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3.07 · 21:47
어릴 때 놓치면 회복되기 어려운, 공부의 기초 체력
옥스퍼드대 조지은 교수와 나눈 대담: 10세 전엔 책상보다 호기심과 자신감을 먼저 길러야 한다는 이야기예요.
최근 베싸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언어학을 연구하는 조지은 교수님을 스튜디오에 모시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교수님이 새로 내신 책 "공부 감각"은 영유아기부터 아이를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다루는 책인데, 대담을 나누다 보니 부모들이 흔히 갖고 있는 공부에 대한 낡은 생각을 크게 흔들어놓는 내용이었어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들을 정리해봤어요.
한 가지에만 빠진 아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요
공룡이나 자동차, 숫자 하나에만 몰두하는 아이를 보면서 이대로 둬도 되나 걱정하는 부모님들이 많아요. 조지은 교수님은 4~10세 아이에게 필요한 건 특정 콘텐츠 교육이 아니라 자세와 태도를 길러주는 교육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아이가 좋아하는 걸 마음껏 해볼 수 있는 자유와 자신감, 호기심을 지지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는 거죠. 좋아하는 대상은 계속 바뀌기 마련이니 콘텐츠 자체를 걱정할 필요는 없고, 대신 질문하고 대화하고 같이 찾아보면서 아이가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찾아가도록 도와주면 된다고 하셨어요.
"커서 뭐가 되고 싶어?"라는 질문은 이제 그만
반대로 아이가 뚜렷한 꿈이나 열정이 없어 보이면 걱정하는 경우도 있죠. 교수님은 열정은 감정이라기보다 태도에 가깝고, 사람마다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어요. 영국에서 20년 가까이 살면서 부모들이 아이에게 "커서 뭐가 될 거니"라고 묻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도 하셨는데, 대학 전공을 정하는 것도 어려운 질문인데 어린아이에게 그보다 어려운 질문을 반복하는 건 도움이 되기는커녕 강박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이었어요.
인공지능 시대, "공부 감각"은 10세 전후로 달라진다
교수님은 공부가 10세를 기점으로 성격이 달라진다고 하셨어요. 그 전에는 놀이가 곧 학습이고, 책상이 필요한 공부보다 건강한 공부 체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요약이나 암기는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상상력과 호기심만큼은 어릴 때 반복 학습으로 억눌러버리면 이후에 되찾기 어렵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지금 시기에는 학습 중심 교육보다 상상력과 호기심을 최대한 키워주는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는 말씀이었어요. 구체적으로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 위주로 다양한 직접·간접 경험을 시켜주고, 밖에 나가 만지고 부딪히는 감각적인 경험을 충분히 하게 해준 다음, 그에 대해 부모와 풍부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왜 그럴까"라고 묻고 같이 생각해보는 것, 이게 인공지능이 해줄 수 없는 최고의 교육이라고 하셨어요.
자기주도적인 아이로 자라려면 자신감이 먼저
자기주도 학습은 요즘 부모님들이 가장 바라는 목표 중 하나죠. 교수님은 자기주도의 바탕에는 자신감이 있고, 이 자신감과 호기심, 탐구심은 7~10세 이전에 만들어진다고 하셨어요. 안 되는 이유를 먼저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가능하면 "안 돼"라는 말을 아끼는 게 교수님 가정의 원칙이라고도 하셨어요. 반대로 "공부해라", "지금 몇 시간째 게임이니"처럼 반복되는 지시는 자기주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어요.
아이를 자유롭게 키우면서도 겁내지 않는 법
자율성을 충분히 주고 키웠다가도 학교에 가서 평가를 받으면 아이가 충격받을까 봐 미리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줘야 하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부모님들도 있어요. 교수님은 그런 예방 차원의 대비까지 부모가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하셨어요. 대신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요. 그리고 아이의 시험이나 활동 하나하나에 부모가 다 피드백을 줄 필요는 없다고도 하셨어요. 모든 대화가 공부로 귀결되면 아이도 부모도 부담스러워지니, 밥 먹을 때나 일상 대화에서는 공부 이야기를 분리하는 "건강한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래야 아이가 어려운 게 생겼을 때 부모에게 먼저 대화를 청하게 된다고 하셨어요.
10세 이전에는 책상보다 몸으로 하는 공부
그렇다면 언제까지 이렇게 놀게 해줘도 될까요. 교수님은 10세 이전에는 학원도, 문제집도, 책상에 앉아 있는 연습도 전혀 필요 없다고 확실하게 말씀하셨어요. 책상에서 하는 공부는 중고등학교 때 하면 되고, 그 전에는 몸으로 하는 공부가 우선이라는 거예요. 이렇게 마음먹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옆집 엄마, 옆집 아이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죠.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해야 할 것 같은 불안이 생기는 거예요. 교수님은 한국 교육이 선행학습과 복습을 반복하는 방식에 익숙하다고 짚으면서, 학교 커리큘럼은 원래 아이의 인지 발달 단계에 맞춰 만들어진 것이니 그걸 신뢰하고 내려놓는 결단이 부모에게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다만 10세 이후 준비운동이 다 된 아이는 그때부터 공부를 유연하게 해나갈 수 있지만, 호기심과 자신감을 기르는 시기를 놓치면 이후에는 되찾기 어렵다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어요.
정리해 보면
- 한 가지에만 몰두하는 아이를 보면 콘텐츠보다 자유와 자신감, 호기심을 지지해주세요.
- "커서 뭐가 되고 싶어" 같은 질문을 어린아이에게 반복해서 묻지 마세요.
- 10세 이전에는 학습보다 상상력과 호기심을 키우는 경험과 대화를 우선하세요.
- "안 돼"라는 말과 반복되는 지시를 줄이고 아이의 자신감을 지켜주세요.
- 밥 먹을 때나 일상에서는 공부 이야기를 분리하는 건강한 무관심을 실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