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존중하기.
몬테소리를 실천하다 보면,
정말 꾸준한 연습과 수련이 필요한
마음가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아이 존중하기'이다.
아이를 존중하라는 말은,
너무 당연한 말인 것 같으면서도,
몬테소리를 하든 안하든,
실제로 생활 속에서 100% 실천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아직 말이 잘 안 통하는 아기인 경우.
양말 고르기
예를 들어,
다미는 양말을 고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선택이 너무 어렵지 않도록 두 개, 세 개로 옵션을 줄여서 주는 편이지만,
'난 양말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 하는 표정으로 두 양말 모두에 손사래를 치며
모든 양말이 담긴 박스로 뛰어간다.
언제는 양말 박스에서 양말을 골라 오기도 하고,
(옷과는 정말 안 어울리는... )
언제는 양말 박스에서 양말을 꺼내기만 하다가
다른데로 가버리곤 한다.
얼른 나가고 싶어 마음이 급한 엄마아빠에겐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더더군다나 기저귀, 옷 입히느라 이미 심신이 지친 경우라면...)
최근에 깨달았는데, 다미는 원하는 양말이 대체로 하나로 고정되어 있다.
바로 이거. 없으면 뽀로로 친구 그려진 노란 거.
아마도 다미가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뽀로로 그려진 파란색 양말 신고 싶어"
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뽀로로 그려진 파란색 양말은 지금 더러워져서, 빨래를 기다리고 있어. 그건 내일 신자. 엄마가 내일까지 꼭 빨아 놓을게. 오늘은 다른 걸로 신을까? 봐, 엄마는 흰색 양말 신었어."
라고 다미를 설득시킬 수 있었을 것이고.
그렇지만 특히 말이 안 통하는 경우,
아무 양말도 안 신겠다는 아이의 의견을 100% 존중하면서, 인내심을 잃지 않으면서, 양말 신기 퀘스트를 무사히 끝내기는 사실은 쉽지 않다.
아직 어린 아이라고 해도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행동하며,
그 이유가 본인에게는 매우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삶에서 부딪히는 이러한 퀘스트들을 잘 해결해 나가는 첫번째 걸음인 것 같다.
질서를 인정해주기
몬테소리에서는, 아이들의 '질서'에 대한 욕구를 굉장히 강조하며, 이 욕구를 잘 채워주지 않으면 아이들과 기싸움을 하거나 아이들의 땡깡에 직면하는 순간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다미로 말하자면, 최근, 이러한 자신만의 질서를 아주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다미가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할 때,
나는 옆에 변기 뚜껑을 내리고 그 위에 앉아
(다미가 시키는 대로) 양치질을 한다.
그런데 가끔 다미가 손을 뻗어 손을 잡아달라 한다. 손을 잡아주면 디딤대를 한 칸 한 칸 내려와,
나한테 일어나라고 한 뒤(허벅지 탁탁 치기),
변기 뚜껑을 닫고 다시 앉으라고 한다(변기 탁탁 치기). 이런 일이 세 번 일어났다.
내가 평소와 달리, 변기 뚜껑을 닫지 않고 변기에 앉아있었던 것이, 다미의 질서에 거슬렸나 보다.
어른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변기 뚜껑이 왜?"
그냥 그런 거다. 질서에 민감한 시기의 아이들은, (돌 이후 서서히 시작해서, 두 돌 무렵에 피크를 찍는다고 한다.) 아직 이 세상이 어렵고, 뭔가 자신이 예측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싫어한다. 아직 능력이 부족해 통제감을 완전히 획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도적으로 어떤 삶의 중심을 잡기 위한 노력일수도 있고, 나름의 룰을 여기저기에 적용시켜 보면서 세상을 이해해 나가기 위한 노력일수도 있고. 어쨌든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아이가 원하는 질서의 모습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잘 관찰해야 한다. 특히 아이가 땡깡을 부릴 때.
"얘가 왜 이래?" "왜 그래, 엄마 힘들게!" "다 니 마음대로만 할 수 없어!"
이런 식으로 반응하지 않고, 아이가 땡깡을 부리는 모습 뒤에, 어떤 식으로 아이의 질서가 파괴되지는 않았는지, 아이가 원하는 질서는 어떤 모습인지, 잘 살펴보면 의외의 답이 나올 수도 있다.
행복해지기 위해, 존중하자
이렇게 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아이가 싫어하는데도 뭔가를 억지로 하게 되는 일은 적어진다.
이 포인트에서, 아마도, '우리 아이는 협조를 잘 안 해주는 편이라서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사실 다미도 자기 주장이 아주 강한 아이이다. 원하지 않는 일을, 다미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억지로 시키기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더더욱, 다미의 의사에 반하지 않고 다미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내고 그것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어른의 시각에서 정해 놓은 스케쥴이나, 삶의 방식대로 아이가 따르지 않을 때, 강압적으로, 억지로 따르게 하거나, '사탕 줄게' '영상 보여줄게' 등의 뇌물을 활용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편하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는 것은, 과학자 마인드로 수많은 아이들을 관찰했던 몬테소리를 통해서도, 많은 연구들을 통해서도, 확실히 알 수 있다.
아이는 자신의 의사가 지속적으로 무시되고,
어른이 항상 억지로 뭔가 하게 할 때,
더더욱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의사소통에도 관심이 없어진다.
"내가 요구하면 어른은 들어 주는구나."
라는 기본적인 신념이 자리잡을 때,
어른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려 하고, 의사소통으로 해결하려 하고, 어른의 말에도 귀기울이고, 문제 행동도 적어진다.
적다 보니 '반응육아'라는 기본 철학의 연장선상에 있기도 한 듯.
아이 존중하기.
너무도 어렵지만, 엄마도 아이도 행복해지기 위해, 아이와 함께하는 평생 동안 열심히 연습하고 훈련해야 할 가치 중 하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