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4년쯤 전부터 아이와 영어로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 바이링구얼 육아를 실천하면서 주변에 알리고 있어요. 최근에 제 방식과 결이 아주 비슷하면서 실행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담긴 좋은 책을 발견해서 저자분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유아 영어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아이들을 직접 가르쳐 온 분이에요. 소통 영어를 시작할 때 부모가 빠지기 쉬운 두 가지 이분법을 중심으로 정리해 볼게요.

아이와 영어로 소통하는 흐름, 어떻게 보세요?

SNS를 보다 보면 일상 속에서 아이와 영어로 소통하는 걸 실천하는 분들이 예전보다 꽤 많이 보여요. 엄마가 영어를 쓰면서 실제로 주고받는 상호작용이 위주라는 점에서, 이런 엄마표 영어를 '소통 영어'라고 불러도 좋겠다 싶었어요.

저자분은 이 흐름이 너무 기쁘고 더 많이 확산돼야 한다고 했어요. 지난 40~50년간 우리 부모 세대가 경험한 영어 교육은 읽고 쓰기는 되는데 말은 나오지 않는 문제를 안고 있었죠. 요즘은 어린 나이부터 학습 위주로 영어에 다가가는 것이 화두인데, 그에 대해 우리가 조금 반성하게 되면서 대안으로 소통 영어가 주목받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제 경우는 베싸TV를 운영하며 여러 콘텐츠를 만들다가, 4년쯤 전에 어린아이들은 모어든 외국어든 제스처와 눈맞춤 같은 비언어적 신호가 동반된 소통과 상호작용 속에서 언어를 가장 효과적으로 습득한다는 걸 알게 되어 그날부터 아이에게 영어로 말을 걸기 시작했어요.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로도 소통한다는 뜻에서 바이링구얼 육아라고 불렀는데, 이것도 소통 영어라는 개념 안에 들어가겠죠.

저자분은 스스로 책을 좋아하지 않고 앉아 있는 것도 힘든 성향이라, 중국어 학원에 다닐 때도 수업 시간보다 선생님을 친구로 만들어 따로 이야기하면서 가장 많이 배웠다고 해요. 처음 아이들을 가르친 곳도 소통 중심 기관이어서, 레슨 플랜을 짤 때 "어떻게 파닉스를 잘 가르칠까"가 아니라 "매일 뭘 하면서 아이들에게 즐겁게 영어를 노출할까"를 고민해 왔대요. 그 뒤 논문을 읽으며 외국어 습득에도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걸 확인했고요. 그 기관에서 두세 살 아이들이 몇 개월 지나면 정말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처음엔 모국어인 중국어와 영어를 섞어 쓰다가 금방 영어로만 말하더래요.

모국어가 늦어질까 봐 걱정된다면

한국 부모가 엄마표 영어를 시작할 때 빠지기 쉬운 이분법이 두 가지 있어요. 모국어 대 외국어, 그리고 엄마표 대 사교육이에요.

첫 번째에 대해 저자분은 부모들의 걱정을 많이 들었다고 해요. 안타까운 건 외국어를 하면 모국어를 하면 안 되는 것처럼 하나만 골라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는 점이에요. 저자분이 캐나다의 언어학자에게 자문을 구했을 때, 외국어 노출이 모국어를 지연시키거나 장애를 유발하지는 않는다는 답을 받았대요. 둘은 같이 갈 수 있는 거예요.

저희 바이링구얼 커뮤니티에서도 오히려 바이링구얼 육아를 하시는 분들이 모국어 발달이나 한국어 그림책 읽기에 더 진심인 경우가 많아요. 영어 노출과 풍부한 한국어 노출은 충분히 병행할 수 있어요. 제가 책에서도 자주 말씀드리는 원칙인데, 풍부한 언어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영어든 뭐든 다른 무엇보다 1순위예요. 모국어든 외국어든 제3 언어든 어떤 언어로든 아이의 언어 환경을 풍부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해요. 영어를 썼더니 아이의 언어 환경이 빈곤해진다면 영어 시간을 크게 줄이거나, 작게 시작해서 내 영어가 늘면 조금씩 늘려 가는 방식을 제안해요.

