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베개 효과를 공부하다 보니 두상 변형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저도 사실 짱구베개를 살까 말까 고민하면서 '두상이 조금 덜 동그라면 어때, 그게 뭐 대수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거든요. 검색해 보니 다른 엄마들도 예상대로 대부분 아기 두상이 동글동글 예뻤으면 해서 두상 변형을 걱정하고 계셨어요. 하지만 두상 변형은 단순히 예쁘고 밉고의 문제가 아니라 조금 더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어요.

미국에서 두상 변형이 흔해진 이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두상 변형은 아기의 발달 지연과도 관계가 있고, 뒤통수뿐 아니라 얼굴 모양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두상 변형이 있는 아기들과 없는 아기들을 비교해 보니 발달 지연, 얼굴 비대칭, 부정교합이 나타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밝혀낸 연구가 많이 있더라고요.

참고로 미국에서는 1990년대에 영아가 숨을 못 쉬고 돌연사하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아기를 엎어 재우지 않고 바로 눕혀 재우자는 캠페인이 진행됐어요. 이 캠페인 이후 아기들 사이에 두상 변형이 더 흔해졌죠. '납작머리 증후군'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두상 변형이 눈에 띄게 늘었는데, 증후군이라는 말은 흔히 어떤 현상에 사회적 관심이 확 늘어날 때 쓰이잖아요. 그렇게 관심이 커지면서 아기 두상 변형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연구자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많은 연구가 진행됐어요.

두상 변형이 있는 아기는 발달이 더 느렸어요

먼저 한 연구팀이 쓴 논문 세 편이 있어요. 평균 6개월 된 두상 변형 아기 약 250명과, 비슷한 수와 연령대의 두상 변형이 없는 아기들을 비교한 연구, 그리고 같은 아기들이 자란 뒤 다시 비교한 후속 연구들이에요. 이 연구에 따르면 두상 변형이 온 아기들은 운동 발달, 언어 발달, 인지 발달이 그렇지 않은 아기들보다 더 느렸고, 이 경향이 12개월 뒤와 36개월 뒤까지도 계속 관찰됐다고 해요. 발달 지연 중에서는 뒤집거나 기거나 앉는 대근육 운동 발달 지연이 가장 뚜렷했고,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집는 소근육 운동 발달, 언어 발달, 전반적인 지능과 관련된 인지 발달 지연도 함께 나타났어요.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일까

지금까지의 연구 중에 두상 변형 때문에 발달이 지연된 건지, 발달 지연 때문에 두상 변형이 더 잘 오는 건지 명확하게 밝힌 연구는 아직 없어요. 사람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동물실험처럼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밝힐 수 있는 실험을 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대신 여러 가지 추측을 해 볼 수 있어요.

먼저 발달 지연이 두상 변형을 일으키는 경우예요. 한 박사 논문과 다른 연구들에 따르면 움직임이 적은 아기들이 두상 변형이 더 잘 오는 경향이 있어요. 움직임이 적으면 목을 가누고 상체를 들고 뒤집거나 기는 대근육 운동 발달에까지 영향을 주죠. 동시에 아기가 목을 비롯한 몸을 움직여야 한 방향으로만 누워 있지 않고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서 바닥에 닿는 부분이 달라질 수 있고요. 그리고 많은 연구에 따르면 아기의 운동 발달은 언어 발달, 인지 발달과 연관되어 있어서 운동 발달이 느리면 언어와 인지 발달도 느려져요.

반대로 두상 변형이 발달 지연을 일으킬 수도 있을까요. 역시 추측이지만, 한 연구에 따르면 두상 변형이 온 아기들과 그렇지 않은 아기들 사이에 뇌 부피는 차이가 없었지만 뇌의 형태와 특정 부분의 크기에는 차이가 있었다고 해요. 머리가 자라면서 뇌도 골고루 자라야 하는데, 특정 부분이 눌려 있어서 뇌가 자라야 할 쪽으로 덜 자라거나 다른 방향으로 자라게 된 것일 수 있어요. 이런 뇌 모양의 차이가 발달 지연에 영향을 주었는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뇌 연구에서는 물리적 충격으로 뇌 특정 부위가 손상되어 그 사람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사례가 많이 있기 때문에 아주 허무맹랑한 추측만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얼굴 비대칭과 부정교합

두상 변형은 발달 지연뿐 아니라 얼굴 비대칭과 부정교합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있어요. 앞서 본 박사 논문과 한국 연구진이 진행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두상 변형은 전반적인 얼굴 뼈 모양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두상이 좌우 비대칭인 아기들은 나중에 커서 얼굴 비대칭이 올 확률도 더 높았다고 해요. 부정교합이 생길 가능성 역시 두상 변형이 있는 아기들이 그렇지 않은 아기들의 두 배 정도로 상당히 높았고요.

