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입에 들어가는 모든 것의 세균 때문에 걱정이시라면 이 글이 도움이 될 거예요. 코로나나 감기처럼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조심해야 한다는 건 지금 시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죠. 그런데 집에서 아이가 혼자 갖고 노는 장난감이나 물건에 붙어 있는 박테리아, 즉 세균이라고 부르는 미생물도 있어요. 이 세균을 죽이기 위해 젖병 소독기부터 제균 스프레이, 장난감 살균기까지 굉장히 많은 제품이 나와 있고요. 살균을 하지 않으면 아기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 궁금하셨을 텐데, 아마 세균과 살균을 예전과는 아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실 거예요.

우리 몸에는 이미 세균이 엄청나게 많아요

사실 저는 세균에 아주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에요. 부모님이 그렇게 키우시기도 했지만, 사람 몸에 엄청난 양의 세균이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는 더 신경 쓰이지 않더라고요. 사람 몸에는 체세포 수와 비슷한 수의 세균, 즉 박테리아가 존재한다고 해요. 피부에도 있고 입속, 콧속에도 있고, 소화기관 특히 장에 몸 전체의 70% 정도가 자리 잡고 있어요.

세균에는 소화를 돕거나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는 좋은 세균이 있고, 염증을 일으키고 영양소를 빼앗는 나쁜 세균이 있어요. 요구르트나 유산균 제품에 포함된 게 바로 좋은 세균, 유익균이죠. 유해균이든 유익균이든 입으로 들어와 대부분 소멸하지만, 운 좋게 장까지 도달해 자리 잡는 세균들이 있어요. 한번 장에 자리 잡으면 오랫동안 살아가며 우리 몸에 여러 영향을 미치는데, 이걸 장내 미생물이라고 해요. 장내 미생물의 구성은 신체 건강뿐 아니라 우울증, 스트레스, 성격 장애, 문제 행동 같은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함께 주목받고 있어요. 어쨌든 우리 몸엔 좋은 세균, 나쁜 세균이 엄청 많다는 말이죠. 세균은 피할 수 없어요.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장소마다 밀도가 다를 뿐, 어디에나 있어요.

집안 세균은 대부분 엄마 아빠 몸에서 나온 거예요

그러면 우리 집과 아이 장난감에 있는 세균은 아기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많은 분이 세균은 더럽고 나쁜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하실 텐데, 출처를 알고 나면 놀라실 거예요. 집안의 세균은 대부분 거기 사는 사람에게서 유래해요. 장난감을 비롯한 각종 물건에 자리 잡은 세균을 굉장한 위험물질로 볼 필요는 없다는 말이에요. 대부분 엄마 아빠 몸에서 나온 것들이고, 어차피 아기 몸에 다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은 세균들이거든요.

세균이 위험할 수 있는 이유는 중이염이나 장염처럼 세균 감염으로 인한 질환 가능성 때문인데요. 청소를 정말 안 하는 게 아니라면, 집안에 자리 잡은 세균 때문에 아기가 병에 걸릴까 봐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집안 세균은 대부분 아기에게 무해하기 때문이에요. 한 미생물학자에 따르면 우리가 실생활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세균은 해롭지 않고, 0.1%만이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병원균이라고 해요. 이 0.1%도 음식이나 물이 있는 환경에서 발생하고요. 그래서 집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곳은 주방과 화장실이에요. 거실이나 놀이방에서 병원균이 발생할 확률은 아주 낮고, 있다 해도 아이의 면역체계를 통과하면서 죽지 않고 살아남을 가능성은 더욱 낮아요. 집 청소를 잘 안 해서 아기가 세균에 감염됐다는 이야기, 들어 본 적 없으시죠.

물론 세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면 곰팡이가 자라는 등 건강에 나쁠 수 있어요. 대부분의 세균은 증식하려면 따뜻하고 축축하고 부드러운 환경이 필요하고, 딱딱하고 건조한 표면에서는 금방 죽어 버린다고 해요. 온습도를 잘 맞출 수 있는 환경이라면 살균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어요.

