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소리는 원래, 3세 이상 아이들을 대상으로

기관의 커리큘럼으로서 개발된 것이다.

3세 미만 아이들을 위한 교구나 커리큘럼도

존재하기는 하나, 이 역시 '엄마표/아빠표'

몬테소리 환경을 가정하고 만들어진 건 아니며

기본적으로는 교육기관을 위한 것이다.

원래 몬테소리 박사가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해외에서 3세 미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시설에서 몬테소리 교육을 할 때,

대체로 18개월 이상부터 토들러 반으로 구성되는데, 부모와 아이가 함께 매일 작업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만 3세 미만 아이들의 경우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활동을 해내기 어렵고

옆에서 적절하게 지원(scafold)해주는 것,

어른과 1:1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발달단계상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게 아닌가 싶다.
부모님과 함께 하든 안하든,
시설에서 몬테소리를 할 때와
집에서 몬테소리를 할 때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클래스메이트의 유무.

특히 나보다 나이 많은 언니/오빠/누나/형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어른도 집에서 혼자 재택근무로 일할 때와,

사무실이나 카페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도 보고, 상호작용도 하면서 일할 때

동기부여의 수준이 크게 다르다.
이것은 아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근 AMI 강사 트레이너인 정이비 교수님이

운영하시는 인스타그램에서 이런 내용과
매우 비슷한 취지의 글을 읽었다.
집에서 몬테소리를 할 때에는,

시설과 달리 친구들, 특히 '형아'의 존재가

없기 때문에, 여러 활동들에 자발적인
동기부여를 가지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집에서 부모님과 둘이 있는 상황과,

시설에서 다른, 나와 나이가 비슷하거나 좀 많은 친구들이 어떤 교구를 어떻게 가지고 활동하는지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상황은 아이의 동기부여 차원에서 크게 다를 수 있다는 것.

아이들은 자기보다 나이가 약간 많은 아이들의 행동을 통해 가장 잘 배운다고 하는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아마도, 비고츠키의 근접발달영역(ZPD)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인 것 같다.

비고츠키의 근접발달영역 개념이란,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발달단계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 중 아주 약간 어려운 활동을 통해 가장 잘 배우고, 따라서 흥미도 가장 많이 가진다는 것이다.

자신보다 나이가 약간 많은 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해 더 자신이 '가능한, 그렇지만 좀 어려운' 행동이나 소근육 조작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더 집중하고, 따라해보려고 하는 동기가 생기게 될 것이다.

그래서, 시설이 아닌 집에서 몬테소리를 할 때

이러한 한계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지할 필요가 있다.

시설에서 이러이러한 교구들을 사용한다고 해서

꼭 집에서도 그러한 교구들에 아이가 자발적으로 엄청난 흥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는, 조금 내려놓는 게 좋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집에서 하는 몬테소리가 기관 몬테소리에 비해 열등하다는 건 아니다. 애초에 한국에는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몬테소리 어린이집이 없기도 하고.

(센터가 있긴 하지만.. 매일 가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반복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한 환경도 아닌 것 같던데. 잘 모르겠다)

집이라는, 아직 어린 아이가 가장 안정감을 느끼고 편안하게, 시간 제한 없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에서, 부모와 밀도높은 1:1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가정보육에 몬테소리를 방식이나 철학들을 더하는 것만으로 만 3세 미만 아이에게는 최적의 보육, 발달 환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집에서 몬테소리를 할 때에는, 시설에 비해 장점이 있다. 아이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아는 부모님이 몬테소리 환경을 조성하는 주체가 된다는 것. 아이를 열심히 관찰해서, 아이의 흥미가 잘 반영된 재료들을 잘 준비해 준다면 친구들, 언니 오빠들의 존재 없이도 자발적으로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시중에 파는 '정통 몬테소리 교구' 몇 개에 의존해서는 절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자동차 피규어와 카드를 준비하는, 그 정도의 열의는 있어야 한다.

또 하나 명심해야 할 것은, "교구 = 몬테소리"라는 버리기 힘든 프레임을 빨리 버리는 것. 해외 만 3세 미만 토들러 몬테소리 과정에서는, 시설이라 하더라도, 애초에 교구보다 일상생활 활동의 비중이 더 높다. 어린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일상생활 활동에 자연스럽게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선반에 예쁘게 진열된 교구보다는

일상생활 활동 속에서 아이가 최대한 다양한 활동들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해 주는 것이 몬테소리 활동의 좋은 출발점이 된다.

특히나 워킹맘이라면, 선반 위 재료를 아주 자주 로테이션해주는 게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빠르게 발달하는 아이 속도를 맞추려면 거의 주 단위로도 바꿔주기도 하는데, 사실상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나도 마찬가지이고.

그래서 최대한, 일상생활 도구들을 다미가 접근하기 좋은 곳에 놔두고, 다미가 일상생활 활동을 하려고 할 때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두고 함께 보내는 시간의 많은 부분을 일상생활 활동에 할애하고 있다.

다미의 경우, 몬테소리 활동은 대체로 이 정도 비율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몬테소리 활동은 소근육 조작과 교구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대근육 활동, 미술 활동, 음악 활동, 일상생활 활동, 책읽기도 모두 포함된다는 것 기억하기!)

  • 일상생활 30
  • 책읽기 30
  • 대근육 20
  • 미술 10
  • 소근육 교구 10

집집마다 아이의 흥미와 성향은 다르기에, 각 몬테소리 활동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다를 수 있다. 책읽기가 50을 차지하는 집도, 대근육이 50을 차지하는 집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몬테소리 활동의 황금비율'이라는 건 없다. 집집마다 아이의 흥미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몬테소리 육아를 하는 것이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환경을 잘 조성해 줬느냐이다. 교구가 얼마나 다양하든, 심지어 없어도 상관없다. 장난감들을 몬테소리 철학에 맞게 아이가 자발적으로 가지고 놀고 다시 정리하기 좋은, 그리고 너무 많지 않게 선반에(혹은 바닥에라도!) 잘 진열하기만 해도 몬테소리 철학을 훌륭하게 육아에 반영한 것이다.

아이가 미술활동을 하고 싶어할 때 옷이 더러워지는 것에 개의치 않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직접 물을 떠올 수 있도록 독려하고, 실수로 바닥에 흘린 물감을 직접 닦아낼 수 있도록 독려한다면 이 또한 훌륭한 몬테소리 육아의 모습일 것이다.

인스타에서 다른 아기들이 교구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나 멋진 선반 사진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에 대해, 그리고 자신에 대해 불안해할 필요 없다.

각자가 실천하고 있는 몬테소리 육아의 다양한 모습을 인정하고, 잘 하고 있다, 하고 부모로서의 나를 긍정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여유.

이게 멋진 몬테소리 부모가 될 수 있는 1번 자격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