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마다 책 읽어 주는 법이 크게 다르고, 이 다름이 아이들의 언어 수준 차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앞선 글들에서 아기에게 맞는 책 고르는 법을 말씀드렸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책 읽어 주는 법 이야기예요.

책육아도 양보다 질이에요

육아를 할 때는 항상 양과 질을 둘 다 봐야 해요. 아이가 배부르게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양소가 골고루 든 식단으로 먹는 것이 중요하고,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밀도 있는 일대일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죠. 책육아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집에 책이 몇백 권 있다', '나는 아이와 하루에 두 시간씩 책을 읽는다' 같은 양적인 지표만으로 책육아를 잘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쉬운데요. 한 논문에 따르면 책을 읽는 동안 일어나는 언어 활동의 질이, 책을 얼마나 자주 읽어 주느냐보다 언어 발달을 비롯한 책육아의 효과에 더 중요하다고 해요. 이 질은 만 1세에서 3세 사이 아이들에게 특히 더 중요하고요.

그럼에도 많은 부모가 질 좋은 책 읽기를 하지 못하고 단순히 책의 텍스트를 읽어 주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아기에게 책을 제대로 읽어 주는 방법이 따로 있다니, 육아 정말 어렵죠.

어린 아기가 책 읽기에 기대하는 것

아이에게 책을 잘 읽어 주는 모습을 상상하면 혹시 이런 장면이 떠오르지 않나요. 구연동화처럼 목소리로 연기하고 감정을 살려 그림책의 대사를 읽어 주고, 아이는 그 앞에서 입을 헤 벌리고 몰입하는 모습이요. 이런 책 읽기는 좀 더 큰 아이들에게는 맞을 수 있어요. 그러나 만 1~3세 아이들의 책 읽기는 조금 달라야 해요. 큰 아이들은 스토리 자체를 즐기며 몰입할 수 있지만, 3세 미만 어린 아기들은 스토리의 장치를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책의 내용을 재료 삼아 이 세상과 언어를 배우는 데 더 관심이 많거든요. 어린 아기는 '내가 글자를 모르니까 엄마 아빠가 대신 읽어서 스토리를 알려 줘'가 아니라, '나와 이 책의 그림을 보면서 언어 놀이를 하자, 질문도 해 주고 이야기를 많이 해 줘'라고 기대해요. 읽어 주는 방식이 이 기대에 맞을 때 아이는 책 읽기에 흥미를 더 잘 느껴요.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방식으로 읽어 주는 것은 언어 발달뿐 아니라 책육아를 꾸준히 이어 가는 데에도 중요해요. 아이가 말을 하거나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등 열성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부모는 시간이 갈수록 책을 덜 읽어 주게 된다고 해요. 즉 책육아의 질이 나쁘면 양도 떨어져요. 반면 아이가 열성적으로 참여하면 부모는 신이 나서 질문도 더 하고 책에 관한 이야기도 덧붙이는 등 질 좋은 책 읽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죠. 부모가 질 좋은 책 읽기를 해 주고, 아이가 흥미를 보이며 참여하고, 그러면 부모가 더 많이 자주 읽어 주는 선순환이 만들어져야 해요.

그런데 아이가 애초에 책에 흥미를 별로 안 보이거나, 흥미가 있었는데 부모가 기대를 채워 주지 못해 흥미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부모는 질 좋은 책 읽기를 덜 하게 되고, 아이는 '책 읽기 별로 재미없네' 하고 흥미를 더 잃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죠. 이럴 때는 부모가 배워서라도 질 좋은 책 읽기를 해 줘야 악순환을 끊을 수 있어요. 앞선 글에서 말씀드린 책육아의 이점들도 텍스트를 그대로 읽어 준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라, 질 좋은 책 읽기를 해야 얻어져요.

첫째, 아이가 주도하게 두세요

그럼 질 좋은 책 읽기란 어떻게 읽어 주는 걸까요. 첫째는 아이가 주도하도록 두는 거예요. 몬테소리 이야기를 하면서도 강조했듯 아이들은 어떤 활동이든 자신의 의지로 선택했을 때 훨씬 흥미를 보이고 집중도 잘해요. 여러 연구에서는 많은 부모가 책을 읽을 때 아이보다 부모가 리드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부모들을 교육하고 그 효과를 살펴봤어요. 아이가 직접 책을 고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아이가 가져오는 책 위주로 읽어 주고, 도중에 관심이 사라지면 중단하고, 다른 페이지를 먼저 보고 싶어 하면 그 페이지부터 볼 수 있게 해 주는 등 전적으로 아이가 책 읽기를 이끌도록 하라는 교육이었죠. 그 결과 아이들이 책 읽기에 더 많은 관심과 흥미를 보였고, 책 읽는 시간도 늘어났다고 해요.

책을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책을 건네주고는 바로 다른 데로 가 버려도, 부모가 입을 떼기도 전에 페이지를 넘겨 버려도 괜찮아요. 어린아이에게 책 읽기는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책을 가지고 여러 언어 활동을 하는 것이고, 본격적인 언어 활동 전에 책을 가져다주고, 책장을 넘기고, 책장에서 책을 빼는 기본적인 신체 활동을 충분히 하고 싶을 수도 있어요. 아직 어린 아기라면 더더욱 그렇죠.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줘야 해'라는 강박이 있다면 잠시 내려놓고, 아이가 원하는 책 다루는 방식을 존중해 주세요.

