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1.04 · 32:27
바이링구얼 육아의 진짜 단점, 그리고 오해였던 것들
가짜 단점은 걷어내고, 어휘력과 단어 회상 속도라는 진짜 단점 두 가지만 짚어봅니다.
지난 영상에서 베싸가 왜 바이링구얼 육아를 하는지 이야기했더니 관심도 많이 받았지만, 지적과 비판도 상당히 들었습니다. 오늘은 그 비판들 속에서 진짜 단점은 무엇이고, 오해에서 비롯된 가짜 단점은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풀어 보려고 해요.
지난 영상에 쏟아진 오해들
베싸가 전하는 육아 정보 중에는 꼭 알아야 할 것도 있지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도 있어요. 바이링구얼 육아는 후자입니다. 그래서 관심 있는 분들이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관련 자료도 무료로 나눠 드린 적이 있는데요, 그 자료나 이전 영상들을 보지 않고 바이링구얼 육아 영상 하나만 보신 분들은 조기교육을 향한 한국 사회의 부정적인 정서를 감안하면 이 방식이 위험하다고 판단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부분에서 제 설명이 좀 더 세심했어야 했다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검증 안 된 육아 방식"이라는 지적
가장 많이 받은 지적은 검증되지 않은 육아 방식을 소개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어요. 한국은 강력한 모노링구얼(단일언어) 사회라 바이링구얼이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고, 영어를 잘 못하는 부모도 할 수 있다고 하니 더욱 위험하거나 입증되지 않은 방식처럼 느껴지셨을 거예요. 실제로 많은 분들이 "저도 영어를 못하는데 할 수 있을까요"라는 고민을 남겨 주셨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이중언어 전문가와 경험자들이 배워서 하는 바이링구얼 육아가 나쁘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외국어 교육학 교수가 성인이 되어 포르투갈어를 배우면서 자녀를 영어와 포르투갈어 바이링구얼로 키운 경험을 담은 책도 있고, 이중언어학 학자들이 바이링구얼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근거에 기반한 조언을 주는 책들도 있었는데, 여기서도 배워서 하는 바이링구얼 육아를 두고 전문가들이 남긴 의견이 언급되어 있었어요. 바이링구얼 상담을 많이 하는 미국의 한 소아과 의사도 비슷한 의견을 냈고요. 꼭 한국의 전문가가 직접 검증해야만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언어별로 결론이 달라지는 문제였다면 전문가들이 특정 언어를 콕 집어 언급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영어를 잘해야만 바이링구얼 육아일까
지난 영상의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아이에게 영어로 말한다는 사실만 보고 조기교육이라고 받아들이셨어요. 심지어 "영어를 잘하면 바이링구얼, 못하면 조기교육"이라는 지적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바이링구얼 육아냐 조기교육이냐는 부모의 영어 실력과는 무관합니다. 옛날 프레임으로 보면 부모가 영어를 못할 경우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기보다 한국어로 하나하나 가르치는 식이 되기 쉽다는 건 저도 인정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에서 아이에게 영어로 말하는 것 자체를 무조건 조기교육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어요. 본질을 봐야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바이링구얼이라는 말이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기준으로 정의되는 경우가 많지만, 많은 이중언어학자들은 바이링구얼을 꼭 원어민 발음이나 유창함으로 정의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요. 더 본질적인 건 생활 속에서 두 언어가 소통의 도구로 활용되는 맥락이 있는지, 두 언어 모두 나름의 역할과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입니다. 조기교육이 나쁜 이유는 명백해요. 아직 인지 교육을 받을 준비가 안 된 아이에게 뭔가를 억지로 가르치려 하면 스트레스와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이죠. 이 점에는 저도 100% 동의하고, 그래서 교육이 아니라 언어로 접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온 거예요. 