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2.01 · 13:09
아이의 끈기를 유도하는 부모의 습관: 장난감 시연할 때 이렇게 해 보세요
장난감을 너무 쉽게 척척 보여 주지 말고, 조금 애쓰다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아이가 더 끈기 있게 시도해요.
그릿(grit)이라는 단어, 익숙한 분도 있고 아닌 분도 있으실 거예요. 2016년 앤절라 더크워스라는 학자가 베스트셀러 『그릿』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한국어로 가장 가깝게 옮기면 의지나 근성쯤 되겠네요. 우리 아이도 커서 그릿이 넘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다들 있으시죠. 그릿을 길러 주는 부모의 습관 중 오늘은 영유아의 끈기 있는 행동에 영향을 주는 부모의 모델링 이야기를 할게요.
그릿의 씨앗, 끈기는 길러 줄 수 있어요
그릿은 크게 열정과 끈기, 두 가지가 합쳐진 개념이에요. 자신이 진심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 힘을 말하죠. 영유아가 갖기에는 좀 고급 스킬이라, 영유아 시기에는 그릿 자체보다 그릿의 씨앗이라 할 수 있는 끈기를 길러 준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거예요.
제가 종종 육아의 목표는 독립이라고 말씀드리는데요. 아이의 독립을 위한 제 역할 중 하나는 아이가 앞으로 이 세상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핵심 능력을 길러 줄 수 있을 때 길러 주는 거예요. 아이의 싸움을 대신 싸워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잘 싸울 수 있게 기본 무기를 갖춰 주는 거죠. 앞선 글에서 소개한 하버드대 아동발달센터의 부모 교육 세 가지 원칙 중 두 번째도 핵심 스킬을 길러 주는 것이었어요. 그 첫 주제가 바로 끈기입니다.
끈기는 어느 정도 유전되지만, 다른 성격 특성처럼 유전과 환경의 조합으로 나타나요. 한 연구에서는 끈기의 30% 정도가 유전으로 설명된다고 결론 내렸어요. 조금만 해 보다가 금방 짜증 내며 포기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차분하게 될 때까지 시도해 보는 아이도 있죠. 하지만 어릴 때 끈기가 약했던 아이가 꼭 끈기 없는 아이로 자라는 건 아니에요. 끈기는 수많은 경험을 거치며 다져진 '충분히 노력하면 할 수 있어'라는 믿음이기도 하거든요. 타고나기를 약한 몸도 운동으로 키울 수 있듯이 마음의 근력도 노력하면 튼튼해질 수 있어요. 부모가 그 메시지를 생활 속에서 어떻게 계속 줄 수 있는지 알고 실천하기만 한다면요.
제가 몬테소리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가 스스로 할 기회를 충분히 줘야 한다고 말씀드리면, 아이가 조금 해 보고는 금방 "엄마가 해 줘" 하며 우는소리를 한다는 분이 많아요. 끈기를 강요할 수도 없고,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고민이 많으셨을 거예요. 물론 타고난 기질 탓도 있어요. 하지만 부모가 아이에게 행동의 모범을 보이는 것을 모델링이라고 하는데, 이 모델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끈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가 최근 많이 나오고 있어요.
18개월 아기도 합리적으로 판단해요
한 연구에서 어른이 어떻게 아이의 끈기를 유도할 수 있는지 흥미로운 실험을 했어요. 18개월 아기들에게 장난감이 든 무거운 통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는 과제를 주는데, 그 전에 어른이 보여 주는 시범에 따라 아이들을 세 조건으로 나눴어요.
- 쉬운 조건: 어른이 통을 쉽게 끌어당기는 모습을 본 아이들
- 어려운 조건: 어른이 좀 힘들게 애써서 끌어당기는 모습을 본 아이들
- 불가능 조건: 어른이 아무리 애를 써도 끌어당기지 못하는 모습을 본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에게 주어진 통은 아무리 해도 당길 수 없게 되어 있었어요. 처음 당겨 봤을 때 잘 안 되면 금방 포기하는지, 끈기 있게 계속 시도하는지 그 차이를 본 거죠. 결과는 어려운 조건의 아이들이 가장 끈기 있게 시도했고, 쉬운 조건과 불가능 조건의 아이들은 금방 포기했어요.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한 비율은 쉬운 조건이 가장 높았고요. 연구자들은 18개월밖에 안 된 아기도 굉장히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존재라고 결론 내렸어요.
왜 그럴까요. 쉬운 조건의 아이는 어른이 손쉽게 하는 걸 봤는데 자기는 한 번 당겨 보니 안 돼요. 이걸 해결할 능력은 어른이 나보다 훨씬 높아 보이니, 굳이 내가 애쓰기보다 어른에게 해 달라고 하는 게 더 효율적이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결정이죠. 어려운 조건의 아이는 어른이 힘들지만 노력해서 성공하는 걸 봤어요. 어른은 10 정도의 노력을 들였는데 나는 1~2 정도 해 봤으니, 5, 6, 7까지 노력하면 해낼 수도 있는 거잖아요. 스스로 조금 더 시도해 볼 이유가 있죠. 불가능 조건의 아이는 어른이 노력해도 안 되는 걸 봤고 자기도 해 보니 안 되니까, '애초에 불가능한 거구나' 판단하고 금방 포기해요.
연구자들은 아이들이 어느 조건에서 짜증을 내는지도 살펴봤는데, 쉬운 조건의 아이들이 더 쉽게 짜증을 냈어요. 기대치 때문이라고 해석했죠. 쉽겠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해 보니 어려우니, 기대가 어긋나면서 좌절감이 확 올라오고 그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싫어지는 거예요. 어려운 조건의 아이들은 애초에 어렵겠다고 기대했기 때문에 어려워도 긍정적인 감정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정서와 인지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좌절감에 휩싸인 상태에서는 어려운 과제를 잘 해내기 어렵고 기분이 좋을 때 동기부여도 더 잘되거든요.
