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0.01 · 13:03
어린이집 언제 보낼까? 일찍 보내야 한다면 부모가 더 노력해야 하는 이유
36개월 미만 아기는 어린이집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높게 유지돼요. 일찍 보낸다면 시간을 줄이고 집에서 더 집중해 주세요.
너무 어린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부작용이 있다는데 괜찮을까, 언제 보내야 할까 고민이셨던 분들께 드리는 글이에요. 베싸도 다미가 14개월일 때 복직할 예정이라 입소 대기를 걸어 둔 상태라서 궁금했던 주제였어요. 사실 리서치를 하고 나서 제작을 포기할까 많이 고민했어요. 많은 엄마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거든요. 그래도 불편하더라도 알아야 하는 이야기를 하기로 했어요.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기의 코르티솔은 다르게 움직여요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어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도 불려요. 성인이 과도한 스트레스로 높은 코르티솔에 계속 노출되면 비만이나 심혈관계 질환 같은 건강 이상이 생기죠. 보통 사람은 아침에 코르티솔 수치가 가장 높고 저녁까지 서서히 떨어지는 패턴을 보여요. 아기도 마찬가지예요. 외국에서는 너무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 같은 양육 시설에 맡겨지는 것에 우려가 있어서, 아기가 시설에서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는지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왔어요.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의 코르티솔 분비 패턴을 살핀 논문 9개를 종합한 메타분석이 있어요. 36개월 미만의 어린 아기는 코르티솔이 하루 동안 서서히 감소하는 대신, 높은 수치로 계속되거나 오히려 증가하는 이상 패턴을 보였어요. 아침에 분비된 코르티솔로 해소되지 못할 만큼 스트레스가 지속되어 추가로 분비됐다는 뜻이에요.
원인은 크게 두 가지예요. 첫째는 사회적인 환경. 시설에서는 여러 아이, 선생님과 상호작용해야 하죠. 엄마와 단둘이 있는 것과 많은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스트레스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어요. 어른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의식하든 못 하든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어른은 잘 대처할 수 있지만, 36개월 미만 아기는 아직 집과 엄마를 떠나 사회생활을 할 준비가 안 된 나이라서 코르티솔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유지됐어요. 나이가 어릴수록 더 높았고요.
둘째는 엄마의 부재예요. 한 논문에 따르면 시설에 엄마가 함께 있는 경우 아기의 코르티솔 수치가 정상처럼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증가하지는 않았어요.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엄마라는 존재가 사회적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덜어 주는 버퍼 역할을 하기 때문이에요. 반면 엄마가 아기를 맡기고 떠난 뒤에는 한동안 코르티솔 수치가 서서히 상승했어요. 분리된다고 바로 치솟는 건 아니에요. 엄마를 찾으며 울면서도 다시 돌아올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거든요. 그런데 10분, 30분을 울어도 돌아오지 않으면 그 기대가 배반당하고, 이것이 또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 돼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겼더니 몇 시간 내내 울었다는 이야기, 들어 보셨죠. 바로 이런 경우예요.
울지 않는다고 스트레스가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럼 처음부터 덜 울거나, 적응 기간을 지나 이제 별로 안 우는 아이는 스트레스를 안 받고 있는 걸까요. 그렇지 않아요. 엄마와 안정 애착을 형성한 아이는 맡겼을 때 더 울고, 불안정 애착인 아이는 분리에 좀 무심해서 덜 울거나 안 우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코르티솔이 증가하는 것은 둘 다 마찬가지였어요. 울지 않는다고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게 아니라는 말이에요. 또 입소한 지 5개월이 지난 아이들도 여전히 가정에서 양육되는 아이들에 비해 코르티솔 수치가 만성적으로 높아져 있었다고 해요. 울지 않으니 적응해서 괜찮아 보이지만, 여전히 계속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있다는 거죠.
지속된 스트레스는 어떤 영향을 남길까
다른 조건을 다 똑같이 유지한 채 한 그룹에만 스트레스를 계속 주는 실험은 할 수 없기 때문에, 명확하고 확정적인 실험은 없어요. 다만 높은 개연성으로 추측할 수 있는 근거들이 있어요.
첫째는 동물 실험이에요. 뇌가 급격히 성장하는 어린 나이에 높은 코르티솔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면역 시스템이 손상되고,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신경 회로가 더 발달했어요. 그 결과 겁이 많고 스트레스에 더 취약한 성체로 자랐고요. 이런 뇌의 변화는 사람에게도 어느 정도 적용된다고 학자들은 보고 있어요.
둘째는 어린 나이에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과 가정에서 양육된 아이들을 비교한 연구예요. 미국의 한 국립 연구기관에서 천 명이 넘는 영유아를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만 3세 미만 아이가 주 30시간 이상 부모가 아닌 누군가에게 맡겨져 양육됐을 때 집에서 양육된 아이에 비해 공격성 등 문제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았어요. 맡겨지기 시작한 나이가 어릴수록 가능성도 더 높아졌고요.