모든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두 개 이상의 언어를 듣고 습득할 수 있는 언어 습득 장치를 가지고 있어서, 한 언어를 들으면 한 언어를, 두 언어를 들으면 두 언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합니다. 아이에게 언어를 가르치려 드는 건 분명 좋지 않지만, 부모의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그 행위가 소통이 아니라 교육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가 힘들다는 것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배워서 들려주면 부모가 너무 힘들다는 지적도 있었어요. 잘 못하는 언어를 배워서 들려주는 게 더 어렵고 스트레스가 될 확률이 높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바이링구얼 육아를 한다고 해도 실제 모습은 다 제각각이에요. 전업으로 육아하며 어떻게든 배워서 들려주는 분도 있고, 점심시간을 쪼개 영어회화를 배우는 직장인 부모도 있고, 이미 영어가 유창해서 어렵지 않게 들려주는 분도 있고, 잠자는 시간까지 쪼개 가며 공부하는 분도 있습니다. 같은 노력이라도 몸은 힘들어도 정신적으로 즐거운 분이 있는가 하면, 영어라면 진절머리가 나는 분도 있고요. 이렇게 다양한 상황을 하나로 묶어서 "배워서 하는 바이링구얼 육아는 부모에게 힘들고 단점이 많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모두에게 통하는 조언은 없습니다. 내가 이걸 할 수 있는 상태인지, 했을 때 얻는 장점이 감수해야 할 부분보다 큰지는 부모가 근거를 바탕으로 주체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예요. 한국에서 바이링구얼 육아를 하기 더 어려운 상황인 것도 사실입니다. 사회적 편견도 있고, 딱딱한 문법 위주로 영어를 배운 분들은 말하기를 유독 어려워하시고, 외국어를 쓰는 베이비시터를 구하기도 더 어렵죠. 그럼에도 스트레스받지 않는 범위 안에서, 아이에게 한국어 인풋을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충실히 주면서 영어를 곁들이고 싶은 분이라면 장점이 단점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그 자체가 스트레스인 분들에게는 단점이 더 클 수 있고요. 좋다 나쁘다로 딱 나눌 문제가 아닙니다.
모국어 발달이 저해된다는 말의 진실
모국어가 중요하다는 것과 어릴 때 외국어를 노출하면 모국어 발달이 저해된다는 것은 같은 문장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자라는 아이라면 한국어를 잘하는 게 필수이고, 충분한 한국어 인풋을 주는 건 당연히 높은 우선순위예요. 하지만 모국어 인풋이 정상적이고 충분하다는 전제하에, 아이가 어릴 때 다른 언어에 노출된다고 해서 모국어가 영향을 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세 살까지 한국어만 쓰다가 유치원부터 영어로 수업을 듣기 시작한 아이를 생각해 볼게요. 이런 아이는 처음엔 한국어가 우세한 바이링구얼이었다가 점차 영어가 우세한 바이링구얼로 바뀝니다. 이 아이가 세 살까지밖에 한국어를 못 들어서 모국어 기초가 흔들리는 걸까요? 아니에요. 모국어 기초가 잡힌다는 건 특정 언어를 완전히 마스터한다는 뜻이 아니라, 뇌가 발달하는 시기에 정상적인 언어 발달 단계를 밟으면서 언어 지능을 갖춘다는 뜻입니다. 이건 개별 언어와 무관해요. 머릿속에서 두 언어가 완전히 따로 발달한다면 영어가 자랄 때 한국어는 멈추거나 퇴보해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거든요. 표면에 드러나는 언어는 각자 다르지만, 그 밑에는 언어에 관계없이 공통으로 작동하는 언어 재능이 있고, 이 언어 지능은 영어를 듣든 한국어를 듣든 자랄 수 있어요. 오히려 여러 언어를 접하면 더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요. 그래서 여러 언어를 대상으로 한 수많은 연구는 바이링구얼 아이들이 언어 지능 발달 면에서 뒤떨어진다는 근거가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습득 속도가 조금 느릴 수는 있지만 여전히 정상 범위 안에 있고, 두 언어 모두 인풋을 충분히 받는다면 결국 완전히 습득할 수 있으며, 바이링구얼 아이와 모노링구얼 아이가 언어 지연을 겪을 확률도 동일하다고 해요. 다만 이건 두 언어 모두 유창하고 좋은 인풋을 받는다는 전제하의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단점 1. 어휘력