장난감 시연, 너무 쉽게 하지 마세요
부모가 장난감 다루는 방법을 시연해 주는 상황처럼 문제 해결 과정을 보여 줄 때, 어떤 모습을 보여 주느냐에 따라 아이가 조금 더 끈기 있게 시도할 수도 있고 금방 좌절하거나 "엄마가 해 줘" 해 버릴 수도 있다는 거예요. 아이 장난감은 부모에게는 너무 쉽기 때문에 "여기다가 이렇게 넣는 거야" 하고 척척 보여 주기 쉽죠. 하지만 아이가 직접 해 보면 어려울 수 있고, 그 기대치가 어긋나면 쉽게 좌절하거나 부모에게 해 달라고 하게 돼요.
이 논문을 읽으면서 몬테소리가 생각났어요. 몬테소리에서는 교사가 활동을 시연할 때 마치 자기가 아이가 된 것처럼, 아이의 신체 능력을 고려해서 아주 천천히 해요. 물병의 물을 컵에 따르는 활동이라면 교사는 한 손으로도 들 수 있지만 두 손으로 들어 천천히 따르는 식이죠. 미술 활동에서 아이가 그려 달라고 할 때도 토끼처럼 복잡한 걸 그리지 않고, 아이가 그릴 수 있을 만한 선이나 흐물거리는 동그라미 같은 걸 그려 줘요. 아이가 할 수 없는 것을 어른이 너무 쉽게 보여 주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그러니 부모가 문제 해결 방식을 보여 줘야 할 때는 너무 쉽게 하지 마시고, 약간 어려운 척을 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이렇게 저렇게 시도하다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끈기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부모의 끈기는 다른 과제로도 옮겨 가요
앞의 연구는 어른이 A라는 과제를 하는 걸 보여 주고 아이도 같은 과제를 할 때의 끈기를 봤어요. 그러면 정말 일반적인 끈기가 길러지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드실 수 있죠. 또 다른 연구에서 비슷한 실험을 했는데, 한 그룹에는 어른이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하는 모습을, 다른 그룹에는 노력 없이 쉽게 달성하는 모습을 보여 준 뒤 아이들에게 어른이 했던 것과 다른 새로운 과제를 줬어요. 그 결과 새로운 과제인데도 노력하는 어른을 봤던 아이들이 더 끈기 있게 했어요. 모델링의 효과가 다른 과제로까지 옮겨 갔다는 건, 평소에 어른이 이런저런 상황에서 끈기 있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 주는 게 아이가 뭘 하든 전반적으로 끈기 있게 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에요.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끈기 있는 성격을 가진 엄마의 유치원생 자녀가 일반적으로 더 끈기를 보였다고 해요.
논문을 따질 필요도 없이 부모가 끈기 있는 모습을 아이에게 많이 보여 주는 게 좋다는 데는 모두 동의하실 거예요. 다만 아주 어릴 때부터 아이가 그걸 보고 배운다는 걸 일상에서 자각하지 못하고 행동해 버리는 경우가 많죠. 사소한 거라도 누구에게 너무 쉽게 부탁하거나 포기하기보다 혼자 끝까지 방법을 찾아보고, 뭐가 잘 안 열린다거나 하는 일상의 문제 해결 과정을 아이와 적극적으로 공유하면 좋겠어요. 아이가 커 가면서 이런 가르침의 순간은 더 많아질 거예요. 부모가 자기도 잘 못하는 영역에 도전해서 노력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삶 속에서 생생하게 보여 줄 수 있죠. 『그릿』에는 저자가 만난 그릿의 전형인 수많은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고 영향을 많이 받은 롤모델로 부모를 꼽았다는 내용이 나와요.
아이의 롤모델이 되기 위한 성장
아이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지만, 부모야말로 아이의 삶을 바꿀 수많은 방법을 알고 택할 수 있는 존재예요. 부모가 된다는 건 아이에게 롤모델이 될 만한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 볼 좋은 계기인 것 같아요. '아이를 위해서'라는 강력한 동기가 새로 생기니까요. 저는 육아를 하면서 큰 목표가 두 개 있어요. 하나는 아이의 독립, 나머지 하나는 저 개인의 성장이에요. 누군가의 모델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느낄 수 있는 부모가 되도록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어요.
더크워스 교수 집에는 '어려운 일에 도전하기'라는 규칙이 있다고 해요. 엄마 아빠를 포함한 온 가족이 자기에게 좀 어려운 도전 과제를 하나 정하고 끝까지 해내는 거예요. 부모가 아이에게 어떤 가치를 가르쳐 주고 싶을 때 가족 모두가 지키는 약속을 정해서 실천하는 건 참 좋은 교육 방식인 것 같아요. 아이에게 책을 읽히고 싶으면 부모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같이 책을 읽어야겠죠. 공부를 시키고 싶으면 부모도 어떤 분야든 공부하면서 노력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좋겠고요.
정리해 보면
- 영유아기에는 그릿의 씨앗인 끈기를 길러 줘요.
- 끈기는 30% 정도가 유전이고, 나머지는 경험으로 다져지는 '노력하면 할 수 있어'라는 믿음이에요.
- 어른이 쉽게 해내는 걸 본 아이는 금방 포기하고 도움을 청하지만, 애써서 성공하는 걸 본 아이는 더 오래 시도해요.
- 장난감을 시연할 때는 조금 어려운 척하며 이리저리 시도하다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 주세요.
- 일상에서 쉽게 포기하거나 부탁하지 말고 끝까지 방법을 찾는 모습을 아이와 공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