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1.04 · 10:54
베싸는 왜 바이링구얼 육아를 할까?
영어를 잘하게 만들려는 게 아니라, 언어가 하나가 아니라는 걸 경험시켜 주고 싶어서입니다.
다미와 하루 두 시간씩 영어로 대화하는 저를 보고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베싸가 왜 바이링구얼 육아를 하기로 했는지, 그 결정까지의 고민을 정리해 봤습니다.
왜 바이링구얼 육아를 결심했을까
사실 저는 처음부터 다미가 영어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유튜브 댓글로 아기 영어 노출 시기를 묻는 질문이 많이 오는 걸 보고 놀랐을 정도로, 저에게는 전혀 생각지 못한 영역이었거든요. 오히려 처음에는 살짝 부정적인 쪽이었습니다. 사고는 결국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건데, 두 언어를 하는 것보다 하나의 언어를 깊이 있게 하는 게 사고력에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한국어를 제일 잘하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몇 주에 걸쳐 이 주제를 리서치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두 언어를 경험한다는 건 아이가 생각하는 방식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더라고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여러 언어를 잘 구분해 내고, 그렇게 혼란스러워하지도 않았어요. 저 역시 외국어를 공부로만 접해 온 어른의 시각으로, 아이들의 언어 능력을 섣부르게 색안경 끼고 봤던 거였습니다.
언어 지능이라는 자산
다미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처음부터 하나였어요. 언어 능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것. 저는 어릴 때 IQ 테스트에서 언어 지능이 유독 높게 나온 적이 있는데, 어릴 때부터 이야기책 읽는 걸 좋아했던 게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여기서 말하는 언어 지능은 단어나 고급 문법을 잘 구사하는 능력이 아니라, 언어라는 틀 안에서 깊이 있게 사고하고, 듣거나 읽은 것에서 핵심을 가려내고, 하고 싶은 말을 조리 있게 배치하는 능력이에요. 이런 능력이 부족해도 일상적인 소통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회사에서 일하거나 좀 더 깊은 소통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굉장히 중요해지죠. 자기소개서와 면접으로 사람을 뽑는 걸 생각해 보면, 언어 지능이 높은 사람이 유리한 게임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래서 다미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도록, 그리고 풍부한 대화를 많이 나누도록 신경 쓰고 싶었어요. 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외국어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바이링구얼 육아란 무엇인가
그렇게 해서 내린 결론은 이거예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아기에게 외국어를 경험시켜 줄 수만 있다면, 미룰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 베싸는 바이링구얼 육아를, 세상의 언어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아이에게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경험시켜 주는 육아 방식으로 정리해 보려고 해요. 거의 모두가 한국어만 쓰는 한국에서는 언어를 '하나'로 여기기 쉽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배운다고 해도, 대부분 교과 과목 중 하나일 뿐이지 진짜 소통의 도구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드물죠. 아기들은 아직 하나의 언어 안에 완전히 갇히지 않은 상태라서, 어릴수록 자연스러운 노출을 통해 외국어를 모국어와 마찬가지로 순수한 소통 수단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져요. 커서 학습으로 배운 외국어와 어릴 때부터 노출로 익힌 외국어는 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다미가 영어를 잘하는 것보다, 영어를 교과목이 아닌 하나의 언어로, 소통의 도구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사유하고 소통하는 즐거움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 바이링구얼 육아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부모가 배워야 하는 것
바이링구얼 육아는 궁극의 영어 조기교육이 아니에요. 영어를 하나의 언어로 경험시켜 주려면 교육이 아니라 소통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사실 교육이 필요한 쪽은 아기가 아니라 부모입니다. 첫째는 언어 계획이에요. 하나의 언어가 아니라 두 개의 언어로 아이와 소통하려면 전략과 실행 계획을 잘 짜야 하거든요. 둘째는 영어 실력이 부족한 부모라면 스스로의 영어 신경을 키우는 것이고요. 그렇다고 프리토킹이 가능할 만큼 잘해야만 시작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아이와 대화하는 거지 원어민과 대화하는 게 아니니까, 아이보다 딱 한 발짝만 앞서간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지금 영어를 그렇게 잘하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
경험이라는 건 애초에 인풋과 아웃풋을 정확히 따져 가며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히말라야를 다녀왔다고 해서 심폐력과 지구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계산하지는 않잖아요. 오르는 과정에서 떠오른 여러 생각의 조각들이 삶의 자양분이 되는 거죠. 바이링구얼 육아도 마찬가지예요. 부모가 아이와 영어로 소통하는 시간이 아이가 깨어 있는 시간의 단 1퍼센트뿐이더라도, 0퍼센트인 것과는 크게 다릅니다. 다시 말하지만 영어를 가르치는 시간이 아니라 영어로 소통하는 시간이에요. 일상 속에서 영어도 한국어처럼 하나의 언어라는 걸, 엄마 아빠와 한국어로도 영어로도 소통할 수 있다는 걸 자연스럽고 꾸준하게 느끼게 해 줄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소통하는 시간의 양과 질이 높아질수록 아이가 영어를 즐기는 폭도 넓어지고, 책이나 영상 같은 콘텐츠도 더 다양하게 누릴 수 있게 되니 바이링구얼 육아가 한결 수월해지긴 합니다. 육아라는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 저 스스로도 한 단계씩 성취하고 성장하는 작은 프로젝트를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제 삶에 꽤 큰 활력소가 되고 있어요.
정리해 보면
- 바이링구얼 육아의 목표는 영어를 잘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언어가 하나뿐이 아니라는 걸 경험시켜 주는 것입니다.
- 부모가 프리토킹을 할 수 없어도, 아이보다 한 발짝만 앞서간다는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 중요한 건 영어를 가르치는 시간이 아니라 영어로 소통하는 시간이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 아이가 영어 단어를 몇 개 아는지보다, 언어를 소통의 도구로 받아들이는 경험 자체에 집중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