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들에서 어린 아기에게 맞는 책 고르는 법과 읽어 줄 때 유의할 점을 말씀드렸어요. 만 1세에서 3세 사이 아이에게 책 읽기는 책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언어 놀이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아요. 이번에는 그 놀이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 베싸가 세 단계로 정리한 책 읽기 방법을 소개할게요.

책 읽기는 언어 놀이예요

이 시기 어린아이의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어른과의 밀도 있는 상호작용이라고 여기저기서 말씀드렸죠. 책 읽기도 마찬가지예요. 아이에게 뭔가 가르친다거나 교육한다는 느낌으로 접근하기보다, 책의 그림이나 글을 재료로 일종의 언어 놀이를 한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앞선 글에서 질 좋은 책육아가 언어 발달과 사회성에 좋다는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요. 그보다도 책 고르는 법이나 읽어 주는 법을 잘 알면 부모도 아이도 즐겁게 책을 읽으며 소통하고 교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더 크게 다가와요. 베싸는 지금도 다미와 보내는 시간의 상당 부분을 책을 읽으며 보내는데, 많은 분이 하고 계실 '아이와 어떻게 시간을 보내지' 하는 고민도 훨씬 덜고 육아를 수월하게 해내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어요. 다미가 읽기를 진심으로 즐기는 아이로 컸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지금부터 책 읽기를 최대한 즐거운 경험으로 만들어 주고 싶기도 하고요.

3단계 책 읽기는 아기가 책에 흥미를 갖게 하고 어휘를 습득하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에요. 대체로 만 1~3세 아이들에게 맞는 방법이고요. 읽다 보면 '이미 이렇게 하고 있는데' 하고 느끼시는 분이 많을 거예요. 아이와 책을 읽으면서 아이의 사전 지식이나 언어 수준을 신경 쓰며 맞춰 읽어 주려고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방식을 택하게 되거든요. 하지만 아이 수준에 맞게 어떤 식으로 읽어 줘야 하는지 아직 감이 잘 안 오는 분들, 시행착오를 좀 줄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좀 더 분명하게 정리해서 단계를 만들었다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어요.

빠른 습득과 느린 습득

먼저 아이들의 어휘 습득에 관한 기본 개념 하나만 짚고 갈게요. 빠른 습득과 느린 습득이라는 개념인데요. 빠른 습득은 '사과'라는 말소리를 들었을 때 머릿속에 사과 이미지가 떠오르는 정도로 익힌 거예요. 영어 공부할 때 단어책을 보면서 달달 외우는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느린 습득은 그 단어를 좀 더 깊이 이해하는 거예요. '사과'라는 말소리를 들었을 때 사과는 과일이라는 범주에 속한다는 것, 초록색도 있고 빨간색도 있다는 것, 아삭거리고 새콤달콤하다는 것 등 사과에 관한 다양한 지식이 머릿속에 있고 이 단어로 자연스러운 예문까지 만들 수 있게 됐다면 느린 습득이 이루어진 거예요. 영어 공부할 때 많은 예문을 보면서 익히는 것이 중간 단계의 느린 습득이고, 나아가 실제 상황 속에서 그 단어의 의미를 여러 가지로 경험해 보며 공부한다면 완전한 느린 습득이라고 볼 수 있겠죠. 모든 어휘는 빠른 습득을 거쳐 느린 습득까지 이루어진 후에야 완전히 획득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1단계, 포인팅과 라벨링

포인팅은 손가락으로 대상을 가리키는 것, 라벨링은 가리킨 대상의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이에요. 영유아 책 읽기를 깊이 연구한 한 발달심리학자는 특히 18개월 이전 아이의 경우 그림책 활동의 메인은 포인팅과 라벨링이라고 해요. 한 연구에서는 아이와 자유롭게 놀이하는 상황과 책 읽기 상황에서 부모의 포인팅과 라벨링 습관이 이후 아이의 어휘 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어요. 자유롭게 놀이하는 상황에서의 포인팅과 라벨링은 아이의 어휘 수준과 상관이 없었지만, 책 읽기 상황에서는 부모가 포인팅과 라벨링을 적극적으로 해 줄수록 이후 아이의 어휘 수준이 더 높았다고 해요.

포인팅은 간단해 보이지만 굉장히 중요해요.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키는 것은 '저 대상에 함께 주의를 기울이자'라는 사회적 신호를 보내는 거예요. 어린 아기는 이 세상의 수많은 자극 중에 무엇에 집중해야 하고 무엇을 무시해야 할지 알지 못해요. 모든 자극을 다 받아들여 처리하려고 하면 굉장히 피곤해지겠죠.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가 보내는 사회적 신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무엇에 집중할지 파악해요. 부모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기도 하고, 손가락 끝을 바라보기도 하고요. 이렇게 부모와 아이가 함께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을 함께 집중하기라고 하는데, 아이는 함께 집중하기로 무언가를 의미 있는 정보로 받아들이고 가장 잘 흡수해요. 부모가 아이와 놀아 줄 때 그 장난감에 열심히 집중해 주면 아이도 그 장난감에 더 오래 집중하는 것도 함께 집중하기 때문이에요.

아기의 학습에서 함께 집중하기는 매우 중요하고, 포인팅은 함께 집중하기를 유도하는 중요한 활동이라는 거죠. 책을 읽어 줄 때는 특히 부모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대상이 분명하게 잘 보이고, 포인팅을 한 후에는 그 대상을 두고 질문이나 설명이 항상 따라와요. 그래서 아이들은 책 읽기 도중 포인팅이 나오면 뭔가를 배우려고 집중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게 돼요.