살균에 집착하면 오히려 면역력에 나빠요

세균은 무해할 뿐 아니라 심지어 유익해요. 위생 가설이라고 하는데요. 미생물의 세계가 워낙 방대하고 복잡해서 아직 확실히 증명되지 않아 가설이라 불리지만, 지지하는 증거가 계속 나오고 있어요. 최근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아토피, 천식, 음식 알레르기 같은 알레르기성 질환의 발병률이 굉장히 높아졌어요. 그 자체로 괴롭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면역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죠. 많은 학자가 선진국 아이들의 면역력이 떨어지는 원인 중 하나로 지나친 살균 집착을 꼽아요.

살균 제품은 좋은 세균, 나쁜 세균 할 것 없이 다 죽여요. 한 미생물학 교수에 따르면 우리 주변 세균 중에는 좋은 세균이 나쁜 세균보다 훨씬 많다고 해요. 그러니 살균하는 습관은 좋은 세균을 죽여서 좋은 세균이 아이의 장에 자리 잡을 가능성을 줄여요.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면역체계를 가동시키는 역할을 하는 좋은 세균이 장에 부족하고, 이후에 천식, 아토피, 음식 알레르기 등 다양한 알레르기성 질환에 더 쉽게 걸린다고 해요.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어요.

  • 손으로 설거지하는 집과 식기세척기를 쓰는 집 중 세균을 더 많이 먹는 쪽은 당연히 손 설거지 집인데, 그쪽 아이들이 알레르기에 덜 걸렸어요.
  •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 아이들의 장에서 알레르기 발생과 비만 가능성을 낮추는 좋은 세균이 더 많이 검출됐어요.
  • 무균 상태에서 자란 쥐는 정상적인 면역체계를 발달시키지 못했어요.
  • 생후 12개월 전에 집에 반려동물, 쥐, 바퀴벌레가 있었던 아이들이 알레르기에 덜 걸렸어요. 쥐만 있던 집 아이보다 쥐와 바퀴벌레가 다 있던 집 아이의 면역력이 더 좋았고, 반려동물까지 세 가지를 다 갖춘 집 아이들이 가장 좋았고요. 더 다양한 미생물 환경에 노출될수록 면역 증강 효과가 중첩된다는 거예요. 이 예방 효과는 더 어릴 때 경험할수록 강력했다고 해요.
  • 아프리카, 중남미 같은 개발도상국보다 미국 같은 선진국의 음식 알레르기 발생률이 더 높은데, 이 역시 위생 수준 차이로 인한 미생물 환경 다양성의 차이로 설명하는 학자가 많아요. 실제로 위생 상태가 더 나쁜 방글라데시 아이들이 미국 아이들보다 장내 미생물 구성이 더 다양했다는 연구도 있어요.

면역력은 어릴 때 어느 정도 결정돼요

정리하면, 집안의 세균은 아이에게 아주 유해하지 않을 수 있고, 살균과 소독에 너무 집착하면 면역력에 오히려 나쁠 수 있다는 거예요. 사람의 장내 미생물 환경은 만 3세 정도면 거의 완성되어 그 이후에는 아주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해요. 장내 미생물이 면역체계 가동에 큰 역할을 하니 면역력 역시 기본적으로 어릴 때 어느 정도 결정된다고 할 수 있죠. 아이에게 살균된 장난감만 쥐어 주고 나머지는 모두 빼앗아 가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베싸는 생각해요. 무균실 같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세상에 나갔을 때 약해질 수밖에 없어요. 장내 미생물은 알레르기와 면역력뿐 아니라 훨씬 더 많은 것과 관련이 있고, 최근 학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어요.

정리해 보면

  • 사람 몸에는 체세포 수만큼의 세균이 살고, 그중 70%가 장에 있어요.
  • 집안 세균은 대부분 가족 몸에서 온 것이고, 병원균은 0.1%뿐이에요. 주방과 화장실만 주의하세요.
  • 살균 제품은 좋은 세균까지 죽여서 알레르기와 면역력에 오히려 나쁠 수 있어요.
  • 다양한 미생물에 어릴 때 노출될수록 면역력이 좋아져요.
  • 장내 미생물은 만 3세면 거의 완성되니 살균 집착을 내려놓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