이상적인 비율이 있느냐고 물으니, 저자분은 가정마다 달라야 한다고 했어요. 부모의 말수, 영어 수준, 아이가 기관에 다니는지 등 고려할 게 많아서 모든 가정에 하나의 잣대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거죠. 그래도 아이가 영어를 꽤 친숙하게 여기고 언젠가 말도 했으면 좋겠다면 최소한 이 정도는 하면 좋겠다는 시간은 있을까요? 한 연구에서 45분의 질 높은 소통이 가득한 영어 놀이 시간이 비원어민 아이들의 영어 실력을 압도적으로 높였다고 해요. 이를 바탕으로 하루 30~40분 이상, 질 높은 소통과 상호작용이 동반된 영어 노출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게 저자분 생각이에요. 아이가 아직 많이 어리거나 모국어 발달이 조금 느려서 걱정되는 분이라면, 욕심내지 말고 하루 30~40분 정도 아이와 영어로 진하게 소통해 보겠다는 목표로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엄마표 영어와 사교육, 어느 쪽이 좋을까요

엄마표 영어가 좋으냐, 영어유치원이나 유학처럼 엄마의 인풋 없이 외주를 주는 방식이 좋으냐 하는 논란도 있죠. 영어 교육 현장에 있었던 저자분은 늘 이렇게 말해 왔대요. 엄마표와 사교육을 이분법으로 보지 말고 필요에 따라 함께 가는 파트너로 생각하라고요. 궁극적인 목표는 균형 잡힌 영어 발달이니, 집에서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못하는 것을 명확히 구별해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열심히 해 주고 못하는 부분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는 거예요.

엄마표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아이의 모든 영어를 내가 책임지고 끌고 가야 한다는 부담이 커지고, 사교육에만 맡기면 또 걱정되는 부분이 있죠. 병행할 수 있다고 열린 생각을 해 보시면 좋겠어요.

P의 방법과 J의 방법

소통 영어가 좋다, 이분법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는 비슷한데, 책을 읽어 보니 실천 방법에서 차이가 있어서 두 책이 서로 보완이 된다고 느꼈어요. MBTI를 여쭤봤더니 저자분은 ESTP, 저는 ISTP라 예상과 달리 비슷했지만, 방법은 제가 P스럽고 저자분이 J스럽다고 할까요.

제가 말하는 바이링구얼 육아는 일상 속에서 시간이나 상황을 정해서 그 안에서는 한국어 대신 영어로 하라는 거예요. 풍부한 언어 환경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는지, 영어를 잘 못하는 분은 어떻게 하는지는 책에 자세히 담았지만, 영어로 소통하는 시간에 구체적으로 뭘 할지는 그때그때 알아서 하셔야 하죠. 반면 저자분은 소통하는 시간을 어떤 대화와 재료로 채울지 커리큘럼을 짜듯 접근해요.

저자분은 교육 배경 때문인 것 같다고 했어요.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장 좋고 그걸 추천하지만,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있으니 그 단계에 오르기 전에 문장 패턴을 익히고 자연스러운 소통으로 가면 훨씬 편하다는 거예요. 문장 패턴을 반복해서 쓰며 소통하면 영어 소통이 쉬워져요. 손가락을 거미 삼아 "The spider's on your head", "The spider's on your neck", "The spider's on your knee" 하고 내려오거나, 해님 책을 읽었다면 해님 장난감이나 그림을 들고 "The sun is going up", "The sun is going down" 하는 식으로 패턴을 반복하며 아이가 즐거워하는 놀이를 하는 거죠. 저자분은 음을 붙여 말하는 걸 좋아해서 "I'm going to tickle your body"도 노래처럼 한대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패턴을 알려 주고 단어나 동작만 바꿔 따라 하게 하는 점이 독특했어요.

아이 입에서 영어가 나오게 하려면

발화를 유도하느냐에서도 차이가 있어요. 저는 미취학 시기까지는 발화를 유도하지 않을 계획이에요. 커뮤니티를 보면 엄마가 영어로 말을 걸어 주는 것만으로는 저희 집처럼 발화하지 않는 아이도 있고, 성향이나 부모 인풋의 양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화하는 아이도 있어서 제각각이더라고요. 저는 나중에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 스스로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저자분은 발화까지 이끌어 주는 방법을 많이 이야기해요. 주변에 듣고 이해는 되지만 말은 못 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는 것, 그리고 이전에 말하지 않던 아이들이 저자분을 만나거나 커리큘럼을 하면서 발화가 나왔다는 후기와 직접 경험이 많았다는 게 계기래요. 이 아이들은 영어 인풋은 많이 받는데 말할 장과 기회가 없었다는 걸 발견했고, "왜 나를 만나면 말을 하지?" 하고 스스로를 관찰해 보니 여러 발화 유도 스킬을 쓰고 있더래요.