라벨링은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어휘를 가르쳐 주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에요. "이건 토끼야." 쉽고 명백하죠.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어릴수록 이렇게 명시적으로 말해 주는 문장에서 더 잘 배워요. 크면서는 꼭 이렇게 명시적으로 말해 주지 않아도 맥락을 파악해서 어휘의 의미를 알아낼 수 있게 되고요. 한 연구에 따르면 아기가 18개월 정도 되면 "이건 토끼야" 같은 라벨링뿐 아니라 "저 토끼 인형 좀 가져와 줄래?" 같은 지시하는 형태의 문장으로도 비슷한 수준으로 어휘를 습득할 수 있다고 해요. 인지 능력이 생기면서 '나한테 저걸 가져오라고 하면서 토끼라고 하는 걸 보니 저게 토끼인가 보다' 하는 식의 추론이 가능해지는 거겠죠.

종합하면 아이가 어릴수록, 특히 18개월 이전에는 포인팅과 라벨링을 적극적으로 해 주면 어휘 습득이 잘 일어나요. 이 1단계에서 어휘의 빠른 습득이 이루어져요.

2단계, 텍스트 읽어 주기

포인팅과 라벨링을 충분히 한 이후에는, 혹은 아이가 책에 나오는 그림의 단어를 대부분 이미 알고 있는 상태라면 이제 텍스트 위주로 읽어 주세요. 다만 텍스트를 읽어 줄 때도 기술이 있어요. 항상 아이의 언어 수준을 생각하면서 조절해서 읽어 줘야 해요. 책 읽기뿐 아니라 아이에게 어떤 언어 자극을 주든 항상 염두에 둘 점이에요. 아이들은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려운 언어 자극에서는 배움의 효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거든요. 아이에게 좀 어려운 문장이다 싶으면 쉽고 간단하게 바꿔서 말해 주시고, 아이 수준에 너무 쉽거나 이미 너무 많이 읽어서 아이가 100%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라고 확신하신다면 조금 더 살을 붙여서 말해 주시면 좋아요. 베싸의 경험으로는 이렇게 아이의 언어 수준에 맞게 조절하는 전략을 부모가 얼마나 섬세하게 잘 쓰느냐에 따라 아이가 책 읽기에 느끼는 흥미도 크게 달라질 수 있어요.

다음은 책을 읽어 줄 때 얼마나 감정을 풍부하게 담느냐예요. 부모가 감정을 풍부하게 담아 읽어 주느냐가 이후 아이의 책 읽기 동기에 영향을 줬다는 연구는 꽤 있는데, 주로 유치원생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어요. 그렇지만 아직 어린 아이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게 적용할 수 있는 연구라고 생각해요. 표정이나 제스처, 억양 같은 사회적 신호를 부모가 풍부하게 잘 활용할 때 어린 아기들이 말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거든요.

감정을 풍부하게 담으려면 단조로운 억양보다 조금 리드미컬하게 억양을 살려서 읽어 주시면 좋고요. 등장인물의 대사를 읽을 때 각자 다른 목소리로 연기하듯 읽어 주는 것도 좋아요. 또 스토리 전개에 따라 부모의 감정을 말로 표현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해요. "이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엄마 정말 궁금해", "깜짝 놀랐네!" 이런 식으로요. 부모가 이런 노력을 담아 읽어 주면 아이가 스토리에 더 감정적으로 몰입하기 좋고, 이것이 책 읽기 경험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요. 특히 정보전달 책이 아닌 이야기책이라면 감정을 좀 더 풍부하게 담으려고 노력하시면 좋겠네요.

2단계 책 읽기에서 1차적인 느린 습득이 일어나요. 이제 아이는 스토리로 긴밀하게 엮인 문장들 속에서 단어의 의미를 조금 더 깊이 있게 다질 수 있게 돼요.

3단계, 대화하며 읽기

3단계는 책 읽기에서 가장 많은 배움이 일어날 수 있는 단계이고, 동시에 많은 부모가 놓치는 단계이기도 해요. 책 읽기의 질은 대부분 이 단계에서 차이가 난다고 해요. 그리고 이 단계에서 2차적인 느린 습득이 일어나요. 아이는 대화하며 읽기로 책의 내용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듣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 표현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어휘를 익히게 돼요. 부모들에게 대화하며 읽기를 교육한 후 장기 추적 연구를 해 보면, 이런 교육을 받지 않은 부모의 아이들에 비해 표현 언어가 더 뛰어난 경향이 있다고 해요.

대화하며 읽기는 책의 내용을 가지고 아이와 대화가 이루어지는 단계예요. 단순히 말해 주는 게 아니라 오가는 게 있다는 거죠. 책 내용을 두고 아이에게 묻고, 아이의 말을 받아 주고, 다시 이어 가는 여러 가지 세부 전략이 있어요.

정리해 보면

  • 만 1~3세의 책 읽기는 교육이 아니라 책을 재료로 한 언어 놀이예요.
  • 어휘는 빠른 습득을 거쳐 느린 습득까지 이루어져야 완전히 익힌 거예요.
  • 1단계, 특히 18개월 이전에는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이름을 불러 주는 포인팅과 라벨링을 적극적으로 하세요.
  • 2단계, 텍스트를 읽어 줄 때는 아이의 언어 수준에 맞게 문장을 줄이거나 살을 붙이고, 억양과 감정을 살려 읽으세요.
  • 3단계, 책 내용을 두고 아이와 말을 주고받는 대화하며 읽기가 표현 언어를 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