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1.09 · 18:32
성조숙증, 두유·우유·블루베리보다 먼저 조심해야 할 것
특정 음식 하나보다 과도한 당 섭취와 환경호르몬 노출을 줄이는 게 성조숙증 예방에 더 중요합니다.
지난 글에서 성조숙증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아이가 어릴 때 비만이 되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실제로 제가 댓글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뭐뭐 먹으면 성조숙증이 온다는데 진짜예요?"였습니다. 오늘은 두유, 우유, 블루베리, 홍삼처럼 자주 언급되는 먹거리와,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는 환경호르몬까지 함께 팩트체크해 볼게요.
우유와 고기, 정말 성조숙증을 부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음식들을 매일 먹었다고 해서 성조숙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합니다. 그나마 논란이 있었던 건 동물성 단백질의 주요 공급원인 우유와 고기예요. 5~12세 미국 여자아이 2,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유제품을 많이 먹을수록 초경이 빨라졌다는 결과가 나온 반면, 홍콩에서 7,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우유 섭취량과 성조숙증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고 결론 내렸어요. 고기도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결과가 공존합니다. 인종이나 실험 대상의 연령, '과하게 먹는다'의 기준이 연구마다 달랐을 수 있어요. 여러 연구를 종합해 보면 우유나 고기를 매일 먹는 것이 성조숙증 가능성을 뚜렷하게 높인다는 경향은 찾기 어렵고, 권위 있는 기관들도 대체로 둘 사이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아요. 오히려 유제품은 칼슘, 마그네슘처럼 식단으로 채우기 까다로운 영양소를 위해 매일 섭취를 권고하는 기관이 많습니다.
다만 우유나 고기 자체보다는 특정 시기에 동물성 단백질을 너무 과하게 먹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있어요. 식단 구성과 성조숙증의 관계를 다룬 여러 연구를 종합 분석한 논문에서도 아이가 동물성 단백질을 과하게 섭취하는 것과 성조숙증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봤습니다. 단백질은 키와 몸무게 같은 성장에 중요한 영양소라 부족해서도 안 되지만, 생애 초기에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비만 체질로 이어질 수 있어요. 예전처럼 먹을 게 부족했던 시절에는 고기 한 점이라도 더 먹이는 게 중요했지만, 지금처럼 과영양이 쉬운 환경에서는 적당히 제한할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성조숙증이 걱정돼 우유나 고기를 아예 끊으라는 기관이나 전문가는 없어요. 뭐든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시고,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먹이는 방향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두유·두부·블루베리·홍삼은 괜찮을까요
여기는 비교적 답이 분명했어요. 두유나 두부 같은 콩류를 자주 먹는 아이가 나중에 성조숙증이 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근거는 없다는 게 여러 연구의 결론입니다. 블루베리는 한국에서 떠도는 속설에 가까워 보여요. 특별히 먹이라는 지침이나 광고도 없었고, 관련 연구 자체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콩류와 블루베리가 의심받는 이유는 이소플라본, 리그난 같은 식물성 에스트로겐 성분 때문인데요. 한 논문에 따르면 이런 성분의 효과는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성호르몬에 비해 4,000배에서 최대 400만 배까지 약하다고 해요. 섭취되는 절대량도 매우 적고요. 즉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사춘기 타이밍에 미치는 영향은 있다 해도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게다가 분유 상당수가 두유를 베이스로 만들어지는데, 두유 베이스 분유를 주식으로 먹은 아기들에게 성조숙증이 더 많이 나타난 것도 아니었어요. 오히려 동물성 단백질 대신 콩류 같은 식물성 단백질을 많이 먹고 자란 아이들이 사춘기가 더 늦게 오는 경향을 보인 연구도 있습니다. 표본 수가 작긴 하지만 한국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두 건에서도 콩 음식이나 우유, 육류 섭취와 성조숙증 사이에 연관이 없었다고 보고했어요. 홍삼이나 한약은 자료 자체를 찾기 어려웠는데, 과학적으로 밝혀진 위험은 없지만 뭐든 과하게 먹이지 않도록 전문가와 상의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소고기·우유는요
한때 논란이 됐던 주제인데, 이 역시 과학적 근거는 부족합니다. 유럽은 동물에게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호주에서는 허용돼요. 이 주제는 각 산업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리서치가 까다로웠는데, 특정 기업의 후원을 받은 논문도 상당했습니다. 그래도 비교적 공정하고 권위 있다고 볼 수 있는 WHO 같은 국제기구에서는 성장호르몬이 투여된 육류나 유제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어요. 모든 동식물에는 원래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호르몬이 있고, 여기에는 성장호르몬이나 성호르몬과 비슷하게 작용하는 성분도 포함돼 있어요. 다만 이런 호르몬과 고기·우유에 남을 수 있는 성장호르몬이 우리 몸에 들어갔을 때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래도 찜찜하다면 이런 부분까지 따져 구매하는 건 개인의 선택이겠죠.