둘째, 반복을 존중하세요

아이가 어떤 행동을 반복하고 싶어 할 때 부모들은 그 욕구를 채워 주는 것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요. 아이가 자꾸 물을 바닥에 쏟고 싶어 할 때 "왜 자꾸 물을 쏟아" 하고 혼내지 않으셨나요. 베싸가 아동 발달에 관한 많은 논문과 책을 읽으면서 얻은 중요한 인사이트 중 하나는, 어린아이들의 삶의 목적은 배움이라는 거예요. 아이들은 물을 쏟으면서 손 근육이 움직이는 정도에 따라 물이 얼마나 빠르게 떨어지는지, 쏟아진 물이 어떤 패턴으로 퍼져 나가는지 관찰하면서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와 자기 몸의 움직임이 만드는 결과를 배워요. 한 번 쏟았다고 배움이 일어나지는 않죠.

여기서 부모가 "안 돼" 하고 막느냐, 마음껏 쏟아 볼 수 있게 화장실 바닥으로 데려가느냐가 아이가 배움에 품는 열의를 비롯해 많은 것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마실 물만 따라 마시는 어른과는 전혀 다르죠. 어른의 삶의 목적은 더 이상 배움이 아니거든요. 식당에서 아이는 이것저것 만지고 쏟고 뭐든 경험해 보려 하는데 어른은 가만히 앉아 식사하는 것도 삶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즉 아이가 뭔가를 반복하려고 할 때는 이유가 있어요. 그 행동을 반복하면서 얻는 배움이 가장 많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에요.

책 읽기도 마찬가지예요. 아이들이 같은 책을 정말 지겹다 싶을 정도로 반복해서 읽어 달라고 할 때가 있는데,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소수의 책을 반복해서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해요. 한 연구에서는 한 그룹은 똑같은 책을 세 번 읽고, 다른 그룹은 나오는 단어와 이야기 흐름은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르게 표현된 세 권을 한 번씩 읽었어요. 그 결과 똑같은 책을 세 번 읽은 아이들의 어휘 습득 효율이 더 높았다고 해요.

어린아이들은 배움의 대상뿐 아니라 배우는 상황이나 맥락이 똑같이 반복될 때 잘 배워요. 어른의 눈으로 보면 여러 맥락에서 배워야 더 다양한 시각으로 잘 이해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아직 어린 아기는 인지 능력이 제한적이고 어른처럼 원하는 대상에 바로 집중하는 능력이 부족하거든요. 배움이 목적인 아이에게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배움의 대상이라, 모든 정보를 하나하나 처리하느라 바빠서 습득해야 할 어휘에 정신적 노력을 100% 기울일 수가 없어요. 같은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으면 그림 속의 쓸데없는 것들은 이미 처리해 두었으니 집중해서 배워야 할 대상과 어휘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해요.

그러니 아이의 관심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 반복해서 읽어 주시면 돼요. 책육아의 양적인 부분을 중시하면 하루에 몇 권을 읽었는지 신경 쓰게 되죠. 아이가 한두 권만 계속 읽어 달라고 하면 다른 책도 읽자고 권하거나, 집착하는 책을 숨겨 버리거나, 더 많은 책을 보여 줘야 하나 하는 마음에 수십 권, 심지어 수백 권의 책에 노출되도록 집을 책으로 가득 채우기도 해요. 그러나 책 읽기는 양보다 질이에요. 아이가 반복해서 읽으려는 욕구를 존중하고, 집중해서 반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세요. 너무 많은 책 중에 고를 수 있는 환경은 책 한 권에 집중하기 어렵게 하고, 충분히 소화할 만큼 반복해서 읽는 것을 방해할 수 있어요. 한 번에 아이에게 노출되는 책의 수는 너무 많지 않게 하고, 충분히 읽어서 관심이 떨어진 책만 새 책으로 바꿔 주시는 게 좋아요.

반복할수록 읽는 방식이 달라져야 해요

그럼 반복해서 읽어 줄 때 매번 똑같이 읽어 주기만 하면 될까요. 그건 또 아니에요. 반복 횟수가 늘수록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읽어 줘야 하는데, 활용하기 쉽게 베싸가 세 단계로 정리해 봤어요. 만 3세 미만 아이의 언어 발달에 특히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책 읽기 전략들을 각 단계에 맞게 나눈 거예요.

  • 1단계, 포인팅과 라벨링 하기
  • 2단계, 텍스트 읽어 주기
  • 3단계, 대화하며 읽기

많은 부모가 2단계만 하고 넘어갈 거예요. 하지만 세 단계를 다 충분히 거치지 않으면 아이가 책 읽기에 느끼는 흥미가 유지되기 어렵고, 책 읽기로 얻을 수 있는 언어 발달상의 이점도 상당히 제한돼요. 특히 1단계는 이해할 줄 아는 단어, 즉 수용 어휘에, 3단계는 말할 줄 아는 단어, 즉 표현 어휘에 큰 영향을 줘요.

정리해 보면

  • 책육아는 몇 권을 얼마나 자주 읽느냐보다 읽는 동안 오가는 언어 활동의 질이 중요해요.
  • 어린 아기는 스토리를 듣기보다 그림을 보며 언어 놀이를 하기를 기대해요.
  • 아이가 책을 고르고, 순서를 정하고, 그만둘 때를 정하게 두세요.
  • 같은 책을 반복해 읽으려는 욕구를 존중하고, 한 번에 노출되는 책의 수는 줄이세요.
  • 반복 횟수가 늘수록 포인팅과 라벨링, 텍스트 읽기, 대화하며 읽기로 방식을 바꿔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