두상 변형을 예방하려면

앞선 글에서는 한국 엄마들이 가장 잘 아는 짱구베개만 설명드렸는데요. 소아과 교육 웹사이트에 따르면 먼저 터미타임을 자주 해 주는 게 좋아요. 신생아 때부터 틈날 때마다 해서 하루에 총 30분에서 1시간 정도는 터미타임 시간을 가져 주라고 해요. 저는 터미타임의 중요성을 잘 몰라서 잘 안 시켰는데, 11주쯤 된 다미에게 지금 시키려니 1분 정도 하면 울어 버리더라고요. 태어난 직후부터 자주 시켜 주시는 게 좋아요.

두상 변형은 아기가 선호하는 방향이 생겨서 그쪽으로만 누워 있으면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아기가 선호하는 방향의 반대쪽을 바라볼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해 주는 게 좋아요. 침대 안에 아기가 흥미를 갖고 바라볼 만한 무언가를 놓아 준다거나, 침대 방향을 한 번씩 반대로 바꿔 본다거나, 평소 보는 방향의 반대쪽에 모빌을 놓아 준다거나 하는 방법이 있겠죠.

목 근육의 불균형을 풀어 주는 목 스트레칭도 도움이 돼요. 첫 번째로, 아기가 정면을 바라본 상태에서 목을 한쪽으로 90도 돌려 턱이 어깨에 닿는 느낌으로 스트레칭하고 10초 정도 유지한 뒤 반대쪽도 한 번 해 주세요. 두 번째로, 정면을 본 상태에서 고개를 기울여 귀가 어깨에 닿는 느낌으로 최대한 기울인 뒤 10초 유지하고, 반대쪽도 똑같이 해 주시면 돼요.

앞선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능성 베개를 쓰는 것도 두상 변형 예방에 도움이 되고요. 두상 불균형이 아주 심한 경우에는 헬멧 교정이라는 것도 있고, 심지어 외과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아기 두상 변형이 누가 보기에도 아주 심하다면 병원에 방문해서 더 깊게 상담을 받아 보시길 바라요.

대부분은 자연히 돌아오지만

참고로 두상 변형 자체는 자연 치유가 된다고 해요. 제가 참고한 박사 논문에 따르면 특별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70~80% 정도는 나중에 변형됐던 두상이 다시 동그랗게 돌아왔대요. 좌우 불균형이나 뒤통수가 납작해진 경우 모두 포함해서요. 머리의 크기와 모양은 두 돌까지는 계속 변할 수 있는 상태이고, 크면서 점차 목도 잘 가누게 되고 누워 있는 시간도 줄어들기 때문에 지속적인 외부 압박이 없다면 머리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돌아올 가능성이 큰 거예요. 그렇지만 두 돌이 지나면 머리 모양이 잘 변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고 하니, 그때까지 자연 치유가 안 됐다면 그 후에는 어렵겠죠.

여러 연구에 따르면 생후 5개월 정도까지가 두상이 가장 잘 바뀌는 시기이고, 그때의 두상 변형이 발달이나 얼굴 모양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5개월 이전까지는 더 신경 써서 관리해 주시면 좋아요. 두상 자체는 이 시기가 지나더라도 두 돌까지는 다시 동글해질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 주시고요.

다미는 오른쪽을 보는 걸 선호해요. 항상 옆을 보고 자는 편이라 뒤통수는 동그랗지만, 이대로 계속 오른쪽만 보면 좌우 불균형이 올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안고 있을 때 가능하면 왼쪽을 볼 수 있도록 계속 머리를 돌려 주고 있어요.

진단이나 치료가 필요해 보이면 소아청소년과 등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정리해 보면

  • 두상 변형은 많은 경우 두 돌 전에 자연스럽게 돌아와요.
  • 하지만 어릴 때의 두상 변형은 발달 지연, 얼굴 비대칭, 부정교합과 연관될 수 있고 이런 변화는 저절로 낫지 않아요.
  • 두상이 가장 잘 바뀌는 생후 5개월 이전에 특히 신경 쓰세요.
  • 신생아 때부터 하루 30분~1시간 터미타임을 하세요.
  • 선호하는 방향의 반대쪽을 보게 하고, 목 스트레칭을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