사실 더 조심해야 할 건 당 섭취예요
정리하면 성조숙증을 예방하기 위해 꼭 먹여야 하거나 피해야 할 음식은 없습니다. 뭐든 과하지 않게, 다양한 식품군을 골고루 먹이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저는 특정 식품 하나하나보다 과도한 당 섭취를 자제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당은 비만 위험을 높이고, 그만큼 성조숙증 리스크도 커지거든요.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당을 안 먹이려고 애쓰다가도, 돌·두 돌쯤 가공식품을 하나둘 먹기 시작하면 금세 당 섭취량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실제로 한국 아이들의 비만과 성조숙증 증가를 함께 살펴본 논문에서도, 어린아이의 액상과당 섭취를 줄이는 게 성조숙증 예방에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당을 완전히 배제하고 키우기는 어렵지만, 중금속이나 환경호르몬을 걱정하시는 만큼 당 함량도 꾸준히 체크해 주시면 좋겠어요.
환경호르몬, 어디까지 걱정해야 할까요
환경호르몬의 영향은 없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비만 다음으로 성조숙증 증가의 원인으로 꼽히는 게 환경호르몬이에요. 그중에서도 일상 제품에 널리 쓰이는 프탈레이트가 요즘 한국에서 많이 주목받고 있고, 국회에서 대책위원회가 열릴 만큼 관심을 받고 있어요. 최근 나온 한 논문은 그동안의 연구 자료를 종합해, 프탈레이트 노출 수준이 높을수록 성조숙증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어린아이일수록 환경호르몬에 더 취약한데요,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소변 속 프탈레이트 농도는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게 나타난다고 해요. 체중당 먹는 음식과 마시는 공기의 양이 많고, 장난감을 입에 넣거나 바닥을 기어다니며 먼지를 들이마실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얼마나 걱정해야 할 수준일까요.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한국의 프탈레이트 규제는 점점 강력해지고 있고 그만큼 노출량도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해요. 영유아의 소변에서 프탈레이트 농도가 다른 연령대보다 높게 검출됐다는 사실은 언론에서 자주 다뤄졌지만, 모든 연령대의 검출 농도가 독일에서 정한 건강 영향 권고값보다 낮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어요. 시중에 존재하는 14종의 프탈레이트를 합산해 봐도 한국인의 평균 노출 수준은 미국이 정한 안전 기준에 훨씬 못 미친다고 밝힌 논문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안심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불안감 때문에 극단적으로 식단을 조절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라면 오히려 더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상에서는 이렇게 줄여볼 수 있어요
환경호르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어디를 조심해야 하는지는 알아둘 만해요. 한 논문에 따르면 환경호르몬이 몸에 들어오는 가장 큰 경로는 음식입니다. 우리가 먹는 동식물도 우리처럼 환경호르몬에 노출돼 있고, 특히 먹이사슬 위쪽에 있는 동물이나 대형 어종, 그중에서도 지방이 있는 부위나 유제품에 더 많이 쌓이는 경향이 있어요. 앞서 우유나 고기를 과하게 먹지 않는 게 좋다고 말씀드린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겠죠.
한 논문에서는 한국 엄마들에게 한 달간 몇 가지 생활 습관을 지키게 했더니 소변 속 환경호르몬 농도가 의미 있게 줄었다고 밝혔는데, 그중 하나가 손을 자주 씻는 것이었어요. 환경호르몬은 집 안 먼지를 통해서도 입으로 들어갈 수 있거든요. 건축 자재에 포함된 환경호르몬 성분이 공기 중 먼지에 들러붙기 때문인데, 한 논문은 한국 집 안 먼지의 환경호르몬 농도가 2010년 기준으로 일본이나 독일보다 상당히 높았다고 밝히고 있어요. 그러니 청소와 환기, 아이 입에 들어가는 먼지를 조금 신경 써서 관리해 주면 좋겠습니다. 저는 화장품이나 샴푸, 로션 같은 것부터 무향 제품으로 바꿔보는 걸 추천해요. 임신 중에도 특히 신경 쓸 만한데, 프탈레이트 노출량이 두 배가 되면 아이의 언어 지연 가능성이 30% 올라간다는 연구도 있었거든요. 또 아이가 아직 구강기라면 어린이용으로 나왔거나 입에 넣도록 디자인된 물건이 아닌 이상 너무 입에 넣지 않도록 봐 주시고요. 다만 젖병이나 이유식 용기처럼 주방에서 흔히 보이는 폴리프로필렌 플라스틱은 입에 넣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리해 보면
- 성조숙증을 막기 위해 꼭 먹여야 하거나 피해야 할 특정 음식은 없습니다.
- 우유, 고기, 두유, 블루베리, 홍삼 같은 개별 식품보다 과도한 당 섭취와 동물성 단백질 과잉을 자제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 환경호르몬은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음식의 지방 성분과 집 안 먼지가 주요 경로라는 걸 기억하면 도움이 됩니다.
- 손을 자주 씻고 환기하고, 화장품은 무향 제품으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 근거 없는 불안감은 줄이되, 쇼핑할 때 당 함량과 프탈레이트 프리 여부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정도로 실천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