저희 둘째가 밥 먹을 때 얌전히 앉아 있지 않는 편이라, 의자에 앉을 때마다 박수를 치면서 마구 칭찬해 줬더니 나중에는 스스로 의자에 앉으면서 저를 보고 박수를 치더라고요. 이건 '잘했다'는 평가 자체를 이해했다기보다, 의자에 앉는 행동과 엄마의 긍정적인 표정·말투가 연결된 결과일 거예요. 그러니 이 시기에는 말 자체보다 표정과 말투로 긍정적인 신호를 주는 데 더 신경 쓰시면 좋겠어요.
20~30개월, 칭찬이 아이 마음속 기준을 만들어요
이 시기 아이들은 어른의 반응을 보면서 자기평가의 기준을 내면화해 가는 중이라, 칭찬과 비판이 의미를 갖기 시작해요. 특히 어려운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냈을 때 칭찬해 주고, 실패했을 때는 비판하지 않고, 결과보다 과정을 칭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연구에서는 아기가 24개월일 때 부모가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습관적으로 칭찬해 주면, 36개월이 되었을 때 아이가 어떤 스킬을 마스터하려는 동기가 더 강하고 어렵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요. 그중에서도 "엄마가 도와주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해냈네"처럼 아이의 자율적인 노력을 짚어 주는 칭찬이 이런 동기와 끈기를 특히 더 키워 줬다고 하고요. 반대로 아이가 뭔가를 해냈는데 부모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아직 스스로 성공을 판단할 기준이 없는 아이는 잘한 건지 아닌지 알기 어려워지고, 굳이 열심히 해낼 필요성도 덜 느끼게 됩니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칭찬을 습관적으로 받은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 사이에 스스로의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큰 차이가 없었다는 거예요. 부모가 잘했다고 말해 준다고 해서 아이가 '나는 잘난 아이야'라고 스스로를 규정하게 되는 건 아니라는 뜻이죠. 그보다는 '이 행동은 잘한 행동이다'라는 구체적인 기준을 내면화하는 쪽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결과보다 과정을 칭찬해야 하는 이유
1~3세 사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정말 똑똑하다"처럼 능력이나 사람 자체를 평가하는 칭찬보다, "그림 잘 그렸네"처럼 과정과 노력을 짚어 주는 칭찬을 자주 받은 아이들이 성공의 원인을 능력이 아니라 노력으로 돌리는 사고방식을 더 잘 갖추게 됐다고 해요. '내가 잘나서 해냈다'가 아니라 '내가 열심히 하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이런 노력 중심의 사고방식을 가진 아이들은 전반적으로 학업 동기 수준이 높고, 장기적으로 학업 성취도도 더 좋은 경향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 시기 아이를 칭찬할 때는 결과물이나 사람 자체보다 과정과 노력 쪽으로 의식적으로 방향을 잡아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다만 쉬운 일과 어려운 일을 구분 없이 똑같이 과하게 칭찬하면, 아이 입장에서는 굳이 어려운 일에 열심히 도전할 이유가 없어지기도 해요. 그러니 칭찬할 만한 행동에는 아낌없이, 그러면서도 결과가 아니라 과정과 노력 쪽에 힘을 실어 주는 방향으로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실수에는 비판보다 격려를
반대로 아이가 뭔가에 서툴 때 부모가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제대로 해야지" 하고 습관적으로 비판하면, 아이는 실패했을 때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경향을 보이고 도전하기 어려운 과제는 아예 덜 시도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해요. 특히 부모의 비판이 짜증 섞인 말투나 못마땅한 표정 같은 신호와 함께일 때 이런 경향이 더 강했다고 하고요. 그러니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아이가 어릴 때는 뭔가를 쏟거나 깨뜨리는 실수를 하더라도 혼내거나 비판하는 말을 아끼는 게 좋아요. 특히 스스로 해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라면 "아, 실수했구나. 다시 한번 해보자" 하고 격려해 주거나, 그게 어렵다면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다만 아이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요. 감정을 싣지 않고 짧고 단호하게 "안 돼"라고 말해 주는 건 나이와 상관없이 그 행동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해요. 나쁜 행동에 부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려고만 하면, 그 스트레스가 결국 다른 형태로 부모에게서 아이에게 흘러가게 되니까요. 결국 조심해야 할 건 '모든 부정적 반응'이 아니라, 뭔가를 배우고 시도하다가 실패했을 때 비판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라는 걸 기억하면 좋겠어요.
정리해 보면
- 20개월 이전 아기에게는 칭찬의 말 내용보다 표정과 말투로 긍정적인 신호를 준다.
- 20~30개월에는 어려운 과제를 해냈을 때 아낌없이 칭찬하고, 실패했을 때는 비판을 아낀다.
- 칭찬은 결과나 능력보다 과정과 노력 쪽으로 짚어 준다.
- 서투른 실수에는 혼내는 대신 격려하거나 차라리 말을 아낀다.
- 위험하거나 해서는 안 되는 행동에는 감정을 싣지 않고 짧고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해 준다.
같은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