캐나다 퀘벡주의 사례도 있어요. 퀘벡주는 1997년부터 단계적으로, 나이와 상관없이 하루 5달러만 내면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을 도입했고, 이용률이 30%가량 뛰었어요. 도입 후 퀘벡주 아이들을 다른 주 아이들과 비교했더니 과잉행동, 정서 불안, 공격성 같은 문제행동이 더 나타났고, 만 2세 미만은 사회성 발달 등이 늦어지는 경향도 있었어요. 이런 문제행동은 학교에 들어갈 때가 되어서도 지속되거나 더 심각해졌고요. 직접적인 영향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시행 이후 퀘벡주의 10대 범죄율이 약 6% 높아졌다고 해요. 부모의 삶은 어땠을까요. 정책 도입 이후 퀘벡주 부모들은 더 부정적이고 비일관적인 양육 태도를 갖게 됐고, 육아 스트레스가 늘어 건강이 나빠지고 부부관계가 악화되는 경향을 보였어요. 아이가 집에서 공격적이고 비협조적이면 육아는 훨씬 힘들어지고, 그 결과 부모의 태도가 아이에게 다시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반복된 거예요.
일찍 보내야 한다면 이렇게 해 보세요
이미 보냈거나, 직장 등 여러 이유로 앞으로 보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할 수 없죠"라고 말한다면 너무 무책임하겠죠. 그런 경우라도 아기를 위해 더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첫째, 시설에 맡기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세요. 주 30시간 미만으로 줄어들면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시간이 줄고, 문제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더 낮아진다고 해요.
둘째, 집에서 아기와 시간을 보낼 때 정말 집중해 주세요. 앞의 연구는 시설 양육 여부도 중요하지만, 집에서 부모가 얼마나 따뜻하게 돌보고 아이의 신호에 바로바로 반응하고 적절한 자극을 주는지가 더 중요한 변수라고 결론 내렸어요. 부모가 더 노력하면 부작용을 피해 갈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 하루에 적어도 한 시간은 핸드폰도 TV도 꺼 놓고 열심히 놀아 주세요. 아이가 눈을 피할 때까지 눈맞춤을 해 주시고, 최대한 많이 안아 주시고, 목욕 후에 마사지를 해 주세요. 가능하면 모유수유도 조금이라도 이어 가면 좋아요. 최고의 교감 수단 중 하나거든요. 일하면서 힘드시겠지만 아기가 36개월 미만이라면 조금만 더 힘을 내 주세요. 아기와 부모 모두에게 훨씬 행복한 결과를 가져올 거예요.
셋째, 어린이집의 질에 신경 써 주세요. 한 연구에 따르면 따뜻하고 반응을 잘 해 주는 선생님과는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이 경우 선생님이 엄마의 버퍼 역할을 어느 정도 대신해서 스트레스 조절에 도움이 된다고 해요. 베싸 생각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된다면, 아이와 일대일로 관계를 맺고 엄마가 직접 면접을 보고 고를 수 있으며 집이라는 익숙한 환경에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베이비시터도 방법이에요. 양가 부모님이 도와주실 수 있다면 그것도 좋고요. 어린이집을 반일만 보내고 나머지 시간은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베이비시터나 조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어린 아이를 보내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리서치를 하면서 최근의 어린이집 폭력 사건, 지난 몇 해 동안 사회에 충격을 준 초등학생, 중학생의 집단 폭력이나 성폭력 사건이 떠올랐어요. 너무 어린 아이들이 시설에 맡겨지는 것이 아이들의 공격성을 키우는 데 기여한 건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도 들었고요. 한국에서 0세에서 2세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2020년 3월부터는 전업주부도 0세에서 2세 영아를 종일반에 맡길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고 해요.
베싸도 다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공부도 더 하고 개인 시간도 갖고 싶어요. 보내기 전까지 힘들었던 육아에 대한 보상심리도 있고요. 베싸도 엄마인 만큼 어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마음을 100% 이해하고, 절대 비난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36개월 미만 아기는 원래 집에서 양육되는 것이 적합한 나이라는 사실, 부득이하게 어린이집에 가면 겪게 되는 스트레스가 있다는 사실을 아신다면, 다들 그러니까 당연하게 보내는 대신 좀 더 심사숙고해서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결정하실 수 있을 거예요.
정리해 보면
- 36개월 미만 아기는 어린이집에서 코르티솔이 떨어지지 않고 높게 유지되는 이상 패턴을 보여요.
- 울지 않는 아이도, 입소 5개월이 지난 아이도 스트레스 수치는 여전히 높아요.
- 보내야 한다면 주 30시간 미만으로 시간을 줄이세요.
- 집에서는 하루 한 시간이라도 핸드폰을 끄고 온전히 집중해서 놀아 주세요.
- 따뜻하고 반응 잘 해 주는 선생님, 베이비시터나 조부모의 도움도 고려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