발화를 이끌어 내기 전에 먼저 충분한 인풋이 있어야 하고, 아이가 발화할 준비가 됐는지 엄마 말을 따라 하게 해서 확인해요. 1단계는 단어 하나("apples"), 2단계는 두 단어("red apples"), 3단계는 세 단어 이상("I like apples", "I like red apples"). 단계를 높여 가며 어디까지 따라 할 수 있는지 보면 준비 정도를 알 수 있어요. 그다음 원하는 아웃풋 문장을 단어 수에 따라 1, 2, 3단계로 나눠 전략적으로 반복해 들려주고, 본격적으로 발화 유도에 들어가요.

  • 빈칸 채우기: 많이 들은 문장의 뒷부분을 비워 두면 아이가 그 단어를 말하게 돼 있어요. "I'm going to tickle your…" 하고 'body'를 비워 두는 식이에요.
  • 지퍼 입: 말은 하지 않고 톤으로만 반응해서 "그 단어는 네가 말해"라는 신호를 주는 거예요. "The sun is going up. The sun is going…" 하고 기다리면 아이가 'down'을 말할 가능성이 높아요.
  • 질문하고 답하기: 부모가 질문 패턴으로 묻고 아이가 답 패턴으로 답하는 경험을 많이 쌓은 뒤, 질문하면서 답의 첫 운을 띄워 주는 거예요. "Do you like broccoli? Yes, I…" 하면 많이 들은 아이는 "Yes, I like broccoli"라고 하겠죠.

이 방법들은 영어뿐 아니라 모국어 발화를 고민하는 분들께도 좋은 팁이 될 거예요.

소통 영어를 시작하는 분들께 드리는 팁 하나씩

저자분의 팁은 가장 쉬운 것부터, 즉 평소에 이미 해 주던 것에서 시작점을 잡으라는 거예요. 엄마가 쉽지 않으면 시도조차 어려우니까요. 책을 많이 읽어 주는 분이라면 영어 그림책부터 시작해서 그림책에 나온 대사를 실생활에서 던져 보고, 노래 부르며 춤추는 걸 좋아한다면 노래 가사를 음 없이 실생활에서 한번 말해 보는 거죠. 저도 책에서 이 부분이 제일 좋았어요. 무에서 끄집어내는 게 아니라 그림책, 영상, 노래처럼 원래 하던 걸 거기서 끝내지 않고 소통으로 연결한다는 점이요. 그렇게 접근하면 오늘 당장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시작할 수 있어요.

제 팁은 혼자 하지 말고 함께 하시라는 거예요. 제가 바이링구얼 커뮤니티를 만들어 서로 소통하도록 장려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한국에서 한국어는 대중 언어이고 영어는 소수 언어인데, 소수 언어를 아이에게 주도적으로 노출하는 건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어요. 내 영어가 자유롭지 않으니 부자연스럽고 "이게 맞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같은 걸 하는 분들이 별것 안 하더라도 "하고 있다"는 걸 서로 확인하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되고 유지가 되더라고요. 한 명이라도, 가능하면 공동체에 속해서 같이 하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마지막으로 저자분이 남긴 말이에요. 풍부한 언어 환경을 만들어 주려면 경직되어서는 안 되니, 부모가 즐기면서 가정에서 아이와 소통하며 영어를 하나의 취미처럼 생각해 주셔도 좋겠다고요.

정리해 보면

  • 아이는 눈맞춤과 제스처가 동반된 소통 속에서 언어를 가장 잘 익혀요. 학습보다 소통으로 영어를 시작하세요.
  • 외국어 노출이 모국어를 늦추지는 않지만, 어떤 언어로든 언어 환경을 풍부하게 하는 게 1순위예요.
  • 엄마표와 사교육은 둘 중 하나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함께 가는 파트너예요.
  • 말이 막히면 문장 패턴을 반복하고, 발화는 빈칸 채우기와 운 띄우기로 부드럽게 유도하세요.
  • 평소 하던 그림책과 노래에서 시작하고, 혼자 말고 같이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