그럼 진짜 단점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두 가지예요. 다만 이 단점들은 노출 시기와는 무관하고, 바이링구얼이라는 것 자체에서 오는 단점이라는 점을 먼저 밝혀 둘게요. 첫째는 어휘력입니다. 바이링구얼 아이들은 대체로 개별 언어 수준에서는 모노링구얼 아이들보다 어휘가 조금 부족한 양상을 보이는데, 각 언어에 노출되는 절대량이 적어지기 때문이에요. 연구들을 보면 개별 언어의 어휘는 어떤 언어를 일찍 접했는지보다 그 언어의 인풋 양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요. 두 언어가 다루는 어휘의 성격이 겹치는지 다른지도 중요한데, 해외 이민 가정처럼 집에서는 한국어, 사회에 나가서는 영어를 배우는 순차적 바이링구얼은 두 언어의 어휘가 겹치는 영역이 적은 반면, 국제결혼 가정처럼 신생아 때부터 두 언어를 함께 듣는 동시적 바이링구얼은 두 언어의 어휘가 좀 더 폭넓게 겹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미의 경우로 생각해 보면, 하루 두세 시간 정도 주로 아침에 일어나서 어린이집 가기 전까지 영어로 대화하다 보니 영어 어휘는 아침 일과나 그림책과 관련된 말들로 제한적일 수 있어요. 반면 한국어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에 노출되니 다미가 아침에 영어로 듣는 어휘도 거의 다 포함하죠. 그래서 저는 다미의 한국어가 양적으로 크게 부족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영어 어휘는 다소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봐요. 다만 저는 다미의 영어 아웃풋 자체를 목표로 바이링구얼 육아를 하는 게 아니라서 이 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참고로 개별 언어가 아니라 두 언어를 합친 총 어휘량으로 보면, 바이링구얼 아이들이 모노링구얼 아이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은 경우도 흔하다고 해요. 그러니 이 어휘력 차이는 개념이나 사고력의 부족이 아니라 언어별 지식의 분포 차이로 봐야 합니다. 어휘 습득에는 딱히 결정적 시기도 없고요. 어휘력이 풍부한 아이로 키우는 핵심은 외국어 노출 여부보다 아이와 대화를 많이 나누고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존재하는 단점 2. 단어를 떠올리는 속도
둘째는 특정 단어를 떠올리는 속도가 조금 느려질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림을 보고 단어를 말하는 과제를 시키면 바이링구얼 아이들이 모노링구얼 아이들보다 약간 느리게 반응한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바이링구얼 아이들의 뇌는 두 언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두 언어 체계를 어느 정도 항상 켜 두는 전략을 쓰기 때문에, 한 언어로 말할 때도 다른 언어를 억누르고 단어를 골라내는 데 정신적인 자원이 조금 더 든다고 해요. 이건 단점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전전두엽과 관련된 실행 기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장점으로도 이어집니다. 특히 두 언어를 균형 있게 쓰지 못하고 한쪽 언어가 약한 아이일수록 단어를 떠올리는 속도가 더 느려져서 실제 대화에서 유창함에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이게 겉으로 드러나는 게 바로 말이 입 앞에서 맴도는 현상인데, 바이링구얼 아이들이 모노링구얼 아이들보다 이런 순간을 조금 더 자주 겪는다고 해요. 특히 자신 없는 언어로 말할 때 더 그렇고요. 이 단점 역시 아이가 언제부터 노출됐는지보다 각 언어에 인풋을 얼마나 받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세한 언어가 확실할수록 이 단점의 영향은 덜 받지만, 그만큼 장점의 영향도 적게 가져가는 셈이에요. 그래서 바이링구얼 환경에서 아이를 키울 때는 두 언어를 비교적 고르게 잘하는 게 우선인지, 적어도 한 언어만큼은 막힘없이 술술 말하는 게 우선인지 고민해서 두 언어의 비중을 정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은 한국어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지만, 나중에는 다미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죠. 이 외에도 만 5세 이후 고급 문법 지식을 습득하는 속도가 조금 느려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는데, 늦더라도 결국에는 완전히 습득할 수 있다고 해요.
정리해 보면
- 바이링구얼 육아와 조기교육을 가르는 기준은 부모의 영어 실력이 아니라, 소통인지 교육인지의 본질입니다.
- 모국어 인풋이 충분하다는 전제하에, 아이가 어릴 때 다른 언어에 노출된다고 모국어 발달이 저해되지는 않습니다.
- 진짜 단점은 개별 언어의 어휘력이 조금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것과, 단어를 떠올리는 속도가 다소 느려질 수 있다는 것 두 가지입니다.
- 두 단점 모두 노출 시기가 아니라 각 언어에 받은 인풋의 양에 따라 달라지니, 우리 가족에게 맞는 언어 비중을 스스로 정해 보세요.
- 할지 말지는 누가 대신 정해 줄 수 없는 문제이니, 근거를 바탕으로 내 상황에 맞게 주체적으로 판단하세요.